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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09 23:25:48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어디까지 미화될까 - 무신 + 못 다한 이야기
+) 블로그에 올린 거라 거친 면도 있고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



오랑캐 종족이 완악하다지만 / 어떻게 이 물을 뛰어건너랴
저들도 건널 수 없음을 알기에 / 와서 진치고 시위만 한다오
누가 물에 들어가라 명령하겠는가 / 물에 들어가면 다 죽을 건데
어리석은 백성들아 놀라지 말고 / 안심하고 단잠이나 자소
그들은 응당 저절로 물러가리니 / 나라가 어찌 갑자기 무너지겠는가
- 동국이상국집 => 2차 출처 전쟁과 역사 3권

대몽항쟁을 다룸에 있어 강조되는 것은 "호국 정신"이겠죠. 30년 넘게 버틴 거, 네 대단합니다.

근데 그 찬사를 최씨 정권이 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거란 유민 9만 처리 못 해서 4년이나 질질 끈 최충헌.
강화도로 도망간 최우.
영웅 김경손 죽이고 아버지 따라 한 최항.
뚱뚱해서 도망도 못 가고 죽은 최의까지...

강화도로 간 것까진 이해해요. 하지만 그 다음엔 제대로 싸워야 될 거 아닙니까? 네, 몽고군은 강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싸우고 고려 전토를 몽골의 말발굽에 짓밟히게 한 것이 호국 정신일까요?

1차 전쟁 때는 그나마 좀 싸웠어요. 하지만 2차 때는 육지를 아예 내팽개쳤다가 처인성에서 김윤후 덕분에 물러났고, 3차에서는 아예 최측근 야별초가 "차라리 내가 가서 싸우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내 준 병력은 100명 정도였죠. 육지에 야별초들이 파견돼봐야 수십명 수준이었구요.

3, 4, 5차까지 고려군의 승전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헌데 6차로 가면 갑작스런 승전이, 그것도 강화도에 있던 최항 직속 도방과 삼별초의 승전이 들려옵니다.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6차로 왔던 차라대는 전라, 경상도에서 물자가 강화도로 수송되는 길을 끊으려고 했거든요.

3, 5차에 경상도, 6차에 전라도가 짓밟히는 가운데서도 꼼짝도 않다가 자기들이 위험해지니까 그제야 나선 겁니다. 전투력이 약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나중에 삼별초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정말 잘 싸웠어요. 그 때까지 최씨 정권이 나서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백성들 다 죽으라고요. 나라가 어찌 한 순간에 망하겠냐고요.

이게 구국의 영웅이라구요?

애초에 항복은 1차부터 했습니다. 공물을 너무 많이 요구하니까 싫다고 한 거죠. 그래놓고 강화도로 도망간 다음에 세금만 죽어라 거뒀죠. 그냥 섬이나 산성으로 도망가라고 한 다음에 강화도에는 3중이나 되는 성벽을 쌓았고, 육지에는 금주령을 내리면서 자기들은 신나게 잔치합니다. 최우나 최항이나 육지에서 재료를 들어와 자기 집 꾸미는 거에 치중했구요.

이게 호국 정신일까요?

최씨 정권은 몽골에 무릎 끓을 수도 없었어요. 허수아비인 왕이 있는데 자기들은 이용가치가 없죠. 쿠빌라이는 결국 무신정권을 없앴고, 원종도 그걸 이용해 무신정권을 없애고 왕정복고를 합니다.

이게 자주성인가요?

최씨 정권의 호국 정신이니 자주성이니 하는 건 다 결과론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정말 싸우려 했다면 최소한 3차 전쟁에서 6차 전쟁과 맞먹을 만한 전공이 나와야 되요. 주인공이라는 김준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그가 정권을 잡은 1259년에는 삼별초들이 3000명이나 육지에서 활동하며 싸웠으니까요. 그라면 정말 몽골과 싸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최씨 정권은요?

