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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08 13:25:45
Name nole
Subject [일반] 무능한 대중? 아니면 유능한 대중?
정치는 언제나 비판과 경멸의 대상입니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불만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젠가 타이완 애인지 중국애인지 함께 얘기를 나누는데 자국이 발전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과는 "달리" 유능한 정치인과 정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비슷한 이야기를 동유럽 친구에게 또 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에서도 정치에 대한 불신은 상당합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좌파든 우파이든 상관없이 대중들은 정치인은 "부패"했고 정부는 "무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정치에서 생성된 "Tea Party" 운동은 이같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그렇다면, 왜 너나나나 할 것 없이모두들 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질까요? 한편으로는 정부와 정치인의 실책에서 유래된 것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 한계와 대중들의 "욕심"에서 비롯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다른 공산품이나 수요품과는 달리 정책은 하나의 선택지 밖에 없습니다. 목이 마를 때 우리가 사 마실 수 있는 음료수는 다양합니다.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서 콜라가 됐던 사이다가 됐던 생수가 됐던 골라마실 수 있지요. 하지만, 정부는 단 "하나"의 정책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예산을 "경제발전", "사회복지", "환경", "교육" 등과 같은 각 항목에 배분할 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배분법은 없습니다. 어떤이는 30%의 예산을 경제발전에 40%의 예산을 사회복지에 투자해야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이는 40%의 예산을 경제발전에 10%의 예산만을 사회복지에 투자해야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민주정 하에서는 정부와 정치인은 이러한 각기 다른 대중의 선호도를 취합해서 그 값의 평균 혹은 중위값에 가깝게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하나의 선택물은 대다수가 원했던 결과물은 아닌 것이 되고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PGR이 오프를 중국집에서 뛰는데 "짜장면"을 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짬뽕"이나 "탕수욕"을 먹고 싶었던 배고푼 영혼들의 마음을 상하게했다고 할까요?

또다른 불만의 기원은 대중들의 욕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책을 선택시 늘어나는 "이득(benefit)"만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지불(cost)"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전의 PGR 글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북유럽식 사회보장제도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회보장제도의 확장을 위해서 내야될 "세금"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북유럽 국가에서 소득세는 거의 50% 수준입니다. 봉급의 반이 구경도 못해본채 국가의 손에 거머지게 되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봉급쟁이들이 이러한 국가정책에 찬성할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도 많은 이들이 세금 많이 뛰어난다고 펄쩍펄쩍 뛰는데 세금을 지금의 두배로 높이는 정책을 얘기하는 것은 어느 정부든 정당이든 정치적 자살과도 같습니다. 돈을 조금 내려고 하고 큰 서비스를 바라니 정부는 그 욕심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되고, 대중은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불만과 불신은 쌓이고 쌓이게 되어 정치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의 정치적 무능을 한탄하게 됩니다. 이른바 정치적 회의주의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대중은 무능한가요? 글쎄요. 저는 오히려 현대정치에서 권력의 근본은 대중에게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정치의 시장주의라고 해보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여러 측면들을 간과시한 너무나 단순한 정의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민주정의 핵심인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에서 수요에 의해서 공급의 양과 가격이 결정되듯이 민주정 하에서 국가의 정책은 대중들의 정치적 선호도를 반영하게 됩니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상품을 지불함으로써 자신의 선호도를 알리게 되고, 민주정에서 대중은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선호도를 보여줍니다 ("발"로도 하는데 그건 언제가 얘기할 기회가 있겠죠). 소비자의 선호를 못맞춘 기업은 망하게 되고 대중의 선호를 못 맞추는 정권은 교체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장과 민주주의는 기업과 정당간에는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완전 경쟁이 아니라는 한계는 있지만, 독점 시장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개인은 무능해 보일지 몰라도 "대중"은 유능하다고 봅니다.

