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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9 00:29:41
Name DEICIDE
Subject [일반] 휴가 中,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디워> 관람기...
학교 수강신청을 위해서 1박 2일의 청원휴가를 나왔습니다. 이번달 31일이면 전역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준비해야 할 것이 많더군요.
그래도 일이 빨리 진행되어서 신속하게 할 일을 마친 다음, 꼭 보고 싶던 영화를 2편이나 보았습니다.
먼저 제가 전공하고 있는 3D 애니메이션의 최고 기술진, 픽사의 신작 <라따뚜이> 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디 워> 를 차례로 관람했습니다.
<라따뚜이> 에서는, 제가 좀 감성적이었는지는 몰라도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눈물방울 떨어뜨릴 만큼 감동받았지만, 그 이야기는 접어두고
<디 워> 의 관람기를 졸렬하게나마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만드는 것입니다. 영화 전체는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배우로, 스토리로, 주제로, 영상과 음향으로 관객에게 이야기합니다. 모든 영화에는 주제가 있습니다. 과연 심형래 감독이 <디 워> 를 통해서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영화' 로서 제가 <디 워> 에 부여한 점수는 별점으로 10점 만점에 3점도 아깝습니다. <디 워>는 제 판단으로는 분명한 졸작입니다. 스토리는 형편없고, 불필요하며 모순되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심형래 감독은 바보가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심형래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등장인물이나 배경, 스토리와 주제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메세지는 노골적입니다. 바로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라는 메세지입니다. 그것이 바로 <디 워> 의 주제입니다. 아니라면, 왜 감독이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독백을 삽입했겠습니까.

  사실 스토리상에서 '반지의 제왕' 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군중씬과 전투씬은 불필요합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우리도 이런 장면들 만들어 낼 수 있다". 충분한 설명 없이 브라퀴 군단은 파괴 행위를 일삼고, LA 도심에서 미군과 시가전을 벌이고, 브라퀴 스스로도 주인공들을 좇을 때는 우둔하게 움직이다가 도시를 파괴할 때는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움직이는 모순을 일삼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데 심형래 감독은 바보가 아닙니다. 맑은 대낮에 거리낌없이 도시 한복판에서 전투를 벌이는 <트랜스포머> 의 파격적인 비주얼을, 거의 시간차 없이 순수 한국 기술력으로 따라잡은 <디 워>를 그는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황무지와 같은 이 땅에서, 그는 홀로 시도했고 홀로 성공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첨병처럼 나아가는 심형래 감독의 발걸음은 의미심장합니다. 이제 많은 젊은 감독들이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나라면 저 기술력으로 훨씬 재미있는 영화 만들 수 있다."

  심형래 감독의 궁극적인 의도는 이것이 아니었을까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발견하고, 더 많은 한국 영화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8년 전부터 이 순간을 준비하고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그의 신념과 의지는 등골을 서늘하게 할 정도입니다. 비록 <디 워> 는 영화로서 분명한 졸작이고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한국 영화사에 <디 워> 는 길이 길이 빛처럼 남게 될 것입니다.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는 <디 워> 의 차기작으로 24편을 구상하고 있으며, 초기 3개의 작품들은 이미 기획과 시나리오를 거쳐 디자인과 모델링 작업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 다음 영화에서는, 우리에게 감동을 가져다주는 그의 영화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기대해 봅시다. 그에게 무한한 격려와 칭찬을 보내주되, 다음에는 더 나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압박도 넣어줍시다.

  꿈을 향한 순수한 도전. 전역을 앞두고 있는 저에게는 참 가슴에 와닿는 주제입니다.

ThEnd.


p.s. 아이러니하게도 <라따뚜이> 의 주제 또한 저것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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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파파
07/08/09 00:56
수정 아이콘
전 디워는 정말 안좋게 봤지만, 영구아트무비의 차기작들은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워는 성공한 영화일거에요.
즐겨찾기
07/08/09 01:23
수정 아이콘
디워.. 장점과 단점이 뚜렷이 보이는 영화죠.
미국에서는 20대 중반이하를 주 타켓으로 프로모션 할 거라던데 성공을 바랍니다.

p.s)칼럼보다가 예전에 심형래 감독 인터뷰 한게 있어서 링크 겁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20분에서 105분이 됐군요.)
http://micingamja.egloos.com/3426070
CrazyFanta
07/08/09 02:02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네요 피지알회원분들이 이토록 관심을 갖던 영화가 있었던가요!
07/08/09 09:22
수정 아이콘
트랜스포머, 디워는.. 정말 영상쪽으로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갈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한쪽이 먼저 너와 나는 닿을수없는 거리다. 라고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자랑을 했다면
그 다음녀석이 '젠장 헐리우드가 뭐냐 우리도 할수있다.' 를 보여줬네요.
정말 심감독님께는 존경과 감사를 드리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후우
체게바라형님
07/08/09 19:18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고 한가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심형래 감독이 착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정도 영화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건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다음부터 제대로 만들라는 뜻인걸 말입니다.

차기작도 이정도 수준이라면 엉덩이를 걷어차버릴겁니다.
07/08/09 19:37
수정 아이콘
뭐 개개인에 취향이겠지만 디워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잘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차기작은 더 잘나올께 분명하고요.

용가리(헉 이런짓을) -> 디워(오 생각보다 재밌는데?) -> ???
어떤게 나올지 기다리는것도 즐거워지네요
07/08/10 03:07
수정 아이콘
디워라는 영화를 부문별로 평가하자면,
CG는 90점. 분명 괜찮은 CG이지만 매트릭스 개봉 당시처럼 "헉" 소리 날 정도는 아니죠. 헐리웃 영화였다면 80점대 후반 정도일 것 같지만 순수 기술력으로 만들어냈다고 하니까 90점.
소재는 85점 정도? 허구적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 찍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가 현실적일 필요는 없죠.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안 된다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쓰레기게요..
완성도는 50점. 재미있는 소재와 경쟁력 있는 기술력, 헐리웃 영화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한국 영화로는 기록적인 수백억대의 자본이 들어갔고, 제작/감독은 심형래씨가 했다지만 다른 스탭들은 헐리웃 출신 스탭들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둘 중의 하나입니다. 애초에 시나리오가 부실했던가, 촬영 끝내고 하도 오래 편집 및 CG작업 하느라 중간중간에 새로 찍어 넣을 수도 없고 해서 스토리가 너무 끊긴 것이던가.
영화의 소재가 허구적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화 내에서의 스토리 전개가 어이없을 정도로 끊기고 건너뛰는 점은 참 아쉽네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스타로 예를 들자면 로보틱스는 커녕 코어 올라가는 것도 못 봤는데 갑자기 투셔틀 4리버 드랍이 왔는데 SCV 다 죽고 나서야 옵저버가 화면에 잡아준 느낌이라고 할까요...
스토리가 흥미롭긴 한데, 전개가 너무 아니네요. 디워를 무작정 "까는" 사람들도 나쁘지만, 지금 디워에 대한 일반 대중의 평가는 좀 광신적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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