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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1 03:32:25
Name BuyLoanFeelB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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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작전명 : 화려한 휴가 감상.






컴이 고장난 관계로 노트북으로 쓰는거라서 많은 오타와 띄어쓰기 실수가 예상됩니다;;

전 치열한 시대를 겪지 않은 나름 파릇파릇한 1984년생인지라(조지오웰의 1984 볼때마다 움찔한다죠)

별다른 감정이입 없이 꽤나 냉정하게 보고 분석해보았습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할 것 같으니 아직 보지 않았는데 꼭 보고싶다! 하시는 분은 가볍게 스킵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할 것 같으니 아직 보지 않았는데 꼭 보고싶다! 하시는 분은 가볍게 스킵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할 것 같으니 아직 보지 않았는데 꼭 보고싶다! 하시는 분은 가볍게 스킵해주시기 바랍니다.


불만이면 니가 만들어! 하는 리플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시켜주시겠다면야 굽신굽신~ 이지만 흐흐.

"이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보훈병원 간호사 박신애, 가두방송 진행"이라는 포스터가 가장 좋았고

나머지 포스터들은 영 별로던데, 그걸 찾지 못해서 그냥 이 포스터로 올렸습니다. 아쉽네요.











영화 제목 : 화려한 휴가
주요 출연진 :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개인적 평점 : ★★ (별 5개 만점)







먼저 연기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익히 알려진 대로 출연진들의 연기는 기가막힙니다. 이준기가 다소 어설픈데 초중반에 죽으니까 뭐.

초반부 주연을 맡기기엔 충분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안성기 옹이야 뭐 연기의 본좌죠. 첫 등장씬에 목소리부터 나오는데 캬... 목소리부터 명품입니다그려.

김상경은 초반의 어수룩하고순박한 연기는 매우 좋았는데, 중반부터의 진지한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뭐 그래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요원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죠.

주연들도 좋았지만, 뒤를 받쳐주는 중견연기자들이 실로 환상이었습니다.

학교 간다며 나간 아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은 눈먼노모 나문희,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신부 송재호,

양아치로 나온 박원상, 아이들을 말리는 선생 역의 손병호까지 탄탄한 연기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차인표가 까메오로 나왔다는데 저는 못봤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화려한 휴가의 중심에는 박철민이 있었습니다.

평소 보여주던 푸근하고 촐싹대는 동네아저씨의 포스를 실로 극한까지 끌어올렸더군요.

오히려 이 영화 주연으로 단 한명만 꼽으라면 안성기도 김상경도 이요원도 아닌 박철민입니다.

초반부터 진한 사투리를 머금은 쉬지 않는 입담(애욕전선이상없다의 메가쇼킹님에 뒤지지 않더군요)과 촐싹거림과 개그로

영화 분위기를 풀었다 조였다 자유자재로 조절합니다.

택시기사씬(박원상과 싸우는 장면) -> 금남로 시위 -> 일시적 떠남 ->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실로

박철민이 이 영화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 영화 보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이 영화를 빛낸 두 조연, 박철민(택시기사)과 박원상(양아치)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잘된 장면은 단연코 금남로 학살씬입니다.

구름처럼 모여든 시민들의 앞에서 시위를 이끄는 것은 박철민입니다.

그는 도청 앞 공수부대에게로 10보 전진

-> 니들 철수까지 10분 남었다~

-> 걸쭉한 입담(뭐라 표현이 안됩니다;; 공수부대원들조차 실제 상황에서도 피식했겠다 싶을 정도)

-> 잘가세요 합창

-> 5분 남었다~

-> 너그들은 뭣인데 안 비키냐?

를 지휘합니다.

정오가 되자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시민들은 자동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애국가를 합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격이 시작되죠.

흐르는 애국가의 선율 속에 무차별적인 학살... 이는 이준기의 죽음으로 일차 매조지됩니다.








애국가를 극내 노래로 두지 말고 아예 배경음악으로 깔고, 단순한 사운드(총소리, 파열음, 비명, 신음 등)만 넣으면서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정도로도 금남로 학살씬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시나리오도 연출도 무척 좋았던 것이, 이준기는 의외로 꽤 싱겁게 죽어버리지만

(아나키스트의 장동건보다도 허무합니다;) 그로 인해 정의로운 의사 한명과 간호원인 이요원이 분개하게 됩니다.

