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10/06 20:23:06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속편?] 멈춰 버린 전통

바로 어제 올린 글의 사족 같은 느낌입니다만... 어제 자료 찾으면서 알게 됐고,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조금 정리하고 써 봅니다. 마침 예전에 올리려다 포기한 거 재활용도 하고 말이죠~
-----------------------------------------

전통이란 뭘까요? 조금 바꿔 보죠. 우리 것이란 뭘까요? 조금만 더 바꿔 보겠습니다. 전통 = 우리 것일까요?

1. 풍물
예전에 풍물패를 하다가 재밌는 얘기를 들었었습니다.


사물놀이는 이 쪽으로 관심 가진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대접이 좋지 않습니다. (하필) 전모씨가 대통령일 때 뭔가 내세울 건 있어야겠고, 풍물은 사람도 정말 많이 드니까 간소화해서 만들자, 이렇게 된 거라는 거죠. 동네방네 뛰어다니는 걸 앉아서 뭐 하느냐, 뭐 이렇게 간단히 만들었느냐 이런 건데요...

뭐 이런 식의 생각을 보면 전통은 옛날 그대로에서 절대 바뀌지 않는 걸 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것이 바로 전통이라면, 우리 것은 옛날부터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어야 할까요?

사물놀이처럼 현란하진 않지만, 풍물에서도 장구를 칠 때 왼손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설장구라고 장구 가지고 하는 묘기(?) 비스무리한 게 있는데 거기서도 왼손이 얼마나 현란하고 멋지게 움직이냐에 달려 있죠. 발도 중요하지만 -_-a 에 뭐 현대에 전씨가 멋대로 바꾼 게 사물놀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풍물은 옛 것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거겠죠?

과연...

정확한 용어가 있나 모르겠습니다만, 풍물에서 이렇게 궁편, 왼손을 왔다갔다 거리는 건 해방 후에나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왼손은 왼쪽(궁편)만 쳤다고 하죠. 바뀐 이유야 간단하죠. 멋있으니까 (...)

뭔가 옛 것을 그대로 복원한다는 느낌이 있는 풍물도 현대에 들어서 크게 바뀌었습니다. 아 진짜 커요. 처음에 제일 힘든 게 오른쪽으로 넘기는 건데요. (...) 초보라면 몰라도 좀 배우다 보면 안 넘기면 재미 없어요.

좀 더 까칠하게 따지면 이런 것도 있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배운 전라도 임실 필봉굿은 악기를 치는 치배와 그 치배를 보조하고 흥을 돋구는 잡색을 거의 동등하게 봅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높은, 잡색들을 통솔하는 책임은 이 양반이 맡고 있죠.

대포수. 업복이의 직업이죠. 조총 가지고 호랑이 사냥하던 포수들에서 따 온 거예요. 그런데 이 조총이 들어온 게 언제죠? 아무리 빨리 잡아도 임진왜란 이후일텐데 말이죠. (이미지를 클릭해도 안 닫힙니다)

전통이 옛 것이라면, 우리의 옛 것은 수백년짜리일까요.
+) 추가로 하나 더 농악이 일제가 풍물은 낮추기 위해 만든 말이라는 것, 그것도 구라입니다. -_- 또 일본 탓.

2. 김치와 담배

김치가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사람마다 말이 다르지만 가장 늦게 잡을 경우 20세기 들어서입니다. 진한 농도로 생각하면 해방 후까지도 가능하겠네요. 고추가 들어온 거야 수백년 정도 됐지만 지금처럼 시뻘겋게 된 것은 정말 얼마 안 됐다는 거죠. 품종개량으로 배추가 커지고, 고춧가루 함량도 더 늘어나면서요. 우리 전통 맛의 대표격인 김치도 수백년짜리예요.


담배는 어떨까요? 아주 오랜 옛날을 뜻 하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역시 겨우 수백년짜리죠 (...)

