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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0/09 18:09:11
Name TheOthers
Subject [일반] 뻘글

답답해서 한 마디 끄적여 봅니다.

저는 대학 내에서 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학술제를 준비하고 있고요

어느 날 전 동기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넌 왜 너 혼자하려고 하느냐? 동기들에게 도와달라고 안하냐?'

황당했습니다. 방학 때 부터 지금까지. 새내기들 데리고 거의 저 혼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방학 때 '학술제 준비하니까 바쁘시더라도 한번쯤은 나와서 도와주세요'

라고 십수명에게 보낸 문자는 한 두 사람 빼고 다 씹어먹히고, 개강하고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학술제 준비 이 때 이 때 하니까

와줘라, 화이트 보드에 '학술제 준비 이시간 이때에 합니다' 라고 번듯하게 적어놨는데.

대체 어떠한 정도의 요청을 바라는 것일까요? 제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아랫사람도 아니고 뭣 때문에 와주세요 와주세요 빌어야하나

요? 학술제 정도 되는 큰 행사면 당연히 바로 윗학번이면 도우러 와야 하는 것인데(학회원이라면),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면서 안올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넌 왜 혼자하느냐' 라니

솔직히 대학생이 일주일에 4시간을 못 낼 수가 있나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4시간이 안나온다는건 정말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학술제라는 큰 행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을 한명이서 통솔하니 제대로 되기가 힘들지요. 제가 봐도 구멍이 숭숭나고 논리도

약하고 두서도 없고 참 속이 상하는데,

생전 나타나지도 않던 사람이 이제 보니 상황이 많이 안좋으니 '왜 혼자하려고 하느냐?' 라고 합니다. 세상에 누가 힘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려고 할까요? 자신들이 오지 않은걸 제가 부르지 않아 안왔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지경이다 라고 말하는거 보니 참

너무 억울하네요.

거기다가 '넌 왜 애들에게 싫은 소리를 안하느냐? 항상 좋은 선배로 남으려고 이미지 관리 하느냐?' 이런 소리도 하더라구요.

앞서 말했다시피 전 후배들을 혼자 통솔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려운걸 하는 부담은 후배들한테 엄청나고, 선배들은 왜 도와주러

안오냐고 하면 전 정말 할말이 없었습니다. 우리학번이 이 모양인데 후배들 사기가 좋을리가 없지요.

'선배 이거 안하면 안되요?'

라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러고 싶었죠. 그런데 몇년동안 이어져온 걸 제 선에서 어떻게 그만둡니까..

'얘들아 그래도 해야지 내 동기들도 곧 도와줄꺼야' 하고 다독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들 다 하기 싫어하는 마당에 '너 왜 이따위로해!' 어떻게 말합니까? 정말 때려치는 판이 아닌 상황에서...

읔 너무 두서가 없네요...

아무튼 참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혼자 가슴앓이 하다가 죽겠네요.

문제는 이런거 잘 말 못하는 제 문제가 참 크다고 저도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에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잘하면 내탓 못하면 니탓.

빨리 군대나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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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uNYParK
07/10/09 18:17
수정 아이콘
막상군대가시면...그래도 사회가 좋구나..생각하실거예요;;
힘내세요 까짓거 이번에 말아먹고 아웃사이더 하면 되는거죠 뭐! (응?)

아싸로 졸업한 한 人으로 부터..
푸른별빛
07/10/09 18:44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동아리 회장하면서 그런 경우 많았어요. 동기들은 안도와주지, 선배들은 왜 동기들 놔두고 몇명이서 하냐고 뭐라고 하지(그래도 제가 좀 나은 듯. 전 두 명은 도와줘서;;) 후배들은 슬슬 빠지는 동기들 보면서 의욕상실하지...

