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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01 00:24:01
Name 신나라
Subject [일반]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안녕하세요. 피지알에 가입하고 글쓰기 버튼의 무거움을 잔뜩 체감하며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제까지 23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점점 재능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 재능을 포괄하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그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저를 보면서 인생의 많은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계신 피지알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정해진 운명이 있을까요? 짧고 굵게 영웅의 삶을 살다 가는 사람. 인생의 아무런 고비 없이 물 흐르듯이 순탄하고 긴 삶을 살다 가는 사람, 공부에 재능이 있어 소위 명문대를 나와 성공한 직업을 가지는 사람, 운동에 재능이 있어 유명하고 인기 있는 운동선수가 되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본인만의 길을 만들어 성공하는 사람, 이 모두가 다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혹자들은 이들 모두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 말합니다. 그럼 그 노력을 가능토록 하는 힘은 누구에게나 다 주어져 있을까요? 단순히 성공하지 못한 운동선수들 특히나 부상 등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된 사람들도 노력이 부족해서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죠.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와 같은 장면은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 현실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굴복하고 마는 사람. 정말..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인가요. 그 사람의 운명이 거기까지여서 일까요. 많은 생각이 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제가 라섹 수술을 한지 이제 두 달을 넘겼네요. 정말 많이 알아보고 검사하고 이곳저곳 알아본 끝에 그 쪽 계통에서 가장 수술 잘하고 실패를 하거나 잘못된 적이 없다는 곳에서 , 그 사실을 알고나서 자기 아내에게도 그 병원에서 하라고 했고 실제로 해서 시력이 잘 나온다는 곳을 알게되어 거기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몇 달전엔 저희 가족 중 한명도 그곳에서 해서 시력이 잘 나오고 있었구요. 그런데 지금 왼쪽눈이 0.4를 채 넘지 못하네요. 오른쪽 눈은 그래도 잘 보이는 탓에 짝눈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네요.
제 군대 동기도 저랑 비슷한 시기에 라섹수술을 했습니다. 그냥 자기네 동네에 있는 큰 대학병원에 가서요. 그래서 수술 잘 받았냐고 하니 수술이 연기됐답니다. 수술하려고 누웠는데 기계가 갑자기 멈췄다네요 저였으면 식겁을 하며 당장 다른 병원으로 옮겼겠지만 제 동기는 수술 미뤄진거 미안하다고 수술비도 더 깍아준다는 말에 몇일 뒤에 다시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1.2의 눈부신 시력을 저한테 자랑합니다.

이쯤되니 이것도 운명이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는 수술이 잘 될 운명, 나는 수술하고 내 왼쪽 눈의 시력이 조금 더 늦게 회복될 운명.
너는 여기까지인 운명, 너는 저기까지인 운명.
너는 무난하고 가늘고 길게 살 운명, 너는 시련과 고통을 견디며 크게 성장할 운명.
이런 생각들이 점차 심화되다 보니 결국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네요. 내가 뭘 하든 그 일의 결과는 다 정해져 있다는 회의론적인 시각이 자꾸 절 잠식시키려고 합니다.

너무 억울하네요. 어느 누구는 세상의 멋지고 좋은거 경험해가며 삶을 살아가고 어느 누구는 평생 그 달콤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한채 살아간다는게요.

새해에 쓰는 글이 이런 다소 우울한 글이라서 조금 걱정되지만 제가 아직 어리고 경험도 별로 없어서 자꾸 이런 편협한 생각이 드는데 피지알 여러분들은 이런 운명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지니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다시금 믿고 싶네요.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거라구요.

끝으로 피지알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 평화롭고 바라는대로 다 이루시길 바라며 끝맺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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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1/01 00:27
수정 아이콘
자신의 행동이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찍으며 온 점들이 선을 이루고 그것이 삶이며 운명이라고
미래의 일은 정해지지않았지만 과거에 깃들어 예측가능범위안에 노정되어있다라 생각해요
또다른나
12/01/01 00:31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젊은나이지만 올해가 제 인생 최악의 연말이었습니다. 무슨 이렇게 운이없는지....
저같은경우는 딱히 새해같은 기분도 안들지만 그냥 저를 하늘에서 테스트하는거라고 그냥 넘겨버리고 새해를 맞이하기로했습니다.

저도 참 재수없었는데 친구들이 액땜으로 생각하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냥 그러기로했습니다.
운이 더럽게 나쁠때도있으면 좋을때도 분명올꺼에요. 힘내세요~
부엉이바위
12/01/01 00:44
수정 아이콘
정말 일이 안풀렸을 때
노량진수산시장 경매하는 곳에서 끌대라고 하네요..암튼 바닷가재 그걸 도매상에서 앞에 매대로 옮기는 일를 했는데
겨울에 정말 추워요..정말

돈없고 추우면 왜 그리 배가 고프든지..

지금은 조금 사정이 나아져 몸과 정신이 나태해지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씩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그 때 그 추위가 생각나서 정신이 번쩍 들어요..

대학나와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과연 이 생활을 어떻게 끝낼까..했는데 지금은 술안주 거리 + 아무리 힘들어도 그 때보단 괜찮지 않으가..이렇게 생각이 들며 위안이 되더군요.