3. 한복과 기모노

예전에 써 놨던 것들은 저렇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거 -_-a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0806241120271110&ext=na
http://yammi98.blog.me/150036569201
http://bbs.cartoon.media.daum.net/gaia/do/opinion/read?articleId=13221&&bbsId=B001&searchKey=subjectNcontent&sortKey=depth&searchValue=%ED%99%98%EC%83%81%EC%8A%A4%EC%BC%80%EC%B9%98&TOKEN=&pageIndex=3
위에 링크한 것들은 모두 한국의 전통 복장을 연구해서 냈는데, 기모노와 닮았다고 욕 먹었고, 그에 대해 해명하는 글들입니다.


요런 거죠.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건, 일단 우리가 아는 한복과 다르면 중국, 일본 딱지를 붙인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아는 한복이라는 건... 다 조선시대죠. 우리 역사가 몇백년도 아니고 그 동안 계속 바뀌었고, 신분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고 취향(...)마다 달랐죠. 조선을 까는 건 정말 심심하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전통, 우리가 아는 한국은 여전히 조선 수준이죠.

그리고, 그만큼 왜색이 주변에 깊게, 많이 퍼졌다는 걸 뜻 합니다. 이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기존의 한복과 다른 걸 느끼면 일단 일본 걸 떠올리게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요.

이런 상황에서는... 창작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글 댓글에도 있었지만, 구미호를 이용하려고 해도 왜색입니다. 불교? 일본에서 신나게 써 먹었죠. 퇴마? 무당? 이런 걸 다 일본이 선점한 상황입니다. -_-; 어차피 다 동아시아 문화권이었습니다. 써도 다 비슷한 걸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쓰려고 해도 그것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비교하면? 99%가 다르고 1%가 같아도 왜색이죠. 다른 나라 걸 참고해도 모자를 판에, 조금만 참고했다는 의혹만 나오면 왜색입니다.


소울칼리버의 성미나. 참... 이 아니라 (위험했다 -_-;; ) 이게 어디 한국인이냐고 욕 먹습니다.

대항해시대의 설이화. (귀엽다~) 역시 한국색이 없다고 하죠.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 상황에서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실제 한국에 들어올 때는 한국인이라고 했죠. 주인공인데도 한중일 어디에도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일본이 이런 거 많이 냈으니 일본 거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보기만 하고 이게 일본인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정작 (망작이었지만) 실사 영화에서는 서양인이 맡았죠. 그 정도로 일본이라는 느낌이 없는 겁니다.


아 이게 아니고


브라질 느낌 나나요? -_-;

일본 게임이라는 거야 직관적으로 알겠지만, 역시 국적은 정말 붙이기 나름일 겁니다.

한국의 작품에서도 직관적으로 그 나라 사람이라는 걸 알 정도의 느낌을 가진 캐릭터는 정말 찾기 힘듭니다. 일본의 경우야 안경과 뻐드렁니라는, 깔 때 쓰는 작품 아니면 대충 하나 그려놓고 어느 나라 사람이다 하는 정도죠.



결국 이런 태권도 캐릭터만 주구장창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롭고 태권도에 능한 것. -_-; 한국색을 제대로 보이려면 이렇게 판에 박힌 캐릭터밖에 나올 수 없어요. 일본에 나오는, 비교적 현대를 다루는 작품들 중에 일본이라는 걸 외모로 느낄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요? 금발에 벽안, 서양인의 모습이죠. 대 놓고 "이게 일본임~" 이것보다 이 안에 숨겨 놓은 일본이라는 코드와 등장인물들의 일본인 같은 행동, 그게 일본 문화를 퍼뜨린 원동력이었습니다. 반면 한국 건 어떻게든 외모에 한국색 넣으려고 안간힘 쓰고 있죠. 정작 한류를 퍼뜨린 건 역시 겉만 보면 한중일 어디일지 알 수 없는 드라마들이었습니다.

