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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4 03:12:36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일반] [여행-맛집] 피지알과의 약속 지키기 1/4
안녕하세요. 7월 중순쯤에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글을 올렸더랬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은 곳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 가보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상 몇 곳만 들렀습니다.

약속드린대로 사진을 첨부한 후기를 올립니다. 사진 양이 많고 해서 네 군데 맛집을 따로 올리겠습니다.

전주의 비빔밥, 부안의 백합구이, 백합죽, 담양의 죽통밥과 떡갈비입니다.

글은 제 이글루에 올린 걸 가져오는 거라서 평어체입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맞춤법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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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저러해서 결국 이번 여름도 맛집을 쫓아 출발하게 되었다.

작년까지 큰 덩치로 함께 따라와준 Digimax 350은 올해는 쉬고,

그보다 더 큰 덩치의 EOS 400D가 함께 간다.




올해도 변함없이 함께 가는 96년 12월식 아반떼. 이번에도 천 킬로미터를 넘어갈 생각에 녀석의 안색이 창백하다.

백열등 밑에서 플래쉬 없이 화이트밸런스만 약간 조정하고 찍어봤다.

전주로 달려가는 길에, 역시 고속도로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 휴게소 라면!



이렇게 충분한 화력에, 또 저렇게 끓고 있을 때에 면을 들어올려서 '서울구경~' 시켜줘야 면이 꼬들해진다.



콩나물 황태 라면이란다.



김 덕분에 자연 포샵된 마누라~ 하하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또 달려~!

드디어 전주에 도착했다. 역시 전주가 난 참 좋다. 늘 고향 하면 떠오르는 곳이 여기인지라.



전주가 한때 호남 제일의 도시였음을 말해주는 문. 호남제일문. 하지만, 이제는 도청소재지 중 아마 가장 가난하고 작은 도시.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고 맛난, 살기 편한 도시.




시내 중심가에 차를 세우고 객사길에서 잠시 쇼핑을 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민중서관!! 90년대 초 내가 까까머리 우석고생이었을 때

우리들이 흔히 만나곤 했던 곳. 가끔 들러서 책도 사고, 시집 한 권 사서 괜히 옆구리에 끼고 버스에 올라 하숙집까지 돌아오기도

했던 그 곳. 어찌나 반갑던지.




객사길은 훨씬 더 화려해져 있었다. 가게도 많아지고, 길도 커지고, 사람들도 더 많고. 덥다 더워.

벨트가 필요해서 하나 사고서, 10년도 훨씬 넘은 세월을 밟고 객사에 들어갔다. 그러고보니 전주에 살 때도 객사에 들어간 적은

없는 듯. 여기 예전에도 개방했었던가? 가물가물.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도청 앞으로 다시 가서, 피지알에서 추천받은 대로 '전주의 도청 앞 비빔밥이나 정식'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차장 아저씨에게 계산하는 김에 맛난 식당 한 군데 추천해달랬더니, '가족회관'을 얘기하신다. 나름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 걸어서 3분 거리라 하신다. 도로 차 세워두고 걸음을 재우쳤다. 우체국 앞에 조그마한 간판, 2층으로 올라갔다.

안은 생각보다 넓고, 조금 화려했다. 특미 비빔밥 정식을 주문했다. 1인분에 만원.



작은 언덕처럼 쌓여있는 유기 그릇. 비빔밥을 유기에 담는 것은 따뜻한 온도도 유지해주고, 재료 자체의 맛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유기그릇의 정말 좋은 점은, 밥을 먹을 때 수저가 그릇에 부딪칠 때 나는 듣기 싫은 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영롱한, 음식그릇에 쓰는 말 치고는 호사스럽지만, 종소리가 난다. 녹음해서 듣고 싶을 정도로.

먼저 반찬이 나왔다. 일단 찬만 16가지.



정말 중요한 건 가짓수나 양이 아니다. 문제는 이게 다, 몽땅 다 맛있다는 거다.







특히 이 토란탕은, 서울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에 가면 구경하기조차 힘든 물건이다.

토란을 갈아서 묽게 끓이고, 거기에 고구마줄기와 버섯을 비롯해서 각종 재료를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새우를 넣기도 하지만 그건 너무 사치스럽고, 잘 말린 시래기에 명절 때 같으면 고기를 넣기도 한다.

그 고소함과 담백함. 정말이지 말이 필요 없다.

평생을 경상도에서만 살다가 결혼 첫해 맞이한 설에 군산 시댁에 처음 와 긴장하고 있던 마누라도

큰 어머님이 끓여주신, 우리 큰어머님으로 말할 것같으면 조금 무른 뼈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뼈대 있는 가문의 종부님이시고

그 무른 뼈대를 지탱하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솜씨를 가지신 분이다, 토란탕을 먹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만큼의 맛은 아니지만 이것도 훌륭했고, 다른 반찬들 역시 하나같이 맛깔스러웠다.



그리고 이 화려한 상의 주인이신 비빔밥님께서 오셨다. 이 화려한 색깔. 이걸 담기 위해서 덩치도 큰 400D를 가져온 거다.

뭐뭐가 들어갔는지 세다 포기했다.

