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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4 08:55:33
Name happyend
Subject [일반] 진정한 승리자
대한민국의 지난 2년간은 갈등과 분열과 대립과 다툼이란 비슷한 단어만 존재했던 듯 합니다. 권력을 뽑은 사람들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는 양측 모두 힘싸움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마치 테테전의 중앙 교전을 연상케 하는 이 팽팽한 긴장속에서 돋보였고, 그로 인해 '야권'을 살려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입니다.

김상곤 교육감의 탄생은 묘한 한국인의 정치적 균형감의 산물이었습니다. 일방독주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야 말로 한국인이 세계에 자부할 민주주의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독선과 아집과 편향과 불균형은 선거때마다 표심으로 견제해왔습니다. 민주주의 따위야 구시대 산물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민족의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가 김상곤 교육감의 탄생이었습니다.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로 당선되었을 때의 상황은 서울의 강남 몰표로 만들어진 '공정택씨'에 대한 반발과 견제심리였습니다. 경기도민인 저로서는 이선거에서 노인보다 학부모가 단연 많이 보였습니다. 교육만큼은 소위 '진보'진영의 경쟁력을 그나마 보여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소위 전라도-제주도를 제외한 파란나라였던 시절에 진보의 기치를 직접 내건 교육감의 탄생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그후 한국의 야당은 이명박정부의 대항마로서 어떤 콘텐츠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끌려가거나 갈등을 빚어낼 때 단 한사람, 김상곤 교육감만은 자신의 콘텐츠로 정국을 주도했고, 그로 인해  조여오는 기득권세력의 포위망과 집중포화에도 조금도 파열음을 내지 않았습니다.물론 경기도 교육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저는 경기도 학부모이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김상곤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를 구했고, 야권을 살려냈습니다.
'무상급식'
이 단순한 구호로 말입니다.

한나라당의 대응은 궁색했습니다. 부자집 자식도 공짜로 먹여선 안된다....대신에 학용품을 공짜로 주겠다(오세훈 서울시장)...심지어 모 보수우익 논객은 '공산주의식 구호'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노무현시대의 슬로건이었던 '부자에게 세금을,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구호에 대한 반발심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은 채 이 무상급식을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현재 5,60대 세대에게도 학창시절 도시락이나 점심시간에 겪었던 빈부격차, 등록금이나 육성회비를 낼 때 느꼈던 위화감따위에서 자유롭지 않은 세대여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상급식....
단순하지만 확실한 교육계의 '사자성어'는 곧 야당의 콘텐츠로 채택됩니다.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해낼 능력이 없었던 야당으로서는 정말이지 한줄기 빛이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시절  '세금폭탄'과 '집값상승'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명박정부시절 '빈부격차'와 '무상급식'으로 바뀌었습니다.이 모든 공로는 오로지 김상곤 교육감의 몫입니다.

그결과 아리송한 후보들 사이에서 전교조의 색채를 거의 완벽하게 드러낸 서울의 곽노현 후보를 비롯해 수많은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낳았고, 지방권력을 야당에게 대부분 넘겨주었습니다. 이 모든 공로는 오로지 김상곤 교육감의 몫입니다.

그리고, 확실한 콘텐츠와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단한번도 갈등을 빚어내지 않는 물흐르는 듯한 경영을 보여줌으로써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의 마음도 얻었습니다. 김상곤 교육감이 보여준 진정한 정치력의 근원은 바로 그것입니다. 확실한 콘텐츠, 그리고 갈등보다 타협을 이끌어내는 힘,상대방을 굴복시키기 보다 주변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어 상대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어 내는 놀라운 정치술...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는 그래서 김상곤 교육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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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eer
10/06/04 09:04
수정 아이콘
단 한 번도 갈등을 빚어내지는 았았습니다. 김상곤 교육감이 신념을 굽히지 않은 덕택에 전교조 및 시국선언 교사들이 보호를 받았지만, 그것 때문에 교육감은 고발을 당하셨고 여러 교육관련 기관과 마찰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때문에 김상곤 교육감에게 다시 한 표를 던졌으니까요)