신나라님도 몇 년 지나면 pgr 자게에 그런 글을 썼었지..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붉힐거예요..
힘내요. 곧 지나갑니다. 후회남기지 말고 열심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01/01 02:28
수정 아이콘
개지x맞은 세상에서 공평한건 단하나도 없죠.

이세상은

언제나 x같고 불공평한일만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앞으로 더 살아가야되는데.

힘내야죠.

기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신년에 슈퍼 퐈이팅 합시다.
박현준
12/01/01 08:12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인생은 운이고, 내가 잘된것도 운이 좋아서이고..
내가 안되는것도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시진 않겠죠.
저는 운은 운이고, 인생의 큰 그림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을독백
12/01/01 09:14
수정 아이콘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그 순간, 더욱 더 힘들어지게 되는겁니다.

시간의 뒤에는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거죠.
전 신이나 운이 있다고 믿지만, 그것의 존재만 믿을 뿐이지 모든것을 신이나 운에게 맡겨놓지는 않습니다.
운세나 별자리 같은것도 참고만 하는 것일 뿐이죠. 최후의 결정은 나 자신이 해야하는겁니다.

40년 전만 해도 차는 부유층의 상징이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컴퓨터라는게 이렇게 보편화될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핸드폰도 이렇게 전 국민이 하나씩 가지고 있을수 있게 되었다는걸 예전에 예상이나 했었을까요.

인간은 진화합니다. 생물학적인 진화뿐만이 아닌, 정신적, 학습적으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힘들다고 생각하실수 있겟지만, 더욱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생각하는대로,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유느님께서도 그러지 않으셧습니까(..)

그리고 자괴감이 드는 이유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자신과 남을 비교하니까 생기는 일입니다.

전 시장에서 상업을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장사꾼이죠.
다들 저에게 왜 젊은 나이에 나이가 아깝게 그 힘든 장사를 하고 있냐, 다른 공부를 해서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일을 잡는게 낫지 않겠느냐..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이기에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전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내 인생인데 왜 남의 기준에 날 맞춰야 하지?'

신나라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서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가라는 것입니다.
저도 아직 오래 살진 못했지만, 자신의 기준이 없이 주변의 틀에 맞춰만 가는 사람들은 그 틀이 강제성을 잃었을때- 19살때까지 학업과 집안의 엄격한 규율에 갇혀서 살다가 성인이 딱 되었을때의 느낌정도면 비유가 될까 싶습니다-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럴 바에야, 앞으로 갈 길을 정하고 스스로 어렵더라도 시작을 해보면 최소한 차후에 스스로의 힘으로 살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사는게 당연한 분들에게는 이게 뭔 x소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걸 체험하신 분들은 제 말뜻이 어떤건지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느정도의 보조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끌려다녀서는 되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장사.. 아니, 개인 사업가를 목표로 하게 된 이유도 이런것이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뭐라도 결과가 나옵니다.
책임을 진다는건 어려운게 아닙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완벽하게 구분하는것이죠.

정치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뒷돈만 챙기는 정치인이라거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걸 최우선으로 두지 않고 로비받기에 급급한 부장급 의사들이라던가, 건설 비용을 빼돌리고 부실공사하는 건축업자라거나,학생이 학생답지 못하게 폭행,강간 등을 저지른다던가..
이런 사례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거라고 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무너집니다. 사회가 무너지면? 사람이 살수가 없는 곳이 됩니다.

할 수 없어서 못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어도 하면 안된다는걸 알고 안 할수 있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글을 쓰다보니까 뒷이야기는 글 주제와는 많이 다르게 되었는데요;;
결론은 자신이 하는 것에 책임을 지는 책임의식(또는 주인의식)이 있다면 '여기까지'라고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끊어놓지는 않을거라는게 요지였습니다.
싹써러
12/01/01 09:53
수정 아이콘
확실히 운명이란건 존재합니다. 하지만 노력으로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합니다. 너무 진부한 말인가요?
예를 들면 님이 아프리카 오지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편안하게 글쓰지도 못하고 있겠죠. 당장 오늘 먹을 물이 없어서 헤매고 있을테니까요. 운명이란건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정해져 있는 운명 내에서도 편차가 존재한다는거죠. 자기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저기 위에 댓글다신 분들하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보다.' 그럼 그냥 인정하십시오. 아 그렇구나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라섹수술? 네 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할만큼 했습니다. 결과가 안좋았지만 다른 일도 매번 그렇진 않을겁니다. 매번 불운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분명히 운이 좋았던 적이 있었을거고 있을겁니다. 그 기억을 잊어버려서 그런거지요. 불운했던건 그냥 잊어버리시고 다른걸 하십시오. 자기자신이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십시오. 아직 나이가 23이시니 얼마든지 시간은 충분합니다. 죽을때까지 찾고 도전하십시오. 그게 인생입니다. 별거 없습니다.
12/01/01 16:08
수정 아이콘
싹써러/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면 그걸 운명이라 부를수 있을까요?
그 어떤 노력과 희생으로도 변화가 불가능한 사안에 붙이는 이름이 운명이라고 봅니다.

저도 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서 글쓴분 마음을 이해 할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렌즈나 안경으로 어느정도 보정이 가능한 문제 같으니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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