뭐 저것도 태권도식이라기보단 가라데 식 도복이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 면에서 화랑은 정말 혁명이었는데... 인터넷 초창기에 태권도복 맘대로 잘랐다고 까는 것도 본 적 있죠. -_-;


한주리는 그래서 아예 대 놓고 한국에서 화 좀 내라고 노이즈 마케팅 비스무리하게 만들었다는데 생각보다는 반응이 적었다고 하네요 (...)


어떤 사람이 한국인들의 요구를 다 받아서 그렸다는 한주리. (...)

바꾸면 안 된다, 바꾸면 안 된다... 이런 강박 관념이 너무 크게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이 원형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중국이다, 일본이다 이런 식으로요. 어차피 옛 것을 현대화 시키는 과정에서 겹치는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고, 선점된 상황에서 그걸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이런 건 참고해야죠. 결국 정말 참고한 게 아니더라도,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니까 욕 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왜색이라는 건 정말 일본에서 대대로 내려져 오는 걸까요?


이런 무녀가 정말 일본에 존재할까요?


서양에서 만든 거라서 이렇지, 요새 오다 노부나가 이렇게 그리는 매체는 없습니다. 사극에서도 머리 안 밀었던데요? -_-; 주요 등장인물 머리 현대식으로 나오는 거야 한일공통이지만. 그러고보니 서양에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충성, 하지만 현대 우리가 아는 식의 일본식 충성도 임진왜란 이후 유교가 유입된 후였습니다. 어디서 들어왔죠? 조선에서 들어왔죠. 그럼 사무라이 문화는 우리 문화일까요?

일본의 전통 복장이라는 것, 흔히 모에화 되는 무녀, 서양 같은 경우는 메이드나 웨이트리스, 뭐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다 모에화 된 겁니다. 서양의 복장들도 마찬가지예요. 박물관에서 보고 학자들이 연구하기 위한 것 외에는 전부 현대화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멀게는 근대화 과정에서, 가깝게는 현대에도 개인의 손에 의해 계속 바뀌고 재창조 됩니다.

성형 대국이라는 오명을 받는 한국에서 정작 이런 성형수술은 무서워 하는 거죠.

4. 멈춰 버린 전통

만들어진 전통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스코틀랜드의 킬트.

학계에서 연구되는 것이 아닌, 현대에서 즐기고 누리는 전통은 이렇게 끊임 없이 바뀌어 왔고, 계속 재창조 돼 왔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정말 바뀌지 않는 전통이란 게 무엇일까 하는 물음은 계속돼 왔죠. 그 유래부터 속에 담긴 정신까지 연결해 보면 정말 각 나라의 개성이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외부의 유입 속에 바뀌고 바뀌어 왔습니다. 한국 전통 신화에 불교적인 요소 없는 거 찾기가 정말 힘들고, 도교 요소 없는 건 아예 없을 걸요 - -;

이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서 확실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왜곡도 많았죠.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혹은 다른 이유로도 전통은 그 시대에 재창조 됐습니다. 스코틀랜드의 킬트는 말 그대로 대표격일 뿐이고, 서양에서도 정말 많이도 꾸몄습니다. 이전 글에 적었듯 사무라이의 이미지도 많이 왜곡됐구요.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요소 때문에 더 찾기가 힘든 전통, 근데 한국에선 더 힘들어요.

그대로 두면 고리타분하고, 바꾸자니 조금만 바꾸려 해도 한국 게 아니다는 말을 듣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의 기원은 고조선, 삼국시대까지 올라가고, 몇십년 전이랑 똑같은 맛의 원조가 간판에 대문짝 하게 걸리죠. 태권도 같은 고유 무술이 다른 나라 무술의 영향이 없다는 말, 이게 자랑일까요? -_-; (지금은 일본, 중국 등의 영향과 해방 전후의 여러 가지 변화를 그대로 적고 있더군요)

한국인들에게 전통은 멈춰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과거의 향수를 현재에 즐기는 거라면, 한국은 (뭐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옛날 그 때에서 절대 변하면 안 되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무엇이 돼 있습니다. 이런 걸 맘 놓고 즐길 수가 있겠어요. 조선시대를 보면 원래 그렇게 원조를 따진 경향도 큰 것 같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기 걸 뺏겨 봐서 그런 거겠죠.