특히 시국선언에 대한 교사징계를 즉시 하지 않고, 사법부의 재판결과에 따라 그에 맞게 처리하겠다는 방침 때문에 ... 누군가(기억이 나질 않네요)에게 고발을 당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이 사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계신분의 답글 기대합니다.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요.
happyend
10/06/04 09:10
수정 아이콘
Humaneer님// 음, 갈등의 '기준'이 제 자의적이서 그런 듯 합니다. 제 기준은 '보수신문에서 좌빨'로 매도되고, 이로인해 경기도민들도 '좌빨 교육감'으로 인식하게 되는 일을 말합니다. 이런 일이 제 기억으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주진영의 공격은 거듭되었지만, 굉장히 대처를 잘 한 것이었지요.물론 임기가 얼마 안남아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콜록콜록
10/06/04 09:10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상곤 교육감이야 말로 이번 선거를 야권의 승리로 이끈 가장 핵심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은 곧 김상곤이니까요.
선거 후 생각만큼 언론에 주목을 안 받는듯 해서 좀 아쉽긴 하지만요..
happyend님 팬입니다. 역사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
나두미키
10/06/04 09:35
수정 아이콘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고 청사진도 주지못했는데. 일개 (!!!!) 교육감 한명이 만들어 냈죠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냄으로써 재신임을 받았구요.. 김상곤 교육감님 이야 말로 이번 선거의 1등 공신입니다.
그리고 제발 민주당 정신좀...
점박이멍멍이
10/06/04 10:03
수정 아이콘
'진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선거로 당선되었고, 재선도 여유롭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 파워를 새삼 느꼈습니다...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와 함께 적어도 교육에서는 '진보=빨간색'으로 생각되게 하지 않게 국민에게 비춰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happyend님께서 야권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지만,
더 나아가 현실정치에서도 진보라는 단어와 정치세력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겠죠? 호호호
10/06/04 10:23
수정 아이콘
무상급식은 정말 멋진 컨텐츠지요.
지난 정권의 '세금폭탄'을 넘어서는 멋진 슬로건입니다.

요즘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대중에게 여덟자 이상으로 말을 하지 마라'는 겁니다.
대중은 토론으로 설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8자 이하의 딱 한문장으로 동의를 얻어 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 이란 이 네 글자는 정말 정말 멋진 슬로건이었습니다
나누는 마음
10/06/04 10:46
수정 아이콘
의제를 선점하고 거기에 여권 및 여권성향 후보들까지 빨려들게 만들었던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정택 효과 역시 막강했구요 크크.. 공정택한테 고마울 지경입니다.
적울린 네마리
10/06/04 10:50
수정 아이콘
슬로건으로 '무상급식'이 아닌 공약으로 최초로 내건 교육감은 경남이었을 겁니다.
도내 친환경농산물의 이용등 그 교육감이 지자체장들을 만나 설득하면서 경남이 시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육감은 이번에 낙선...
Who am I?
10/06/04 11:26
수정 아이콘
거의 구원자라고 불러도 무방했다고 봅니다.;;;
벤카슬러
10/06/04 11:29
수정 아이콘
정말 민주당과 범야권은 김상곤 교육감에게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겁니다.
이번 야권의 대승리 1등공신 중 한 명은 김상곤 교육감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건, 야권이 김상곤 교육감의 공적 때문에 계속 정계로 콜을 외쳐댈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아직 정계로 가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교육문제만 해도 아직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까요.
교육문제를 해결하시다가... 이건 교육계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정계에서 해결해야된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정계로 가셨으면 합니다.
저글링아빠
10/06/04 12:07
수정 아이콘
저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이 부분에 관해서는 유시민씨의 언급이 제 생각과 거의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도 찬성하지 않습니다만,
의제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서는 정말 아무리 칭찬받아도 모자람이 없었다고 봅니다.
공업셔틀
10/06/04 13:41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이 가는군요.

첨엔 제목을 보고 이번 선거 결과의 수혜자를 얘기하시는줄 알았는데
선거 승리의 주역이 김상곤 교육감이었다는 얘기군요.

사실 야권 단일화 효과의 실증적 모델역시 바로 앞선 경기교육감 선거였단걸 생각해보면
과연 여러모로 김상곤 교육감이 MOM입니다.
마젤란
10/06/04 18:37
수정 아이콘
참으로 공감가는 글이네요..
귀차니즘으로 로그인잘 안하는데 이 말씀 드리려고 로그인합니다.

푸른집에 사는 사람이 뭐라 할때 시,도지사는 거기에 노를 하기가 힘들지만
교육감은 다르지요.자신있게 당차게 노 라고 얘기할 수 있는 지위를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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