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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06 08:21:42
Name 에텔레로사
Subject [일반]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 공부하는 법
        며칠 전 애니메이션을 통해 하는 일본어 공부의 한계에 대한 글이 있었고, 잠깐 열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완전 고급 수준의 일본어를 익히기에는 애니메이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만, 애당초 그 어떤 공부 방법이든 한 가지만으로는 절대로 끝까지 실력을 올릴 수 없습니다.


        정식으로 학원 고급 코스를 다닌다고 해서 고급 일본어 표현이 필요한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결국 학원에서 가르쳐준 적 없는 의외의 상황이란 나오기 마련이고, 태어나서부터 그 땅에 살아서 자연스럽게 익혀온 게 아닌 이상 외국어는 평생 배워야합니다. 학원에서 배워야하는 건 그 언어의 표현이나 문법 그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그 언어를 공부해나갈 것인가 그 ‘방법’을 익혀야하는 곳이죠(점수 올리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한국 학원 환경에서는 그저 이상론에 지나지 않긴 합니다만).


        그러나 그걸 배우는 것은 꼭 학원에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학원 이외에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 중 하나의 옵션으로서 애니메이션은 다른 분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는 NHK 등의 매체와 동등한 레벨에서 고려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만, 제가 무슨 일본어의 대가라서 혹은 일본어를 수준급으로 엄청나게 잘 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저 또한 갈길이 먼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입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통한 일본어 공부 효과를 맹신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이,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언어는 마스터할 수 없고, 저 역시 슬슬 다른 방법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언어 공부 방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제 방법이 만능이라고 이야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올바르게 별 문제 없이 배워온 방법이 지나치게 폄하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글을 통해서 제 경험상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점 이해해주시고, 다소 글의 흐름상 어조가 지나친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은 분은 다음과 같은 각오가 필요합니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미칠 듯이 좋아하는 오덕이라서 한 편 전체를, 혹은 특정 부분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돌려서 봐도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들이셔야 합니다. 애니메이션이건 드라마 건 NHK 건 영상을 통해서 언어를 익히려할 때는 반복 학습이 기본입니다. 애니메이션에 그다지 흥미도 없고, 오덕이란 것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을 통한 공부가 효율이 오를 리가 없습니다. 또한 난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취미로 보는 것뿐이라서 그냥 설렁설렁 보면서 들려오는 표현과 자막을 맞춰가면서 익히겠다, 이런 분들도 바르게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우면 잘못 배우게 된다라는 인식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죠.


        저는 대학교 2학년 봄 학기 경(참고로 미국 대학은 가을부터 시작해서 여름에 끝납니다)에 본격적으로 애니에 심취하기 시작해서, 3개월가량 보던 중 어느 날 일본어가 귀에 들리게 되고, 점점 흥미를 느껴 신경 써서 듣다 보니 자막의 오역도 심심찮게 눈에 보이게 되어,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어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단순히 들리는 것에만 만족했다면 저도 입만 열면 이상한 여자 말투나 쓰고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주제에, 귀는 비상할 정도로 밝은 오덕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3학년 때 대학의 기초 일본어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고, 여기서 히라가나/카타카나, 그리고 동사의 기본형 등 아주 기본적인 문법 사항에 대해서만 배웠습니다. 2학기, 3학기 때는 시간표가 맞지 않아 그 이상 듣지 못했죠. 그런데 4학년이 되어서 남는 시간에 다시 일어 수업을 듣게 되었을 때, 저는 학부에서 들을 수 있는 제일 높은 수준의 반에 들어갔고, 아주 쉽게 쉽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첫 작문 과제를 완벽하게 써낸 것에 놀란 일본인 선생님이 어떻게 일본어 공부를 했는지 참고하고 싶다고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했을 정도고, 일본 영사관 주최 스피치 대회에 나가서 발음, 억양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붙잡은 일어 공부 매체는 오직 애니메이션뿐이었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예전에는 ‘디미네이트’란 닉네임으로, 현재는 ‘에텔레로사’라는 닉네임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막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막을 제작하기 시작한 건 바로 3학년 때 기초 일본어 클래스를 듣기 시작한 그 시점과 일치합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는 자막을 제작하는 게 일본어 공부에 있어선 더 낫다’라는 말을 어디서 보고 시작을 결심하게 된 거였죠. 그리고 그 말은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여러분들께 자막 제작을 권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자막 제작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자막 제작 속에 든 일본어 공부의 방법론’만 제대로 익히신다면, 시간 투자가 상당한 이 방법을 굳이 따라하실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제작자마다 개인차는 조금씩 있지만, 제가 자막을 제작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영상을 틀어놓고, 중간 중간 포즈를 걸어가면서 들리는 대로 ‘스크립트’ 번역을 합니다. 이때 잘 안 들리는 부분, 모르는 표현이 나오는 부분, 뜻은 알아도 얼른 적절한 국어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부분은 일단 비워둡니다. 이렇게 부분부분 공백이 있는 스크립트로 일단 싱크를 찍습니다. 그리고 공백 부분은 안 들리는 건 ‘들릴 때까지 듣고’, 모르는 표현 등은 ‘사전’을 찾아서 채워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하나의 애니를 적어도 세 번은 봐야합니다. 특정 안 들리는 부분을 들릴 때까지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는 걸 제외하고서라도요.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따옴표 처리한 세 개입니다. ‘스크립트’, ‘들릴 때까지 듣기’ 그리고 ‘사전’.


