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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10 03:41:46
Name 성에꽃
Subject [일반] 영혼.
1906년 9월 5일, 오스트리아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였던 루드비히 볼츠만은 Trieste에 근처에 있는 Duino에서 목 메달아 자살했습니다. 그가 자살한 이유는 본인 말고는 알 길이 없으나, 많은 사람은 그가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다고 추측합니다. 그가 우울증을 앓은 이유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주장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는 증기가 아주 작은 수 백만 개의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방정식을 만들었고, 이 방정식은 증기의 움직임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그 당시 증기기관을 만드는데 증기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였음을 생각해볼 때, 그런 아주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이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때의 시대 상황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가 아주 미세한 입자를 가정하고 방정식을 세웠던 시대는 19세기 후반으로서 실증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지만,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쓰고서도 출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정도로 아직은 많은 부분이 종교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은 증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입자들의 집합이라는 그의 가정이 신의 놀라운 창조물을 단순한 입자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신성모독이라고 그를 비난했습니다. (여담이지만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논문은 볼츠만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1900년대 핵물리학의 발전은 놀라워서,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의 존재도 밝혀졌으며, 물질이란 현대과학기술로는 반증이 가능한 실험의 설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초끈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M이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에 대해 과거에 어느 때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질이 어떠한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정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 완벽하게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이 현대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영혼의 존재입니다. 과거부터 많은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그 결과물은 미미할 뿐이고, 아직까지 영혼의 존재가 밝혀졌다는 것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로서는 영혼이 실재할 가능성은 극히 적으나, 그럼에도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인간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고 비난받습니다. 어떤 사람은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세워온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기 때문에 유물론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해서 인간의 가치가 없어지거나 도덕적 관념이 무너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석탄과 다이아몬드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습니까? 어떤 사람은 석탄이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할지 모르나, 사람 대다수는 다이아몬드가 더 가치를 가진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똑같은 탄소로 이루어졌음에도 서로 갖는 가치는 다릅니다. 만약, 그들의 사람이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사람의 가치는 주변의 물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그들에 주장에 따르면,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리로 우리가 아무리 물질로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가치는 그래도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루어졌느냐가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도 사람을 완벽하게 똑같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람은 개인마다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가치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사람이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사람의 가치는 주변의 물건들과 다를 바 없어지며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범죄라고 표현하는 살인 등의 행위가 주변의 물건을 부수는 것과 다름없어서 모든 도덕이 무너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가치가 동등해지는 것은 아니며 그러므로 이러한 주장은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생각을 오프라인에서는 저는 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우주에 관한 교양 과목을 듣다가 공간이동이란 이야기의 주제가 나왔을 때, 교수님이 드신 예 중에 영화 아바타처럼 영혼만 이동하여 경험을 하고 다시 원래의 신체로 돌아온다면 실질적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라 교수님께 손을 들고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냐고 저는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때의 교수님의 시선을 저는 잊지 못하겠습니다. 물리학과의 교수님조차 영혼의 존재를 믿는 현실에서 저의 이런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저는 그냥 인간의 가치를 져버리는 나쁜 놈이 되어버리니까요.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겠지요.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증명하는 것은 가능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므로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믿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비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비난받고, 눈총받는 일은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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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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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과 이런 댓글이 제가 피지알에 오게 되는 이유네요.
덧) 저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시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크크
11/11/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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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혼이 없다는 것이 인간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사물이랑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습관인데 인간은 이상하게 그 원류에서 의외로 많은 정당성을 찾고는 합니다. 인간이 무엇이든, 영혼이 있든 없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체인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인데 말입니다. 비유를 드신 석탄과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기계적인 유물론 적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본다고 해서 그게 인간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어떤 논리를 통해 성립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죠.
절름발이이리
11/11/10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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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기계와 같다라기 보단.. 그것들과 연속적인(근본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증명된다는 얘기지요. 영혼이 없다는 것은.
절름발이이리
11/11/10 04:53
수정 아이콘
영혼을 부정한다고 도덕이 붕괴하는 건 아니지만, 영혼을 부정하면 도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상대적 제약이며, 인간이란 존재도 동물이나 기계와 연속적인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되지요.
tannenbaum
11/11/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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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밀복검
11/11/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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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영혼이 없다고 해도 도덕은 당위적으로 요구됩니다. 또한, 이러한 당위적 도덕이 현실 세계에서 무력한, 이른바 윤리적 평형 상태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윤리적 평형 상태가 반자유주의적-전제주의적인 정치 체제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홉스적인 사상체계가 있습니다.