TV가 바보상자가 되는 것은 방송국의 뜻한 바가 아니라 시청자의 선택입니다. 별로 재미없는 교육적인 방송은 퇴출되기 마련이지요. 몸에 좋은 채소류보다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가 유행하게 되는 것도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소비자의 입맛과 싼 음식가격을 맞추려 하니깐 자극적인 맛과 싼 재료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부패한 정치인이 계속 당선되는 것도 대중의 선택입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의 잘못이라고요? 우리나라의 투표권자의 상당수는 30대와 40대에 분포해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의 "능력"을 얘기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 중에 하나가 기업과 국가가 대중을 교묘하게 속이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고, 상당수 왜곡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과 민주정하에서 어느 권력체도 정보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기업이 망할 일도, 정권이 교체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도 소비자에 의해서 그렇게 고집하던 "비스타"를 포기하게 되고, 망할것 같지 않던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본과 유럽 자동차 메이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졌습니다. 한국에서 도저히 불가능했던 정권교체는 마침내 이루어졌고 바보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것 모두가 대중의 힘에서 비롯된 것지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고작해야 20년 남짓이지요.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중의 정치가 체계화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정치권도 대중도 미숙하기만 합니다. 대중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도, 대중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우리의 정치가 보다 민주적으로 대중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끔가다 박정희나 전두환정권보다 더 "독재"적인 이명박 정부라는 글을 보게 됩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제는 야간 통행금지도, 교실 앞에 "각하"의 사진도, 정권의 검열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백지"기사가 나올일도, 정권에 비판했다고 해서 "교수님"이 사라질 리도, 그리고 단지 길거리를 배회하다는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갈 이유도 없습니다.

PGR이나 인터넷을 둘러보면 너무나 정치에 대한 회의적인 글만을 보게 됩니다. 현재에 대해 비판은 하대 보다 건설적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저는 대중이 유능하다고 봅니다. 오바마 식으로 얘기하면 "Yes We Can"이죠. 우리가 소리를 내는 만큼 노력하는 것만큼 보다 "대중"적이고 "나은" 정치를 만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나친 낙관일까요?








곁다리) 가끔가다 정치나 정책에 대한 글에 약간 꼬장꼬장한 답글을 다는 것은 저의 직업병과도 같은 겁니다. 보통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치글은 논리가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비단 일반인들뿐이라 신문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기획기사라고 해놓은 정책기사들을 보면 "발"로 쓴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잘 안되네요. PGR은 제가 접속하는 몇 안 되는 한국사이트 중에 하나이고 항상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그러니깐 이렇게 긴 글이나 답글을 남겨놓는 이유는 제가 받은 혜택만큼이나 제가 알고 생각하는 것들을 풀어놓는다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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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8 13: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군요. 덧붙이자면, 우리가 흔히 이명박 정권이 박정희 (혹은 전두환)보다 더 '독재'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규율화의 가시성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독재적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레토릭이자 구호의 역할도 갖고 있겠지요. 하지만 이때의 레토릭을 단지 수사의 기능으로만 한정하면 안될 것입니다. 지금의 문제는 '이명박정권이 박정희때보다 실제로 더 독재적인가?'라기 보단, 우리가 이명박을 비판할 때, '왜 하필이면 박정희보다 더 독재적인 이명박 정권이라는 구호가 동원될까?'일 것 같네요.
아우디 사라비
10/01/08 13:42
수정 아이콘
동감하는 부분도.....

그러나 이번 이건희사면을 보면 정부의 기만이 통한다는 것을, 현 정부가 박통이나 전통시절 만큼 독재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스트랄
10/01/08 13:52
수정 아이콘
정치를 혐오하는 이유는 정책에 대한 것도 있겠지만 부패에 대한 것이 가장 크지 않나요?
정책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많은 수를 만족시킬 수는 있을텐데요.
하지만 부패는 모두에게 해가 되고 관계된 일부만이 혜택을 보게 되는 거니깐요.

그리고 대중을 완벽하게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한 수의 대중만을 속여도 가능하죠. 어차피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깐요.
전 그 결과가 이번 정부의 지지율 이라고 봅니다.

사족으로 한국 정부를 혐오하는 이유중 하나는 정책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만날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민영화 주장하면서 ( 실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독과점이지만 ) 그 시장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분식회계, 정보 비대칭, 순환출자 등에 대해서는 그냥 눈 감아 주고 있죠.

정부에 많은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청렴하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달걀껍질
10/01/08 14:04
수정 아이콘
대중이 유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치는 대중이 무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사실인거 같습니다.
Yellow@.@
10/01/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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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한 가장큰 문제점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해결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는게 가장 현명한 것인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국회의원 전부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거나 성장하는 일은 없을것으며 또다시 지금과 같은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고 지금 당장 대통령선거를 하더라도 현정부 인물보다 잘할 만한 인물도 딱히 없다고 생각하기에 해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느새부턴가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경제를 얼마나 살리는가로 변해버린 입장에서 민주주의는 이미 접고 들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정치정치 하지만서도 선거율만 보더라도 암담함이 느껴집니다. 과반수 간신히 넘기는 선거참여율이 말해주듯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정말 유능하고 획기적인 사람이 선거에 나와도 정당보도 뽑는 우리나라 지역주의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Ms. Anscombe
10/01/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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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글들이 정치에 대한 '회의'라는 것은 오판입니다. 투표를 강조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낙관주의'의 증거가 되겠죠.
10/01/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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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님// 아마 그 구호는 우파가 정권을 잡는 한 계속 나올 겁니다.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 "김일성"보다 더 빨갱이 집단이라는 말이 나올겠지요. 정치 속성상 어쩔 수 없습니다.