        보통 애니메이션을 그냥 볼 경우, ‘자신은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착각’하는 부분이 반드시 생깁니다. 이건 우리나라 드라마를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를 놓고 실시간으로 받아쓰기 해보시기 바랍니다. 훈련을 받았다던가 어지간히 기억력이 좋은 분이 아닌 이상 공백이 군데군데 생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공백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그 부분이 없어도 내용 이해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죠. 순간적으로 대사가 지나가고 나면, 머릿속에는 그저 그 문장의 의미만이 남지, 그 문장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다 남진 않습니다. 대사 내의 핵심 단어로, 혹은 영상의 시각 정보를 통해 오는 컨텍스트로 그 공백은 아무런 문제없이 메워집니다.


        똑같은 현상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두드러지게 더 심하게 나오는 겁니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영상에 치중한 것이기에 영상을 통한 상황 파악이 더 잘 됩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제가 자막 제작한 애니를 보여줄 때, 정 시간이 촉박할 때는 빈칸을 채우지 않은 공백투성이 자막을 그냥 보여줬는데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컨텍스트를 통한 내용 파악의 힘은 굉장한 겁니다(여담이지만, 일본어 잘 모르는 분들이 질 나쁜 오역투성이 자막도 얼씨구나 좋다고 보는 것도 이게 이유죠. 아무도 자막의 단어 하나하나 신경 써서 안 봅니다.)


        이러니 정작 말을 써먹으려 하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어라,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했는데, 정확히 뭐였지?’ 기억이 날 리가 없죠. 그 부분은 내가 컨텍스트만으로 메워 넣어서 이해했다고 착각한 ‘공백’이니까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공부를 하시겠다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아예 스크립트 하나를 써내겠다는 기세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써서 들으셔야합니다. 한 문장 듣고 멈추고, 한 문장 듣고 멈추고 해서 내가 여기서 단어 하나하나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익숙해지면 여러 문장 단위로 끊을 수 있으니 시간은 단축됩니다. 저도 처음 애니 번역할 때는 한 문장 단위로 끊었지만, 요즘에는 대여섯 문장 정도는 실시간으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 이상은 뇌의 단기 기억 용량과 타자 속도가 감당을 못하더군요.


        당연히 애니 보는 흐름이야 끊기죠. 그러나 여러분들은 지금 애니로 ‘공부’를 하고 계신 거지, 애니를 ‘감상’하고 계신 게 아닙니다. 감상하면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은 멀티태스킹에 능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보시면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 즉, 기본 애니 러닝 타임의 2~3배 정도 걸릴 겁니다. 참고로 제가 애니를 듣고 스크립트를 1차적으로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0분 정도고, 이건 타자치는 시간을 포함한 겁니다.


        이렇게 들으면 자기가 못 알아들은 부분이 어디인지,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건 그때그때 기록을 해둬야죠. ‘몇 분 몇 초대 못 알아들음’, ‘○○○○○란 말이 나왔는데 모르겠음’. 수준이 높아졌다면 좀 더 나아가서, 뜻은 알겠는데 정확한 국어 표현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기록해두셔도 되겠죠. 뭐, 이 정도까지 오면 그냥 차라리 번역을 하시는 게 낫긴 합니다만. 아무튼 자기가 모르는 공백이 확실해졌으면, 이젠 그 공백들을 처리할 차례입니다.


