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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5 11:20:04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개인적 경험담입니다.


개인적인 인터넷 경험이지만 왠지 끄적거리고 싶네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새롬 데이타맨, 이야기(이게 ANSI가 먹혀서 나중엔 이걸 썼죠)로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그리고 잡다한 사설BBS를 전전하다가 2000년쯤 해서 가던 사설BBS가 웹으로 완전 옮김에 따라
인터넷을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주로 하는건 지인들과의 채팅과 커뮤니티 게시판 순회였죠..


그러다 처음으로 [펀글] 을 봤습니다.
그 글은 [푸힝] 이라는 당시 유머작가의 유머글이었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서 그의 글을 찾아서 읽다가 그 작가가 글을 연재하는 유머사이트를 알게되었죠.
당시 [푸하] 라는 이름의 유머사이트였는데,
며칠동안 추천유머글을 미친듯이 읽다보니 문득, 저도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글을 처음 써보니 이게 또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뭐든 많이 해봐야 잘 할 수 있는거겠지만, (저는 선천적인 문제가 분명 있는것 같긴 합니다..)
글이 좀처럼 잘 늘지 않은지라
푸하에 본격적으로 필명을 걸고 유머글이랍시고 끄적거리기 시작한건
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였고,
그동안 그쪽 커뮤니티에 들락거리면서 작가분들과 어느정도 친분이 생겼던지라
글을 올리기가 힘들정도로 뻘쭘하지는 않았죠...


그러다 푸하가 투자자인 서세원씨와의 트러블로 사이트 운영권한을 다 넘겨주게 되었고,
원래 사이트 운영자였던 [송] 님은 우낀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새로 만드셔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송형도 유머작가로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셨죠.)

원래 BBS시절부터 유명했던 작가들이 이미 분위기를 다 주도하고 있던 푸하시절과 달리
우낀에서 새로 시작할때는 저도 뭐랄까..
주역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었어요..
운영자들과도 몇번 만나고 얘기도 하고,
이전에 멀게 느껴졌던 유머작가들과도 친해지고,
결정적으로 그들의 글 쓰는 방법을 어느정도 보고 배워서 슬슬 쓴다는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하야 우낀에서는 꽤 많은 유머글을 썼습니다.
뭐.. 유명했던 1급작가들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유명세를 즐겼죠..
그 유명했던 작가들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다는것이 우쭐하기도 했고요.
(당시엔 몰랐지만 제 글에서 조심성과 겸손함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던게 바로 이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오니까 그 유머사이트라는게 예전처럼 마음이 동하지는 않더군요.

뭐랄까요.. 글에서 보이는 나 자신은 굉장히 쿨하고 유머러스합니다.
제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알고지내면서 제가 쓴 글을 다 볼 수 있는 작가들이 마음에 걸립디다.
내가 글에다 어떤 허구를 집어넣고 무엇을 속이는지 훤히 보고있다고 생각하니
더는 글을 쓸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신기한건.. 그 당시 친해졌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소리를 합디다.
자기가 예전에 쓴 글이 너무 쪽팔려서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난다고요 -_-;


그 이후로 개인 홈페이지 이외에는 글을 쓰지 않았고, 지금까지 쭈욱.. 리플만 간간히 달고 있지요..
가끔 쓰는 글은 따로 다 저장을 해 놓습니다.. 그러고 일정시간 간격으로 다시 보죠...
이건 너무 아니다.. 싶으면 찾아가서 지워버리려고 말이죠..


끄적거려놓고 나니 재수없는 [ 나 왕년에 좀 그랬어 ] 식의 글이 되었는데..
글에서 나는 냄새에 대한 구역질은 잠시만 참아주세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이겁니다.


남이 쓴 좋은 글을 많이 보고,
글을 자꾸자꾸 쓰다보면 확실히 글을 쓰는 스킬은 늡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어투를 따라한다고 해서 그 알맹이까지 내 것이 되는건 아니더군요.
내 생각엔 내가 쓴 글이 대단히 설득력 있고, 필력의 포스가 물씬 풍기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오히려 서툴게 끄적거린것 보다도 더 구역질나는 글만 덩그러니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이유로 스킬을 믿고 경솔하게 글을 쓰면 시간이 지난 후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려고 저 위에 장황하게 경험담을....)


어차피 글의 목적은 드러났으니 그냥 말씀을 드리자면,
글을 조리있게 잘 쓰시면서도 조심성과 겸손함이 묻어나는 글들이 많아서 PGR21에 오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 무거운 [쓰기] 버튼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더군요.

존댓말을 쓰고 정확한 어휘를 쓴다고 해서 다 좋은 글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옳다고 하여도 역시 좋은 글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배려라고도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심성과 겸손함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조심성과 겸손함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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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07/08/05 11:56
수정 아이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입니다.

전 신세대를 사용했습니다. 워낙에 가볍고 빨라서. 실행명령어가 ng 였을꺼에요. 이야기는 7.0부터 딴동네로 가더니 xp가 정착되곤 어디로 갔나요..
07/08/05 15:16
수정 아이콘
남이 쓴 좋은 글을 보면 글을 쓸 수가 없더군요. 필력도 연습을 통해 늘겠지만 타고난 재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매번 글을 쓰면 지우고 싶은 마음에 pgr방문도 잠시 접습니다. 저 같은 경우 글을 쓰면서 조금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여유를 배웠다는 점입니다. 작정하고 뭔가 가르치겠다고 글을 쓰면 너무 유치해 져 바로 자진 삭제하게 되더군요.
최소한 겸손하게 쓰면 마음만은 편안해 집니다. 글 쓸 팔자는 아닌가 봅니다.
유게에서 켈로그김 님의 글을 자주 보길 바랍니다.
KnightBaran.K
07/08/05 18:22
수정 아이콘
무지하게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 저도 예전에 글 좀 쓴다고 생각했었는데....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어찌나 허접하고 거만한지... 글을 쓴다는 것이 스킬이라기 보다는.......'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가 진정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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