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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18 19:20:18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회사 이사 도중 좀 다쳤는데. 이사업체의 사후처리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있습니다.
어제 제 회사가 K모 택배의 이사서비스를 이용해 이사를 했습니다. 포장이사였기 때문에 짐은 전날 거의 다 싸 놓았고, 저는 사무실에 몇몇 사람들과 같이 나와 이동 도중 물품은 잘 적재되는지, 손망실되는 물품은 없는지 등을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거의 짐을 다 실었을 때쯤 터졌지요. 큰 컨테이너 차량으로도 짐을 다 싣지 못해 작은 트럭에 책상을 옮겨싣는데, 무리하게 적재하는 바람에 작은 책상 두 개가 미끄러지는 게 제 눈에 보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제가 엉겁결에 책상이 미끄러지지 않게 붙들려고 했지만 책상 두 개는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중 하나가 제 허리춤에 부딪쳤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땅에 떨어져 모서리가 박살났습니다.)

저는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졌고, 위에서 내려다보던 동료들도 달려나왔고, 이사를 진행하던 소장이라는 분도 "지금 물건이 문제야? 사람이 문제지..."라고 말하면서 일단 누워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등 주위가 부산스러워졌습니다. 병원에 가는 게 우선이다 싶어 회사 동료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처치를 받았습니다. 하필 다친 시간이 점심시간이어서 중간에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했고요.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일단 통증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고 약처방을 받아 돌아왔지만, 돌아오고 나서 이사 업체측 사람들과 부서진 탁자와 제가 다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좀 껄쩍지근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부서진 탁자 문제는 A/S 비용을 물어주겠다는 식으로 어찌어찌 이야기가 되었지만 제가 다친 문제에 대해서는 소장이라는 분이 자꾸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신경을 슬슬 긁더군요. 제가 다친 것에 대해 '보험처리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 라고 저와 제 동료들이 말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우리 차가 움직인 상태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다친 게 우리 책임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이 차(작은 트럭)가 빌린 차라서 차주와 상담을 해 보고 나서야 알 수 있겠습니다"
"이사 중간에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람에 대해 신경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다들 오셔서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데..."
"일단 치료를 받으시고. 하지만 보험처리를 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이런 짝인데. 정말 듣자듣자 하니 나잇살 먹으신 분의 말본새가 참으로 고귀하시더군요.(반어법입니다) 아니. 저더러 두리번거린다 하는데. 저는 포장이사 직원들이 이사 과정에서 회사 물품을 손망실시킬 수 있는 사태를 방지하고, 제 3자가 도난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신들 눈에는 사람이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리고 추가로 가져온 트럭이 빌린 차라서 차주와 상담을 해야 한다 어쩐다 하는데 차주와 해결하실 일이지 제 앞에서 왜 그 문제를 꺼내시는지도 모르겠고, 보험처리로 가면 자신이 켕기는 데가 있어서 그리 하시는 듯 한데. 그러시면 안되지요.

무엇보다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네들의 이중적 행동에 참 기분이 엿같았습니다. 사고 당시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졌을 때에는 "사람이 문제지" 운운하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차가 정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재실수로 물건이 떨어진 건 A/S 비용을 내준다고 하면서 그것에 맞아서 허리를 다쳐 병원에 갔다온 저에 대해서는 피해자라는 걸 인정하는 것도 불쾌해하고, 치료에 대해 보험처리도 하기 고까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저는 그 자들에게 부러진 책상보다도 못하게 취급받은 셈입니다.

일단 그 날은 이사 첫날이기도 하고 해서. 그분이 내일(그러니 오늘이지요)까지 관련 사항에 대해 전화를 주기로 하고 돌려보냈는데. 오라는 전화는 안 오고 전화를 달라고 문자가 오는 겁니다. 좀 화가 났습니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줘야 할 분이 전화를 하게 만든다는 게 납득이 안 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화하고 난 다음 그 부분에 대해 따졌더니 이제는 아예 배째라 식입니다. 마음대로 하라는 투더군요. 배려차원에서 문자를 보냈다는 되도 않는 변명을 하면서 적반하장으로 저더러 말을 그렇게 하지 말라(따지지 말라)는 겁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어제부터 그네들이 했던 황당 발언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면서 제가 안 따지게 생겼냐고 했더니. 되돌아오는 소리가 점입가경이더군요.

"아니 그러면 누가 (물건) 넘어가는 거 잡아달라고 했습니까. 누가 밑에 있으랬어요"

전화 너머로 이 소리 나오자 마자 사고회로가 그냥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느낌이더군요. 고성이 오가다 겨우겨우 진정하고 나서는 내일 오후 두시 이후까지 와서 이야기하자고 통보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참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제가 그 당시. 포장이사 업체가 적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 물건이 손망실당해도 그대로 보고 있었어야 할까요? 손해보는 것 좋아하는 사람 없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나 싶습니다. 아마 그 소장이라는 분은 제가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니 그냥 괜찮다고 말하는 온정주의를 기대하셨나 봅니다만. 그분이 저에게 그렇게 말하게끔 기분을 풀어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다친 것을 탁자 부러진 것보다 못하게 여기는 말만 하고 있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죠.


