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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07 14:40:45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학교 다녀왔습니다.
원래 제목은 훼이크고 하교길 광역버스에서 작성하는 글이었었는데,
스마트폰의 특성탓인지 글이 날아가버려 정말로 집에 도착해서 글을 다시 작성합니다.
뭐 덕분에 글을 조금 더 다듬을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작성하려는 글은 저의 개인적인 일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니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하겠습니다.
혹시 평어체가 불쾌하신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지금 난 공대생이다. 고등학교때는 이과를 나왔다. 그런데 공학, 역학, 수학 등의 과목에 전혀 흥미가 없다.
위의 과목에 전혀 흥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과를 거쳐 공대를 가게된것은 고등학교 시절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성적에 담임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높은 레벨의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공대가 유리하다고 권유한 탓이 크다.
당시 주위에서도 그렇고 나도 조금이라도 뛰어난 네임벨류를 가진 학교에 가길 곤원했으니까 지금까지 딱히 누군가를 원망한적은 없다.
수도권소재의 그리 뛰어나지도 정말 허접하지도 않은 대학에 진학할수 있었던 원동력은 인문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트라인이 낮은
공대를 지원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결정은 전적으로 나 자신이 내린것이기 때문이다.

#2
고교생 시절 이과였지만 인문 계열을 좋아했고 언어영역에 있어서는 괜찮은 성적을 보였다. 수험생 시절에는 언어영역 단 하나만을 봤을때 가장 망쳤던 시험점수가 96점이었으니 꽤나 준수했다고 생각하고있다. 이과였기 때문에 사회탐구영역을 공부하진 않았지만 인문서적, 역사서적, 철학서적 등을 즐겨읽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2.5
어릴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지금도 상당히 좋아한다. 나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 혹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면 비문학
문학 가리지 않고 재밌게 읽을수 있다.

#3
어차피 공대가 인문계열에 비해 비교적 취직도 잘되니 공대과목 열심히 공부하면서 남는 학점으로 인문계열 강의를 들으려 했다.
그런데 전공 과목에 대한 애정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반면 인문 과목에 대한 열정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급기야는 전공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인문 과목 공부에 매진하였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말을 이럴때 사용해도 될지 모르겠다.

#4
사실 오늘 역학 과목 시험이 있었다. 중간 고사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망쳤다.
그냥 망친게 아니라 답을 횡설 수설 서술하여 논리도 없고 그냥 끄적 끄적 낙서하고 나온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후 본래 없던 흥미를 더 잃고 종국에는 과목을 아예 놔버렸다.
그리고 오늘 난 백지를 냈다. 백지를 내면서 전과를 결심했다.

#4.5
물론 백지를 낸 부분은 재능이나 흥미가 아닌 과목을 포기해버린 내 게으름과 나태함이 원인이다.

#5
이전에도 전과에 대해 고민한적이 있다. 지인들에게 전과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때
혹자는 공대계열이 인문계열과 비교하여 취직하기 평이한것을 이야기 하며 미래에 반드시 후회할것이라며 극구 만류하였고
또 다른 혹자는 좋아하는 과목이 있다는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며 반드시 전과하라고 권장하였다.

#6
지금에야 많은 사람들이 대학은 좋은 기업 취업을 위한 등용문으로 여기고 있고 딱히 틀린말도 아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기관의 본래 목적은 학문을 가르치는곳이 아닐까 한다.
미래를 생각하면 이란 말은 일단은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은 배우고 싶은 공부가 있고 이 공부에 전념하는것이
현실을 도피하는 행위일지라도 일단은 저질러볼까 생각중이다.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철부지의 결정같지만 오히려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철부지기 때문에 할수 있는 결정이 아닌가 한다.

#6.5
다른 공대생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정말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는것 같은데 힘들어도 참고 묵묵히 해내는지
아니면 흥미 혹은 재능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도 힘든것이며 이를 참고 묵묵히 해내는지

한줄요약 - 본격 전공 시험 백지 내고 자기합리화 하는글
이 절대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도 나름대로 생각이라는걸 하면서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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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드래곤
11/12/07 14:45
수정 아이콘
순수 인문계열로 가면 취업하기 힘들어서 나중에 후회하실수도 있겠지만,
(뭐 그래도 어디든 가긴 다 갑니다)
젊었을때는 자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좋은기업 취업이라는 대전제하에
학과도 자기가 하기 싫은거 하고, 1학년때부터 도서실에서 토익공부하고 이러는거보면 안타깝거든요.
11/12/07 14:49
수정 아이콘
솔직히 뭔가 하기를 결심한다면 부지런함, 성실함이 중요한거 같아요
그걸 유지하게 만드는게 학문의 대한 흥미입니다만, 나태해지지만 않는다면 뭘해도 되겠구나 싶네요
11/12/07 14:51
수정 아이콘
후회없는 결단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입시까지도
인기학과 비인기학과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 슬픕니다.
애가 가고싶은 과를 보내줘야지,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직도 간판 타령; [m]
pickmeup
11/12/07 14:54
수정 아이콘
제가 공대에서 인문대로 전과한 케이스인데......(전전->경제)

흥미가 없어도 전과 안하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취미로 그것을 하는것과 그것을 업으로 삼고 하는것과는 완전 다른것 같아요-_-;
11/12/07 15:02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도 독서를 무척 좋아했고 저는 인문쪽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대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이공부도 나름 재밌어 지더라구요. 결국 현재 디지털 영상처리를 전공하는 박사과정1년차입니..다;
11/12/07 15:04
수정 아이콘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댓글을 답니다. 저는 나름 공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다 좋아합니다. 저도 때때로 문과를 가지 않은 걸 후회하고 지냈구요.

