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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25 16:52:37
Name 중년의 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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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2011년작 2편의 영화를 보고난 잡상 (스포있습니다)




심오한 철학이나 영화이론은 아닙니다. 그냥 잡상입니다.   이것저것 평소에 생각하던 내용입니다.

두편의 2011년제작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러시아, 하나는 일본 작품입니다.    둘 다 청소년층이나 더 낮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입니다만, 그 안에 담긴 의도는 더 심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 측에서 보면 안좋은 의미입니다.)

이후 잡상에는 이 두가지 영화는 물론 다른 영화들에 관해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두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께서는 이 글을 스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연령층대는 50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생각에 좀 고리타분한 면이 많습니다.  따라서 중년의 답답한 사고방식을 싫어 하시는 분들께서는 많은 양해를 구합니다.

다루고자 하는 두 작품은 러시아산의 '8월 8일'과 일본산인 '코쿠리코의 언덕에서' 두 작품입니다.


(다음부터 나올 내용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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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영화 8월 8일은 러시아의 그루지아 침공 사건을 소재로한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상상의 나래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러시아산 트랜스포머라는 광고 문구로 소개되고 있지만, SF 영화 쯤으로 치부하다가는 큰 일날
작품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루지아 (조지아)는 테러 수준으로 무자비하게 민간인이나 공격하는   악의 축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트랜스포머로 시작해서 콜오브 듀티로 진행되는 멋진 진행을 보여주는데, 초등학생의 엄마인   주
인공 여성은 연약한 자본주의의 성적인 착취 대상에서 모성을 통해 강한 러시아 여성으로 거듭나며,  처음에는 마마
보이에 여자나 희롱하는 러시아 군인 아저씨는 알고보니 진정한 영웅이었다라는 구도로 흘러갑니다.   푸틴은 안나
오지만, 러시아 대통령은 빼어난 지도자로 그려지며, 작년 푸틴의 대통령 선거 가도에 다분히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러시아 만세' '군인 만세' 함성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군집한 조지아 군을 쳐부수는 러시아 항공기는 아이의 시점에서처럼 나쁜 외계인을 쳐부수
는 영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2011년작 '코쿠리코의 언덕에서'는 광고 카피가 지브리에서 선사하는 첫번째 사랑 이야기라는데
'첫사랑' 이야기는 맞지만 첫번째 '사랑'이야기라면 '귀를 기울이면'은 어디에 팔아 드신 것인지..   1964년 동경올림
픽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보아 196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요코하마 근처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풋풋하고 건전한 사
랑 이야기인것 같긴 같은데 보는 내내 소름이 돋고 오한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일본 국수주
의의 맨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당시 시대 모습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면서,
올곧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바른 생활 청소년 두명이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 속에 가장 끔직할 정도의 무서움이 느껴
지던 장면은 학생회의 모습이었습니다.   80%의 학생회관 철거 찬성여론 속에서 철거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소수의
철거 반대파의 수장 격인 남자 주인공이 일어나 다수의 횡포를 기성세대와 다를 바 없다면서 비판하고, 연단으로 뛰
어나가 호소하자 다수파가 연단 점거를 시도하고, 소수파는 스크럼을 짜서 막는 모습은 마치 이전 일본 국회의 한장
면을 보는 듯 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교장선생님이 온다는 신호에 따라 학생회장이 교가를 선창,  전교생이 일괄된
모습으로 교가를 부르는 모습,  그것이 바로 일본의 국수주의가 지향하는 모범적인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제 해결의 장.   철거 찬성입장이었던 여학생들이 솔선수범하여 모두 같이 학생회관을 청소하고,
철거를 그대로 진행하려는 이사장을 찾아가 하루종일 반듯하게 앉아 인내하고 기다리니 만나본 이사장은 의외로 말
이 통하는 멋진 어른이었고,  당연한 수순으로 풀어져나가 학생회관은 보전,  위기에 처했던 주인공 남녀의 막장 드
라마도 무사히 해결됩니다.

청년시절 전공투쟁을 겪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감독을 안했어도, 스토리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때, 상
당히 기존 작품들과는 시점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점은 반딧불의 묘지와도 다른 성격의 전환입니다만,
아무래도 일본의 위기의식이 이런 이상한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우리는 위기다.  하지만 걱정하
지말자.  우리는 과거에도 해냈고, 이번에도 할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일본(기성세대)를 믿어보
자 라는 말이 들린다면 과언일까요?