아우디 사라비아님// 그러한 사건은 박통때나 전통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병철이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유야무야 넘어갔지요. 정경유착이야 예전이 심했으면 더 심했지 지금보다 덜하지 않을 겁니다.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고 정치자금 안 내놨다고 율산그룹하고 국제상사가 휙 날아갔는데요.

아스트랄님// 제가 위에서 그래서 "정부"와 "정치인"들의 실책도 있다고 먼저 얘기했습니다. 정부가 부패됐다고 믿는것도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끔가다 재미로 Fox News 틀면 왜 이렇게 corrupted politician이라는 말이 왜 이리 말이 들리는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정부도 대중도 마찬가지지요. 그리고 저는 정부의 청렴도도 예전보다 낳아졌다고 밉습니다. 예전처럼 권력자들이 해먹을 수 있는 돈도 한계가 있으니깐요.
10/01/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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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민주정하에서 어느 권력체도 정보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없'지만 상당정도는 컨트롤 하고 있다고 봅니다.
개별 기업이 아닌 자본의 논리를 추종하고 이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죠.
대중은 유능한가? 라는 질문이 좀 우습긴 하지만 꼭 대답하라면 유능하진 않다고 하겠네요. 대중이 유능하다면 지금까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은 필요없었겠죠. 하지만 결국 힘은 대중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랑스
10/01/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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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현 정권은 독재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 nole님을 지칭하는게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간암이라는 큰병에 걸렸다가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다시 간경화라는게 왔네요.
간경화는 간암보다 큰병은 아니니까 병이 아니라고는 할수 없겠죠.

그리고 현정권의 행보가 군사정권시절보다 더한 면도 있습니다.
그때는 국민들의 눈치는 봤거든요.
아니면 최소한 정보를 차단해서 아예 국민들이 알지 못하게 하거나요.

그런데 현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의 행보를 살펴보면요.
국민들이 버젓이 잘못한 일이라고 하는데도 아예 신경도 안씁니다.
대운하, 쇠고기, 방송장악, 미운놈 죽이기 등등

도리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치졸하게 보복을 가하죠.

다시말하지만, 큰병을 한번 앓아봤다고 작은병이 병이 아닌건 아닙니다.

독재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개인이나 소집단이 독단적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입니다.
10/01/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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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무능한게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 무능하되도록 혹은 그렇게 믿도록 지금껏 우물 안에서 속아온 것입니다.
사람들의 소위 입정치대로라도 될 수 있다면야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그 입정치로라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이죠.
우리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10/01/08 14:30
수정 아이콘
달걀껍질님// 어떤 의미에서 정치는 대중이 무능하다는 전제를 까는지 궁금하네요.

Yellow@.@님// 경제는 언제나 대중들의 우선 순위입니다. 자민련의 장기정권이 무너지것도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 정치적 이슈가 사라지는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민주적으로 변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직선제를 위해서 싸울 일도, 가택연금된 정치인을 풀어달라고, 투표함이 사라졌다고 난리칠 이유가 없잖아요.

Ms. Anscombe님// 투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대중이 정치에 힘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니깐요.
Ms. Anscombe
10/01/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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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e님// 투표를 강조한다는 사실은 그 '떠다니는 글들'이 회의적인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의 낙관주의를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표를 강조하는 게 오판이라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회의주의적이라고 보는 게 오판이라는 뜻입니다.
10/01/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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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e/ 이명박 정권의 독재가 박정희나 전두환의 비교급으로 동원되는 상황을 단지 '우파가 정권을 잡아서'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죠. 사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님처럼 말하면 자칫 이명박이 박정희의 독재와 비교되(어야만하)는 상황을 좌파가 정치적 선동을 위해 동원한 수단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왜 노무현 혹은 김대중과 비교되지 않고 박정희와 비교되는 것일까요? 이는 단지 이명박이 우파라서가 아닙니다.
10/01/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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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던 말을 팔랑스 님이 해주셨네요.
동감합니다.
10/01/08 14:45
수정 아이콘
빈 터님// 그부분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정치일만정 이렇게 떠들고 있는겁니다.