일제가 남긴 가장 큰 상처가 이거인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근대화 이후에는 크든 작든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뭐든지 너무 빨리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 걸 뺏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우리는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깎아낼 수밖에요. 이건 일본, 이건 중국, 이건 뭐 이렇게 시끄러워, 이건 뭐 이렇게 야해... 그렇게 다 깎고 나니까 정말 재미없으니까 버리죠. 이런 상황에서는 박물관의 박제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요?

계속 바뀌고 새로워지고 주변의 걸 받아들여야 살아남는데 그것보단 오래 된 것에만 집중하고 (뭐 오래된 거 따지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죠. 이 부분은 전통 자체에 대해 품어야 될 의문이긴 합니다) 알고 보니 그건 얼마 되지도 않은 거였다... 이런 식이죠.

조선 문화의 핵심이나 다름 없던 기자 숭배 사상은 사대주의라서 아예 소멸됐습니다. 역사적인 근거가 희박하고 저 자신도 이걸 신화로 보지만, 아예 소개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소멸된 건 정말 특이한 일이죠. 전통이라는 말에서 중국의 영향을 최대한 없애려 하다 보니 대체 남은 게 뭐가 있는지나 궁금합니다. 뭐 그 대신에 떠오른 게 중국이 알고 보니 우리 땅이었고 중국 문화가 다 우리 문화였다는 역발상이죠. 일본의 영향은 당연히 없어야 하죠 뭐.

그런 가운데서, 철저하게 조작된 전통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고 했죠. 뿔 달린 도깨비가 일본 거라는 결론이 나온 게 언젠데 뜬금 없이 중국의 치우와 연관짓습니다. "일본이 조작했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건 간단히 설명 되고, 이 가운데서 못 해도 수백년 동안 이어진 것들은 일제의 잔재로 묻어버리려 합니다. 그런 논리를 펴는 가치관은 중국의 유교식이고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식이죠. -_-; 이런 또 환빠 얘기로 갔네.

일제가 남긴 건 민족 말살 그런 게 아닙니다.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살아 있고 그게 이어지는 한 말살은 없어요. 그들이 남긴 건 바로 이런 거죠. 정말 자기 게 뭔지 혼란스럽게 된 것, 멀쩡한 자기 것도 부정해 버리게 된 것, 무슨 옛날 화냥년도 아니고 다른 것의 피가 1%라도 섞였다 싶으면 부정해 버리게 된 결벽증... 이게 일제가 남긴 거죠. 그러면서 자기들은 신나게 자기네 전통 꾸미고 있구요.

원인이 일본에 있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_-a 뭐 조선 때 불교가 그랬듯 바로 이전의 세대를 까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조선에 대한 증오는 정말 지나치죠. 하필 조선이 망한 후 최대의 암흑기가 들이닥쳤고, 우리는 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과거는 부정해야 할 것이 됐고, 그래도 과거를 바라는 마음은 더 옛날을 장미빛으로 신나게 꾸미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가 안다고 할 만한 과거는 조선밖에 없는 기현상이 벌어진 거죠.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야 어느 나라나 공통이긴 합니다. 문제는... 우리는 계속 역사를 잊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서 역사를 모르면서 역사를 외치는 모순이 생깁니다.

5. 어디로 가야 될까?
이전에 쓰다 포기했는데, 전통에 대해 얘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 글도 쓰다 보니 흥분해서 막말 하고 있네요. ( ..)

정말 복잡합니다. 만들어진 전통, 정말 지켜야 할 전통, 옛부터 이어진 건 맞지만 버려야 될 관습, 버리자 버리자 하면서도 희한하게 게속 간직하고 있는 악습 (...) 어디까지가 전통인가, 어디까지가 우리 것인가... 정말 어려운 얘깁니다. 애초에 계속 변해 오던 것을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이미지로 남기기 위해 고정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더 어렵습니다. -_-; 결론을 어떻게 내야 될 지, 아니 결론이라는 게 있기나 할 지 궁금합니다.