        먼저 못 알아듣는 것. 대부분의 영상 플레이어에는 반복 재생 기능이 있습니다. 들릴 때까지 들으세요.  수천, 수백만 번을 반복해서 그 애니의 모든 것을 다 파악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들릴 때까지 들으세요. 단, 발음이 씹혀서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나, 사투리나 이상한 말투를 쓰는 캐릭터(당연히 애니 보기 전에 캐릭터의 언어적 특성 파악은 해둬야 합니다. 요즘 위키 참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거라면, 사투리를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게 아닌 한, 굳이 억지로 알아들으려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번역하는 사람들이 물고 늘어져야할 부분입니다.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성우들의 발음은 상당히 깨끗한 편이기 때문에 좀 빠르다고 해도 다 들립니다. 들리는 대로 사전을 검색하셔서 맞게 찾으셨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정 안 들리면 자막을 통해서 역추적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막에 나온 국어 단어를 검색해서 일본어를 찾는 식이죠.


        애니메이션으로 배우면 글을 못 읽는다고요? 이 역시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셨기 때문입니다. ‘어, 모르는 단어가 들리네’ -> ‘우리나라 말이랑 어순 똑같으니까, 자막에서 대략 이 위치쯤인가?’ -> ‘아, 이런 뜻이구나. 알아들었다.’하면 당연히 글은 안 늘고 어중간한 청취 실력만 늡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으면 당연히 사전을 확인해봐야 하는 게 예의입니다. 자막 제작자들이 고생해서 찾아놓은 단어를 그냥 받아먹으려드니 어떻게 일어 실력이 늘겠습니까? 사전 찾아보시고, 뜻은 물론 기타 용법, 예문, 구문 찾아서 다 노트 정리해보시기 바랍니다. 실력이 되면 당연히 일-일 사전으로 찾아보셔야하고요. 설령 캐릭터 특성상 일어 용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썼더라도, 사전 찾아보면 다 바로잡히게 됩니다.


        저는 언어 공부의 모든 답은 ‘사전’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자막을 만들면서 일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전 활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하려면 모르는 단어, 불확실한 단어는 끝까지 찾아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물론 이런 고생 없이 그저 모르면 소설 써대는 수준 이하의 자막 제작자들도 있습니다).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사전 내버려두고 문법에만 연연해서 ‘이것의 태가 무엇인지, 관계대명사의 선행사가 어쩌고’ 하면서 문법책을 뒤지시다 결국 틀리게 이해하시나요. 좋은 사전 하나만 있으면 다 해결 됩니다. 사전 안에 단어의 올바른 용법, 예문 다 들어있습니다. 그것들을 꼼꼼히 뜯어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다만 그 훈련이 안 되어 있는 것뿐입니다.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일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사전을 통해 공부할 공부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신다면 애니메이션은 NHK니 버라이어티니 뭐니 다른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소재에 지지 않을 만큼 활용성이 높습니다. NHK로 공부하실 때 그냥 애니처럼 흘려듣고 지나가시나요? 어떻게 단어 하나라도 더 알아들어보려고 반복해서 듣고 사전 찾아서 보고 하시지 않습니까? 핵심은 공부 소재에 있는 게 아니라 ‘사전’에 있습니다.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라, 어떤 영상을 이용해서 공부를 하건 이렇게 공부를 해야 비로소 올바른 공부 효과를 낸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 애니메이션을 만만하게 봐서 이렇게까지 공부를 할 가치를 못 느끼시는 것뿐이죠. 그래서 그저 애니메이션을 보기에 충분한(그러나 오히려 수준 있는 아마추어 자막으로 보는 것보다 못한) 수준으로만 알게 되는 겁니다. 애니메이션을 정말 일본어 공부의 자료로 삼아서 본격적으로 한다면 절대 다른 종류의 영상에 비해 밀릴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공급 물량과 다양성에 있어서는 압도적이기에 더 유리한 면도 있죠.


        이쯤에서 몇몇 애니메이션을 통한 일어 공부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에 대해 의견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1. 애니메이션으로 일어를 익히면 발음, 억양이 이상해지고, 여자 말투를 익혀버리게 된다.

        발음 자체는 아나운서나 성우나 똑같이 깨끗하다고 봅니다. 어찌됐건 ‘원어민’이고 둘 다 철저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니까요. 다만 문제는 억양, 그리고 일본어에 존재하는 남자/여자 표현, 혹은 캐릭터의 귀염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상한 말투 등은 문제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앞서서도 잠깐 이야기 했듯이 등장 캐릭터 특성 파악해두면 어떤 애가 표준적인 표현을 쓰는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런 녀석이 하나도 없는 애니는 절대 없습니다. 다만 그런 캐릭이 모에 캐릭일 가능성이 낮은 것뿐이죠. 단순히 자기가 ‘하악 하악’하는 대상에만 집중하면 당연히 이상한 일본어가 배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공부’ 목적으로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면, 그 중에서 그나마 정신이 좀 제대로 박힌 남자 녀석의 말투를 따라가고, 다른 애들의 말은 ‘사전 찾을 거리’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애당초 일어에 남자/여자 말투가 있다는 것 등의 기본적인 일본어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않고 언어 공부에 덤벼드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있다면 얼마든지 신경 써서 피해갈 수 있습니다.


