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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2 14:54:49
Name love&Hate
File #1 111.JPG (17.2 KB), Download : 67
Subject [일반] 라이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불쾌지수가 높아져있던 어느 여름날. 시원한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후배B를 만났다. 며칠 남지 않은 B의 시험때문에 같이 공부나 할까해서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지만 날씨 탓인지 공부는 전혀 되지 않았다. 하긴 내 시험도 아니니깐.

"시원한거 한잔 마시고 해요."
B가 먼저 버티지 못하고 일어선다. 나 역시 흔쾌히 동의 하며 자리를 옮겼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카페테리아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나는 카페테리아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자리부터 잡았다.

"전 아이스티 마실래요."
B는 자리에 앉으면서 나에게 주문을 했다.
"니가 다녀오는거 아니었어?"
"아 너무 덥단말이에요. 오빠, 오빠, 오빠가 수고좀 해줘요."
애교를 떠는 그녀가 귀여워서 직접 다녀오고 싶었지만 버릇 나빠질까봐 그냥 눌러줬다.
"니가 살꺼야?"
"제가 다녀올께요."
"나도 아이스티. 그리고 여기 카드."


B가 아이스티를 가져오는 사이에 주머니에 있는 모든것을 밖에 꺼내놨다. 여름에는 주머니에 잡동사니가 들어있으면 땀이 찬다. 라이터, 키홀더, 담배, 지갑 핸드폰을 모두 꺼내서 테이블 오른쪽에 놔뒀다. B는 빨대 둘과 함께 아이스티 두잔을 가져온다. 음료를 받아서 빨대를 아이스티에 꽂고 B에게 우선 건넸다. 남은 하나의 음료 뚜껑을 열고 음료반 얼음반인 아이스티를 한모금 들이켰다. 가슴속 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B역시 빨대로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다. 그러던 중 B의 시선이 내가 늘어 놓은 잡동사니들에 꽂혔다.


"담배폈어요?"
"뭘 새삼스럽게."
"나랑 있을땐 잘 안피잖아요."
"니가 싫어하니깐."

싫지 않은 눈치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다가 다시 내 물건들에 시선이 꽂힌다. 눈을 굴리며 담배와 지갑등을 만지던 그녀가 갑자기 내 라이터를 가져간다.

"그걸 왜 가져가. 너도 담배피냐?"
"검사해야겠어요."
"뭘?"
"나쁜 곳 다니는거 아닌지.."
"뭐야 안내놔?"
"어허 잠깐만 있어봐요.."

라이터라는게 흡연자들은 모두 동감하겠지만 자신의 라이터가 대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남의 라이터를 대부분 가지고 있다. 여기저기 술자리에서 섞이고 흡연자들끼리 만나면 섞인다. 그래서 가본적도 없는 동네의 라이터가 내 수중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흥업소 라이터들도 판촉으로 속칭 삐기들에게 받은것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난 긴장할수 밖에 없었다. 나도 내 라이터가 어떤 라이터인지 모르겠고, 더군다나 B에게 좋지 않은 오해는 전혀 사고 싶지 않았다..

"크..림?? "

아뿔사... 딱걸린거 같다. 아니 억울하지만 딱걸렸다.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름이 풍기는 포스를 감안하면 정상적인 업소 라이터는 아닌듯하다. 난생처음 받아본 라이터 검사에 갑자기 식은땀이 흐른다. 어쩌지? 삐끼한테 받은것 같다고 할까? 궁색해보일까?  아님 친구꺼라고 할까? 그냥 솔직하게 나도 어디서 생긴 라이터 인지 모르겠다고 할까? 솔직하게 말하면 믿어줄까? 머리속이 정말 빠르게 회전한다.

"이거 뭐에요? 오호라 딱걸렸어!!"
"아니...그게..."
"아니는 뭐에요 아니가.. 이것봐 나 이럴줄 알았어..여긴 뭐하는 곳이야??"

그녀는 무슨 업소인지 밝혀내기 위해 라이터 뒷면을 돌렸다. 거기에는 약도와 함께 크게 스포츠 마사지 라고 적혀 있었다..젠장 끝이다. 어떻게든 막아야한다.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살다보면 억울한일 겪는것은 일상이라지만 이것은 너무 억울하다. 정말 오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해라고 이야기하는것은 정당 대변인들이 매번 나와서 오해라고 떠드는것과 크게 다르게 느껴질 것 같지 않다. B의 눈치를 잽싸게 살폈다. 다행히도 큰 표정의 변화는 없어보였다. 혹시 원래 그런놈이라 생각해서 크게 놀라지 않은걸까.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다. 갑자기 이세상 모든 판촉용라이터가 원망스러워졌다. 그 짧은 순간에 앞으로 라이터는 편의점에서 사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B가 입을 열었다.












"아. 스포츠 마사지네요. 죄송해요.  괜히 오해했네. 하긴 오빠 그럴사람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찔렸지만 다시는 오빠를 의심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라이터를 인계 받았다. 떳떳하지만 마음이 찔리는 묘한 상황이다. 마냥 개운하지는 못한 느낌에 니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며 웬 검사냐고 머리를 살짝 쥐어 박았더니 그를수도 있지 라고 하면서 웃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검사한답시고 나서는 B의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다. 카페안의 에어컨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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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이 많으셔서;;흐

B는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divpage=4&sn=off&ss=on&sc=on&keyword=편지지&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505

이글의 B와 동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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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22 14:57
수정 아이콘
담배 안피우면 지갑검사라도 당할까요?
아 쿠폰 좀 숨겨야 겠네
thunder3000
10/07/22 14:59
수정 아이콘
하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A는 누군가요??
10/07/22 15:02
수정 아이콘
헤헤 읽는 도중 얼굴에 미소가 계속~ 잘봤습니다.
켈로그김
10/07/22 15:05
수정 아이콘
제 라이터를 좀 드릴까요? 누구나 알 수 있는 선명한 문구..
10/07/22 15:11
수정 아이콘
크림............................. 라이터 저도 있는데 -_- 물론 가진 않았습니다.
천마신군
10/07/22 15:16
수정 아이콘
연애의 참맛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시군요.
이말년시리즈만큼 기다려지는 작품입니다..잘 읽고 갑니다.
모범시민
10/07/22 15:34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여자친구를 만날때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왠지 흐뭇한 맛이나는 좋은글을 읽은것 같아서 저 역시도 흐뭇한 마음에 댓글을 달게됩니다
OnlyJustForYou
10/07/22 15:37
수정 아이콘
달달한 느낌.. 글이 꽤나 인상적입니다. 흐흐
데보라
10/07/22 15:45
수정 아이콘
동일인?이 계속 나오는 것 같네요!

팬인 그 키 큰 처자인가요?
돈키호테
10/07/22 16:01
수정 아이콘
pgr 말고 다른 곳에 작성하신 글은 없으신가요??
달달해지는 이 기분 더 느끼고 싶어요~~!
10/07/22 16:3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번글은 예지력 상승+1
10/07/22 22:06
수정 아이콘
우하하하하;;;

근데 나중에라도 그 후배분이 스포츠 마사지가 뭔지 알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서 상황을 완전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요.
DavidVilla
10/07/23 12:01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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