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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13 06:17:02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창군 - 빨간 마후라



부제 : 뭘 생각하고 들어오신 거예요? ^_^)


"내가 죽으면 군복을 입혀서 묻어 달라"

최용덕, 그는 중국에서 김원봉과 함께 의열단으로 활동하다가 보정 비행학교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조선인 비행사 서왈보를 만나 중국 중앙공군에서 활약하죠. 안타깝게도 서왈보는 비행사고로 사망해 여기 참가하지 못 합니다. 그 전에 중국군 내에서 조선인 비행사를 양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노백린 역시 해방을 보지 못 했죠.

해방 전이나 후나 비행기에 대한 동경은 다들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중국군에 들어가 독립운동을 하든, 일본군에 들어가든 많은 사람들이 공군을 원했다고 하네요. 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중국 공군 창설 후 군관학교 교관부터 공군기지 사령관, 공군지휘부 참모부장 등을 거치며 중국 공군에서 활약했습니다. 그가 떠날 때 장개석이 그냥 남아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죠.


당시 중국 공군에서 오토자이로(오토바이 아니 헬리콥터)를 몰 수 있는 유일한 이였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엘리트였으니 나름 풍족하게 살 수 있었을 건데, 자신의 봉급 70%를 독립운동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광복군이 창설되자 총사령부 참모장까지 이르렀죠.

그리고 해방 후, 그는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그는 공군 출신들을 모아 "항공건설협회"를 조직하죠. 이렇게 한국 공군을 만든 7인이 모입니다.


권기옥 여사. 조선인 출신 최초의 여자비행사이자 중국 최초의 여군조종사입니다. 별명은 "공군의 아주머니"였죠. 공군 창설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여자라서 그런 건지 7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초대 항공사령관 이영무를 빼고 (납북 혹은 월북 -.-) 넣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 외에 장덕창, 박범진, 김정렬, 이근석, 김영환, 이영무까지... 이들이 공군의 기초를 쌓은 7인입니다. 장덕창은 일본군에 들어가진 않고 민간인 조종사로 일 했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군 출신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항공건설협회는... 역시 미군정에게 해산됩니다. (...) 군사영어학교-남조선경비대에 정식으로 들어가라는 거였죠.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최용덕은 이렇게 그들을 설득합니다.

"우리가 500여명의 항공인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항공부대가 창설만 된다면 병이면 어떠냐, 이순신 장군의 ‘백의 종군’의 정신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가 이등병으로 입대하는 것도 뜻이 있지 않느냐"

이후 그는 조선경비대에 들어갔고, 정부 창설 전에 통위부 직할로 항공부대가 창설됩니다. 아직까지는 그냥 연락 업무 수행 수준, 48년 7월 27일에 항공기지부대로 개칭돼 김포로 갔지만 여전히 항공기 1기 없는 상태였습니다. 병력도 105명 뿐이었죠.


하지만 기록에 안 나와 있을 뿐, Ki-9 같은 일본이 남기고 간 것들로 훈련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는 남아 있죠. 정식으로 넣으면 미군이 못 가지게 할 테니 일부러 안 넣었거나 미군에서도 봐 준 거겠죠. 원래 일본 게 수백대 단위로 남아 있었는데 -_-; 다 들고 가고 고철로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48년 9월에는 "육군항공 사령부"로 승급됐고, 이 때에 이르러 L-4형 연락기 10기와 L-5형 연락기 10기를 인수합니다. 이 이후에야 감격적인 공군 첫 편대비행을 실시했죠. 49년 1월에는 육군항공사관학교가 정식으로 설치됐고, 10월 1일에 이르러 마침내 공군이 육군에서 독립합니다.


L-5의 편대비행

"우리 공군은 엄정한 군기아래 깨끗하고 씩씩하며 서로 도와 단결하여 책임을 완수하고 나아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라는 신념을 가슴에 안고 말입니다.

자... 공군은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데 비행기는 없습니다. 미국은 여기서도 비행기를 주지 않았죠. 어떻게 해야 될까요.

