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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21 02:29:02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주나라의 마지막 충신국 정나라.
한국 성씨중에 다섯번째로 많은 성씨는 정(鄭)씨 입니다. 한자를 나라 정을 씁니다.
이 한자의 유래였던 정나라는 주나라의 작은 제후국이었습니다. 이 조그만 나라의 알려진 이야기를 간략하게 조금만 써볼게요.
역사 이야기를 워낙 잘쓰시는 분들이 많아 걱정됩니다.
주나라라고 제목을 붙혔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주의 마지막 충신국가였던 정나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태공과 그의 무리들, 주공 단, 주무왕]


윗분들의 활약에 힘입어 주 무왕(희발)은 은나라 주왕을 물리치고 천자로 즉위합니다. 그리고 거대해진 영토를 개국공신과 친척들을 제후로 삼아 나눠줘버립니다. 널리 알려진 봉건제도 이죠. 주나라는 주나라의 첫번째 충신이던 주공단에 힘입어 은나라 부흥세력과 반란세력을 잠재우고 나라의 기틀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된 주나라에도 시간이 흘러가며 주 여왕때 위기가 찾아옵니다. 주 여왕은 서주의 10대왕으로 폭정으로 백성에게 쫓겨나 버립니다. 최초의 민변이라고도 합니다. 그리하여 주 여왕은 도읍을 버리고 제후국에 숨어서 일생을 마감했으며 그 시기 동안 별도의 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나라의 백작이던 화 라는 신하가 다스렸는데. 이것이 공화, 공화국이라는 어원의 유래라고 합니다. 그 주 여왕이 죽고 아들이 선왕은 11대왕으로 올랐고 그리고 그 다음에 서주의 12대왕인 주유왕이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주 유왕은 제후국이었던 신(申)나라 후작의 딸 신비를 정비로 맞이 했습니다. 그녀에게 의구 라는 아들도 얻었고 태자로 임명합니다. 그런데 중국 고대사에는 늘 나라가 망조에 들면 여자가 등장합니다. 꼭 나라가 망조에 들면 여자 핑계를 대지요. 하나라의 말희가 그랬고 은나라의 달기가 그랬듯이요. 주 유왕의 눈에도 한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포사. 물론 빼어난 미모를 지닌 경국지색이었습니다.


이 포사라는 여자는 어떻게 태어났냐하면, 전설에 따르면 하나라 말기에 나타났던 용의 정기가 몇백년 지난뒤 주나라 궁녀에게 들어가 처녀 수태했고, 그것이 상서롭지 못하게 여겨져서 강가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출신이 불분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명확한 배경이 없는 여자였죠. 정비였던 신비는 후작의 딸. 배경은 게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현재 왕의 총애를 받고 있기는 하나 미래가 불투명한 삶을 살고 있었죠. 게다가 신비의 아들이었던 의구는 신비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사를 폭행했습니다. 큰 배경없는 외모만 믿고 까부는 애첩에 대한 무시와 견제를 함께 당했던 것이죠. 그런 상황들은 그녀가 정비인 신비와 태자 의구에게 앙심을 품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그녀는 신비와 의구를 밀어내려고 합니다. 유왕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비로 삼고 신비를 폐위해달라고 요구하죠. 그녀가 계속되는 요구에 그녀를 총애하던 유왕이 결국 마음을 굳히기는 하지만 조강지처와 아들을 내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 속시원하게 이 상황을 해결해주기를, 그리고 자신이 책임을 면피하는 방향으로 이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요.  이때 간신 괵석보가 나타나 명분이라는 이름의 좋은 핑계거리를 주어 유왕이 신비와 의구를 모두 폐하게 만듭니다. 포사는 정비가 되었고 그녀의 아들 백복은 태자가 되었습니다. 괵석보가 왕과 포사의 총애를 받게 된것은 물론이구요.


