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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19 15:32:27
Name Joker_
Subject [일반] 간단하고 재미있는 반려동물 이야기 (4) - 동물원성 감염증과 예방접종 - 1
안녕하세요! 최근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글을 미루다가 오랜만에 write 버튼을 눌러봅니다.

사실 이 분야가 굉장히 간단해 보이면서도 양파껍질을 까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점점 힘들어짐을 피부로 느낍니다. 수의학은 손도 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초지식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습니다. 역시 대학은 어려운 곳입니다. ㅠ_ㅠ


인간과 동물이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정신적, 심리적인 이점도 있지만 반대로 동물원성 감염증(Zoonosis), 즉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수 있는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동물원성 감염증 혹은 동물원성 전염병은 바이러스성(Viral), 박테리아성(Bacterial), 세균성 혹은 곰팡이성(Fungal), 그리고 기생충성(Parasitic)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습니다. 4가지를 모두 쓰자면 너무 내용이 많으니 오늘은 바이러스류의 병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광견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휘리노이에스님께서 쓰셨던 글을 잠시 인용해보자면,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좀비 영화들에 나오는 좀비의 특징에는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죠. 발열, 두통,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다 물린 부위에 저린 느낌이 들거나 저절로 씰룩거리는 증상이 나고 어느 시기가 지나면 완전히 좀비가 되어서 움직이는 물체에 공격성을 띄고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서 지능이 저하되어 생각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물어뜯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때 공격받아서 물리게 되면 물린사람도 곧 좀비로 변하게 되죠.

눈치채셨는지요? 사실 위에 쓴 것은 좀비의 특징이 아니라 Rabies, 광견병에 감염된 개체에서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완전 좀비영화랑 똑같죠 -_- 사실상 전염성이 크다면 이미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가고도 남을 만한 질병임에도 그나마 인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녀석이 공기중은 물론이고 접촉을 하더라도 상처를 통해 타액이 들어가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는 꽤나 까다로운 감염경로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녀석이 신종플루처럼 호흡기 전염이 되면 직업상으로 항상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고 있는 수의사와 근무하는 지대에 따라 맞고 있는 몇몇 군인들만이 지구에 남아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될겁니다. :)>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5)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 1


추가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이 바이러스의 궁극적인 타겟은 뇌입니다. 뇌가 타겟이라고 함은 곧 몸 골고루 퍼져있는 신경 또한 타겟이 된다는 뜻이죠. 광견병이 인간에게도 위협적인 이유는 바로 포유류에만 증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파충류, 조류, 어류, 양서류 등은 광견병으로부터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광견병의 증상은 3가지로 나뉘는데 전구증상, 흥분증상, 그리고 마비증상입니다. 전구증상은 위의 휘리노이에스님의 말씀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입니다. 혹은 긴장이나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전구증상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극도의 흥분감과 공격성을 띠게 되다가 마지막으로 신경이 마비되는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치사율이 99.9% 이니 걸리면 거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욱 충격과 공포인 것은 광견병의 해결방법이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증상을 보이면 자신도 감염되거나 감염체를 죽이거나입니다. 고로, 미국의 경우는 광견병에 노출된 개는 즉시 안락사를 시키거나, 접종을 한 후에 최소 6개월간 격리시키게 됩니다.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안락사만이 해결책입니다. 광견병의 기원은 사실 개가 아닌 야생동물입니다. 대표적인 동물이 박쥐와 스컹크, 여우, 너구리 등이 있습니다. 또한 휘리노이에스님이 말씀하셨듯이 이 병은 이미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게 물리지 않으면 감염될 위험은 적지만, 물린 상처가 깊거나 머리쪽과 가까울수록 위험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또한 광견병의 다른 이름이 공수병인 이유는 물을 두려워하거나 삼키지 못하여 탈수증으로 죽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광견병에 노출된 반려동물은 극히 적습니다. 당연히 인간은 훨씬 적구요. 하지만 수의사들은 여전히 반려동물에게 예방접종을 할 때 다른 위험한 병들을 모두 제쳐두고 광견병에 가장 큰 포커스와 주의를 두고 있습니다. 휘리노이에스님께서 쓰신 것처럼 이 바이러스가 언젠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뉴캐슬병*처럼 공기를 타고 감염이 될 수 있는 병이 된다면 그야말로 재앙일테니까요. 육식동물이 광견병에 걸린다면, 초식동물은 흔히 광우병과 스크래피라 불리는 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광우병은 일반적으로 소에게 나타나고, 스크래피(scrapie)는 양과 염소에게 나타나는 전염병이죠. 위의 세가지 전염병은 모두 뇌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모두 치료가 힘듭니다. 또는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어졌거나요.

* 뉴캐슬병은 조류독감과 비슷한 병입니다. 대표적인 병균체가 오리와 거위인데 이 바이러스는 조류의 날개짓에 의한 바람과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는 공기 중의 가스를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한 병입니다.

현재까지 있는 광견병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예방접종 뿐입니다. 보통 새끼가 갓 태어난 후에는 어미의 젖(Colostrum: 콜로스트럼)을 통해 면역력을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그 면역력은 기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어린 상태일수록 더 잦은 예방접종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태어난지 1달이 지난 후에, 3-4주의 간격을 두고 4달간 예방접종을 하게 됩니다. 반려동물에게 예방접종은 가벼운 부작용에서 아주 드물게는 위험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은 백신에 쉽게 반응하지만 간혹 발열, 둔한 움직임, 식욕감퇴 등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증상들은 단기증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아주 드물게 예방접종을 받은 직후나 1시간 안에 알레르기성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구토와 설사, 가려움, 팽창된 얼굴, 심지어 호흡곤란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혹시나 제가 본문에 쓴 내용들 중에 오류가 있거나 혹은 다른 지식이 있으신 분들의 지적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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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19 15:43
수정 아이콘
역시 조커님의 유용한 글 감사합니다 ^^
ThinkD4renT
10/02/19 15:48
수정 아이콘
동물관련 글들 보면... 글쓰시는 수준들이 장난이 아니신지라...
joker_님도 그렇고 판님도 그렇고... 유게에 어떤분의 해산물관련 댓글을 봐도 그렇고...
가끔씩... 피지알은 동물 사이트인가? 라는 착각이 들곤 합니다...

아무튼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꾸벅... ^^
ProtossArchon
10/02/19 15:55
수정 아이콘
2년전 바이러스성 질병학 시간에 배운 내용들임에도..가물가물 잊혀지고 있었군요..흑...
10/02/19 16:28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니까 얼마전에 저희집에서 기르던 랩이 ㅠㅠ Scabies에 걸려와서 몸을 벅벅 긁더군요
그놈을 병원에다가 가서 입원시켜 놓고 왔는데...
집에오니 온 가족은 초토화 되버렸다는...
한국어로 옴이라고 하던거 같은데 같은종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간지러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정말 ㅠㅠ
10/02/19 17:31
수정 아이콘
광우병/스크래피에 대한 해결책이 예방접종일리가요..
10/02/19 17:48
수정 아이콘
하늬님// 해결책이 아니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수정해야겠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해결책은 없습니다. 미리 방지하는 방법이 가장 근접한 해결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오해가 있으셨던 것 같네요. ^^;
10/02/19 18:06
수정 아이콘
Joker_님// 현시점에서 광우병이나 스크래피에 대한 예방접종은 없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10/02/19 18:16
수정 아이콘
하늬님// 앗, 지금 찾아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자료를 보니 하늬님 말씀대로 광우병/스크래피는 지금까지 해결법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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