이들은 학살이 진행중인 시내로 용감하게 구급차를 몰고 들어가고, 의사는 죽고 이요원은 김상경이 구해내죠.

추격해온 공수부대원과 격투중 이요원이 총으로 공수부대원을 엉겁결에 사살.

여기서 이요원은 ‘네멋대로 해라’의 양동근 오열씬에 비견할 만한 실로 엄청난 열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부들부들덜덜덜으그그그어흐끅흐끄끅 정도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저 자신이 참안타까울 정도네요.

다른 장면들에서 별 임팩트는 없습니다만

(정말 박철민에 비하면 주연들의 롤은 놀랄만큼 단순합니다; 안성기 대장이자 절대선, 이요원 간호원, 김상경 그나마도 없고;;)

이 장면 만으로도 이요원은 캐스팅된 몫을 다했다고 감히 평가하겠습니다.

시나리오가 제법 치밀했다는 것은, 이준기의 죽음은 금남로 대학살씬을 매조지함과 동시에 이렇게 그 감정선을 살려

다시한번 매조지해주는 씬과의 스토리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죠. 절묘한 연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하나의 이 뛰어난 연기력이 영화 전체와 전혀 융화되지 못한다는 데 있지요-_-;;













왜 별 두 개냐구요? 칭찬할 게 이것밖에 없거든요-_-;;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까’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프닝. 야개요. 너무 야갑니다.

이 영화는 철저한 흥행영화입니다(감독의 전작은 김승우 주연의 다소 판타지한 영화 비밀, 그리고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입니다).

따라서 김상경이 평화로이 자전거를 타고 노니는 모습은 감독의 어떤 이상향을 그린 모양이지만,

차라리 이건 엔딩으로 돌리고(엔딩도 어설프던데) 일반적인 틀을 활용했어야합니다.

흔한 건 그만큼 가치가 입증되어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공수부대 투입(지휘관쯤 되는 인물이 “작전명, 화려한 휴가, 시작하라!”를 외쳐준다던가)

혹은 초반부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 공수부대 극장난입씬(어둠속에 퍽! 으악! 퍽! 으악!)으로 시작한다거나,

하다못해 금남로 발포 직전 장면이라도 보여주면서 갑작스런암전후 흰색글씨로 “화.려.한.휴.가”하고 콱콱콱 박아준다거나 말이죠.

이준기가 분위기를 리드하는 초반부, 김상경이 이요원에게 접근해가는 부분은 박철민과 김상경이 적당히 웃겨주긴 합니다만

살짝 지루한 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오프닝은 강렬하게 때려박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단점은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게 지나친 신파조입니다.

작정하고 5.18의 광주를 흥행영화로 만들어냈다보니 주 내러티브가 광주가 아닌 김상경-이요원의 러브스토리인데,

금남로학살씬 이후 도청전투까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시간은 모두 이 러브스토리로 때워집니다.

그로 인해 한껏 고조되어있는 느낌, 한껏 차올라있던 긴장감은 개개 풀려 심하게 루즈해지더군요.

도청에 목표인 것을 안뒤 이요원을 보내기 위한 노력,

김상경을 함께 보내는 기나긴 이별씬,

그리고 김상경이 도중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요원과의 또한번 이별씬,

도청진압도중 안성기가 김상경을 몰래 빼돌려 도망시키는 이별씬까지,

감독이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상으론 꽤나 중요했는지 모르겠으나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좀 적당히 하지? 싶은 불필요한 신파조가 어찌나 많은지 심히 짜증스럽더군요.

제 생각엔 애시당초 김상경을 같이 보낼 필요도 없었고

(안성기의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혼자 두지 않겠다면서?”같은 대사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따위로 충분히 맞받아칠 수 있죠)

이요원의 내일 아침에 데리러 와주실 거죠도 그냥 거기서 바로 대사치고 헤어지면 되는 거였죠.











저 길고 지루한 이별씬들보다 단 두컷, 몇초에 불과했던 박철민이 훨씬 슬프고 가슴을 깊이 조여오더군요.

