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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1 09:42:37
Name 쉬군
Subject [일반] [펌] 어느 며느리의 고백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 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 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혼자 4 년간 똥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년간 남편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 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던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 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밑에서 매일 맞고 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소팔고 집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돈으로 하고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걸 본 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 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했더니 "있지~~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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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찡해지는글이 있어 한번 퍼와봅니다

저런 며느리는 못되더라도

저런 사위..저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아 펌글규정을 깜빡했습니다;;

검색해봐도 안보이길래 올렸는데 중복이였네요;

그래도 나름 피지알 죽돌이라 한동안 안보인것 같아서 올렸다고 생각해주시고 양해부탁드립니다

아마 저 며느리분은 굉장히 복받으실거예요

그렇게 믿고싶은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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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예비역
10/01/21 09:49
수정 아이콘
엄.. 피지알에도 몇번 올라 왔던 글인데.. 볼때마다 울어요..ㅠㅠ
(그리고 펌글은.. 5줄 채워주셔야...;;;)
10/01/21 09:49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오후에 외부 미팅 있어서 화장 지워지면 안 되는데...ㅠ_ㅠ
그런데요, 자게는 10줄 쓰셔야 합니다.
펌글은 5줄 인정이니 두 줄 더 쓰셔야 할 것 같은데요...^^;;
10/01/21 09:52
수정 아이콘
아... 아침부터 이거 방심했습니다.

저희 외할머니 같으신 분이라 마음이 찡하네요...
가만히 손을 잡
10/01/21 09:53
수정 아이콘
갑자기 기습글에 아침부터 찔찔..
나두미키
10/01/21 10:07
수정 아이콘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
Cazellnu
10/01/21 10:10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 저도 기습당했네요 일해야됩니다.
10/01/21 10:14
수정 아이콘
뭔지 미리 알고 읽지 않은 1인..

그런데 왜 모니터가 뿌옇....
10/01/21 10:30
수정 아이콘
아 너무 감동적이네요.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글 읽고 이렇게까지 울먹울먹은 처음인듯 합니다.
예쁜김태희
10/01/21 10:57
수정 아이콘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좋은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군요. :)
ThinkD4renT
10/01/21 10:59
수정 아이콘
아~ ㅠㅠ
10/01/21 11:31
수정 아이콘
처음 보는 글이 아니지만, 볼 때마다 강력한 오오라에 휩싸이게 되는...
10/01/21 11:36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 있던 까칠하기만 한 시어머니 이미지가 와장창 깨져버렸네요..
훌륭한 시어머님과 며느리분의 만남이었군요..
Into the Milky Way
10/01/21 11:40
수정 아이콘
자주 본 글이지만 네이트 톡에서 사라져 가던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예아나무
10/01/21 11:45
수정 아이콘
눈물 참겠는데... 콧물은 못 참겠네요...ㅠ 엉엉 훌쩍훌쩍...
감전주의
10/01/21 11:52
수정 아이콘
쩝.. 회사에서 창피하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네요...
꼬마산적
10/01/21 12:35
수정 아이콘
울때는 울자고요
우는게 뭐 죄입니까?
이럴때 이럴때 울자고요...
10/01/21 13:18
수정 아이콘
저도 눈물이 나는 것을 열심히 참고있습니다. 허허
10/01/21 13:28
수정 아이콘
왜 소리가 큰 영상 올릴때는 소리주의라는 제목으로 미리 예방 해 주시면서
이런 글을 올릴때 눈물주의라는 제목으로 미리 예방을 해 주시지 않는거죠? 흐헝헝 ㅠㅜ
10/01/21 13:49
수정 아이콘
저도 다시 읽는 거지만 휴지를 두 장 썼네요. 참 좋으신 시어머니에 좋으신 며느리입니다.
노력, 내 유일
10/01/21 13:50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 몇번 올라왔다구요? 저는 처음 보네요. 위에 분들 말씀하신 기습... 딱 맞는 표현이네요.
별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울뻔 했는데 참느라고 혼났네요.
저는 진짜 눈물없는 편인데 그런 저를 울기 직전까지 몰고가다니...
시집간 누나들이 유별난 시어머니들때문에 맘고생하는걸 늘 보는데 저런 시어머니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어쩜 며느리까지... 저런 고부지간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10/01/21 14:01
수정 아이콘
모니터가 뿌연게 고장이 났나보네... 사장님 좀 바꿔주세요~ ㅠㅠ
불굴의토스
10/01/21 16:36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

다른 얘기지만, 매번 시어머니들은 악마로 나오는 아침/주말드라마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저런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드라마들이 고정관념을 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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