2.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표현들은 실생활에서 쓰이지도 않고, 표현도 다양하지 못하다.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다 외계어로 이야기하나요? 일상을 어느 정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라면 결국 일상적인 표현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없이는 언어생활 자체가 안 되니까요. 솔직히 이건 애니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억지라고 봅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소재도 다양하기 때문에(특히 요즘 라이트 노벨 원작 애니는 거의 소재 승부입니다) 절대로 쓰는 표현이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패턴상 자주 나오는 표현이란 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굳이 ‘공부’를 하지 않고 ‘감상’만 해도 자연스럽게 반복 학습을 통해서 익혀지는 거고요. 그런 표현만을 배운다면 당연히 애니로 배울 수 있는 언어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의 소재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 애니 아니면 나오지 않는 단어’ 또한 산더미처럼 많습니다. 이런 건 철저한 반복 학습 없이는 익힐 수 없는 단어들입니다. 이런 노다지를 외면하고, 그저 감상만 했기 때문에 당연히 배울 수 있는 표현은 국한될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애니메이션 이외의 다른 그 어떤 종류의 영상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핵심은 ‘사전의 활용’에 있는 거니까요. 애니메이션은 분명 일상에서 쓰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표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올바른 일본어를 익히려 한다면 다른 종류의 영상에 비해서 더더욱 사전의 활용이 필수 불가결입니다. 역설적인 듯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면 더 정확한 일본어를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듣고 있는 걸 항상 의심해야하니까요.


        애니메이션이 다른 영상에 비해 일어 공부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영상을 공부하는 노력만큼 애니메이션에 투자하지 않고서 왜 애니메이션은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가 불만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만하게 보는 그 시선이 오덕인 저로서는 매우 불쾌했던 겁니다.


        ‘사전 활용을 할 공부거리’는 자기가 아주 좋아하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영상을 통해서 제대로 공부하려면 끊임없이 반복 학습을 해야 하니까요. 영어 학원의 CNN 클래스도 결국 방법론은 똑같습니다. 받아쓰기 해서 빈칸 채우게 하고, 원문 스크립트 주고, 끊임없이 듣게 시킵니다. 모르는 단어는 당연히 사전을 찾든지 하겠죠(사전의 뜻만 찾아서는 헛공부입니다. 그 밑의 용법과 예문까지 자세히 읽고 정리해야죠). 그 방법론을 적용하는 소재는 자기가 공부하려는 언어로 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고, 어떤 영상이 공부에 더 우월하다거나 하는 것 없이 각자의 소소한 장단점을 가진 평등한 소재라고 봅니다. 다만 자기가 기꺼이 여러 번 반복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효율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애니 싫어하는 분들은 당연히 애니 봐도 안 늘고, 애니 좋아해도 제대로 사전 찾아서 공부할 열정이 없으면 그 또한 안 늡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제대로 익히려면 상당한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애니로 하면 좀 더 편하게 익힐 수 있을 것 같고 또 편하게 익히려다 보니 이상하게 익혀지는 건데, 언어 공부에 편한 길이란 절대 없습니다. 언어 공부는 무조건 그 언어로 된 것을 많이 접해보고, 오직 시간 투자만이 답입니다. 이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수를 올리는 요령이 아닌 정말 언어를 익히겠다고 덤비려면, 미드를 철자 단위로 분석해서 봐야하고 소설도 읽어주고 해야합니다. 모든 언어 공부는 그저 시간 투자가 승부처입니다. 지금껏 많은 분들은 그 점을 간과하시고, 애니를 만만하게 보다가 애니로 별 효과 못 보고 편견만 늘게 되었다고 봅니다. 반대로 시간 투자한만큼 실력은 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NHK에 투자한 시간만큼 애니에 투자하면 똑같이 효과를 보게 되어 있다고 봅니다. 올바른 시간 투자는 절대로 공부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난 애니 볼 수 있을 만큼 일어 알면 충분하다’라고 하시는 분들께 굳이 ‘감상’이 아닌 ‘공부’를 강요할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내가 어디서 일본어를 좀 제대로 쓰고 싶은데 그 공부거리로 애니메이션을 이용하고 싶으시단 분들, 제대로 꼼꼼하게 공부하셔서, 어디 가서 ‘애니로 배운 일어’라고 비웃음 당하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애니 덕후의 긴 열폭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줄 요약 : 애니를 놓고 NHK나 CNN 공부하듯 해보세요. 똑같이 올바르게 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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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06 08:26
수정 아이콘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네요
swflying
10/03/06 09:32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도 어떤 애니메이션이냐. 즉 내용에 따라 단어 수준이나 어투가 달라지겠죠.
근데 어떤 방법이 정석이다 이런 건 없습니다.
제 친구중에도 히라가나 조차 모르는 아이인데 일본 애니만 몇년쨰 봐서
일본인과 만나서 하는 일상생활회화는 다 할 줄아니까요.