박철민은 도청에 있었는데, 갓난아기를 강조하는 아내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요원의 피끓는 호소(이걸 시키면서 도청에서 내보내죠. 거리호소를 한 간호사, 는 실존인물입니다)에

다시 도청으로 돌아가는데, 자기 딴에는 일부러 밤을 골라 나름아내 몰래 일어나지만 아내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돌아누워 자는체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막 나가려던 박철민은 갓난쟁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크흐흑 오열을 터뜨리죠. 실로 폐부를 저미는 슬픔이 와닿습니다.














세 번째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마지막도청전투입니다.

제가 아는 역사적 사실은 계엄군이 철수를 공표하고 시민군이 무기를 대부분 반납하는 가운데

공수부대가 역으로 허를 찔러 다시한번 대대적학살을 했다는 것인데, 뭐 그런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게 더장렬했겠죠.

(안성기는 말하자면 ‘반정부군’의 수뇌이면서도 공수특전단 예비역 대령이라는 이유로 도청전투 직전까지

특전사수뇌부에 수시로 드나듭니다;; 그래서 작전 진행상황도 다 알고 있죠)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초라한 전투였습니다.

일단 금남로에서 항상 선두에 서있던 주요인물들 중 단한명도 도청 전투 전까지 죽지 않습니다. 이준기 빼고요.

이것부터가 말이 안되죠. 특히 박철민과 박원상은 금남로에서 맨 앞에 있었는데;; 이준기 -> 김상경 이요원의 연결처럼

이 콤비도 둘 중 하나는 도청 전투 전에 죽었어야 스토리가 좀더 긴밀하게 연결됐을 겁니다.

그리고 이요원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던 이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 눈물의 호소방송을 하는데, 그 대사들도 좀...

최소한 1980년 5월 오늘을 잊지 맙시다라던지 도청에서 우리의 마지막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도의 대사는 쳐줘야되는 거 아닌지? 정확히는 기억안나는데 여튼 역사 그대로의 대사를 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좀더 극적인 대사를 외쳐줬어야죠. 기껏해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울먹울먹 이 정도에 그치고 있으니;;

또한 영화 제목이 화려한 휴가면 전투배치 혹은 돌입 전에 지휘관 입으로 “작전명, 화려한 휴가 시작이다.”

정도의 나지막한 멘트라도 날려줘야지, 이런 것도 없이 바로 뻥뻥 쏴대며 시작.











도청전투는 한마디로 짜증입니다. 금남로 학살 이후 별다른 갈등구도가 없는 것은 이 전투 때문이 아닐까 했는데...

탱크 몰고왔으면 화끈하게 탱크로 박살을 내던가, 아니면 어차피 역사 그대로 갈 거 아닌거 전적으로 보병투입에 의존함으로써

주요 인물들에게 장렬한 전사를 선사해주던가...

그때까지 용케 다치지도 않고 살아있던 등장인물들이 포격 두세번과 일제사격에 그냥 알아서 도청건물 각지에서 전멸합니다;;

안성기는 무엇을위해 무슨방어전략을 세웠단 말인가...

최소한 적절하게 부대를 나누어 이리 지원 저리 지원하는 모양새라도 내고,

보병들이 건물에 진입했을 때 일부는 쫓기다 아래층에서죽고 일부는 그위층에서 죽고 나머지는 고립되서 죽는다던지

(부상자 학살 등도 필요하겠죠) 이 전투장면이 어찌나 썰렁했는지는 아마 보신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지원이랍시고 가는게 안성기 혼자이니ㅡㅡ;

이 도청전투를 강풀은 ‘26년’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http://cartoon.media.daum.net/group1/kangfull26/200604/10/m_daum/v12325344.html

죽어가던 자의 살아있는 눈빛, 그리고...

“너희들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 부끄럽지 않냔 말이여!” 라는 일갈. 그리고 확인사살.

최소한 이 정도의 감정처리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숫제 걸판지게 한번 싸워라도 보던지... 제압+엄호 사격 몇 번에 그냥 아작나고.

TNT는 고사하고(안성기가 폭도가 되기 싫으면 쓰지 말라고 했죠. 이것도 잘 납득은 안됩니다마는...) 잘난 MG60도

정작 도청전투에선 등장조차 안했죠. 김상경은 도망가다가 걸려서 죽고(한명 죽이는데 수십발씩 쏴대죠.

