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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02 18:51:39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경)마눌님 생신(축)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끄적거려 보겠습니다.

----------------------------------

[기]
저는 다몽다몽한 소년이었습니다.
꿈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가세가 기울며, 입에 풀칠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저는 어느새 다재다능한 소년이 되었지요.

베란다 창 샤시 설치도 뚝딱 해치우고,
하수도 배관공사도 뚝딱, 자동차 엔진 조립도 뚝딱, 닭 내장 제거도 뚝딱, 성인만화 콘티도 뚝딱, 사주팔자 혈액형 읽을거리도 뚝딱,
금나와라 뚝딱.
그러다 집나왔다 뚝딱.

하고픈걸 하고 살 정도로 여유가 생기자
예체능 위주로 자기계발도 하고,
(서울대 가려면 국영수 위주로 하는걸로. - 장동건처럼 읽어주세요.)
살며 속썩은 일들, 좋은 사람들 만나서 썩은 속을 알콜로 소독도 열심히 했습니다.

여차저차 나름 즐겁고 충실한 인생을 산 듯 했고,
결과물인 켈로그김은 그 모습은 엉망이지만, 어쨌든 인간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던 듯 합니다.


[승]

그러다 The 마눌님을 만났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노량진 (구)정진학원 재수 종합반.

그녀가 2학기 반으로 처음 교실에 들어오던 날,

수펙스라는 패셔너블했던 강사(男)의 털난 젖이 반투명 상의에 비쳐보이길래
"브라라도 하고 오시지.." 라는 개념반 배려반 변태많이 발언으로 마눌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모의고사 치고 회식하던 날엔
노량진 대로변에서 거침없이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는 호연지기도 보여주었지요.


그렇게 우리의 연애는 아름답게 시작되었습니다.


[전]

저는 점점 The 마눌님이 탐이 났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할 일상이 무척 기다려졌지요.
결혼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중간에 제정신을 차리면 결혼이 무산될 수도 있었기에
폭풍처럼. 드론도 뽑지않고 영혼을 건 러쉬를 감행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집도 돈도 없었지만, 대한민국엔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훌륭한 금융제도가 있었고,
사글세라는 더 훌륭한 주택공급 제도가 있어,
개털이라는 현실따윈 별 문제될게 없었지요.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

결혼생활은 새로웠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죠.
낯설음도 새로운 희노애락이고 생활이니, 힘듦이 그 것을 대표하지는 못합니다만,

거세시킨 수많은 가능성들이 가끔 마음을 뒤흔들어 아쉬움이 살짝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삼국지의 영웅들처럼 원대한 포부는 아닐지라도, 일단 나도 원대 졸업생이고요.

나름대로 바라던 스스로의 모습들이 있었다는 거지요.
소시민의 꿈이라고나 할까..

The 마눌님을 향한 사랑과 고마움이야 음식쓰레기 버리러 갈 때 빼고는 항상 충만합니다만,
고개를 들어 저기 저 행복해보이는 기러기 남편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도 사실입니다.



[긍정(수습)]

타짜에서 고니가 말합니다.
"사랑은 유한하고 의리는 영원한 것."
저 역시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보다는 근성이 최고다 대류. 우와아앙?

다른 이야기로,
제 값을 주고 산 물건은 떨이로 산 물건에 비하여 애지중지 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거래에서, 비싼 물건은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The 마눌님과 옵션으로 딸려온 일상은.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나 자신을 걸고 교환한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울궈먹고, 우러내어 본전을 뽑을 계획입니다.

그것이 약간이라도 아쉬워한, 거세된 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혹시 모를 사랑의 유한함에 대처하는 기본자세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체형부터 개그센스까지 닮은 사람들이기에.
당신도 나와 같을거라고 감히 바라봅니다.
어쨌든 아직은 사랑합니다.
걱정마세요.

--------------------------------------------------------------------------

엊그제가 아내 생일이었습니다.
미역국을 끓여바치고, 케익과 포도주를 대령하였으며,
센스있게 초 갯수도 하나 빼고 꽂아주었죠.

하지만, 그건 양력이고 음력이 남았다고 하길래..;;
음력은.. 연애편지로 떼울 요량으로.. 먼저 연습을 해 봤습니다;;

미리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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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독백
12/07/02 18:55
수정 아이콘
수습을 하시는걸 보니까 pgr을 아내분께서 아신다는 말씀같기도 한데..
과거를 다 알게되었어도(..) 행동에 변화가 안생겼는지 궁금합니다.'');;
라는 개인적인 궁금증은 뒤로 하고, 행복하시겠네요.
좋아보입니다만 부럽지는 않습니다. 정말이예요.(..)
12/07/02 19:00
수정 아이콘
노량진 대로변에서 거침없이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는..