포사는 웃지 않던 여인이었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어릴때부터 고생을 많이해 즐거움을 모르던 여인이었죠. 비단정도는 찢어줘야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감당하기 힘든 여자였습니다. 쉽게 기분이 다운되는 여자, 하지만 달래기는 어려운 여자. 그녀를 달래려면 오만원권 정도는 눈앞에서 찢어줘야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가라앉히는 여자였습니다. 유왕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어떻게 하면 웃게 만들까 고민했습니다. 앞서 신비와 의구를 폐하는데 명분을 주었던 괵석보가 이번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 유명한 봉화를 올려라 입니다. 거짓 봉화를 올려 달려온 군사들을 보면 포사가 웃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주나라를 망하는데 일조 했던 바로 그 아이디어 입니다. 망해가던 주나라에도 인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백성에게 쫓겨났던 주 여왕의 아들이자 주선왕의 동생, 즉 여왕의 삼촌이었던 정백 우가 그런 식으로 거짓 봉화를 올리면 후에 진짜 변고가 생겼을 때 제후들이 도와주러 오지 않을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물론 유왕은 듣지 않습니다. (정백 우는 정나라 백작 우 라는 뜻입니다. 왕의 동생이었기에 정나라에 봉해진 정나라의 초대 군주입니다.)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를 올리자 제후들은 왕실의 안위를 걱정해 대군을 이끌고 달려옵니다. 그리고 유왕은 아무일 없었다고 이야기 하죠. 제후들은 영문도 모른채 군사를 이끌고 왔다가 돌아가는데 그 모습을 본 포사가 웃기 시작합니다. 많은 병력이 이유없이 뺑이치는 모습을 봐서 즐거웠던 건지, 그만큼 큰 권세가 있음이 즐거움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거짓봉화에 웃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그걸 본 유왕은 그녀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계속 거짓봉화를 올려댔습니다. 그리고 제후들은 점점 정백 우의 지적대로 이 유왕이라는 양치기 소년을 믿지 않게 되었죠.


신비가 폐위되었는데, 신비의 아버지는 신나라의 제후였었죠. 그냥 넘어갈리 없습니다. 신후(신비의 아버지)는 유왕에게 상소하여 "사위 재고해보시지요" 하는 상소를 보냅니다. 유왕은 "신하, 너 한번 혼나볼래?" 로 화답하죠. 그리고 유왕은 정말로 신나라를 치기 위해 군대를 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후의 말에 따르면) 신후는 그런 상황이기에 어쩔수 없이 왕에게 깨우침을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같이 병사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다만 신나라도 유명한 제후국은 아니었기에 그리 큰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백작의 나라였고 신비의 정비간택에 힘입어 막 후작이 된 나라이지요. 초대 군주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아 주나라 개국초기에 봉해진 역사가 깊었던 나라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홀로 대적하기에는 버거웠기에 변방의 민족이었던 견융족까지 끌어들입니다. 같이 싸워주면 호경(서주의 수도, 장안근처)의 보물을 주겠다며 꼬십니다. 융족의 수장은 여기에 동의했고 신,융의 연합군은 호경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합니다.



다급한 유왕은 봉화를 올려서 제후국들을 부릅니다만... 그들은 이미 속을 만큼 속아서 오지 않습니다. 유왕은 괵석보로 하여금 연합군을 막으라 하지만 괵석보는 입만 앞서던 신하. 가볍게 첫 교전에 끔살 당합니다. 그제서야 유왕은 후회를 합니다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죠. 여기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고 살아 남는것이 더욱 중요했죠. 유왕은 수도인 호경을 버리고 도망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런 유왕 앞에 나타난 신하는 정백 우. 정백 우는 유왕을 지키기 위해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음을 눈물로 후회하는 자신의 주군 유왕을 위해 혈로를 뚫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창솜씨는 매우 훌륭했다고 합니다. 겹겹이 쌓인 견융족 틈에서 혈로를 뚫어 유왕을 대피시켰죠. 그리고 자신은 탈출의 시간을 벌기위해 건융족을 막아섰고 일당백의 기세로 싸우며 건융족을 학살하다가 결국 화살고치가 되어 장렬히 산화합니다. 유왕은 정백 우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이내 건융족에 추격당해 포사의 아들이었던 태자 백복과 함께 잡힌 자리에서 바로 참수당합니다. 포사는 포로로 잡혀 견융족의 침실에 오르게 되구요.