뭐 그래도... 그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도 않고 욕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용두사미네요 _-)a

6. 여담

만화 식객 초반 에피소드에서 부대찌개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부대찌개가 우리 음식일까 아닐까였죠. 진수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고 성찬은 반박합니다. 부대찌개가 나온 지 어언 60년, 정작 우리 음식이라 생각하는 아구찜은 역사가 더 짧다는 거였죠. 다른 게 섞였더라도 그게 한국적으로 녹아 들었으면 그건 한국 문화고, 우리 것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 더 복잡해지죠?


뭐 그런 면에서 판타지 사극들이 서양식으로 가는 건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바꾸자니 힘들고 대충 바꾸면 일빠 중빠 소리 듣고... 덕후들에게야 판타지 소리 들어도 일빠라고 욕 먹는 것 보단 나으니까요.

뭔가 저번 글이랑 요번 글 통해서 너무 꾸미자 왜곡도 괜찮다 이런 느낌을 너무 많이 낸 거 같은데, 고증 지키는 거 정말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뿌리를 찾는 것 만큼이나 현대에 녹아들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요새 퓨전 음악 같은 식으로 녹아들게 하려는 시도도 참 많습니다.


역덕들끼리 우스개소리로 하는 얘기들, 이순신 장군을 치트공이라고 한다든가 한국 역사 최고의 고수는 [지나가는 선비]라든가 하는 말들. 전 정말 좋게 봅니다. 이런 식으로 어렵지 않게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거니까요.

풍물패 후배들에게 심심하면 하던 얘기가 이거였습니다.
"[요새 애들이 밤에 언덕 같은 데서 감히-_- 남녀끼리 모여서 악 치고 논다. 세상 참 잘~ 돌아간다] 요랬다는 기록이 있다더라. 지금이야 전통이니 어쩌니 해도 그 때는 클럽에선 노는 거랑 별 다를 바 없었던 거다.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봐라."

마찬가지로 공연할 때 입는 치복(민복이라고 하죠), 그걸 굳이 해야 하나도 생각해 봤었습니다. 그 때야 뭐 자기들 늘 입던 옷 입고 친 건데 지나치게 구애될 필요 있냐구요.

지금도 생각이 그리 다르지 않아요. 이런 얘기할 때마다 나오는 "우리 전통". 이런 딱딱한 "의무"보다는 "재밌다" "난 별로" 이런 취향 문제가 더 중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에 좀 더 노골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


위에 까칠한 부분은 너그러이 봐 주시고 이상입니다. 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지하룬
11/10/06 20:2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혹시 나오고 있는 음악이 먼지 알 수 있을까요?
스타나라
11/10/06 20:28
수정 아이콘
음...속편속편 >_<
To Be A Psychologist
11/10/06 20:32
수정 아이콘
저도 풍물패 생활할때 농악이 일제가 풍물을 낮추기 위해서 만든 말이라고 배웠었는데 그게 구라였군요.

근데 전 치복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때 아니면 입을 기회가 없는 옷이라.

