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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04 05:14:57
Name 루미큐브
Subject [일반] 연구(Research)
수처리 공학파트를 뒤적거리다 든 생각입니다.

연구라는 것

정말이지, 딱히 뭐라 정의내리기 힘듭니다만 한 가지는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라는 것은 검증이라고 말이죠

사실 그렇습니다. 절대 0도와 관련된 학자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알고 계신다면 이해가 쉽겠지만 연구라는 것도 알고 보면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현대에 와서 후배들이 발전된 기구와 Method를 이용하여 계속 검증하고
앞선 결과들을 전부 부정하는 성과물로 기존의 통념을 뒤엎거나
선배들의 결과물을 확실한 데이터로 도출하여 하나의 완성된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요새 필요에 의해서 수처리 미생물 파트를 하루 몇시간씩 공들여 가며 맹렬하게 탐구중인데
이쪽 분야는 좋은 말로는 '금맥' 인 동시에 다른 표현으로는 'Unknown' 이네요
1970년대의 이론이 여전히 통용되는 동시에 검증된 것도 부분에 지나지 않아
'최신' 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수질 미생물 공학' 이라는 책에도 대부분의 코멘터리나
레퍼런스가 정말로 Old 합니다.

"아니 이러한 내용들이 한 번도 검증이 안되었었나?" 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말이죠

완성되지 않은 것을 강제로 '성역화' 시키려는 학문의 벽이라는 것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쓰디쓴지는 진즉 체감하고는 있습니다만, 미생물 뿐만 아니라 ISSN Journal 을 보면
이 습성이 공통적이더군요, 수입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저술에도 짝퉁이 많은 마데인치나

"난 여기까지 했다. 이 연구의 개선 방향은 이렇다(다뤄지지 못한 것, 다뤄져야 할 부분).. 어디 할 사람은 해라"

-> 이렇게 끝나면 보통은 대학/연구기관 에서 후배들이 바턴을 이어받거나 하는 곳도 있는데
--> 학술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에 쓸려가는 [인생의 무게2] 편이 되는 것이지요

연구를 하는 기본적인 테마는 바로 '왜? Why' 에서 빚어지는 것이지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라고 흥미있게 지켜보고 하나의 테마를 주구장창 파는 그들을
소위 전문가라고 합니다. 보통은 학위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전문가라 불리는 분들 중엔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자신이 연구하는 테마 외에는
관심이 없거나, 타인의 분야를 간섭할 정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니면 실력이 없거나.. 죠
그 분야가 세분화 되어 있을 수록 이 현상은 더더욱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신진연구자들이 이러한 원초적인 의문을 가지고 순수하게 연구에 뛰어 들어야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죠, 연구자금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혼자서 진행할 수 있는 연구라는 건 없습니다.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인력이 꼭 필요하지요, 게다가 지금 사회는 MAD 사이언티스트들의 실패물을
무한정 받아주고 용인해 주면서 자금을 지원해 줄 정도로 호락한 사회는 더더욱 아닙니다.
스폰서가 기업에 묶여 있어서 기업형 공동/협연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요

한정된 개발기간 안에 책임자는 어떻게 해서든, 땅을 파고, 안되면 우주로 나가서라도
개선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합니다. 지원금을 받아서 기분 좋은 일은 순식간이요
그 돈과 인력을 적절히 운용하여 최상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선책이나 개선방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안되지요
올해도 교수 몇 분이 연구과제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는데
그 연구책임자라는 위치의 중압감이라는 게 정말 이해가 됩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더더욱 순수한 연구테마는 '누군가 해주겠지...' 에서
'에이 이런걸 누가 하냐? 걍 레퍼런스가 진리라고 생각하고 쉽게 가자' 라는 테마로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주변이 그렇습니다. 애써 찾은 레퍼런스에 토를 달지 말자는 거죠

그렇지만 제가 미생물 파트를 보니 이 분야는 진짜 신세계인데, 아 진짜로 라프텔이요 원피스인데
마냥 손가락 빨고 있기엔 너무 아깝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 번의 검증과정 없이 선배들이 '그렇댄다 얘들아~' 라고 말한 것을 후배들이 '아 네...' 라고
너무 충실하게 지켜가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미생물에 대한 지식이 전문 전공자들에 비해
나을 것은 없기에 쉽사리 지금 다니는 직장 때려치고 한 우물만 팔 용기도 안나고 말이죠

제가 바라보는 연구자들은 딱 세가지 입니다.