... 또 국민헌금을 걷었죠. 이게 시기상으로 더 앞이겠습니다만.


건국기 10호기 경북호

"우리 비행기를 우리 힘으로"라는 기사가 모든 신문에 실렸고, 국민들이 열심히 돈을 모읍니다. 이렇게 3억 5천만원이 모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에도 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캐나다까지 가서 겨우 항공기 구매 교섭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온 것이 AT-6 택산 훈련기입니다. 훈련기 내지 정찰용이긴 했지만, 기존의 L-4/5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죠. 이것이 건국기, 백두산함처럼 전국민의 피땀이 녹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이 배도 사 주고 비행기도 사 주는데 댁은 국민에게 뭐 했수


이들이 서울 하늘을 난 것은 1950년 5월 14일, 많은 이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멋진 편대비행을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 봐야 당시 소련이 북한에 지원하고 있던 전투기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죠. 이렇게 개전 당시 공군은 압도적인 전력차에서 제대로 된 전투기도 얻지 못 한 채 시작하게 됩니다. 방법이 없어서 폭탄과 수류탄을 직접 안고 이륙해서 손으로 투하하는 수준이었죠. 나중에는 바주카포를 들고 타서 쏘기도 했습니다. -_-;

그리고 그 이후에야... 또 미군이 줬죠. -_-;


급히 10명의 조종사가 일본에 가서 훈련을 받고 F-51 머스탱을 훈련받고 온 후, 미군의 증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제 경공격기 FA-50(훈련기 버전은 T-50)이 개발돼서 미국에도 막 팔려고 하는 걸 보면 이 역시 상전벽해죠.


이후에는 온갖 위험한 작전에 투입됐고, 많은 전사자를 낳습니다. 공군 최초 7인 중에도 전사한 게 2명이나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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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친일파 논란은 공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 7인 중 5인이 일본군 출신이었으니까요. 93년에는 공사생도가 초대 공군참모총장인 김정렬(당시 최용덕은 국방부 차관)의 동상 건립을 반대했고, 최근에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공군이 선정한 역사적 인물 셋 중 두 명을 제외하라고 주장했죠.


1950년 7월에 적 대공포에 피격 후 전차에 자폭한 이근석과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것으로 유명한 김영환입니다. 나머지 한 명은 당연히 최용덕 장군이구요.

마침 이런 친일파 논란에 반론을 한 인물이 공군에 있습니다.


(일본에 남겠냐는 상관의 질문에) "돌아가야 됩니다! 돌아가면 반드시 우리 군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운 것이 그거 아닙니까? (보복할 거냐는 질문에) 아니, 우리나라를 지켜야 할 거 아닙니까?"

"조선인 사관학교 선배들은 우리에게 늘 '일본이 진다. 우리나라를 곧 찾게 되니 죽지 말아라. 일본을 위해서 죽으면 안 된다'고 강조를 했어요. (중략) 그럼 중국의 장개석 장군을 일본을 위해서 육사를 갔겠어요? 우리는 113명인데 중국은 1203명이 일본 육사로 갔어요. 자기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자기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제일 가깝고 가기 쉽고 배우기 쉬운 게 일본이예요. 일본은 '자기들이 가르쳐 놔야 일본에게 잘해주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장개석을 보라고 절대 아니란 말야. 서재필 씨도 일본 도야마가쿠에서 배우고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한테 있어서 8.15 해방은, 나라 없이 일본 군대에 속해 있다가 한국을 위해서 한국 군인이 된 거예요."

공군 대장으로 전역한 장지량의 말입니다. 흥미로운 건 저 말을 했던 선배가 일본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위치까지 오른 김석원의 아들 김영수였다는 것이죠. 정작 그는 필리핀에서 전사합니다만 =_=;

그의 생각에 대한 평가는 둘째 치고 저런 생각을 했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동경하면서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했던 독립운동가가...


