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5/16 23:43:51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그날]5.18....후추알(1)
눈시BB님이 오늘을 다루시길래...전 그날로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눈시BB님이 전체적 면을 다루신다면 전 5.18의 당시와 현재를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싶군요.

1980년 5월 18일, 저는 당시에 그곳에 없었습니다. 아니, 존재조차 없었지요.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쓸수 있는 건 돌아가신 할아버님과 현재 생존해 계신 할머니를 통해 그 이야기를 수없이 전해 들었고, 전남대에서 놀면서 질리도록 들었습니다.

할아버님의 말씀을 지금 되짚어보면, 17일 밤이 시끄러웠지만 술을 한잔 하셨던 관계로 일찍 주무셨다고 합니다. 당시 저희 아버지는 군생활 중이셨고, 작은아버님은 고등학생 다른 고모님들은 타지역에 계셨죠.

하지만 18일, 일이 터지고 맙니다. 지금이야 전남대 후문은 굉장히 번화가이지만 당시 전남대로 들어오는 길목은 정문 뿐이었고, 광주 사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지금이야 전대정문으로 연결된 도로는 넓습니다. 하지만 전대 정문 -> 광주신역으로 들어오는 길은 왕복2 2차선인데, 그 이유는 당시 정문이 복개가 되지 않고 밑에 용봉천이 흐르고 그 위에 2차선 다리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힌 파랑색 철문앞에는 무장한 일단의 병력이 학생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이전에 학교 내에 있던 학생들은 군인들에 의해 폭행당해 감금당합니다. 그리고 전남대는 그 이후로 광주 상무대와 함께 학생들을 끌고와 감금, 고문하는 곳이 됩니다. 5.18 이후로 교내에서 시신이 나오기도 했지요.

군인들이 학생들의 등교를 저지하자, 학생들은 학교 폐쇄를 풀라면서 시위를 시작합니다. 시위가 거세지자 군인들은 해산하기 위해 사격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무차별 총격에 쓰러집니다.
많은 분들이 518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계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엄밀하게 김대중 때문에 518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당시 투입됐던 군부대들이 광주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발포했고, 그분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으로 일어난 겁니다.

전개 과정은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눈시BB님이 해주실 거라 생각하지만...말입니다...

518 희생자분들은 초기에 망월동 묘지에 묻혀계셨습니다. 유가족들이 따로 망월동에 모신것이 아니고, 도청에서 살해당한 분들을 군인들이 새벽에 청소차로 한꺼번에 실어와 묻은것으로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부상자나 이후 사망하신 분들이 이쪽으로 모셔지게 됩니다. 이후 구타로 사망하신 강경대 열사와 강경대 열사 사망사건에 항의하고,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면서 분신하시고 사망하신 박승희 열사도 이곳으로 모셔지게 됩니다. 네....망월동은 광주사람들에게 있어서 망월동은 잊어서는 안되는 분들이 묻힌 곳입니다.

광주사람들이 친야, 그것도 민주당 성향이 강한 건 간단합니다. 5.18에 대해서 지금까지 여당의 어느 누구도 사과와 사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했을때 광주의 분위기는 정말....장난이 아니었죠...김대중 대통령도 피해자였지만, 518 유가족이나 부상자 역시 피해자였고, 이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김영삼이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끌어올렸지만, 김영삼은 사과를 해야할 사람은 아니었죠.

5.18은 광주사람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70명의 실종자가 존재합니다. 공수부대장의 증언등을 통해 개별적 암매장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공수부대 주둔지에서 암매장된 희생자들이 속속 발견된 점 역시 이들이 어딘가에 암매장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종자의 가족들은 이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시지요.

일부 수꼬르 분들이 5.18이 북한 특작부대의 선동으로 일어났다는데....광주와서 5.18 도서관이나 기타 5.18 관련 자료들을 소장한 곳을 찾아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당장 5월 18일에 광주 구 도청에 와서 그런말 해보시죠. 거기서 살아나가신다면 인정해드리겠습니다. 적어도, 희생자와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이나 박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께 전 이렇게 당부드리겠습니다. 5.18을 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총탄을 쏘고 대검을 휘두른 손으로 정권을 찬탈했던 이들을 잊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의 자식과 손주들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십시오.

"저들은 저들이 지켜야 할 자를 해치고 죽였던 사람들이다. 저들의 얼굴과 음성과 생동을 잊지 말고 너희들의 자녀들과 손주에게도 알려라. 너희들이 저들을 잊어버리면 저들은 다시 나타나 너희들과 너희들의 자식과 손주들을 또다시 죽이려 할 것이다."