그 옷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막 살고 그랬거든요. 당장 공연 당사자들에게...
절름발이이리
11/10/06 20:35
수정 아이콘
열등감의 발현이지요. 저러한 전통에 대한 집착은.
늘푸른솔솔
11/10/06 20:38
수정 아이콘
저는 좌도 필봉굿을 배웠었는데
처음으로 진 짜서 놀고 앞굿 뒷굿 다 하고 했을 때의 그 감동이 잊혀지질 않네요.
강강술래가 그렇게 재미있는 놀이인 줄도 그 때 처음 알았구요.
저희는 잡색 중에 제일 뒤에서 엿 파는 사람을 제일 중요시했습니다. 뒷풀이 비용이 거기에 달려 있었기에... 흐흐
아무튼 개인적으론 사물놀이는 풍물과 너무나도 다른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전통이라고 부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심군
11/10/06 20:43
수정 아이콘
전통에 대한 집착이 열등감의 발현이라는 건 어느나라에나 있는거라고 봅니다. 사실 이런 열등감의 발현이라고 예시를 드는 일본을 보면서 예전엔 신나게 까댔지만 지금 차분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역시 이런 비난에 벗어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론 무사 백동수의 원작인 '야뇌 백동수'도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 적절한 소재에 탁월한 구도같은걸 보고 제법 놀랬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하튼 전통과 역사를 지킬 곳은 지키고 가볍게 다루는데 있어서 제한을 많이 두지 않는 것이 진짜 전통을 대중과 세계에 많이 퍼트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마는 참 복잡하더군요. 요즘 일본애니 몇몇개를 보고있으면 더욱더;; 각 공동체마다 건드려서는 안될 금기라는거 무시 못하겠더군요;;;
To Be A Psychologist
11/10/06 20:49
수정 아이콘
전 평택 웃다리였습니다. 진짜 풍물의 재미는 저도 판굿에 있다고 생각해요. 한달내내 밤시간 다 투자해가면서 정말 힘들게 연습하고 한 정기공연에서 술마시면서(아시는분들은 아시지만 풍물패 공연은 거의 그 자체가 축제지요. 특히 동아리 정기공연이었던 터라 공연 중간에 계속 졸업한 선배들이 술 따라주고 보러온 친구들도 그거보고 계속 술 따라주고 공연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막걸리를 얼마를 먹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흥겹게 공연했던 날은 제 인생 최고의 카타르시스중 하나였어요.
된장찌개
11/10/06 20:49
수정 아이콘
자기것이 뭔지 혼란스럽게 된 것, 멀쩡한 자기 것도 부정해 버리게 된 것......
멀쩡히 제사 지내는 집에 " 쯧쯧쯧 그거 안 좋은거라며." 대놓고 얘기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습니다.
그런 거 보면 참... 우리나라는 나중에 가면 남아 있는게 뭘까 싶기도 합니다.
Francesc Fabregas
11/10/06 20:52
수정 아이콘
이런것들에 대해서는 악기가 좀 편리한 위치에 있는거 같습다.
가야금으로 연주한 렛잇비나캐논변주곡 정말 좋더군요
tannenbaum
11/10/06 21:19
수정 아이콘
일단 음악좀 듣고요~ 얼쑤~~ 좋다

우리것.. 참 애매한 단어이죠
조금 멀리 올라가면 고려기 궁중복식은 당, 송의 영향을 받아 그 이전과는 다른 형태를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물론 서민들은 이전의 복식을 따르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고려 궁중 복식은 우리것일까요? 아닐까요?

우리것이란 우리네 감정과 해학이 담겨있는것이라 봅니다.
락음악에 국악기를 짬뽕하면 한국적 락이 되는것이라기보다는 조관우나 이소라처럼 들으면 끈적한 우리네 감정이 느껴지면 그게 우리네 것이 되는것이겠지요

참 애매하지만 대중들이 우리네 것이다 라고 느끼면 우리네것이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전통이란게 그 행태나 외형을 경직되게 추구한다는 의미보다 우리네 감정과 해학을 담아내는 과정이 바로 전통이 아닐까 합니다.

덧, 속편 속편 >_<
무리수마자용
11/10/06 21: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불곰드랍
11/10/06 23:43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생각할 것이 많은 글이네요. ^^ 감사합니다.
11/10/06 23:55
수정 아이콘
그런 의미에서 일렉꽹과리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하드코어 메탈 풍물을 보고 싶습니다. :)
빠독이
11/10/07 00:13
수정 아이콘
눈시BB님의 글들도 역사와 전통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
진리탐구자
11/10/07 00:52
수정 아이콘
이건 딴 소리지만, 태권도가 가라데를 모방했다는 걸 2년 전 쯤엔가 신동아가 인증했었죠.