초 간단하게 살펴보면(물론 주관적 해석이고, 논쟁할 부분이 많습니다만..)

1. 인간은 물질로서, 하나의 기계임.
2. 물질에게 궁극의 도덕적 목적 따위는 없음. 다들 꼴리는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며 살아갈 뿐...
3. 그냥 각자 꼴리는대로 자연권 행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별 일 없는데, 요즘 세상(홉스 시절 기준)은 과거와 달리 경쟁적이라 꼴리는대로 살려다보면 서로 충돌이 불가피함.
4. 서로 간의 충돌이 잦아지면 골치 아픔. 꼴리는대로 살기가 힘듬. 서로서로 꼴리는대로 살다보면 자멸.
5. 꼴리는대로 사려는 성향, 곧 충동을 서로 약간씩만 억제하면, 충돌을 최소화함으로써 오히려 각자 꼴리는대로, 충동대로 살기 좋게 됨.
6. 이 충동을 억제하기 위한 원칙이 <자연법>.
7. 그러니까 물질끼리도 도덕 원칙이 성립될 수 있음. 그 어떤 물질도 가능한 한 꼴리는대로 살고 싶은 건 똑같으니까.
8. 근데 자연상태(원시시대가 아니라 법도 국가도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도 도덕 원칙으로서의 자연법 안 지킴. 사람은 물질이기 때문에 하등하며, 따라서 꼴리는대로 살면 자멸한다는 걸 깨닫는 합리적인 케이스는 극소수고, 대다수는 걍 충동과 눈 앞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임.
9. 결국 윤리적 평형 상태가 도래. 이게 <전쟁 상태>. 법이 없으면 윤리는 25.7% 정도 평형이 됨.
10. 때문에 강력한 국가느님의 감독이 필요함. 국가느님은 각각의 물질이 자신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성립됨.
11. 중요한 건, 국가느님은 누구에게도 자연권을 양도 안 했으므로, 자연권을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거고, 따라서 꼴리는대로 할 권리가 있음.

예를 들기 위해 홉스를 들었을 뿐, 이러한 관념은 홉스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통속적인 <도덕관념>과 부합하는 측면도 꽤 많지요. 기실, 근대 사회의 원리와 원칙들은 대개 유물론적인(형이상학적인, 물리를 초월한 가치체계를 배제한다는 넓은 의미에서) 입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다 쓰고 보니 쓸데없이 장황한 예시를 든 듯 한데. -_-; 요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아도, 인간이 그저 유기체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는 잘 살게 될 것이네>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는 뭐, 그런 겁니다..
몽키.D.루피
11/11/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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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때 들은 철학 수업이 심리철학이었는데 정확히는 심리학이 아니라 마음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뭐, 구체적인 내용은 다 까 먹었습니다만 좀 어렵긴 어려웠습니다. 특히 영미철학하면 단순히 유물론적 사상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 분야는 마음이란 무엇인가부터 뇌과학도 다루고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 까지 다룬 게 기억나네요. 바이센테니얼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심물이론을 바탕으로 레포트 쓴 기억(만) 납니다. 크크.

영혼이 없다를 단순히 철학적 논증을 거치지 않고 비난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만 영혼의 존재 유무가 논쟁거리라는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영혼이 없다를 전제하는 거나 영혼이 있다를 전제하는 건 둘다 똑같은 전제일 뿐이죠.
루치에
11/11/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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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유실체(영혼)와 연장실체(육체)로 구분된다는 데카르트의 17세기적,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은 때로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런 뿌리깊은 관념 때문에 과학적 성과나 연구들이 왜곡되고, 근거없는 우려과 두려움에 부딪히게 되니까요.