김상경은 이런 영화 특유의 주인공만의특전 즉 수없이맞고도 한참을 비틀거리다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안성기는 옛 부하와 마주쳤다가 어영부영 도망치다가 다른 공수부대원들에게 죽고.

무전기로 이런저런 소리 하는 것도 뭐 그리 많은지. 그럴 힘 있음 한놈이라도 죽였어야죠.

하나하나 무전기들고 떠들다가 차례로 확인사살에 총맞아죽고.

딱 맨처음에 한명,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광주일고 3학년3반이라는 친구 둘만 무전기 소리로 나왔으면 좋았을 겁니다.

양아치랑 택시기사는 끝까지 그렇게 살려두고 싶었다면 숫제 같은 장소에 놔뒀다가 같이 죽이기라도하던가.

무전기로울부짖기는...-_- 완전 진부하더라도 차라리 초반 제압사격에 한명 부상 -> 보살펴주더가 홀연 날아온 총탄에 즉사 ->

부상자 광분해 뛰쳐나가 난사에 사망...으로 가는 게 나았겠죠.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죽을 때 존재감하나 없이 죽는지?

총하나 달라던 신부님은 뭐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자기 학생을 살려주고(아마도?) 죽은 선생님은 존재감 있게 죽었죠.













네 번째는 또 하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공수부대원에 대한 배려 부족인데, 위의 세가지만으로도 감독의 역량이

이만한 영화, 이만한 주제를 다루기엔 심하게 부족했음을 알 수 있기에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보이네요.

최소한 그걸 과거 안성기의 부하였다는 한 대위만으로 어케 때워보려하는 건 우스운 시도였다는 겁니다.

(그 대위도 사실 민중에 대한 미안함은 아니라고 볼수 있죠. 안성기 개인에 대한 미안함이면 미안함이지...

물론 작전회의 등에서 민중탄압을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만)

나머지 공수부대원들은 그냥 악귀 그 자체죠. 당시 공수부대원들이 마약을 투여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한데,

금남로학살직전처럼 공수부대원들에게도 일정부분의 인격을 계속 부여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무척 컸습니다.












다섯째, 엔딩씬까지도 별반 칭찬해주고 싶지 않네요. 영화 중간에 주요인물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씬이 있었는데,

박철민(정말 용도 다양하다니까요;; 이 씬에서도 어찌나 다양한 언어유희를 부려대는지)이 일부러 김상경과 이요원을 모임 가운데에

나란히 세웁니다. 엔딩씬은 두 사람의 결혼사진(인적 구성이야 비슷하고)인데...

사진 엔딩은 여운이 핵심인데 뭐 앞에 진행해놓은게 워낙 루즈하고 마지막 전투씬조차도 허탈하기 그지 없다보니 여운이 안남더군요;;

(사진엔딩의 최고 걸작은 역시 ‘공동경비구역 JSA’죠. 사진 한 장에 그 영화의 모든 것, 냉전시대 한국현대사의 모든 것을 담아낸...)

역시 무사히 도망친 김상경-이요원 커플이 과거를 회상한 뒤 단란한 한때를 보여주면서 마무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화려한 휴가’는 이도저도 아닌 졸작이 되어버렸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80년 5월의 광주를 진지하게 그려내지도 못했고, 다큐형식으로 표현하지도 않은 가운데 작정하고 울리려고 노력한 티는 많이 나는데

그 과정이 무척이나 어설펐다는 거죠. 여자분들 많이 우시긴 하더군요(중반 넘어가면서부터 우실 분들은 다들 우시기 시작).

마지막에 엔딩자막 올라갈 때는 영화 주요장면을 컷해서 보여주던데, 그러느니 차라리 배경으로 당시 다큐 영상을 틀어놓든지

아님 당시사진이라도 하나하나 띄워주었더라면 훨씬 나은 마무리가 되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상상력도 능력도 부족한 감독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실미도처럼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한 영화가 낫죠.

전 실미도에는 별 2.5개는 줬거든요. 딱 반쪽이니까.