그걸 감안하면 태권도 캐도 한쿡 전통 캐가 아님. 만들어진 전통이긴 매한가지라는 거죠.



신동아에 실린 국기원 부원장 이종우 씨의 인터뷰입니다.

http://www2.donga.com/docs/magazine/new_donga/200204/nd2002040010.html

―많은 태권도 교본들이 태권도의 뿌리를 삼국시대 이전으로 잡고 있습니다.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더라도 좀 무리가 따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도 그런 식으로 책을 쓴 사람이에요. 솔직히 우리가 내세울 게 없었잖아요. 초창기에는 태권도를 해외에 보급하는 과정에서 옛날부터 있었던 한국의 전통무술이라고 하면 명분도 서고 잘 먹혀들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유사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겁니다. 역사적 원류로 본다면 중국 것이 일본으로 들어갔고 일본 것이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해야 설득력이 있죠. 일본 사람들이 중국 무술을 많이 개량해서 과학적으로 만들었어요. 한가지 문제가 뭐냐 하면 일본 사람들은 유연성보다 근육성에 바탕을 두고 운동을 만들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몸의 움직임이 굳을 수밖에 없죠.

우리는 이걸 가지고 스포츠로 경기화하기 위해서 겨루기를 시킨 겁니다. 반면 일본 사람들은 겨루기를 안하고 혼자 하는 운동으로 놔두었고, 중국에서는 손 맞춰서 하는 유연한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볼 때 태권도는 중간 입장에서 어느 쪽도 아니에요. 쉽게 얘기하면 우지좌지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그거죠. 그런데 우리는 겨루기를 했기 때문에 급속도로 발전한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중국과 일본이 역으로 우리 걸 배우게 된 겁니다. 자기들 무술은 보급이 잘 안되는 데다 젊은 아이들이 자기와의 싸움보다 치고 받는 걸 좋아하잖아요.”

―광복이 되고 도장을 연 사람들은 모두 가라테를 했나요.

“기본기를 놓고 볼 때 이렇게 막는다 저렇게 때린다 하는 건 모두 가라테와 똑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전통무예와의 유사성은 없다는 얘기입니까.

“언뜻 보기에는 있는 것 같지만, 기본기가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사실상 유사성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택견도 현대에 와서 많이 변질됐어요. 태권도 하던 사람들이 택견을 배우니까 발차기가 태권도 스타일로 나오는 거죠.”

―광복 이후 태권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영향을 끼친 무술은 가라테 뿐입니까. 다른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나요.

“그게 솔직한 대답입니다. 나도 별의별 것을 다 끌어들여서 책을 쓴 사람이지만, 이제는 밝힐 때가 됐어요. 가라테를 가르치는 관장들이 모여서 태권도의 형틀을 만들었고, 그 실무작업을 제가 했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세계 정상에 있으니까 밝혀도 큰 문제가 없어요.”
진리탐구자
11/10/07 00:56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고, 예전에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레드 제플린의 Dazed and confused를 사물로 라이브 공연 했다는데, 구할 수가 없네요..
11/10/07 08:29
수정 아이콘
어째 눈시님의 글은 시리즈보다 외전(?)편이 더 인기가 있는 거 같네요.
오히려 글쓴이로서의 노력은 시리즈물이 더 들어갈텐데..ㅠㅠ

아래 일본 문화글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번 글도 재미있게 읽은데다
내용까지 참 많이 공감이 갑니다.
11/10/07 08:45
수정 아이콘
좌도 필봉굿을 나름 조금더 관심있었던 저로서는 대포수 최상길 어르신 사진이 보이니 반갑네요. 예전에는 사물놀이가 극히도 싫었지만 지금은 풍물이라는 소리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과 하나의 판에서 굿을 만들어간다는게 더 즐거웠지만요. 눈팅만하다 아는 내용. 저또한 한국 고유의 문화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엇는데 이번글도 정말 즐겁게 보고 갑니다. [m]
그대가있던계절
11/10/07 09:43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말 자기들 문화 끊임없이 변형, 발전 시키고 전세계에 퍼트리는 일본.. 부럽습니다.