우리들은 이 모양이니까, 내년에 너희는 그러지 말아라- 이번에 잘 해서 좋은 후배들 받으면 내년에 너희들이 편해지니까 열심히 해보자- 뭐 이런 식으로 해서 잘 넘어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동기들이랑은 별로 안친하고 후배들이랑은 많이 친하죠.
07/10/09 19:05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죠, 능률을 위해 인간관계를 포기하던지, 인간관계를 위해 능률을 포기하던지.
무엇인가의 대표가 되면,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합니다.
즉, 확답을 들어야 한다는거죠, 어리버리 해서 빠지면 저런놈들은 더 늘어나죠.
제가 고등학교때 한번 데여봐서 대학와서는 할 생각도 안했습니다.
07/10/09 19:09
수정 아이콘
그저 완전 공감한다는 말 밖에는...
힘내세요! ISUN님 말씀이 도움이 될듯 싶네요-
정말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할듯..
07/10/09 19:12
수정 아이콘
설마 경인교대생이신가요? 내일부터 학술제인데 -_-;
사상최악
07/10/09 19:4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TheOthers님 동기들에게 돌립시다.
TWINSEEDS
07/10/09 19:48
수정 아이콘
100% 공감합니다.
저도 예전 동아리 회장을 지낸 사람으로써, 몇마디 적어본다면..
3월 개강 및 신입생 환영 M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이 뭣 좀 하려니, 오늘 같이 영화를 보러간다질 않나(평소에 전 영화보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 알고 듯 있었기에 나한텐 얘기도 않고요.)
덕분에 후배 몇명과 MT준비 및 선배님들에게 연락..
방학때 동아리방 공사한다고 동아리 물품들 치워달라는 연락을 받고 동기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고향에 내려가 있다거나(그래도 이건 이해를 하겠습니다.) 온다고 해놓고 잠수를 타거나.. 해서 또 착한 후배 몇명과 고생하고.
MT 장소 섭외하러 어디 가자고 하면 어찌 그리 다 바쁜지..
그리고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있었는데, 1학기에 한번 정도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날 자긴 수업 없다고 학교 안오니깐 빼달라고 하질 않나.. 수업 없는 날 한학기에 한번 학교오는게 그렇게 힘든지..
그러면서도 내가 어쩔 수 없이 낑낑대는 걸 보면 그제서야 왜 혼자 다 하려고 하냐고 하면 참 그렇죠.
술 자리선 우리가 뭉쳐야하니 어쩌니 하면서요.

동아리 회장으로써 선배들 보기 안부끄럽게 후배들에게 동아리의 취지와 목적에 따른 내용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는 익혀줘야하기에 강하게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보면 또 왜그리 쎄게 나가냐고, 쉽게쉽게 하자고 해버리면 참 뭣하죠.

(갑자기 제가 하소연 하고 있었군요..)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죠. 사람들은..
새벽의사수
07/10/09 21:23
수정 아이콘
동감. 저도 학회장하는데 정말 괜히 맡았다 싶습니다. 친한 이전 학회장 선배의 부탁이라 어거지로 했는데... 갈수록 통솔은 힘들어지고 도와주진 않으면서 말은 이것저것 많고 -_- 다시는 뭐 안 하려고 생각하고 있지요. 정말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죠...
연휘가람
07/10/09 22:11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전 지금은 휴학하고 다 때려친 상태지만 올해 1학기 땐 동아리 회장하면서 참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요.
저 같은 경우는 7명이나 되는 동기가 참 야속하더라구요. 회의 하자그러면 속속 빠져나가고 , 무슨 일 좀 해보려하면 짬이 되는데 이걸 해야겠냐면서 안하려들고... 결정적인건 졸업식날 동아리 선배들 챙기기위해 모이라 그랬더니 한 명도 안오더군요.

혼자서 꽃다발 대여섯개 들고 강당갔다가 강의실갔다가 왔다갔다 하는데 참...그날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음.. 저도 어쩌다 하소연이되었는데 이런 문제는 참 부드럽게와 강하게의 수위조절이 힘든 것 같네요.
이걸 잘하는 사람이 아마 타고난 리더겠죠..
여자예비역
07/10/10 10:34
수정 아이콘
저기.. 학회장이시면.. 모아놓고 한소리 하세요... 저는 학회장 할때 무조건 학회 임원 및 각학년과대/부과대 모아놓고 회의해서 계획세우고 되도록이면 어려운일 하나 맡아서 해놓고 다른 사람들 통솔했습니다.
모범을 한번 보이고 통솔하면 잘 따라오지만.. 모범만 계속보이면 그게 당연한 건줄 알죠..
혼자 일하냐고 뭍는 친구한테 문자왜 씹었냐고 한마디만 하세요.. 도와달라는거 다 쌩까놓고.. 그런말 하는거 아니라고...
TheOthers
07/10/10 11:51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제가 와락 화내는 성격이 아니라 말로 잘 타이르는 편이라 다 모여있는 자리에서 '부탁' 을 한 적은 몇번 있습니다

그러나 1년간 계속하여 반복되어오는 '문자씹기' '학회 내 행사 불참' 이런 행동을 보면서 왜 제가 계속 '제발 와주세요' 라고 비굴하게

굴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성격의 문제죠 '안올꺼면 때려쳐라' 라고 강하게 말하는게 더 좋을 것 같지만, 성격상 이렇게 반복해도 안오면 비굴하기는 싫으므로

포기해 버린거죠
07/10/20 08:25
수정 아이콘
으아..저랑 저랑 상황이 완전 똑같으셔서..읽는 중간중간 계속놀랐었습니다
1학기때 선배 적다고 빠져나가던 후배들을보고 피를 토하곤했었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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