물론 최씨 정권이 정말 열심히 싸워서 1만을 좀 넘는 수준에 불과했던 몽골군은 아주 멋지게 깨뜨렸다면, 아예 몽골에서 대군이 와서 고려를 지도에서 지우고 고려인들을 전부 죽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안 싸운 걸 잘 했다고 해야 되나요? 가족들은 다 두들겨 맞아 죽기 직전인데 가장이라는 양반은 "내가 싸웠으면 우리 가족 다 죽었어"라고 하는 게 잘 한 건가요?

대몽항쟁의 공은 최씨 정권이 아니라 그 때 싸운 민중에게로 돌아가야 됩니다. 하나로 뭉쳤다구요? 전혀요. 그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각자 싸웠습니다. 살기 위해 싸웠죠. 진짜 신기한 게 항복도 거의 없었어요. 그렇게 오래 쳐들어 왔는데도 항복하지 않고 싸웠다는 건 정말 "민족의 자랑"입니다. 하지만, 최씨 정권은 그들을 버렸을 뿐입니다. 아, 아예 버리진 않았죠. 세금은 죽어라 쳐 먹었으니까요. 자기들은 잔치하면서 육지에 쌀이 떨어질까봐 금주령을 내린 게 그들입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죠.

무신 정권이라 하면, 무인들이 정권을 잡았으니 강력하다는 환상이 은근히 보입니다. 저기도 있죠. "강력한 무신정권"이라구요.

아니 그 강력한 정권에 반란이 그렇게 많이 일어납니까? 조선에서의 민중 반란은 홍경래의 난 등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나는데, 19세기 동안 있었던 세도 정치는 그럼 조선 왕조가 가장 강력했던 시기였나요? 그렇게 강력해서 여요전쟁 3차 다 막아 놓고 거란 유민도 못 막을 정도로 나라가 막장이 됐나요? 그들이 강화도로 간 이유가 뭐겠어요? 몽골군이 바다를 못 건넌다는 점이 제일 크겠지만, 강화도에는 다른 이점도 있습니다.

반란 세력도 강화도로 못 오죠.

흔히 임진왜란이랑 비교하는데, 많이 달라요. 임진왜란 때 일어난 의병들은 거의 유학자 출신의 의병장에 의지했습니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싸웠고, 한양으로 진군하기도, 뺏겼던 성을 탈환하기도 했고, 국가에서 통제도 잘 받았습니다. 그 정묘호란 때도 의병들이 일어나 후방을 끊었고, 병자호란 때도 전라도 의병들이 한양 근처까지 북상하기도 했어요.

반면, 대몽항쟁 때의 민중의 항쟁은 정말 국가가 자기를 버려서 살기 위해 싸운 겁니다. 백성들이 일어났다고 똑같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최씨 정권은 이들을 통솔하지도 않았습니다. 다 지역 단위로 일어난, 백성들의 항쟁이라는 겁니다.



막부가 일본보다 500년 전에 있었다는 것도 웃기죠. 그 때 일본에 있었던 건 가마쿠라 막부였는데 왜 에도 막부를 기준으로 얘기하는 걸까요?

네. 호국 정신 이해해요. 그 막장인 시대를 그냥 썩었다 썩었다 하면 허무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게 왜 최씨 정권이 돼야 할까요? 옛날 무인시대는 그래도 "절대권력은 썩는다"는 주제 의식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무신은 어떨까요? 군사독재정권도 차마 띄우지 못 한 게 최씨 정권입니다. 대신 그들은 삼별초를 띄웠죠. 미안한 건지 다행인 건지 최씨 정권은 한국에 있었던 군사독재정권과도 비교 못 해요. 할 거면 저 위 부카니스탄에 해야죠. 3대 세습을 넘어 4대 세습을 이루고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했던 정권입니다. -_-

노비가 일인지가 될 수 있는 건, 그만큼 그 시대가 혼란스러웠다는 것입니다. 혼란 자체로는 아무런 의의가 없습니다. 그저 힘든 시기일 뿐이죠. 노비 반란이 일어났다느니, 천한 출신이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느니 하는 건 혼란했다는 것밖에 안 되요. 그런 힘든 시대에 새로운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고, 시대가 한 층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에 의의가 있는 거죠. 후삼국시대와 고려 말기는 분명 혼란한 시대였지만, 이후 일어난 고려와 조선은 분명 이전보다 한층 진보한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무신정권에 그런 게 있나요?