다만 소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의 경우엔 단어의 제약이 좀 있으므로 어려운 한자어등은
익히기 힘들것 입니다. 특히 전 애니는 많이보는 편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최근에 드래곤볼 카이를 보며 느낀점은 손오공의 몇몇 대사를 만약 현실에서 쓰면 매우 비웃음 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론 애니가 일본어 익히는데 좋은 활용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구요.

대신에 중요한건 너무 편식해서 좋을 건 없습니다.
NHK 하나만 죽어라 파게 되면 아나운서의 말투만 익숙해져서
오히려 회화할 때 일본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도 있고
유행하는 말이나 젊은 애들말을 모르게 되는 것이고.

애니메이션만 죽어라 보게 되면
또 그 단점이 있는 것이죠.

일본 방송을 애니~드라마~버라이어티~개그~뉴스에 걸쳐서
편식이아닌
다방면의 방송을 보는게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이란 나라를 포괄적으로 알수 있는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 오아라이(개그)를 보면서 공감하고 웃을 수 있게 되신다면
일본어, 그리고 일본 문화에대해서 상당한 수준 이상의 이해도를 갖추신거라고 보면 됩니다.
에텔레로사
10/03/06 09:40
수정 아이콘
여기서 말씀 드리는 건 일상 회화 수준을 넘어서 글을 읽고, 쓰는 것까지도 염두에 둔 방법을 제 경험을 토대로 제안한 겁니다. 물론 정석적인 방법이란 건 없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면 그게 정석이 되는 거니까요. 다만 제대로 된 시간 투자 없이 한 공부만을 놓고, 애니메이션의 일본어 공부에 있어서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는 시각이 저로선 마음이 불편해서 이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애니를 특정 장르에 편중해서 본다면 물론 말씀하신 문제점들이 드러나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재가 다양하고 장르에 따라서도 다양한 언어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잘 고려해서 공부한다면 어느 정도는 대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빈 부분은 말씀하신 것처럼 또 다른 종류의 영상 혹은 방법으로 채워나가면 되는 거고요.
거북거북
10/03/06 10:10
수정 아이콘
전 애니-게임-드라마-버라이어티-JPOP-하여간 갖가지 영상물-소설-...논문...-회화 등등등으로
일본어를 다각도로 배우고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만; 드라마로 일본어를 계속 접하는 방법을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특히 다양한 '실제 세계의' 역할을 이해한다는 면에서, 적당히 스샷만 몇 개 보고 분위기를 이해하고 작품을 찍어도 중간은 치죠.

애니는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야 글 쓴 분의 방식대로 작품을 먼저 공부하고 골라내는 작업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캐릭터 특유의 말투나 그런건; 음... 아무튼 초반부터 뛰어 들기엔 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10/03/06 11:00
수정 아이콘
실제로 무지막지하게 많은 예인데,
애니를 보고 그대로 사람한테 오마에, 안따, 키미 라고 지칭하는 것은 일단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던 애니던 무엇이던
한자공부, 그것 하나만큼은 빼도 박도 못하는 지름길도 없는 가시밭길입니다.
10/03/06 11:27
수정 아이콘
음... 그러면 사람을 어떻게 지칭해야 할까요? 성으로 지칭하면 되려나요?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_^;
10/03/06 11:40
수정 아이콘
저같은경우엔 성을 불렀습니다. 나니나니 상. 이렇게요. 또는 나니나니 군. 오마에, 안타, 키미는 격없는 아랫사람/아주 친한 친구 정도에나 허용되구요.
서린언니
10/03/06 11:44
수정 아이콘
성 (패밀리 네임) 을 부르는게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이름을 (下の名前) 을 불렀다간 영원히 찍히게 되죠.