우리나라 문화 컨텐츠는 한참을 생각해야 몇개 떠오를 정도인데.. 일본은 본문에 나온것만 해도 많고, 안 나온게 더 많죠.

언제쯤 따라잡을런지... 더 없어지지는 않을런지 걱정이네요.
루크레티아
11/10/07 14:36
수정 아이콘
솔직히 근 2천년 동안 같이 교류한 나라가 한국이랑 중국 뿐인데 일본이 한국이랑 복색 닮은게 당연한 이치죠.
먼저 개발해서 팔아먹을 생각은 안 하고, 남이 어떻게 그렸다고 짜증이나 내고 있으니...화를 내는 수순의 앞과 뒤는 전혀 생각 않는 짓거리들입니다. 그나마 그 고증이라고 내세우는 증거라도 제대로 된 것이면 모르겠는데, 대부분이 구라 아니면 카더라들이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813 [일반] 명나라의 수군 도독이었던 진린 장군의 후손들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었군요. [22] RPG Launcher6743 11/12/12 6743 0
33746 [일반]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영화화 결정. [39] Nair5991 11/12/10 5991 1
32610 [일반] 투표일이 몇시간 안남았네요. [53] DeMiaN4027 11/10/25 4027 0
32247 [일반] [잡담] 내가 뽑은 한국드라마 BEST8(스크롤 압박) [80] 슬러거11906 11/10/11 11906 2
32154 [일반] [속편?] 멈춰 버린 전통 [42] 눈시BB11717 11/10/06 11717 6
32134 [일반] 와패니즈, 서양 속의 일본 [추가] [100] 눈시BB14648 11/10/05 14648 9
31506 [일반] 단종애사 - 4. 숙부와 고립무원의 조카 [26] 눈시BB6920 11/09/02 6920 2
31400 [일반] 단종애사 - 1. 준비되었던 임금 [37] 눈시BB8959 11/08/29 8959 1
31037 [일반] [한국 문명 출시 기념] 세종대왕 특별편 (중요부분 정정 봐 주세요) [135] 눈시BB17229 11/08/12 17229 13
30863 [일반] 선조의 파천이 잘못된 일이었을까 [15] 케이윌8145 11/08/05 8145 0
30076 [일반] 남한산성 - 7. 형제의 맹 [15] 눈시BB6176 11/07/03 6176 5
30061 [일반] 남한산성 - 6. 정묘호란의 시작 [6] 눈시BB5327 11/07/02 5327 8
30048 [일반] 임진왜란 못 다한 이야기 - 항왜, 김충선 [13] 눈시BB13063 11/07/01 13063 3
29955 [일반] 남한산성 - 3. 고려처럼 [10] 눈시BB7285 11/06/26 7285 4
29895 [일반] 돌아온 The Fan(가칭) [5] 페일퓨리4603 11/06/23 4603 0
29745 [일반] 추게 & 에게 업데이트를 위한 지원글 [29] Cand10652 11/06/14 10652 28
29669 [일반] 임진왜란 못 다한 이야기 - 참전 일본 무장 [17] 눈시BB15007 11/06/11 15007 0
29470 [일반] 왜란이 끝나고 (임진왜란 시리즈 완결) + 정기룡에 대해서 [31] 눈시BB13976 11/05/31 13976 7
29398 [일반] 왜란이 끝나고 - 왜란종결자 [26] 눈시BB11299 11/05/28 11299 6
29346 [일반] 정유재란 - 완.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유한이 없겠습니다 [35] 눈시BB9218 11/05/26 9218 1
29302 [일반] 정유재란 - 10. 꿈의 끝 [14] 눈시BB8423 11/05/24 8423 2
29243 [일반] 정유재란 - 9. 사로병진지계 [19] 눈시BB8948 11/05/21 8948 1
29087 [일반] 정유재란 - 8. 호랑이 사냥 [17] 눈시BB7619 11/05/12 761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