팔랑스님// 저는 지금이 그런 독재정권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방송장악이요? 예전에 민영방송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1980년 기억하시나요. 유일했던 동양방송이 KBS1로 편입됐지요. 마지막 방송때 이은하가요? 가수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방송정지 먹었습니다. 미운 놈 죽이기요? 예전에는 정치적 사형선고가 아니라 실제로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시위 군중들은 반란군이라는 면목하에 총탄에 맞아 죽어갔지요. 문제제기요? 예전에 누가 각하 앞에서 문제제기를 합니까? 잘못하면 그냥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 비록 만족될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낫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과거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잊게 되고 조금 미화된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Gidol님// 속았다기보다는 힘을 사용할 줄 모르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10/01/08 14:56
수정 아이콘
허민님// 이명박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의 후퇴가 있었던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이건 한나라당이 가지는 정당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의 출생 자체가 군사정권에 있었으니깐요. 박근혜와 군사정권 하에서 투쟁하던 우리의 민주화 열사들이 공존하는 것을 볼때,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이라고 독재정권이라고 정의를 내니는 것은 독재정권에 대한 미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십년동안은 우파가 권력을 잡는 한 독재정권에 대한 비유가 계속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기억하시고 계시다가 20년 안에 그런일이 안 벌어지면 저한테 쪽지 보내주세요. 소녀시대 분장하고 광화문 앞에서 춤을 쳐 드리겠습니다 :) (한국에 없으면 백안관 앞에서 Lady Gaga 분장하고... 하게 되면 할로윈때 하면 되겠네요)

저는 노무현 혹은 김대중 정권을 저같은 좌파로 보고 있습니다. 절대적 좌파가 아니라 상대적 개념의 좌파로서요. 그러니깐, 이명박 정부를 노무현 이나 김대중 정권과 비교 안하는 거지요.

이건 번외의 얘기이지만, 한국의 정당도 시민들도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짧은 민주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유나 권력도 누려봤어야 누릴 수 있는 것이겠죠.
Ms. Anscombe
10/01/08 15:03
수정 아이콘
nole님// 하긴 나치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상대적 좌파이긴 합니다. 그리고 고대의 노예 신분과 비교하면 지금은 지상 낙원이기도 하죠..
10/01/08 15:10
수정 아이콘
방아쇠를 당길수는 있지만, 어디를 조준해야하는지를 모른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요
10/01/08 15:17
수정 아이콘
nole님/ 제말의 요지는 이명박정권을 비판할 때 주로 동원되는 '독재'라는 단어의 이해는 이념의 프레임으로는 설명이 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가진 '정치'개념에 대한 오류에서 기인하는 것일 테죠. 댓글로 자세히 말할 순 없으나, 이 정권은 '정치'를 적과 동지의 구분에서 찾은 칼슈미트에 의한 정의로부터 찾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죠. 이에 대해 자세히 하고프나 댓글로는 힘들고 이곳에다 글을 쓰고 싶어지네요. 저는 댓글논쟁에선 이제 빠져야 겠네요. (나가야되서..흑) 그럼 건필하세요.
10/01/08 15:18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우파에서는 나치를 좌파라고 하더군요. 히틀러가 National Socialist German Workers Party의 지도자였으니깐요. 맑스도 부르조아 민주주의 긍정적인 면을 얘기했습니다. 역사는 민중의 힘에 의해서 진보한고 있다고 보았던거죠. 푸코 역시도 권력의 근원이 "피"가 아닌 "지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부르조아지의 역할을 괜찮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살짝 들여다보니깐 사회학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 얘기를 드리는 겁니다.) 다알(Robert Dahl)이 얘기했던 것처럼 지금의 민주정이 완벽체는 아니지만, 이전의 정치체계가 가지는 문제점을 많이 극복하고 대중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아 그리고 제가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들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회의주의를 느낀 것이 오판일 수도 있겠죠. 그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0/01/08 15:21
수정 아이콘
허민님// 잘 알았습니다. 슈미트 글은 너무 옛날에 읽은데다가 재미없게 봐서 기억이 안나네요. 나중에 시간되시면 글 올려주세요. 저의 신랄한 비판을 기대하면서요 :) 저도 곧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10/01/08 16:40
수정 아이콘
동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실을 파해쳐보면 과장된게 많죠. 제가 최근에 남긴글도 본질은 다른일이란걸 알아서 남겼던겁니다.
프리온
10/01/08 16:51
수정 아이콘
대중이 유능한점은 정치적 사회적 한계내에서 그들의 이익에따라
혹은 기호에맞게 의사결정해왔다는 점에서겠지요
적어도 한국의대중이 무능한점은 그런 정치적 사회적한계가 어떤 지배집단 혹은 계급의 이익에따라 조종되고 짜여지면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한계를 적극적으로 넘어서려는데 다소 능동적이질 못하거나 못한 상황에 놓여진게 아닌가 합니다
지난날 전 유럽에서 전체주의적 기운이 팽배했지만 아무리 독일의 상황이 특수했다고 해도 모든 유럽의 대중이 일명 파시스트,나치당원이 된것은 아니죠
히틀러의 카리스마와 괴벨스의 선동능력은 대중을 꿰뚫어본 행동이였다해도 그들 스스로 대중을 이끈면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간 조중동이 대중의 인식의 틀을 짜왔었다는점을 대입하면 적절하겠군요
많은 대중이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또한 많은 대중이 그 틀안에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 대중이라는 다소막연한 유기체?에 기대어서만
정치적 현안을 판단하거나 미래를 기대하는것은 다소 안일한 사고방식은 아닐까 생각하니다만..
대중이라는 거대개념 하나로 어떤 현상의 판단이나분석, 이론적시도를 하기엔
대중을 움직이는 (혹은 대중이 움직이는) 권력의 실체가 불분명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푸코를 아신다기에 이해하실듯 하구요
또한
대중의 역활이 너무 강조되면 유물론이나 역사결정론처럼 - 모든것이 대중뜻대로였다-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리플에 맑스를 언급하셨기에 인용하자면
"현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 라고 했었지요
전 이말은 아직도 현재까지 통용될수 있는 말이라고 판단하는데
설령 지배층이 대중의 기호에 눈치를 보고있다고해도 엄연히 구별해야할점은 그들의 이익이 우선한다는점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중은 본문에 말씀하신것처럼 루카치의 계급의식에서 산정한 노동자들처럼
세계와 역사를 관통하는 위치에서의 존재로서 자기자각을 하고 있고
그런 눈뜬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옳곧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덮어놓고 믿기는 힘듭니다