일본에서 뭔가 일을 하고 싶은 분은 애니메이션은 절대로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예의와 격식을 잘 차린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전화 응대 같은것) 뉴스나 신문이 좋아보이네요.
10/03/07 13:07
수정 아이콘
친한 친구끼리도 왠만하면 다 이름부릅니다.
단 둘이서, 그것도 대놓고 앞에 있는데 'Utopia가 그때 그러지 않았어?' ''그거? Utopia한테 있잖아?'

라고 하는게 한국어와 다른 부분이네요. '너' 얼마나 편해요.
나고리유끼
10/03/06 11:43
수정 아이콘
현지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 계속적으로 일본어 공부에 대한 글이 나오고 있네요..
공부에 정도는 없는거 같습니다. 애니로 공부해도 충분하구요 음악도 좋고 드라마도 좋습니다. 뉴스도 좋구요 대신 초심자는 버라이어티는 비추입니다. 사실 일본의 버라이어티(코메디, 몸개그많은거 말구요 말장난하는것들)를 다 이해하고 웃을정도라면 일본어 졸업하셔도 되는 수준입니다. 정치 풍자 사회 풍자 현재 유행어 등이 속해있는 개그 코드를 알려면 일본의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이해를 가진사람만이 웃을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라이어티는 일본어를 다 배운사람이 마지막 시험코스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몸개그가 들어가있는 벌칙 게임 머이런것들은 상관없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말장난들과 만담 머 그런것들이 어려운거지요..

그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면서 이제 됐어 라고 감히 이야기 할수 있을때는 각나라의 시사 경제 풍자 코메디를 보면서 진짜로 껄껄 웃을수 있을때 완성형이라 감히 말할수 있을겁니다 .

일본어는 한자를 많이 알면 글이나 자막을 읽기 쉬어지구요 드라마를 많이 보면 억양에 대해서 좋아지는거 같습니다. 코메디를 즐겨보면 각종사투리에 도움이 되구요..^^나름 분야에서 다 장점들이 있는거 같습니다.