5.18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뱀발 1. 만일 광주에 와서 그 사적지들을 간단히 도는 방법이 있습니다. 광주역과 광천동 버스 터미널에서 518번 버스를 타십시오.
뱀발 2. 눈시BB님의 5.18 글을 기대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esthetic
12/05/17 00:03
수정 아이콘
5.18은 광주사람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말에 큰 공감을 합니다.
5.18 민주화 운동이 잊혀져 간다는 사실이 슬프고, 광주사태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이는 것이 화가 납니다.
12/05/17 00:37
수정 아이콘
저도 부모님 두분이 5.18을 겪으셨던지라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나타나는 5.18에 대한 인식 변화가 참 씁쓸 합니다.
Calvinus
12/05/17 09:14
수정 아이콘
물론 끔찍한 일이었다는걸 알앗지만 솔직히 그 슬픔이 잘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출신이라 그쪽과 연관이없어서 그랬겠지요.

지금은 여자친구가 광주출신인데.. 여자친구 부모님으로만 올라가도
주위에 5.18로 돌아가신 분이 셀수없이 많더군요..
그제서야 "5.18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을 아주 조금 이해하겠더군요.
시애틀에서아순시온
12/05/17 09:45
수정 아이콘
DJ와 5.18을 묶는 사람은 정말 무지의 극치임니다. 5.18 당시 DJ는 감옥에 있었고, 소식도 듣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나중에야 광주에서 일이 생긴 걸 알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이걸 연류시켜서 사형 선고를 내렸으니 혀가 찰 노릇인거죠.
네버스탑
12/05/17 20:11
수정 아이콘
예전에 5.18에 대해서 북한쪽과 연관됐다던 의문점이라고 상세히 댓글로 다신분이 기억나네요..
그것 보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더군요
명백한 사실은 본문에서 언급하신것과 같이
'자신들이 목숨걸고 지켜야할 국민들을 당시 쿠데타 세력의 권력 안정화를 위해 민주주의로서의 정당한 시위를 하는 일반 시민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구타해서 죽인 대한민국 군인들이 가장 부끄러워해야할 역사' 라는 겁니다
후추통
12/05/17 23:45
수정 아이콘
31사단이 충장사단, 향토방위사단이라고 말은 하는데....5.18 당시에 이전에 구금됐던 분들이 31사단으로 연행되어 고문당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광주 내에서는 31사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그다지 좋질 못합니다. 그나마 직접적으로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는데 동원됐던 공수부대와 특전사들보단 낫지요... 광주 출신 공수부대원들과 특전사 대원들은 얼마간 자신이 소속된 부대를 말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자유수호애국연대
사실;;; 제목을 잘못 썼어요 ㅠㅠ 5.18 관련 썰은 나중에 때가 되면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743 [일반] 칠종칠금-서- [12] 후추통5018 12/08/21 5018 1
38352 [일반] 후추알(8)-추워! 추워! 추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3] 후추통4535 12/07/27 4535 0
38337 [일반] 후추알(7)-더워!더워!더워어어어어!!! [31] 후추통5245 12/07/26 5245 1
37666 [일반] 후추알(6)-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17] 후추통5378 12/06/12 5378 0
37652 [일반] 특수전, 그것에 대한 이바구 [12] 후추통5426 12/06/11 5426 0
37649 [일반] 후추알(5)-배려만 바라는 이들(主人님의 요청으로 제목 수정했습니다.) [17] 후추통5097 12/06/11 5097 0
37592 [일반] 후추알(4)신뢰와 장사치(?) [3] 후추통4453 12/06/08 4453 0
37426 [일반] 오늘은 부처님이 세상에 오시다. [21] 후추통4730 12/05/28 4730 4
37380 [일반] 후추알(3)-적반하장? [18] 후추통4376 12/05/24 4376 0
37338 [일반] 순나이퍼, Lock n Load? [28] 후추통6802 12/05/22 6802 0
37288 [일반] 후추알(2)-1983년의 꼬마가 30년을 지나 쓰는 5.18 단상 [14] 후추통5153 12/05/18 5153 0
37277 [일반] [그날]5.18....후추알(1) [7] 후추통5067 12/05/16 5067 3
37271 [일반] 후추통, 인사드립니다. [20] 후추통6586 12/05/16 65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