시냅스의 가능한 연결조합은 우주 전체에 있는 입자들의 숫자보다 큽니다.인간에게는 정말 간단한 동작조차도, 인공지능으로 설계할 경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감정, 기억, 추론 등 고차원적인 지적능력은 아직까지 손대기도 힘듭니다.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은 거대한 지적 도전입니다. 이 모든 것을 그냥 '영혼'이라는 모호한 카테고리에 우겨넣는 것은, 쉽지만 의미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분석함에 있어서 생물학적인 방법론 만을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환원주의에 지나지 않겠지만, 생물학적 토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야말로 마음에 대해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1/11/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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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간혹 영혼이라는 인문학적 개념에 왜 생물학이 침투하느냐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생물학적 방법만으로 정신을 분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상호 연계하고 보완하야겠지요. 실제로 서양철학이나 몸철학 하시는 분들 중에 뇌과학도 함께 공부하시는 분도 많은 것이 이 이유겠지요. 반면 이를 매우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11/11/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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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영혼이라 생각하는 것도 뇌활동의 수반물로 봅니다. 그래서 뇌가 폐기되면(사망) 그 사람도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진짜 없어야 합니다. 있으면 제가 천국 갈 리 없어요..-_-; 제 과거를 돌아보면....
11/11/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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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분들처럼 영혼 존재유무와 도덕의 당위가 결부된 문제라 생각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겐 영혼이 있다는 고대관념과 존재의 위계에서 순수한 영혼을 최상으로 두고 영혼없는 물체를 최하로 두었던 관념체계도 인간의 영혼부재를 존재격하로 보게 하는 관염에 한몫 했다고 봅니다 [오타폰]
Mithinza
11/11/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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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영혼이라는 개념이 어떤 인간의 특별함을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후세계에 대한 어떤 열망도 여기에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야!! 라는...

그런데 아직까지도 뇌신경학적으로 자아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완결되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생각해볼 게 많은 것 같아요.
나중에 기계, 더 나아가 로보트 같은 경우, 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능력을 부여할 것인가와도 연결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켈로그김
11/11/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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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유무에 대한 나름의 결과물이 제가 50세가 되기 전에 나오기를 바랍니다.
나머지 반띵 착하게 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
공안9과
11/11/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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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팬 주연의 영화로도 많이 알려진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다'는 연구결과(무려 100년 전...-_-;)는 어떻게 반박되었는지 궁금하네요.
11/11/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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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말이 추상적인 표현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이미지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육체와 비교하는 정신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고
더 나아가면 죽었을 때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되느냐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어라고 봅니다.

전자는 사람이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뇌라는 물질의 패턴이 어떻게 되있는지 '관찰/실험/검증'이 된다고 해도
그 의미가 부정되는게 아니라 바뀔거라고 생각합니다.
/
예를들면, 무질서한 패턴을 보이는 것(자연, 동물등등)에서 가장 질서정연한 패턴을 보이는게 인간일 것이다 하는식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면) 언어를 배우기전 인간과 언어를 배우고 난 후의 뇌에서 발견되는 물질의 패턴은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가치는 그런 패턴을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예를 드신 다이아몬드같은 경우 아무런 대가없이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

후자는 만약 인간의 죽음 전후의 차이를 관찰 없다면 단어자체가 부정될 수는 있겠지만
여태까지 죽음을 생각하면서 고민한 사람의 논리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인식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서는 하나의 연구방향의 논리를 생각할 때 그 시작점이 된다는지 하는식으로)