우리의 입장에서는 두 작품 모두 거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러시아나 일본 자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땠
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국민 입장이라면 두 영화 모두 정말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마치 아바타의 주인공이 인류의
입장에서는 배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처럼 말입니다.   아마 아바타2에서는 인류와 나비족 사이에 무언가 화해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하는 중입니다.  지금 미국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을때 충분히 그럴 것 같습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영화 작품들은 지나치게 기성세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와서는 고길동은 대인배였고, 둘리는 민폐지왕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에 일본 작품들을
보면 부정적인 어른세대도 있지만, 항상 긍정적인 어른세대가 있어서 주인공을 이끌어주고, 은연중에 관객층인 청소년
계층에게 기성세대도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무로 레이에게도 교정의 한방을 날려주고, 란바랄을 통해 길을 제시해주며, 나우시카에게는 유파가, 라퓨타의
파즈에게는 돌봐주던 광부부부와, 이끌어주는 공적 할머니가 있었으며, 방황하는 키키에게는 빵집 부부와 케익구워주는
할머니, 보물섬에서는 실질적인 주인공 실버가 있습니다.   군국주의의 표상이라고할 우주전함 야마토에서의 함장님이야
말할 것도 없으며, 나디아의 네모선장과 삼총사 모두 멋진 기성세대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능력한 것 같던 짱구아빠도 할때는 하며, 짱구 엄마도 '짱구가족 출동' 구호와 함께 인류를 구한 적이 한두번이었나요?
이런 작품들을 보고자란 아이들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인식이 각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대결구도에서 (초밥요리건 테니스건 빵굽기던) 그자리에는 항상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심사단이 있었으며, 그 심사단을
구성하고 있는 세대는 기성세대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있다.   그런 가르침이 숨어있는 작품들에 대한 무서움을 그동안 계속 느끼고 있었다면, 이번에 본
두 작품은 은연중이 아니고 대놓고 그것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름이 끼치는 영화 두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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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간 충달
12/06/25 18:31
수정 아이콘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절망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다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겁니다.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빈민촌이었던 어떤 섬에서 행한 실험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실험의 목적은 "절망스러운 환경이 범죄자나 사회부적응자를 야기하는가" 즉 가난, 가정불화, 교육결핍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후에 사회부적응자가 될것인가를 관찰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대체적으로는 예상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회 하류층에 머물고 약물중독, 알콜중독 등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근데 그러지 않았던 아이들이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그러한 환경속에서도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훌륭한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이러한 와중에 15%의 아이들에게서 성격적으로 공통점이 발견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긍정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발전시켜서 비정상인을 치료하는 심리학이 아닌, 정상인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심리학에 대한 논의가 2000년 이후에 활발히 진행되었고 여기서 이러한 성격적 특성을 '회복탄력성'이라고 정의하게 됐다고 합니다.

제가 왜 이 개념을 설명했냐면 그 15%아이들에게서 또 다른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절망에 빠졌을때 힘이 되주고 위로가 되어주며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선생님이 되고, 때로는 현자가 되어준 "어른"이 존재했다는 점이죠. 기성세대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들의 안내가 있기에 나아갈 수 있다고 보구요.

'Up'이라는 작품을 보며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어떻게 화합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결국 주도권은 기성세대가 쥘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세대에게 기성세대는 믿고 따르는 대상일 순 있으나 근본적으로 인류가 발전한다는 가정하에 기성세대는 뛰어넘어야 할 대상입니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단점에 집중하게 되어있으며 그것을 보완하여 발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보이고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날아간다고 하는데 그 알 껍질이 기성세대라고 봅니다. 언젠가는 깨어져야할 보호막. 부셔버려야 할 울타리. 그런 존재죠.
따라서 극복대상인 기성세대를 적대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전복하고 부정하게 되면 자신들이 나아가야할 방향마저 잃게 될겁니다. 그렇기에 결정권은 기성세대에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무너져 줄것인가. 껍질이 너무 쉽게 깨지면 새는 일찍 죽어버리고 맙니다. 그렇다고 그 껍질을 단단하게 틀어막으면 발전은 있을 수가 없지요.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는 기성세대가 손에 쥔 것을 어떻게 놔주는지에 대해 경험이 덜 되었다고 봅니다. 급격한 성장이 원인이겠지요. 허나 그러한 푸념을 하던 시절에서 이미 한세대가 지났습니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어떻게 기성세대가 가진것을 놓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Grow랜서
12/06/25 20:11
수정 아이콘
댓글 추천 기능이 시급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공안9과
12/06/25 20:24
수정 아이콘
8월8일 이란 영화는 '5일 간의 전쟁(5days in August)' 을 내내 떠오르게 해주죠.
아무리 21세기 글로벌 디지털의 시대라 할지라도, 나라가 힘이 없으면 처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
구밀복검
12/06/25 20:28
수정 아이콘
음...고쿠리코 언덕에서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붉은 돼지라든가 반딧불의 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원령 공주 등, 그간의 작품들을 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군국주의나 국수주의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진 않았을 거라 여겨지네요. 조만간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12/06/25 20:36
수정 아이콘
전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영화관에서 봤는데

최근에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서도 좀 비슷한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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