일본의 요리만화에 보면, 요리에 대해서 별 괴상망측한 묘사를 다 한다. 심지어 남자들이 나체로 떼를 지어 돼지위에 올라타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까지 나온다. 돈가스가 맛있으면 맛있다고 말을 하면 될 것이지, 단체 남자 누드는 뭐냔 말이다.

아무튼 그 만화의 작가에게 이 비빔밥을 대접해주고 싶다. 재료의 온갖 맛이 입 안에서 하나하나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이 묘하기 그지 없는 음식을.



'특미' 비빔밥 메뉴와 일반 비빔밥의 차이점인 계란탕도 늦게나마 자리를 빛내주신다.



두부같은 부드러움은 없는 대신, 텁텁하고 진한 계란 맛이 좋았다.



서울에서 이 정도를 맛보기 위해서는 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전주에서 먹기에는 약간 비싸지 않았나 싶고,

벽면을 가득 채운 상장, 신문기사, 홍보물에 비해 식탁과 의자는 약간 평범해서 부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음식 맛은. 말해 뭐하리. 직접 맛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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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07/08/04 03:14
수정 아이콘
와아..좋은글 이네요..
저도 빨리 결혼해서 여행 다니고 싶어요
이재균
07/08/04 03:50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07/08/04 03:55
수정 아이콘
배고프다..
티에니
07/08/04 04:44
수정 아이콘
아 토란탕 너무 좋아하는데... 어머니 고향이 전라도 장성이신데 시집와서 경상도(부산,대구)서만 쭉 살다보니 토란 알(알이 맞나요?)을 구하기가 너무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도시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큰 재래시장이나 가야 구할 수 있다면서요. 경상도에선 보통 토란 줄기만 먹다보니...들깨가루,소고기 넣고 걸쭉하게 끓인 토란탕 참 맛있죠.
밀로비
07/08/04 07:48
수정 아이콘
10년 전에도 객사 개방 했었습니다.^^
잠시 폐쇠되긴 했었지만 몇년의 보수공사 끝에 다시 개방되서 지금도 여러 학생들의 만남터가 되어주고 있지요.

전주에서 10년 이상 산 입장에서 말씀드리는데 사실 전주 음식은 어지간한 곳은 다 맛있습니다.
그래서 전주 사람들은 가족회관이라던가 삼백집(허영만 화백의 식객에서 콩나물국밥집으로 나왔었죠.)같은 곳은 잘 안갑니다.
더 싸고 맛도 좋은 곳이 적지 않으니까요.
처음 취업해 서울 올라와서 비싸고 맛이 떨어지는 강남밥 먹는데 얼마나 돈이 아깝던지...

혹시 전주에 비빔밥만 드시러 가시는 분들, 한번쯤은 다른 음식도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비빔밥집 말고 다른 유명한 식당이 어디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
Daydreamer
07/08/04 09:07
수정 아이콘
아우... 당장 가보고 싶어집니다 (입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서서히 넘치려고 하는 상태)
07/08/04 09:28
수정 아이콘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아 전라도 쪽은 정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꼭 가봐야겠네요
07/08/04 10:09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제가 살고 있는 전주의 음식을 이렇게 추천해주시고 오셔서 드셔보시고 하셨다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밀로비님게서 말씀해주신것처럼 전주는 훨씬 싸고 맛있는 곳이 굉장히 많죠. 타지에서 온 학교 친구들도 전주 음식은 왠만한건 다 맛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나저나 이걸 보니 저도 비빔밥이 땡기네요. :)
Dietrich
07/08/04 10:11
수정 아이콘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전주에 가게 되면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07/08/04 11:26
수정 아이콘
정말로 전주에서는 어지간한 음식점의 음식이 다 맛있었어요.
저도 전주에 들락거린지 어언 10년이 넘었군요.
처음에는 과제 때문에, 음식 때문에, 사람 때문에 들락거렸었는데.
언제 시간나면 신랑과 같이 전주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아이스버그
07/08/04 11:30
수정 아이콘
(운영진 수정. 벌점. 통신어체 어미는 삼가해주세요~)
KTF매직웬수
07/08/04 11:40
수정 아이콘
아... 20년간 살았었던 전주군요... 왱이집, 베테랑 칼국수, 객사 뒷길... 전주 가면 꼭 다시 갈테다!!!
파벨네드베드
07/08/04 11:55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맛있겠네요 ㅠㅠ
Paisano5
07/08/04 12:42
수정 아이콘
저와 같은 연식의 아방이시네요...^^
이번주에 여름휴가로 안방마님과 애기데리고 하조대를 다녀왔는데 대관령고개도 무난히 밟고 올라갈수 있는 10년이 넘었지만 좋은차죠..
07/08/04 17:22
수정 아이콘
저희 할머니께서 끓여주셨던 토란탕...
어느 음식점을 가도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다음 백합죽 코스도 꼭 올려주세요~
지니-_-V
07/08/05 08:43
수정 아이콘
어우. 저도 얼른 아리따운 여성분이랑 같이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네요 ^^;;
07/08/05 17:09
수정 아이콘
아.. 저도 토란탕 땡깁니다.. 자취생에게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것은 당연할지도..
광복절에 휴가 하루 붙여놨는데 그 때 전주 가서 나름 맛집 기행이라도 하고 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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