머니머니해도 젤루 빠른 건 현지에서 배우는거겠죠..
azurespace
10/03/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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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시간을 늘리는 거죠 (...)
사랑헌신믿음
10/03/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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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전문번역 및 무역관련 접객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밑에 일본어 공부 관련 글에도 코멘트를 달았는데 역시 관련 분야가 나오니까 이것저것 말하고 싶어지네요.
뉘앙스를 100%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시면 [오마에,키미,안따]는 안 쓰는 게 좋습니다. 애니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쓰는 불량스러운 말투도 안 쓰는게 좋습니다. 특히 한국인 중에 멋있어 보여서 그런 말들을 쓰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본인이 듣기에는 어색해서 웃기거나, 엄청 무례하게 들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ないよ를 ねえよ라고 한다던가 하는...]
일본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는 말이 아주 많은데 보통 교과서부터 배우신 분들은 와따시「私」 라고 많이 하시는데 젊은 남자 분이시면 보쿠「僕」 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레「俺」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안 쓰시는 게 좋습니다. 조금 건방진 느낌이 있거든요.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요. 그래서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나 [하나단[꽃보다 남자]]의 도묘지같은 캐릭터를 오레사마캐릭터「俺様キャラ」라고 하죠.
여자들의 경우는 와따시「私」가 많지만 지분「自分」 우치「うち」등등도 귀여운 척 하는 애들은 많이 씁니다.
하지만 딱딱한 비즈니스에서는 기본 와따시[私]나 와따쿠시[わたくし]가 가장 정중하고 예의있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일본에는 말을 놓는 순간이 없습니다. 가끔 그런 분들도 있으시지만 대개는 성에 상을 붙여서 존댓말 하다가 이야기 하는 중에 친해졌다고 느끼면 어느 순간 반말이 되는 게 보통입니다. 일본문화는 기본적으로 분위기를 읽는「空気を読む」 문화이기 때문에 직설적인 한국인들이 적응하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이름도 처음에는 성에 상을 붙여서 말하다가 자연스럽게 이름에 상「さん」,쨩「ちゃん」,군「君」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일본어의 「つ」의 발음이 안 됩니다. 우리 나라의 츠,쯔,쓰 라고 생각하고 발음하면 일본인들 귀에는 [츄]로 들립니다. 저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지금은 쉽게「つ」발음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본어를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つ로 고민을 하더군요.
제가 부업으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일본인들도 한국어 발음이 안되긴 마찬가지긴 합니다. 가끔 정말 센스 있는 사람들은 쉽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에텔레로사
10/03/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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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하신 내용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애니를 정말 신경 써서 본다면 말씀하신 내용들은 다 파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게 대사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애니 보기 전에 조사해둔다면 이 녀석이 쓰는 말이 건방진 말투인지, 귀여운 척 하는 말투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말투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저도 그렇게해서 다 뉘앙스를 파악한 내용들이고요.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캐릭터 특성을 파악하고 사전을 충분히 활용한 애니라면, 그리고 일본어의 기본적 성격을 숙지하고 있다면 다 피해갈 수 있는 내용이죠. 본문도 그러한 공부 방법을 강조하고 싶어서 쓴 거고요.
Benjamin Linus
10/03/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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つ발음 할때 위쪽 앞니 뒷편 바로위의 잇몸에 혀를 대고 쯔와 츠의 중간 발음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차사마
10/03/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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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깊이 파는 것보단 두루 살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애니나 드라마 버라 신문 인터넷 글들. 그래야 그 나라 언어에 대한 개념도 잡히고, 여러상황에서 대응할 수도 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말하기더군요. 듣고, 읽고, 쓰는 건 다 되는데, 말하는 게 생각보다 곤욕스럽습니다. 말하는 게 힘든 건 일본어가 어렵다기 보단 문화적 특성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상대방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해, 단어선택에 신경써야 될 게 많죠. 만약 외국인이라고 해도, 말투나 단어쓰임새가 기분 나쁘면, 그냥 무시해 버립니다. 두 번 다시 대화할 기회도 안 주죠. 서양인(유럽, 미국)에 대해선 정중하게 배려하지만, 같은 동양인은 은근히 무시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경제나 문화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에 대해선 굉장히 잔인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동정심같은 게 적다고나 할까요? 처음엔 습관처럼 친절하게 받아주는 편이지만, 태도가 달라지는 것 또한 한 순간입니다.
동료동료열매
10/03/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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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텔레로사님의 글을 읽어보니 애니도 충분히 공부할수 있는 '수단'이라는 주장이지 애니로 공부하는게 왕도라는 생각은 안드네요.
어차피 주요수단이 무엇이 되었던 기본문법은 직접 책으로 공부하는수밖에 없으니까요. 드라마나 뉴스와 같은거와 함께 한다면 더 효과적인건 그래도 맞지 않을까요.
에텔레로사
10/03/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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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왕도'라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본문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한 듯한데, 애당초 언어 공부에 왕도란 없죠.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러나 지난번에 있었던 글을 읽어봐도 그렇고, 평소에 간간히 비슷한 주제의 글에서 보던 댓글도 그렇고, 그러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수단'으로조차 인정 받지 못하는 분위기니까 이 글을 올리게 된 겁니다. 의도가 제대로 전달 되어서 다행입니다.
10/03/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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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에 쏟을 저 노력을 다른매체에 쓴다면 조금더 큰 효과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의해야할 사항이 꽤 있는것 같은데 그런걸 감안하면서까지 애니라는 매체를 굳이 사용하는건 왠만한 애니팬이 아닌이상에야 힘들것 같네요.
에텔레로사
10/03/07 00:08
수정 아이콘
신경을 쓴다고 해서 딱히 투자 시간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보면서 염두에 두고 있으면 되는 거죠. 주의해야할 사항은 애니를 통해서 공부하려는 '태도'에 관한 것이지 그것 때문에 시간을 더 들여야하는 건 아닙니다. 앞의 제 케이스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자막 만들어가면서 일어 기초에서 상급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딱 1년 걸린 셈입니다. 3학년이니 당연히 대학 공부 다해가면서 남는 시간에 한 거죠. 이 정도면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결국 핵심은 '사전 찾기'입니다. 사전 찾기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어떤 종류의 영상을 쓰든 저는 같은 효과를 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활용하는 영상에 쓸데없는 차별을 두지 말고, 자기가 재미있고 흥미가 가는 걸로 하면 되는 겁니다. 애니를 신경 써서 공부할 가치가 없다고 인식하는 그 말씀이 저에게 있어선 가장 못 마땅한 거고요.
The_CyberSrar
10/03/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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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즐거운 학습매체를 찾는 선에서 애니학습법에 의의를 두는게 맞다고 보이네요.
본문에서도 왕도라고 하진 않은것 같구요
애니 매니아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참고하면 좋을 글 같습니다
예루리
10/03/0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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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음도 중 か행 が행 た행 さ행의 발음이 한국어와 다릅니다. る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그나마 な 행이 비슷한 정도죠.

