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5/14 17:38:58
Name 늘푸른솔솔
Subject [일반]  43. 그 날 (시), 5. 18(노래)



'광주 시민 학살'이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는 어떤 단체들의 기막힌 주장이 있었습니다.

무려 600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자행한 살인이었다는 것인데... 새려면 안에서나 새지 나가서까지 새는 바람에 나라 망신 다 시키고 있습니다.

봐야만 아는 일이 있는 반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겪지 않고도 전달되는 감정도 있지요.

저 단체 사람들은 아래 시를 읽고 반성하고 부끄러워 하길 바랍니다.


아래는 2007년에 5·18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에서 당시를 겪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은

당시 경기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민경씨의 시 입니다.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시에는 까막눈이라 시가 어떤지 뭐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저게 시인지도 몰랐죠.

그저... 겪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겪었던 사람마냥 표현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만 하다가

반복해서 읽을수록 전달되는 감정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소개할 노래는 정태춘, 박은옥씨의 5.18 입니다.

5. 1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위에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에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


전두환씨가 죽기 전에 꼭, 반드시... 충격적인 꿈을 꿔서든 번개를 맞아서든 종교에 심취해서든 뭐를 해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5/14 19:33
수정 아이콘
좀 다른 얘기지만, 종양일보에서는 5.16 '혁명' 50주년 특집으로 기사를 싣고 있더군요. 신나서 떠드는 김종필.

뉴라이트 안병직씨도 군사정변이라면 몰라도 혁명이라는 말은 안 맞는다고 했는데...

조중동이 5.18때는 어떻게 기사를 실을지 궁금합니다.
벤카슬러
11/05/15 10:46
수정 아이콘
그 날... 2007년도에 저 작품을 접하고 받은 충격이 아직도 어른거리네요.
저걸 고등학생... 그것도 광주가 아닌 타 지역 학생이 쓰다니.
제가 봤던 518을 다룬 시 중에서 순위권을 다툴 정도의 퀄리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오늘은 이 시를 많이 소개해야겠네요.

ps) 이 작품이 나온 518백일장대회...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네요.
2007년 저 작품이 나온 이후로 너무 조용해서 말이죠.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262 [일반] [불판] MBC 일밤 <나는 가수다> 시즌 2 : 2차 경연 (4회) - #3 [353] 케빈제이14343 11/05/22 14343 0
29261 [일반] [불판] MBC 일밤 <나는 가수다> 시즌 2 : 2차 경연 (4회) - #2 [249] 케빈제이11934 11/05/22 11934 0
29260 [일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5월 22일 중계불판(1) [474] 위원장3773 11/05/22 3773 0
29258 [일반] [불판] MBC 일밤 <나는 가수다> 시즌 2 : 2차 경연 (4회) - #1 [316] 케빈제이9358 11/05/22 9358 0
29257 [일반]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법(규범)을 어기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32] 페르디안6822 11/05/22 6822 0
29254 [일반] 한국인으로써 다음중 가장 빨리 이룰수 있을만한 스포츠 기록은?? [83] 후푸풉10357 11/05/22 10357 0
29252 [일반] 제 얘기좀들어주세요 [18] 날으는씨즈6269 11/05/21 6269 0
29251 [일반] 카드 게임 좋아 하시나요?? -홍스(紅十)- [17] Darkmental12696 11/05/21 12696 0
29250 [일반] [프로야구] 2011년 5월 21일 토요일 불판 올립니다.. [615] k`5633 11/05/21 5633 0
29249 [일반] 스물 세살 남성입니다. 저만 이런건가요? [25] 비빔면9071 11/05/21 9071 0
29248 [일반] 중산층의 기준이 뭘까요? [117] 공안7858 11/05/21 7858 0
29247 [일반] 프랑스오픈 간단 프리뷰.. Invincible VS Invincible [5] wish burn3275 11/05/21 3275 0
29246 [일반] [연재] 영어 초보자를 위한글 7탄_관계사 분사편 [10] 졸린쿠키4316 11/05/21 4316 0
29244 [일반] [▶◀] 전 WWE 프로레슬러 마초맨 랜디 세비지 사망 [19] EZrock5458 11/05/21 5458 0
29243 [일반] 정유재란 - 9. 사로병진지계 [19] 눈시BB8398 11/05/21 8398 1
29242 [일반] 부활 숨은 명곡 - 소나기 [11] 마젤란8810 11/05/21 8810 0
29240 [일반] 소녀시대 일본 정규 1집의 메가 믹스 음원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7] kimbilly5011 11/05/21 5011 0
29238 [일반] [불판]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준결승전 [Top 3] / 박완규 멘토 특별출연 [336] 케빈제이7043 11/05/20 7043 0
29237 [일반] PGR 회원 분들이 원하시는 리메이크 게임은 무엇이 있나요? [144] 태연사랑7063 11/05/20 7063 0
29235 [일반] [프로야구] 2011년 5월 20일 금요일 불판 올립니다.. [419] k`4887 11/05/20 4887 0
29232 [일반] 오바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영토 양보하라" [53] 레몬커피8254 11/05/20 8254 0
29231 [일반] 소비자 분쟁! 알고 대처합시다. [2] 마남4190 11/05/20 4190 0
29230 [일반] 결국 그는 엄살쟁이였던걸까요 [94] SCVgoodtogosir11386 11/05/20 113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