김일성이거든요 (...) 그의 회고 시작부터가 김일성의 무용담을 듣는 것입니다.

그는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와 김일성이 평양에 있다는 말을 듣고 평양에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김일성이 가짜다고 생각하고 다시 내려왔다고 하는데, 이후 국군에 들어와서 따랐던 이도 좌익으로 숙군됐던 인물, 그도 잘못했으면 숙군에 포함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_-; 하필 자기 친일 변명하겠다고 좌익은 물론 김일성을 동경해서 왔다고 꾸미기는 좀 그렇거든요. (...)

그의 회고에 미심쩍은 부분은 많습니다만 (회고록은 그래서 의심하면서 읽어야죠) 이 부분은 그렇진 않은 것 같고, 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보시는 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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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상징은 역시 빨간 마후라입니다.



영화로도 나왔죠. 대만에서도 대박이 나서 빨간 마후라 군가를 자기네 공군에서도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통설은 1951년에 김영환이 형수의 치마 색깔을 보고 (흐음-_-! 참고로 형은 초대 공참총장 김정렬입니다) 남은 천을 얻어서 머플러로 두른 것이었다고 합니다. 빨갱이도 아니고 왠 빨간 색이냐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데, 세 배 빠르니까가 아니라 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전 공군에 유행하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에는 국민들에게도 공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위에서 말 한 장지량이 끼어드는데, 오히려 빨간색을 싫어하는 게 김영환이었고 자기가 밀어붙인 거라고 하죠. 이런 끼어들기는 하나 더 있는데 좀 결정적인 거라서 그의 회고록을 의심해 봐야 되는 이유가 됩니다. 그건 그 때 가서 얘기하도록 하죠.


이 빨간 마후라 영화 주인공의 모델은 김구의 아들, 김신입니다. 그는 국군에 들어가 공군에서 활약했죠. 김구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전방보다는 후방에 많이 배치됐다고 합니다.


이건 아들과 손자에게도 이어져서 아들 김양도 공군 중위까지 지냈고, 손자 김용만 역시 현재 공군에서 일 하고 있죠.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군요. 해군 편보다 뭔가 긴장감도 없고 @_@) 제가 공군빠가 아니라서 그런가 봅니다.

한국 공군의 활약에 대해서는 본편에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 육군 얘기와 당시 상황 얘기를 하다가 6월 25일이 되면 본편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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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2/06/13 06:56
수정 아이콘
비행하면서 바주카라니... 나름 미사일 공격인가요 -_-;;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거 많이 알게 됩니다.
ridewitme
12/06/13 07:27
수정 아이콘
네, 전 타락했습니다...크크크 [m]
12/06/13 07:58
수정 아이콘
공군의 어머니도 아니고 아주머니라이...크크크
12/06/13 08:16
수정 아이콘
빨간 마스크인 줄 알고 괴담 동지가 생겼는 줄 알았더니 크크크크
아무튼 광복 후 창군 당시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m]
그리메
12/06/13 08:46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빨간 마후라인줄 알았습니다. 그 분들 요즘 모하시려나요.
창군의 열정은 육해공 전부 봐도 애국심으로 뭉쳤었군요. 어디까지가 친일이고 항일인지 근현대사를 보면 저조차 헷갈릴때가 많습니다.
12/06/13 10:09
수정 아이콘
난 안속았다! 안속았다고!! 는 개뿔...
예전에 봤던 '청연'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고 장진영씨 주연의..
다들 재미없다고 보지 말라고 말리는걸, 장진영씨가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로 보러 갔던... 흐흐..
12/06/13 12:00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공군 에이스의 영향일까요? 저는 이 캐치프레이즈가 3군 중 가장 마음에 들더라구요 흐흐
몽유도원
12/06/13 12:55
수정 아이콘
아... 난 썩었어....oTL...
지나가다...
12/06/13 17:07
수정 아이콘
글쓴 분을 보고 그게 아닌 걸 알았지만, 제목만 봤을 때는 저도 그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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