이번학기에 그래서 평소에 관심많던 경제쪽로 부전공을 신청해서 수업을 듣다가 한달만에 그만뒀습니다. 재미는 둘째치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이런 쪽으로 숙련된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제가 경제학을 잘 할수 있을 것 같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공대 학생들이 공학에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를 하지는 않습니다. 몇일 전 대수경 은상을 수상한 제 룸메이트 중에 한명도 제가 볼땐 천재같지만 매일매일 어려워 하면서 공부하구요. 그러니까 공학을 특출나게 잘해서 아주 좋아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공학도도 있고, 그런 걸 공학을 하면서 일종의 장점이 될 지도 모르는 겁니다.

누구나 힘들어 하는 분야가 다르고 힘든 정도가 다르니 본인이 잘 아시겠지만 포기하지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공학이 글쓰신분의 징점입니다. 못하든 잘하든지요. 폰으로 써서 두서가 없네요. [m]
一切唯心造
11/12/07 15:05
수정 아이콘
흥미있는 쪽의 공부를 하세요. 어떻게든 제 입에 풀칠은 다 하게 됩니다.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공부하려고 편입을 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또 대학 때 배웠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 몰라요~
소오르트
11/12/07 15:07
수정 아이콘
졸업후 진로와 연관해서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전과하면 졸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괜찮은가?
졸업하면 머할것인가? 취직한다면 어디로 취직?
인문대로 전과하면 대학원을 갈것인가? 대학원을 갔을때 처할 현실적인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시는게 어떨까 싶네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수도권소재의 그리 뛰어나지도 정말 허접하지도 않은 대학" 이라고 하셨는데
제 동생이라면 왠만하면 그냥 공대 졸업하라고 할것 같습니다.
내일은
11/12/07 16:11
수정 아이콘
저도 화학과에서 인문계로 전과한 경험이 있는데...
뭐 본인이 좋아하는게 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11/12/07 18:26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것과 좋아하는걸 먹고 살수 있는 능력을 지닌건 갭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좋아하시는걸 직업으로 삼을만큼 잘한다는건 본문으로는 알 수는 없으니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지금 하는걸 완전히 뒤엎고 하고 싶은거에 도전하기보다는, 잠깐 멈추고 하고 싶은일에 1년정도 원없이 도전해 보고 본인의 능력에 깨끗히 승복하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포프의대모험
11/12/07 20:37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고민이네요..
저도 인문계 공부가 좋았고, 공대공부 하면서 아 내가 이렇게 멍청한놈이었나 좌절하고 이러면서 전과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공부한게 아까워서라도 이 공부 더 할려고요
Around30
11/12/07 21:43
수정 아이콘
전 고3때 이과에서 문과로 바꾼 케이스입니다. 워낙 수학 과학을 못해서요.(과학은 좋아하긴 했지만 머리가 안따라줬습니다.)
반면 언어와 사회과목은 재미도있고 성적도 잘나왔었죠.
이과였을적에는 모의고사성적이 서울 인문계 하위권 고교에서 전교 50등 수준이었습니다.(인서울도 간당간당한 수준이었죠)
문과로 바꾸니 공부가 너무 너무 재밌었고, 모의고사 성적은 수직상승해 문과로 온 후 한달뒤 전교1등을 찍었습니다.
문과라는 타이틀이 붙었을뿐인데 몸에 안맞는 옷을 입고있다가 너무 잘 맞는 옷을 입었던 느낌이랄까요?
문과생이세요? 이과생이세요?라고 물어볼때 문과에요. 문학을 좋아하거든요. 말할수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고등학생이던 그 시절에 느꼈습니다.
아 사람은 재밌어하는것, 그리고 잘 할수있는것을 해야한다. 는걸 그 당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 그리고 누구나 취업지옥이라고 일컫는 어문계열을 택했습니다.
취업이 안된다 말많았지만 제가 재밌어하니 후회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하기싫은건 죽어도 안하는 제 성격상 잘 할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을 졸업후 외국 대기업(한국지사가 아닌 해외에 있는 본사근무)에서 근무중입니다.
성공한 인생이라 말하기 힘들고 외국 객지 생활중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자신이 재미있어하는걸 모두에게 추천하는편입니다.

인생 한번이잖아요. 재밌는거 하고 살아야죠.
서린언니
11/12/08 00:01
수정 아이콘
전 공대생이었는데 지금 그림그리면서 먹고살고 있습니다.
물론 학력은 중퇴...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이 요새 참 실감이 나더군요.
충격탄
11/12/08 01:13
수정 아이콘
저랑 정반대의 케이스시네요. 전 공대, 특히 전자전기 쪽을 지망했는데, 수학을 못해서 이과를 못 가고 지금은 사범대 다니고 있습니다 :)
전 물리가 정말정말 좋아요. 그런데 수학을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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