도덕은 굳이 영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시스템에서 유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영혼의 여부보다, 합의되지 않은 사항에 따른 사람의 신념/가치관이 충돌하는게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11/11/1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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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혼과 육신이 따로 존재한다는 이원론적인 생각을 믿지 않습니다.
사실 이게 따로 존재한다는 발상이 저한테는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 받아들일 여지가 전혀 없거든요.
세상의 모든 것들(물질이나 에너지, 사람의 사고, 심지어는 사회, 경제까지도)이 모두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작용하는 정도가 0에 수렴하느냐 유의미 하느냐, 일차원적으로 작용 하느냐 고차원적으로 작용 하냐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혼의 부재가 도덕의 부재로 연결되는거는 어디까지나 영혼과 육신을 따로 생각하는 사람들만의 문제이지요.
애초에 영혼과 육신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영혼이 없다고 해서 도덕이 바뀔 필요가 없죠.
김연아이유리
11/11/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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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물리세계"와 상호작용이 없다면, 우리가 그걸 확증할 방법은 전혀없지만 그렇다고 영혼을 진심으로 부정할 방법 또한 딱히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에 관한 과학적인 태도는 검증이 전혀 불가능하니까 없는것으로 보는게 타당합니다만, 그 영혼의 존재를 빌미로 현실의 무엇인가에 대해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믿음은 단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로인해 과학적혹은 논리적 판단력에 영향 받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혼이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선 철저하게 불가지론입니다. 다만 있다 치더라도 현실 물리세계와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게 있다면 이미 과학적 방법론으로 영혼의 존재에 대해 결론을 내릴수 있었을겁니다.
다만 저는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부정이나 다름없는 무늬만 불가지론은 아니고자 합니다. 불가지의 대상에 대하여 최대한 겸손의 태도를 견지하자는게 기본적인 방침입니다.

그리고 진실 여부를 떠나, 사후심판에 대해 (윤회든 천국행이든..) 믿으면 현실에서 도덕율을 지키는데 도움은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정신력이라는게 사실 아주 나약합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데 이성이 복무할뿐 그런 심성의 나약함에는 논리적 능력이 힘을 발휘해서 사람을 인도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영혼과 사후세계를 믿으면 이런 인간의 나약함이나 죽음앞에 추해지는 인간적 한계을 극복하는데 현실적인 도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어서는 전혀 종교적이지 않거나 비판적이다가도 나이들어서 매우 종교적인 삶을 사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들중에는 지적으로 성숙되어있고, 평소삶을 존경할만한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원래 가치관은 다소 종교에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데, 이런 분들때문인지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끌어올려 긍정부정을 5:5로 맞추도록 노력하는것 같습니다.
저의 이런 방침은 기본적으로 영혼을 믿고 힘들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영혼이란 없는것이다 넌 지금 착각속에 사는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해줄 자신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영혼을 믿고 그걸 바탕으로 충실히 사는 사람들보다 믿지 않는 내 삶이 더 낫다고도 확신할수 없는것 같습니다. 삶의 에너지를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서 끌어올려야 하는데 진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성에꽃
11/11/1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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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른 사람이 영혼의 존재를 믿는 것에 대하여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종교인이나, 사후세계를 믿는분들 혹은 이러한 생각을 싫어하시는 분들의 경멸하는 시선자체가 싫습니다. 그리고 도덕율을 지켜주는데 종교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전 의문입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희대의 학살은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실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의해서 자행되는 행위도 종교가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테죠.
11/11/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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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예전에 소멸에 대한 주제로 이곳에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저는 영혼이나 사후세계가 실제로 없다고 하더라도, 있다고 억지로 착각한 상태에서 살고싶은 마음입니다.
어렸을때부터 가끔씩 제 자신(정확히 말하면 제 의식체계/내가 나라는 사실과 내가 기억한 모든것들의 총합)의 소멸/영속성에 대해서
엄청난 공포를 느낄때가 있거든요. 그 생각이 갑자기 저를 덥치기 시작하면 빨리 벗어나기 위해 길다가 갑자기 막 달리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정신을 필사적으로 딴데로 돌리곤 합니다.정말 심하면 머리를 빡!때리면서 자해비스무리한걸-_-;하죠
물론 이런 순간은 1년에 10번 남짓,횟수당 10초이상을 넘어가는경우가 드물지만, 일단 그 생각(기분)에 사로잡히게되면.. 정말 저주스럽습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교회나 절, 정신병원은 가지 않게 되더란 말이죠 크크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활동에 매진하나 싶기도 하고,근20년간 저를 놓아주지 않는 일생일대의 주적입니다.
그때 댓글달아주신분들중에서 저랑 비슷한 고통을 겪으신분들도 계시던데, 어떻게 헤쳐나가시는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그게 아주 고약한것이.. 영혼이나 사후세계가 없다고 해도 x되는거고,있다고 해도 x된다는 결론이 나와버리거든요..털썩
저는 그냥 겪을뿐입니다 고통을..그냥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한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하죠
이카리신지가 "무서운것에서 도망치는게 뭐가나쁘냐"라고 했을때 불현듯 저랑 겹쳐보이더군요 크크
법륜스님의 강의가 요즘 화두던데, 그분의 책이라도 읽어봐야할지....
성에꽃
11/11/10 19:46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전 사후세계가 없다고 해서 별로 무서움이 들지는 않더군요.
그냥 사라지면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어자피 상상하기도 힘든 우주를 생각해보면 지구는 티끌의 티끌만도 못한 곳이고, 그런점을 생각해볼 때 내 자신의 기억이나 의식체계라는 것이 유지된다고해서 가치를 갖는다는건 의문이더군요.
어자피 사람은 다 사라질 것이고, 사후세계에 대해서 신경쓸 시간에 현실을 더 충실하게 살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11/11/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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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영혼이나 영성에 대한 내용은 상대를 이해 시키는게 아니라 본인의 믿음 혹은 깨달음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평소 영혼을 믿지 않았었는데
http://video.mgoon.com/883447
http://video.mgoon.com/884165