보통 외국어를 들을 경우 자국어의 음성 체계에 맞추어 듣기 때문에 처음 배울 때 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않으면 차후 고치기 힘들어집니다. 이는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들이라고 해도 '달, 딸, 탈' 발음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울러 촉음과 ん 발음도 우리말 종성처럼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음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훈련해야 되는 부분이구요.

만화 은혼을 읽다보면 쉬어가는 페이지에 한국에서 오는 펜레터 중에 은혼의 발음을 きんたま (본래는 ぎんたま)라고 쓴 것이 있었는데 이러면 고환을 뜻하는 단어가 되어버리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 엔하위키 은혼 항목에 둘의 발음이 어차피 비슷하니 의도된 말장난이라고 나오나 엄현히 다른 발음입니다. 사과와 싸과와 사콰가 같은 단어로 안들리는 것과 같죠. 독학으로 어학을 공부하다보면 잘못 든 습관을 지적해 줄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전에 쓴 글에서 정규 교습을 권한 것이었구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회화나 기본적으로 구어체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기에 비슷한 장르의 작품 내에서 나오는 단어 수는 한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사람도 원피스나 나루토 등 300화가 넘어가는 애니메이션 자막판을 처음부터 쭉 보라고 한 뒤 300화가 넘어갈 때 쯤 자막을 빼고 알아들어 보라고 시키면 꽤 많이 알아듣습니다. 한 작품 내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그렇게까지 많지가 않거든요.

애니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되려 흥미라는 면에선 권장해야죠. 다만 제대로 배우기 위해선 학원이 되었건, 학교의 일본어 강좌건, 원어민 맨투맨 회화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에텔레로사
10/03/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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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발음 문제는 '한국에서 언어를 배울 때의 문제'이지, 애니로 독학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 역시 똑같은 문제가 생기죠. 자기 모국어가 아닌 이상 발음 문제는 당연히 생깁니다. 그런 부분은 애니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시간 투자 부족의 문제를 '애니메이션의 한계'로 단정 지으시는 것 같더군요. 원인을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 거라고 봅니다.

또한 본문에서도 언급했고 앞서 쓰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애니 번역하는 지금도 저는 매일매일 새로운 단어를 접합니다. 특정 장르에 국한된다면 당연히 단어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컨텍스트로만 알아듣고 넘어가서 정작 머리에는 안 남는 '공백'단어 또한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꽤 많이 알아 듣'겠지요. 그걸 '다양한 장르를 완벽하게 알아듣'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비로소 공부가 되는 겁니다. 본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단순 감상을 통한 제한된 표현들의 반복 학습은 공부가 아닙니다.

저는 영어/일본어 두 언어를 학원 다니지 않고 사실상 독학으로 다 한 입장이기 때문에, 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올바른 독학은 충분히 효율과 효과를 주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사전은 절대로 잘못된 말을 가르치진 않으니까요. 사전이 단순히 뜻을 가르쳐주는 도구라고만 생각하면 당연히 얻는 게 없지만, 그 이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일단 누가 뭐래도 애니를 통해서만 배운 제가 일본인 강사로부터 제대로 된 일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대로 배우기 위한' 방법은 말씀하신 그 방법 하나뿐만은 아니란 겁니다.
WhistleSky
10/03/0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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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애니보기 시작한지 1년 반이 넘어 가는데요. 얼마전부터는 욕심이 생겨서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독학용 교제로 공부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되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에텔레로사님 글을 보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재미있게 본 애니 몇편 추리고 일본어 사전 준비해서 저 방법대로 해봐야 겠습니다. 예전에 디미네이트로 활동하실때에 님이 작업하신 자막으로 많이 감상했었는데, 앞으로도 좋은 자막 부탁드립니다.
이태원서울팝
10/03/07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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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말씀하시는것은 애니도 충분히 공부로 이용될수 있고, 잘만 공부하고 전반적인 캐릭터나 내용을 바탕으로하면 애니도 문제없다라고말씀하시는것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니로 그렇게 공부하기가 힘든것같습니다. 재밌는데, 감상하다 못듣는거죠,
그냥리스닝이라면, 이것저것들어도 좋겠지만.

어쨋든 이정도 열정이면 공부할자세도 되고 실력도 되겠네요참고하겠습니다.
10/03/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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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현지 리얼말투(줄임말, 은어 등)와 입모양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어눌한 발음이나 캐릭터의 말 등은 알아듣기 힘든게 나쁘고,
애니는 성우 특유의 또박또박한 발음이 좋습니다. 반면에 입 모양이 안 보이고 실제로 일본 사람과의 대화가 시작되면
당황하죠. 절대로 애니처럼 말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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