마지막에 자기 담당하던 기간병과 친해져서 농담따먹기도 하고

그러다가 거사일에 추격해서 죽이고 그 시체를 안고 오열하던

제 2조 조장 강신일 같은 에피소드도 없고...

엔딩크레딧 끝나고 나오는 가슴엔 저만한 배경, 저만한 사건, 그리고 저렇게 능력있는 배우를 다수 모아놓고도

겨우 이것밖에 안되는 영화를 만들다니 하는 한심스러움만 가득했습니다.

80년 5월의 광주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가 나왔다, 에 그치고 말았네요.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던 출연진이었는데 말입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덧. 내일은 말많은 ‘D-War'를 보러갑니다. 말은 많지만 탈은 많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트랜스포머에 준하는 재미(완성도나 CG나 스토리라인이 아닌)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덧2. 올해 5.18 주간에 나온 한 여고생 천재 시인의 5.18 관련 시를 다시한번 감상해보죠... 언제 읽어도 소름이 돋는군요.



제목 :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덧3. 적고 보니 바로 아래에 같은 영화에 대한 너무나도 멋진 글이 있네요.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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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01 03:45
수정 아이콘
오오 D-War 나왔습니까? 드디어 결판을 내는군요!
웁스가이
07/08/01 03:48
수정 아이콘
저는 딱히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은것일까라고 기대하기 보다는 단순하게 이요원 무척 좋아하는 배우라서 보러 갔었는데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좀더 임펙트 있고 세밀하고 집요하게(?) 만들어 낼 수도 있을법했는데 너무 이것저것 끌어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마지막 전투씬은 차라리 넣지 않았으면 좋을 법했을정도로 허무했죠. 그전까지 워낙 쥐었다 폈다를 자주해서 그런지
감흥이 그닥 생기지 못하더군요. 차라리 말씀대로 이요원이랑 김상경이랑 차에서 내려서 헤어지는 장면에서 끝났음 더 좋았을 싶었는데.
그리고 엔딩사진은 잘 이해가 안가는게 왜 이요원이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되는건지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오윤구
07/08/01 04:21
수정 아이콘
애국가가 울려퍼진거야 그당시 사실이니까요. 전 오히려 책으로만 읽던, "도청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총격이 시작되었다." 라는 문구가 재현되는게 섬득했어요. 아무래도 금남로 신이 이 영화의 백미였단건 맞는거 같아요. 그러나 제겐 연출의 어벙함이나 연기의 미숙함(전 연기가 오히려 별로였던것 같아요) 주인공들만은 서울말을 쓴다든지하는 점들도 다 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일뿐 영화를 보는 내내 그저 사실의 힘에 압도되어 있었죠. 원래 억지울음 쥐어짜려는 연출이나 스토리 싫어하는 편인데도, 이 영화에선 그저 울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신마다 울어줬어요. 그리고 감독의 역량 부족....은 정말로 동감하는 바에요. 아마 '처음' 이란 이니셔티브가 없었다면 화려한 휴가는 정말 실망스런 작품이었을 거에요.

화려한 휴가는 그저 광주를 '소재'로만 삼은 신파 영화라고 평할 수 도 있지만, 전 그래도 이정도가 딱 적당한 수준이었던거 같아요. 첫 시도라는거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깔끔하고 대중성있으며(그러면서도 어느정도는 디테일에 대한 노력을 보여줬죠) 대규모 투자를 받는 "흥행영화"로서 영상화 되리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던 거구요. 아마 5년, 10년 후면 정말로 괜찮은 '광주'영화가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글루미선데이
07/08/01 05:02
수정 아이콘
전 캐스팅도 별로고 연기력도 별로더군요
그다지....아쉬움만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아는 분이 겪었던 실화인데 단지 고향이 전남이라는 이유로 서울검문소에서 개처럼 맞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민주화니 뭐니 그런 것을 떠나 단지 살아갔을 뿐인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았던 것 뿐인데 날벼락을 맞았던
참...차마 분통터져서 말로 못 옮길 그런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담아줬어야 한다라는 생각입니다

여튼 저도 다음을 기대하고 싶네요
07/08/01 05:03
수정 아이콘
1980년 5월 '화려한 휴가'
2006년 5월 '여명의 황새울'