역시!!

아내분 생일 축하드립니다^^ [m]
내사랑 복남
12/07/02 19:04
수정 아이콘
[승]이 가장 아름답네요.
녹용젤리
12/07/02 19:07
수정 아이콘
貴宅 書齋의 책상서랍은 안녕하십니까?
불멸의이순규
12/07/02 19:07
수정 아이콘
한문단이 유독 크게 보이는던 제가 피지알러인 까닭이겠죠. 크크크. 축하드립니다!! [m]
꼰이음표
12/07/02 19:12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을 아내분을 위해 댓글을 남겨야겠네요.
결혼 정말 잘 하셨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모습,
단지 제가 그런 성격과 비슷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켈로그김
12/07/02 19:19
수정 아이콘
이게 바로 꿈보다 해몽!;;
이대로 편지를 써서 줄 수는 없지만,
사실, 제가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가 그겁니다..
"나 자신을 걸고 얻은 마눌님이니만큼 소중하게 대하겠다. 당신도 나를 선택하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했을테니..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살아보자"
이런거.. 흐흐;;
이렇게 대놓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는게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뭐.. 경사라면 경사 아니겠습니까..;;
좋은 일은 나누는게 제 맛이겠죠~;
담배피는씨
12/07/02 19:13
수정 아이콘
[승]에서 감명 받았습니다..
역시 사랑은 거침이 없어야 성공 하나 봅니다..
아이 넘의 걸리적 거리는 마인드 부터 고처야 하나는데..
원대하지 못한 원대인이라서.. 크크
아내분 생일 축하드립니다^^ (3)
12/07/02 19:23
수정 아이콘
역시, 생기기 위해서는 폭풍러쉬와 호연지기가 필요하군요. 과감히 싸고 누고 맛보고 찌르고 맞고 촛불을 켜며 역사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모든걸 보여주며 들이대신 분은 훅가고, 거침없이 싸던 분은 수습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만..

아내분 생일 축하합니다. (4)
12/07/02 19:26
수정 아이콘
알흠다운 글이군요.. 근데 켈로그김 님의 반쪽께서도 켈로그님에게 편지를 쓰시나요?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울 것 같아서 말이죠..~

무튼, 와이프 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초는 아껴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럽니까..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언제든지 지원해드리는 걸로..~
취한 나비
12/07/02 23:04
수정 아이콘
하하,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글입니다.
어제 장동건씨가 김하늘씨에게 같이 살자고 하더군요.
저 또한 만날 때 마다 제 연인에게 하는 건데 말입니다.
다음 주 신사의 품격을 보지 않는 한 김하늘씨의 답변을 알 순 없지만
제 연인의 답변은 늘 같습니다.
그 답변이 다를 날을 기다리네요.

아내분 생신 축하드립니다.
12/07/02 23:18
수정 아이콘
마눌님에게 pgr의 존재를 절대 알려주지 마세요
눈시BBver.2
12/07/03 01:06
수정 아이콘
우왓 축하드립니다 ^^
하이히트
12/07/03 10:33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지금의 와이프를 재수할 때 만났었죠...!
그게 벌써 십...팔년 전....크..왜 하필 18년이냐..

아무튼 앞으로도 두분이서 즐겁고 유쾌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고) 연애의 시작은 재수학원...이거슨 진리..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만약 내 딸이 재수를 한다면..난 절대 반댈세...^^;
맥주귀신
12/07/03 10:50
수정 아이콘
크크. 축하드립니다.
전 재종반 강사인데, 몰래 연애하는 우리반 아이들....
규정상으로는 짜르는 게 맞는데 그리고 담임인 내가 자르겠다고 하면 위에서도 무조건 받아줄텐데... 이것들을 어찌해야하나요. 크...
공부엔 소홀할지언정 가만 놓아둬도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사는 걸 보니 냅두는 게 맞겠죠?
MC_윤선생
12/07/03 13:01
수정 아이콘
저도 6월 30일이 사랑하는 마눌님 탄신일이었지요.
그래서 무엇보다 원하는 바를 선물해주고자, 집에 늦게 들어갔습니다.

음.. 마누라도 친구들하고 밤새 노느라 안 들어왔다지요..

밤새 LOL.. 했습니다.
아영아빠
12/07/03 18:24
수정 아이콘
오래오래 가시길 바랍니다..
(비꼬는 것 아님..ㅠ.ㅠ....저처럼 되지않으시길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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