1. 기존 연구결과를 뒤엎길 좋아하는 존재
2. 순응하는 존재
3. 외계인

보통은 두 번째가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뽑아내야 하는 고통을 겪을 바엔
적당히 기존 기술과 특허를 조합해서 새로운 특허나 NET, NEP를 뽑아내는 편이 훨씬 좋겠죠
경쟁자를 뿌리치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모험을 하긴 해야 겠는데
예전 환경부의 G7 처럼 모험을 할 경험자들은 더더욱 없고, 있어도 더 이상 중원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질 않고
신진연구자들을 믿자니 실적이나 경험상 실패율이 훨씬 높고 어정쩡한 타협안이 나올 것 같아 투자하기가 망설여지고
그래서 모험을 해야겠지만 실패율은 적은 연구자나 연구수행 기업/기관을 선택하다 보니 두 번째가 가장 많더군요
이건 특정한 기술의 특허 사용빈도 통계만 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뭐...

아인슈타인이 리젠되고 E=MC^2이 아니셈, E=MC유재석이셈 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기존기술이고 기존연구고 나발이고 진짜로! 아예 없었던 + 획기적인, 그야말로 학술진흥원에서 정의내린
[새 연구]의 기준에 딱 들어맞는 창의성을 가진 분인데, 그냥 이 분의 발자취가 역사나 다름 없지요
그런 분이 앞으로 더더욱 등장하기 힘들꺼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입니다.

등장한다 하더라도 영재교육의 미명 하에 수십 개의 학원 러쉬 앞에 평범한 학생으로 변해버리진 않았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천재를 억누르려 하더군요, 그래서 천재로 태어난
사람들은 적지 않아도 그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뇌의 어느부분이 또래에 비해 월등한 천재(계산 천재, 기억력 천재, 음악적 천재 등등)라고 불리는 분들은
대부분은 아니겠지만 높은 빈도로 자폐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죠?
소위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겉모습만으로 '바보' 라고 불리기 충분한 모습이랄까요?
그런데 그게 "신이 공평해서다~ 그래서 저 사람에겐 일반인들과는 차별화된 뇌의 기능을 주셨다"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유전적 Defense는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
(뜬금없이 이 부분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싶은)

지식의 pool을 만들어 놓고 그 지식의 한계량을 넘어서지 못하게 생명체의
지능을 통제하는 오버마인드라는 것이 실존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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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nysun
11/07/04 07:53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논문찍어내는 연구실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한국에 있으면 논문 더 많이 낸다는 우스겟소리도 도는거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되는 것이 단점인지 공감하기 힘드네요.
11/07/04 09:31
수정 아이콘
학문분야 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연구 자체와 학문분야 바깥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줘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전문가의 눈에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겪여서라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반면,
외부 사람들은 어떻게든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빨리 우리 삶에 유용한 돈이 되는 것들을 얻고 싶어하니까요.

새롭고 획기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더 멀리 바라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당장 결과를 내놓아야 하도록 강제된다면 멀리 바라보기는 어렵겠지요.
Yesterdays wishes
11/07/04 13: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유독 옛것에대한 집착이 강해 순응하는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천년전 의학서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분들도 계시기도 하고 ...
11/07/04 15:46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닳고 닳은 분야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신세계의 개척,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 이런 단어들이 꿈결처럼 느껴집니다.
연구에도 일종의 '안전빵' 이 있어서 이 정도 연구주제를 가지고 파고들면 이 정도 논문 나오고 이 정도 실적 나온다. 가장 쉬운 예로 incremental 한 접근방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정말로 연구다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모험을 해야만 하거든요. 결과가 아예 안 나올수도 있는.
그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은 둘째 문제라고 하더라도, 연구 분야에 대한 지속적 흥미, 연구를 할 수 있는 학문적 능력, 연구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확신 등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갖추고 있기가 녹록찮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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