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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09 13:22:56
Name bifrost
Subject [일반] 지금 봐도 이상한 미국의 2000년 선거 이야기


2000년 11월 7일에 열린 미국 대통령선거는
텍사스 주지사였던 조지 W 부시와 클린턴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의 대결로 펼쳐졌는데
당시 대통령이던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탄핵위기까지 맞으며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후보에게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아시다시피 50개 주의 인구수의 비례하여 선거인단을 나누어서
그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득표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다 가지게 되고
과반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고어가 부시에게 1표라도 더 받는다면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인 54명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플로리다주였는데

플로리다주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고어는 255명의 선거인단을 부시는 24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플로리다주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 플로리다 주에서는 투표 중에도 문제가 발생했는데
투표용지에 후보들의 이름을 애매하게 표기해
앨 고어를 지지하는 노년층들이 팻 뷰캐넌이라는 보수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된 것입니다
(팻 뷰캐넌은 2007년도의 이회창 후보를 생각하시면 될 듯
후에 뷰캐넌도 자신의 득표 중에 착오로 인해 자신에게 표를 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정도)

더욱 큰 문제는 두 후보 간의 표차가 불과 1,784표 퍼센트로는 0.03%차이밖에 나지 않은 것입니다

사실 이때 방송국들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러자 고어는 부시에게 승복전화를 하고 패배연설까지 준비하였는데
이윽고 방송사들의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고어는 승복을 철회합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즉각 기계 재검표를 실시하였는데 두 후보의 차이가 327표까지로 줄어듭니다

이에 고어는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합니다
(플로리다주의 투표방법은 지지하는 후보의 구멍에 구멍을 뚫는 이른바 펀치방식의 투표인데
만약 제대로 구멍을 안 뚫게 되면 기계는 그 표를 무효로 처리하는 문제가 있었음)

플로리다 주 정부는 기계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다며 수작업 재개표를 허락하지 않죠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였음)

그러자 플로리다 주 법원은 수작업 재개표를 명령하게 됩니다
(플로리다 주 법원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등법원급)

우여곡절끝에 재개표가 진행되고 재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미 연방대법원이 재개표를 중지시킵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급)
주 법원이 개표기준을 확정하지 않아
각 카운티별로(우리나라의 시,군급) 개표기준이 달라 평등선거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것입니다
(당시 완전히 뚫린 투표용지만을 득표로 인정하거나 뚫린 흔적이 있는 투표용지도 득표로 인정하는등 각 카운티마다 개표기준이 달랐음)

여기서 미국 헌법이 문제가 됩니다
헌법에 선거가 펼쳐진 뒤 법이 정한 시한안에 개표를 마치지 못할경우
주 의회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특정후보에게 줄수있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플로리다주의회의 과반수는 공화당이 차지하고있었음)

결국 연방대법원이 재개표를 중지시킨 덕분(?)에 그 시한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나왔는데
판결 내용은 크게 2가지인데
첫번째는 연방대법원에서 플로리다 재검표가 평등선거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것이고
두번째는 평등선거원칙이 위배되었지만 법이 정한 시한을 넘겼으므로
평등선거원칙 위반을 바로잡을수 없으므로 재개표를 종료한다는 것으로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연방대법원이 재개표의 시한을 놓치게 해놓고
재개표의 시한이 지났으므로 재개표를 더이상 진행할수없다는것 얘기나 다름없었죠

연방대법원은 판결문 마지막에 '본 사건에만 적용함'이라는 문구가 넣었는데
이는 연방대법원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이 재판결과로 인해 조지부시가 당선되며 조지 부시가 미국 43대 대통령이 됩니다

이 선거에서 재미있는 점은
플로리다에서 10만표를 얻은 랄프 네이더라는 진보후보(우리나라의 민주노동당을 생각하시면 됩니다)가
출마만 안했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는 것

또 플로리다에서 공식적으로 327표로 진 고어후보가
사실은 미국 전역에서 543,895표나 부시보다 많은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

이보다 더 황당한 사실은 플로리다 주 정부가 전과자들의 투표를 제한하면서
전과자들과 이름이 비슷한 사람까지 투표를 제한해 전과가 없는 2만명은 투표를 거부당했고
그중 절반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흑인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이 사람들이 제대로 투표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겠지요