아주 큰 탁자가 떨어진 건 아닙니다만 뭐가 떨어져 부딪치고 다쳐 본 적이 전에도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이게 오늘 당장은 괜찮더라도 하루이틀 가서 아플 때도 있고, 다행히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좀 아픕니다.) 안 아픈데 드러눕는 치졸한 짓 하기도 싫고 아픈데 괜찮다고 말하는 온정주의를 펼치기도 싫습니다. 별 일 아닌 것 크게 만들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놔두기도 싫습니다.

그 소장이라는 분이, 그리고 K모 이사업체 회사측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생각 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네들이 포장이사 할때 직원들이 왜 내려와 있는 건지. 그리고 당신들의 무리한 적재 실수로 손망실당하는 회사 물건을 내가 그냥 보고 있어야만 했는지.(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몸으로 붙잡지 않았다면 책상 두 개 이상 깨졌을 겁니다.) 책상 비용 규정에 따라 물어주는 건 괜찮고 사람 다친 비용 규정에 따라 처리해달라는 것은 뭐가 그리 두려우신지. 그리고 사람이 먼저라고 하던 태도는 대체 어디에 갖다 파셨는지.


- The xian -

P.S. 업체의 이니셜만 공개하는 이유는 괜히 꼬투리를 잡힐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사고를 일으킨 책임자인 해당 소장의 명함도 있고, 같이 본 제 동료도 있고, 그 때 같이 떨어져 부서진 책상도 사무실에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같지 않은 사람과 더 이상 대면해서 성질 긁히기도 싫으니, 내일 대면 이후에도 헛소리가 자꾸 나온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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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8 19:25
수정 아이콘
잘 처리되길 바랍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책임져야하는 일엔 이리빠지고 저리빠지고 그러려고 하죠-_-
켈로그김
12/07/18 19:34
수정 아이콘
차라리 사람 다친거 물어주는게 나을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과적재로 민원 들어가서 회사 업무에 차질 생기는 것 보다는 말이죠.

제가 The xian님 입장이라면, 어떻게든 빅엿을 먹일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그 이삿짐 센터의 부적절한 행위들(과적재를 비롯하여 각종 안전수칙 준수여부)을 꼬투리 잡을지도..
늘푸른솔솔솔
12/07/18 20:23
수정 아이콘
법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피하지 않았다면 다쳤을 위치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The xian 님 판단으로 움직이셨다가 다치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 문제는 잘잘못을 가리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어쩌면 법정까지 가도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아시는 분이 댓글 달아주시겠지만...
저도 가구 넘어갈 때 저게 내 발등에 떨어지면 얼마나 다칠까 이런 생각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바람에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차후 보상이나 이런 것과 상관 없이 정말 위험한 행동인 것 같습니다.
뼈에는 이상 없다니 다행이네요.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토쿄일파
12/07/18 21:01
수정 아이콘
좀 애매한 부분인것같은데요. 책임소재가 애매한 부분인 것 같은데. 저런 부분에 대한 비용 규정이 있을까 과연 있을까 싶은데; 누가 사고를 낸것이아니라 과적재된 차량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잡다가 다쳤다고 하면 그게 이삿짐센터 잘못인지 떨어지는 물건을 잡은 사람 잘못인지 과실을 어떻게 따져야하는지요.
Dear Again
12/07/18 23:06
수정 아이콘
더러운 사람들이랑 직접 상대하지 마시고.. 회사를 통해서 하면 안 되나요?
어차피 저 쪽에서 안 해줘도 회사에서 처리해줘야 하는 거 같은데...
12/07/18 23:11
수정 아이콘
쾌차하시고 잘 처리되길 바랍니다.
12/07/19 01:26
수정 아이콘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상황 자체가 애매하긴 하네요.
다음부터 그런 일 생기면 물건 부서지거나 말거나 내버려두세요. 부서진 물건이야 보상 받으면 그만이지만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니까요.
억울하면,테란해!
12/07/19 05:38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빨리 잘 나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꼭 이기셨으면 좋겠네요...
아영아빠
12/07/19 17:38
수정 아이콘
사람이 중요하지 왜 그걸 몸으로 받아요....
The xian님 무식쟁이야...ㅠ.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12/07/19 23:06
수정 아이콘
이사짐업체에서 시안님에게 도와달라거나 잡아달라거나 요청을 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업체의 책임이
명백한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 님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몸을 던져서 일어난 사고라서 업체가 책임질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한데 어쨌든 사람이 다친 일이고 도의적 책임이란 것도 있는 것인데 소장이란 사람이 대응하는 태도가
좀 아쉽네요.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최초의 원인제공을 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좀 더 성의있게 대응해줘야죠. 어쨌든 많이 안다치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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