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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08 18:45:39
Name 글곰
Subject [일반] 당신의 평화로운 마음은 얼마입니까?
2009년. 취업하고 삼년차 되던 해입니다. 일하면서 꼬박꼬박 월급 받아 모으다 보니 슬슬 주식이란 데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신체강건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주식을 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거든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기껏해야 5% 수준이었는데 주식을 해서 누가 열 배 스무 배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주식거래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주식을 시작했습니다.(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라서 한 달에 칠천 원씩 주고 따로 휴대전화 주식거래 프로그램 정액 서비스에 가입을 해야 했습니다.)

자, 이제 당당히 주식을 시작한 건 좋은데, 현실은 차트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생초보였지요. 예산은 “이 정도는 다 까먹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한 한도인 삼백만원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우량주 위주로 안전하게 분산투자를 했지요. 삼X전자 1주, 현X중공업 2주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나는 장기투자자가 될거야! 라고 마음을 먹었더랬죠.

그런데 웬걸. 주식을 사들인 다음 날부터 마음이 불안한 겁니다. 오늘 내 주식이 올랐을까 내렸을까? 주식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죠. 그리고 십 분에 한 번씩 제가 산 주식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식이 올랐건 내렸건 간에 그 다음 고민이 시작되는 겁니다. 올랐는데 지금 팔까? 아니야, 그러다가 더 오르면 억울하잖아. 내렸다 해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어이쿠 떨어졌구나. 얼른 팔아치울까? 아니야, 그러다가 반등하면 바보 되는 거 아냐?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으로 간사하고도 치졸한지라, 주식의 등락에 따른 약간의 이익과 손해에 정신이 온통 팔리더군요. 매일매일 주가 변동에 엄청나게 민감해지고, 주말에는 다음주 증시가 어떻게 될지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마음 한편에 항상 주식 생각이 있어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더군요.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마음이 불안했죠. 내 주식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업무시간 중에 툭하면 화장실에 가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 저는 새삼스레 경악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추잡하더라고요. 돈 몇 푼에 사람이 얼간이가 되는 것이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주식에 초연해지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초연해질 수 있다면 강호의 은둔 고수거나 아니면 성인(聖人)이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그깟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마음의 평화를 잃게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두어 달 전에는 그 동안 골치를 썩이며 몇 달 동안이나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수익률은 -40%였죠. 뭐 어떻습니까.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죠. 돈을 얻고 잃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세상에는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돈으로 마음의 평화를 사들인 셈이 되는 걸까요. 물론 이득을 보면서 팔아치웠으면 마음이 훨씬 더 가벼웠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서 묻습니다. 당신의 평화로운 마음은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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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11/08/08 18:50
수정 아이콘
철없던 대학 1학년 시절 매달 용돈 30만원에 알바비 20만원 해서 한달 씐나게 놀고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 등록금이나 기숙사비 등등은 부모님 부담이었지만 말이죠.
지금 매달 버는 돈은 분명 그 때보다 훨씬 많은데 놀고 먹고 하고 싶은거 다 못하는 신세가 참 웃기네요. 크크

아, 매달 2만원 정도 받으면서 중노동과 정신적 피로에 시달렸던 군대시절이 비용대비 행복지수 최하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11/08/08 18:59
수정 아이콘
주식은 한탕심리로 아무렇게나 뛰어들 분야가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돈과 온갖 술수가 난무할텐데 개미들이 들어가봤자 뭐하겠어요;
퀘이샤
11/08/08 18:59
수정 아이콘
2006~2007년 즈음 계좌잔고가 3억 이상이었을 때,,, 하루 등락폭이 좀 큰 날은 월급이상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저는 예약매매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HTS를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20분 정도 늦게 제공되는 포털의 관심종목시세를 가끔 들여다보았죠.
이제는 오늘같은 장세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조금 더 생겼고, 이미 한참 수익난 기업 장기간 보유 중이니 마음도 편합니다. (올해 매매 1번)

현물시장에서 일간 변동폭이 백만원, 또 월급 정도 왔다갔다하면 일이 안된다는 설이 있던데, 시간이 지나니 해결되네요.
야근 끝내고 숙소에 가면 저평가 기업 중에서 단기간 낙폭이 컸던 기업을 추려볼 생각입니다.
911도 그랬고, 리먼사태도 그랬고,,, 결국 폭락장이 와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지하 1층에서 7층까지 갈 수도 있지만요...)

보유기간을 길게 가져간다고만해서 바람직한 장기투자는 아닙니다.
싸게 사서 제 가치로 가격이 회복하고, 또 성장함에 따라 계속 가격(가치)가 오르는 기업을 길게(중간에 팔지 않고) 보유는 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기투자입니다. (쉽지는 않죠. ^^;)
싸이유니
11/08/08 20:16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주식안하지요..
11/08/08 20:34
수정 아이콘
주식도 안하고 로또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합니다.
오크히어로
11/08/08 21:37
수정 아이콘
주식도 안하고 로또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합니다. (2)
중학교 시절 짤짤이에 한창 빠져 살았었는데,(방과후에도 3시간 정도 남아서 도박을 했습니다.)
중3 담임선생님이 자퇴서 써오라는 이후로는 돈놀이(주식, 도박, 로또 등)는 일체 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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