유왕은 제거하였으나 이놈의 건융족들이 호경을 떠나지 않습니다. 호경에 눌러앉아 금고를 털고 약탈을 일삼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호경에 눌러 앉을 기세였습니다. 신후 역시 이제서야 후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적은 사위이던 유왕을 혼내주어 외손자였던 의구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는 것이었지 죽이는 것도 아니었고 주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요. 몰래 기별을 보내어 호경의 위기를 세나라의 제후들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군사를 이끌고 와서 이 오랑캐들을 몰아내 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그 나라들은 진(晉), 진(秦), 위(衛) 세나라였습니다. 그리고 정나라에는 군주였던 정백 우가 견융족에게 죽음을 당했음을 통보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주나라를 구하기 위해 밤새도록 군마를 몰아 가장 먼저 호경에 당도한 사람은 충신 정백 우의 아들 굴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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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니 쉬어 가겠습니다.
삼국지도 그렇지만 열국지도 초반이 잘 안읽히는데
그래서 열국지 초반을 좀 가볍게 정리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정나라 삼대의 이야기가 필수이지요.
그래서 정백 우, 정무공 ,정장공  이 정씨 삼대 (사실 정씨는 아닙니다.) 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열국지 초반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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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2/07/21 02:36
수정 아이콘
크..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란시느
12/07/21 03:03
수정 아이콘
확실히 정장공 이후로 춘추오패 나오는 부분은 많이 알려졌는데 정장공을 비롯해 그 이전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지 않더라요.....
꺄르르뭥미
12/07/21 03:17
수정 아이콘
열국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워낙 긴시간/많은나라/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거의 기억은 안나지만...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다음세기
12/07/21 07:50
수정 아이콘
본문중에...
'포사는 포로로 잡혀 견융족의 침실에 오르게 되구요.'

얼굴이 이쁘면 죽진 않는군요
HealingRain
12/07/21 20:07
수정 아이콘
포사, 정무공, 정장공 반가운 이름이네요. 열국지를 고우영 화백의 만화로 처음 접했었는데 고화백의 엄청난 내공이 담긴 작품이다보니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재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Judas Pain
12/07/21 21:04
수정 아이콘
공화의 기원은 두가지가 있는 것 같군요.

공나라의 백작이던 화 라는 신하가 다스렸다는 건 여씨춘추의 주장이고
주정공과 소목공이 공동으로 다스려서 공화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공화의 어원은 후자겠지요. 여씨춘추는 제국을 만들던 시기의 물건이라서
하나사상에 의한 역사적 검열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Love&Hate
12/07/21 21:18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십니다.
실제로 열국지를 읽어봐도 주성왕때 삼감의 난을 진압했던 주공과 소공이
다시금 주나라의 위기때 나타나서 나라를 안정시킨 사건으로 나옵니다.
물론 주공 단과 소공 석의 후예들이죠.

다만 다른 유래인 공백 화 즉 공화의 이야기로 주여왕의 시대를 요약한 것은
그 유래가 재미있기도 하고
열국지는 초반에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매우 산만하고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인물인 주공을 두번 등장시는것보다는 공화를 등장시키고 싶었던겁니다.
열국지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쉽게 요약해 열국지를 읽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것이 저의 목표니까요.

듣보잡 나라 공나라의 작위도 고작(?) 백작이 나라를 다스렸다는 것은 이야기 거리로는 좋지만
역사로 보면 다소 의심스럽죠..
lupin188
12/07/22 00:13
수정 아이콘
춘추전국의 시대로 들어가기 직전의 시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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