결국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플로리다주의 정확한 결과를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2000년 대통령선거는
미국이 우리보다 발전된 민주주의 문화를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로 가득 찬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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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9 13:26
수정 아이콘
세계흐름이 바꿔 버렸죠.
사티레브
11/12/09 13:27
수정 아이콘
jesusland vs dumbfxxkistan
아르바는버럭
11/12/09 13:2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쿨하게 순응한 엘고어도 우리나라 정치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을거 같아요. ;; 크크
11/12/09 13:28
수정 아이콘
저 그림만 봐도, 서부와 북부는 민주당, 남부와 중부는 공화당이군요...
미국도 지역감정이 심각하네요(응?)
11/12/09 13:29
수정 아이콘
그 결과 미국은 decade from hell을...
개미먹이
11/12/09 13:30
수정 아이콘
heil to the thief! [m]
정지연
11/12/09 13:30
수정 아이콘
딴 얘기지만 고어는 알짜를 먹었고, 부시는 많이 먹었네요.. 크크
11/12/09 13:35
수정 아이콘
그리고 부시는 미국을 후루루짭짭 후루루짭짭 맛좋게 말아드셨죠. ...
리신OP
11/12/09 13:40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때 Government 수업을 들으면서 담당 선생이 얘기했던게 생각나네요. 이 선생이 뼛속까지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2000년 대통령 선거는 지금까지 미국대선이 낳은 가장 큰 실수이자 연방법원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열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미국도 굉장히 특이하고도 불균형한 선거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선거인단이 무려 55명이나 있기 때문에 모든 선거운동 (대통령, 하원, 상원 싸그리) 의 핵심지역은 캘리포니아로 몰리게 되어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하면 왠만한 주에서의 지지율은 못 받아도 남을만하니까요 -_-;

위의 지도에서도 부시가 승리한 주가 29주, 고어가 승리한 주가 22주인데 총 득표율이 1% 도 차이가 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고어의 캘리포니아에서의 압승 때문이기도 합니다. 55명의 선거인단 중 54명의 지지를 받았으니까요. 반대로 국민직접투표의 득표수는 고어가 높았지만, 더 많은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은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특이한 결과도 나타납니다.

참고로 오바마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에서 55명의 선거인단에서 55명의 지지를 받은 역사가 있습셒습...
가만히 손을 잡으
11/12/09 13:41
수정 아이콘
참 희한해요.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재밌기는 한데, 공정해 보이지는 않네요.
11/12/09 13:46
수정 아이콘
근데 정말 미국은 왜 이렇게 선거를 하는걸까요? 인구 2억이 우리나라처럼 직접투표로 뽑기엔 버거운 인구인가요? 그렇다고 해도 천조국이면 못할것도 없어보이는데...
사티레브
11/12/09 13:57
수정 아이콘
메디슨 아저씨(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이고 미국의 체제를 구축한 분)가 다수의전제(tyranny of the majority)를 두려워했고
이를 억지하려면 특수한 입헌정치가 필요하다고 봤고
이는 정치적 대표제하고 선거인단 제도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페더럴리스트 페이퍼한번 시간날때 읽어보시면 좋을듯해요 :)
11/12/09 13:47
수정 아이콘
당시 조선일보 논조가 기억나네요. 선거제도의 불합리에 관해서는 입 싹 닫고, 대인배스럽게 승복한 앨 고어 칭찬만...
더불어 월간조선에서는 조지 부시의 취임식 연설문 테잎을 끼워팔기까지...왜 남의 나라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을??
11/12/09 14:04
수정 아이콘
결국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그레이트 빅 엿을...
엘렌딜
11/12/09 14:18
수정 아이콘
남북관계에도 크나큰 악영향을 미쳤죠..
저때 고어가 계속 했더라면 클린턴 - 김대중 대통령의 환상의 조합이 낳은 남북 화해 모드를 계속 몰고 갔을텐데..

현실은 노무현 - 부시...
이명박 - 오바마...

계속 해서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며 남북관계는 수렁으로...
내일은
11/12/09 14:58
수정 아이콘
저때 부시의 승리가 믿기지 않았던 것은 앨 고어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앨 고어가 누구였던가요... 미국경제를 되살리고 연방정부예산을 흑자로 돌린 클린턴 정부의 부통령이었는데... 그때 부시가 "우리가 정말 앨 고어를 이겼단 말야?"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m]
아야여오요우유으
11/12/09 22:28
수정 아이콘
크크크 간만에 생각나네요...에휴 앨고어 지못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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