다시는 국가권력이 군대를 앞세워 자국민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일이 없기를.
볼텍스
07/08/01 05:48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역사적 사실은 계엄군이 철수를 공표하고 시민군이 무기를 대부분 반납하는 가운데 공수부대가 역으로 허를 찔러 다시한번 대대적학살을 했다는 것인데, // 이거 진짜인가요?;
07/08/01 05:59
수정 아이콘
볼텍스님//
무기 반납 이후에 도청 전투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 다만 이것이 공수부대에서 노린 것인지 그냥 순서가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세미기픈
07/08/01 08:45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게 보기는 했습니다만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좀 많이 남더군요.
그래도 이 영화가 히트쳐서 518을 전두환이라는 살인마를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엔딩씬은 괜찮던데요.
정의를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은 웃고 있고, 살아남은 사람(이요원)은 우울해하는...
첨엔 잘 몰랐지만 뭔게 메세지를 함축하고 있는 엔딩씬이라서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습니다.
블레스
07/08/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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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상부 그러니까 전두환에 의한 피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보다는
악마같은 군인에 의한 피해라는 잘못된 의식을 심어주는데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군인들도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그런 어쩔수 없는 상황을 좀 표현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쥐스킨트
07/08/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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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고등학교때 종로서적에 갔었습니다.
그때는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에서 서서 책보는게 취미중에 하나였는데 그날은 사진첩 같은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나 출판사는 기억이 안나는데 5월 광주를 사진으로 담은 책이었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때문에 며칠동안 가슴에 통증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후에 성당에서 광주 비디오를 보았고, 공중파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도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항상 가슴에 통증을 느꼈고 가슴속 깊은곳에서 느끼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광주를 본격적으로 그렸다는 '화려한 휴가'를 보고나서는 눈물은 흘렀지만 가슴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겨우 이거 가지고 그렇게 광주를 팔아먹었냐'라고 감독에게 따지고 싶었습니다.
방송 다큐보다도 못한 영화를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상영할수 있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그릴 용기가 없었다면 그냥 포기했었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매후즉시
07/08/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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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뻔한 신파조의 영화일것같아 망설였지만, 여친의 강요로 봤는데요.
한가지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영화는 뭘 만들어도 소재와 장르는 달라도 참 비슷비슷하다는거..
영화에 문외한이라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며 분위기며 예상을 그대로 따라간다는게 좀..
한가지 기뻤던건 안본다고 뻐팅기니.. 그토록 돈을 안쓰던 여친이 극장비를 냈다는 사실.
엘디아이
07/08/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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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상한건지 몰라도 강풀의 26년전이 더 슬프더군요.
노란하늘
07/08/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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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사회를 다녀왔는데요.
우선 공수부대원들의 시각을 배제한 이유는 공수부대의 입장까지 담기에는 영화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라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공수부대원중에 안성기대장님의 후배 있잖아요. 그분을 통해 그나마 전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또 5.18과 관련된 영화를 다른 감독분께서 준비하신다고 합니다. 예정되어 있는 것만해도 3개가 넘는다고 그러더군요.
공수부대원들의 시각을 담지않은 가장 큰 이유같았습니다.
강풀님의 26년도 있고. 그래서 화려한 휴가에 공수부대의 입장까지 담으면 다른 감독분들께서 만들 작품의 범위가 줄어든다고;;;
실제로 공수부대입장의 영화가 준비중이라고 하던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잊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광주에 대해 잘 모르는 80년대 후반부터 태어난 저같은 나이대에게는 광주사건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끔 했기때문에 좋았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도청에 있던 시민군들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은 왠지 실미도 같지 않았나요??
하나친구
07/08/01 13:56
수정 아이콘
화려한 휴가에 대한 영화후기가 많이 올라오내요..

전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광주에 사는 놈으로써 그날의 일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게 아직은 안 와 닿내요..

5.18 관련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 저로써도 쥐스킨트말에 동감이 된다는...
07/08/01 16:47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점이랑 상당히 비슷하네요. 영화 외적인 의미 같은건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지만, 영화 자체로 봤을땐 훌륭한 영화는 커녕 괜찮은 영화도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셋쇼마루사마
07/08/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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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시네요...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잘 평해진 글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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