이런관점의 시선도 있다는 걸 알고 요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네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사랑 복남
11/11/10 15:59
수정 아이콘
근데 영혼이라는 단어는 뭘 의미한다고 보면 되나요?
단순히 개개인의 육체가 아닌 모든 정신적인 그것인지, 사후세계에 대한 것인지...
영혼이라는 단어 역시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정의내린 것이니만큼 존재한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11/11/10 21:59
수정 아이콘
파스칼이 팡세에 쓴 구절중에
"세계는 다음 둘 중 하나다. 신이 존재하는 세계,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세계. 따라서 우리는 다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신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만일 신이 존재하고 당신이 신을 믿으면, 당신은 천국에서 무한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데 당신이 신을 믿는다면, 당신은 내세에서 특별한 행복도 불행도 없는 평범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신을 믿기를 거부했는데 신이 존재한다면, 당신은 지옥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맛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신을 믿지 않고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내세는 천국도 지옥도 경험하지 않는 평범한 삶이 될 것이다."
라는 걸 보고 오호 이렇게 생각하는 수도 있겠다고 감탄했었지요. 영혼의 존재 여부에 대한 믿음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11/11/1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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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스칼의 말을 선교사들이 활용해서 전도에 꽤나 효과적으로 써먹었지만..... 도킨스는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죠.
야훼가 '합리적인 판단 하에 나를 믿지 않은 자들은 봐주겠지만, 증거도 없으면서 내가 두려워 날 믿은 간악한 자들은 다 지옥행보내야겠다'라고 판단하거나, 죽어서 하늘 갔는데 실제로는 야훼가 아닌 다른 신이 있어서 '날 안 믿은 놈은 그냥 천국 보내주겠다만, 나 말고 다른 신 믿은 놈들은 다 지옥행이다'라고 할 경우 완전히 뒤집히니까요. 지상에는 수 많은 신이 있고, 그 중 누가 우리가 만날 진짜 신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구 상에 50개 정도의 종교와, 100명 정도의 신이 있다면 단순히 계산해도 그 중 진짜 신이 야훼일 확률은 1/100.. 그런데 99/100일 다른 신이 야훼처럼 질투가 강한 신이라면 뭐(일반적으로 유일신사상 종교의 신들은 질투심이 강하니....).... 무교보다 기독교 신자들이 지옥 갈 확률이 99배 많은거죠.
흰코뿔소
11/11/10 23:48
수정 아이콘
인간이 엄청나게 과학이 발달하여 육신을 만들 수 있고, 거기에 전기적 신호를 주어 살아있는 육신을 만든다면
그 육신은 개체로의 자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거기에 회의적이기에 영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1/11/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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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살아있는 육신을 만드는 것에,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것이 포함 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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