혼란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의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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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한 이야기

1. 김경손은 최우의 사위인 김약손의 동생이라고 합니다. 김약손은 최우가 원래 자기 후계로 둘려고 했던 사람이죠. 딱히 실적도 없었고, 분도장군에 오른 것도 그런 백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그랬던 사람이 어마어마한 일을 한 거죠.

비교해 보자면 병자호란의 김경징 이상의 백을 가진 양반이 원균 수준의 권력에 달라붙는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이순신급의 활약을 한 겁니다. 처세라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그는 정말 완전체였습니다.

하지만 최항은 그를 죽이죠. 그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긴 하겠습니다만, 김경손은 최항을 물러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오히려 최우에게 알렸고, 최항이 집권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 정도의 사람에게 단지 자기에게 위협된다는 이유로 최항은 죽인 거죠. -_-

2. 죽주, 충주 등의 경우 정말 결정적인 부분이라서 그렇지 여기저기서 항전은 계속됐던 것 같습니다. 몽고군이 무시하고 지나친 부분도 많겠지만, 함락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성들이 많죠.

정말 끝까지 싸운 겁니다. 최씨 정권이라면 몰라도 이름도 적히지 않았을 그 분들께는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 생각해보니 두 개 뿐이네요. 나머지는 생각나면 더 하도록 하죠.

4. 정말... 암울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냥 자주성이나 호국 정신 강조하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대로 다루면 정말 허무하고, 국가나 충성에 대한 불신만 가득 찰 테니까요.

그래도... 그 때 싸운 우리 조상을 생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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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2/02/10 00:36
수정 아이콘
한국 드라마는 보질 않아서 몰랐는데 저 드라마가 무신 정권 시기였군요. 근데 저걸 저렇게 찬양하다니 창작의 한계는 없다지만 역사를 왜곡하진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이가 없네요 -_- 저런 거 보고 또 무신 정권에 환상을 갖는 바보들도 생기겠죠 -_-;;
12/02/10 00:49
수정 아이콘
격하게 공감합니다.
최씨 무신 정권, 아니 무신 정권으로 정말 고려 역사는 한참을 퇴보 했죠.
아키아빠윌셔
12/02/10 00:58
수정 아이콘
장난질은 천추태후로 충분한데-_-;;
띄워줄걸 띄워줘야지 막장짓한거 감추고 슬쩍 포장한다고 이야기가 재밌어지고 흥미로워지진 않을텐데요.

그리고 무신이라면 당연히 소드맛스타 이야기를 써야 하는거 아닙니까?;;
밝은눈
12/02/10 02:22
수정 아이콘
친구가 문제에요 친구가...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합니다... 친구 이름도 봐야 해요 ㅠ.ㅠ 불쌍한 왕XX...
12/02/10 01:10
수정 아이콘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국가 전체가 희생된 경우였죠.
무인시대는 절대권력은 절대타락한다라는 명제를 보여주기는 했지, 이건 얼마나 판타지로 갈려는지요.
최씨정권은 실드 쳐줄만할것도 없고, 이 때 불타버린 문화재만 해도 얼마인데....
12/02/10 01:29
수정 아이콘
막부란 표현 자체를 자랑스러워 하듯이 표현하는 것부터가 어이가 없네요. 막부가 선진화된 통치 체제도 아니고 그저 반란으로 무인 계층이 정권을 잡은 것에 불과한데 뭘 기획 의도에다가 저렇게 써놓은건지 모르겠네요. (거기다가 고려 무신정권과 막부 체재는 완벽히 다른 정치 체제죠.)
폭주유모차
12/02/10 18:31
수정 아이콘
예전 무인시대란 드라마의 마지막이 생각나네요. 늙은 최충헌과 젊은 최충헌이 대면하는자리.... 넌 금강야차 이의민을 척살하고 백성을

구한 영웅이 아니라, 난신적자일 뿐이다...(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김갑수씨가 최충헌역을 맏으셔서 더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결론은....최충헌과 최씨일가는 그냥 난신적자였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론, 경대승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나이에 요절만 하지 않

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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