핵심은 대중이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사회구성원으로써 판단하고 행동하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것이 어떤것인지 알수있어야 한다는것이겠지요
이것은 마치 맑스가 역사는 그냥 굴러가는게 아니라" 인간"에 의해 굴러간다고 한것처럼
대중이라는 결정론적 존재를- 바라보듯 기다릴것이 아니라 대중스스로도 정치적 역사적"인간"으로서
행위할때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0/01/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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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분명 더 민중을 위한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다고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민중을 위한, 국민을 위한'나라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건 체제의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이상, 사회적 약자는 사라질 수 없는것이요.(그들이 사회적 강자가 될 기회와 복지를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로 사회의 관점이 바뀌었으니까요.)
저는 그러니 극단적으로 보자면.. 자본주의의 단물은 좋아하면서(짜장면 배달따위의..) 자본주의의 리스크는 싫다고 하는 어리광쟁이입니다.

nole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0/01/09 01:31
수정 아이콘
프리온님// 지배층과 기득권이 그들의 이익을 우선하고 대중을 컨트롤 하고 있는 것 맞지요. 다만 예전보다 대중의 눈치를 잘 봐야하지요. 노정권때 여론을 잘못 판단하고 탄핵했다가 뺨 크게 맞은 한나라당 꼴이 안되려면요. 독일의 예는 약간 다르게 생각합니다. 히틀러가 예리한 정치 지도자였던 점도 있겠지만, 에릭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불안한 정치 경제적 공황사태에 놓였던 대중이 자발적으로 파시스트를 선택했다고 봅니다. 민주정이 가진 가장 큰 딜레마죠. 만일 대중이 독재자를 원한다면 ... 911이후에 미 국민들의 움직이나 아직도 어르신들의 계속되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를 생각하면 대중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도 실수를 거듭하면서 느리지만 한보한보씩 전진하고 있다는게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윗 글에서 대중의 유능함을 역설한 이유는 보통 정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때 지배계층의 잘못만을 얘기하고 우리 자신이 가지는 "실"과 "능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서 입니다. 어째꺼나 제도적으로 현 정치는 대중의 선택을 반영하고 있으니깐요. 근데 대중이라는 말도 참 추상적이죠?


nickyo님// 저도 지금의 체제가 약자와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제도적 대안 중 하나로 지역구를 줄이고 소수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많이 많이 확대해야 된다고 보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맑스식의 공산주의 체제는 싫다고 하면서도 자본주의를 꿰뚫어 보았던 그 역사의식에 항상 경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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