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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30 22:46:55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부디 장애인의 또 다른 이름이 Unable Person이 되지 않길...




하루하루의 삶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매일의 삶이 항상 같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세상은 사람 모두에게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충격을 선물하기도 하죠. 희로애락 중에 이 세상에서 어느 하나의 감정만 가질 수는 없으니 안타까워 한숨짓는 일, 그리고 밝게 웃을 만한 일 모두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인간이 3분 동안만 공기 없는 곳에서 있게 된다면 숨을 거두게 됩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런 일이 없고 또 호흡에 필요한 공기는 무료이니 정말로 감사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감사마저 무색하게 만들 소식을 며칠 전에 접했습니다. 바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축소에 관한 소식인데요. 복지 관련 예산 축소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어쩌면 코웃음 가볍게 치며 넘어 갈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활동보조서비스의 예산안 감축과 동시에 신규 이용자에 대한 신청을 막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07년 말부터 실시된 서비스 이용자들은 유지하되 신규 이용 희망자에 유입을 막음으로써 예산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사료됩니다.

물론 현행대로 유지 될 경우 허점을 이용한 구멍 또한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장애등급 1급에게만 해당됩니다. 그러므로 1급 이상의 낮은 급수를 판정 받은 분들은 1급으로 승격 받기 위하여 재신검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너도나도 무분별한 재신검으로 인해 대상자가 늘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장애는 대부분 세월이 지나면서 너 중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피지컬 적인 부분을 고려해 물리치료를 한다 해도 나아질 확률은 거의 희소합니다. 여기서 나아진다는 표현은 완치의 의미가 아닙니다. 이전 보다의 의미입니다. 물리치료를 통해 상태가 완화되려면 영아(혹은 유아)기 때부터 근육이 굳어 올 시기까지인 20대 중반까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장애 상태가 심해지는 경우를 비춰볼 때 활동보조서비스는 유지되어야 마땅합니다. 현 시점에서 없어지게 된다면 이제껏 듣지 못하셨던 많은 분들이 이제야 좀 들으셨을 수도 있는데 그 분들 한숨은 어찌해야 하는지... 사태의 심각성은 독거 장애인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독거란 말 그대로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장애를 가진 몸으로 혼자 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몸을 혼자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 있는 분에게 이러한 처사는 정말 두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더 65세 이상 노인 분들 역시 신청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루머가 있는데 그것은 현행 본인 부담금 4만원에서 인상하고(미정) 이용자(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인상 없이 현행대로 한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이것은 루머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부분은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알기로 아스팔트 도로 포장 공사 주기가 이번에 5년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아도는 시 예산을 도로 포장 공사로 대체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과속방지 카메라의 설치로 대체된듯한데 이렇게 투자 되느니 방향을 조금만 틀어 장애인의 시름을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저는 실제로는 입이 좀 거친 편이기도 합니다. (허용이 되는 부분에서는) 하지만 중대한 사건 앞에서 입술을 거칠 게 읊조리고 싶지 않습니다. 거친 반응은 또 다른 갈등을 낳기 때문이죠. 대신 어느 분의 말씀을 대신할까 합니다. 11월 27일 인터넷 장애인 신문 에이블 뉴스 기사에 글 일부입니다. 여의도 어느 거리에서 농성을 하다 복지부 장관을 만난 뒤에 한 말씀입니다. '나에게 이동은 생명과도 같고 그렇게 생명을 빼앗을 권리를 가진 당신들이 나의 목숨을 살리든 죽이든 맘대로 하시오'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을 갖다 가도 이해가 되는 것은 왜일까요? 보조인 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더 오래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서 우리가 저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주고 저들의 롤 모델이 되자 너는 대충 돈 받고 마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다. 사명감을 갖고 해라'라고 말입니다. 정말 진심입니다.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놀더라도 많은 시간 밖에서 지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때론 저도 방관하고 살 때가 많습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전 대부분의 시간을 헛되이 산다 생각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의 저의 글, 저의 게임,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저의 이동, 행동거지, 말투까지도 장애인분들의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더더욱 모레 문래동을 지하철로 이동하려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써 가는 지금... 저는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무엇에 행복하십니까? 아니, 그보다도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몸을 씻는 것, 용변을 보는 것, 걸어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것, 뛸 수 있는 것,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원하실 때 할 수 있습니까? 그럼 단연코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니, 행복하셔야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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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30 23:19
수정 아이콘
후환이 두려울뿐입니다. 시대역행적인 정책, 교묘하게 국민을 속이려는(우롱하는) 정책을 펼치려는 그분한테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지금 추진하는 사업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본전만 뽑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뒤에 20년뒤에 써야할 어마어마한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09/11/30 23:33
수정 아이콘
얼마 전에 길을 걷는 중에 아주머니 한 분이 휠체어를 타고 오고 계셨고 또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도와주고 계셨는데 그분들과 마주 보면서 걷게 되었습니다.

휠체어 타신 아주머니는 다리만 불편하신 것 같았고 뒤에 도와주시는 다른 분까지 계셨기에 도와드려야 겠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무심코 지나려고 했었습니다. (이 문장 쓰는데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썼는데, 이유 하나는 "도와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라는 표현 대신에 "시선이 가지 않았고"라는 표현을 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냥 지나려던 때에 제가 착하게 생긴 편(^^;;)이라 그랬는지,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더군요. 바쁜 일이 없던터라 알겠다고 하고 도와드렸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 부끄러운 말이지만, 휠체어를 타고서는 대부분의 건물에 혼자 힘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습니다. 모든 건물에는 입구와 보도블럭 간에 10cm 가량의 턱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하필 제가 들어가는 걸 도와드린 건물은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려해도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사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보면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정말 고민입니다. 그냥 똑같이 평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지... 그런데 그러기에는 그 분들에게 몸이 불편한 것으로 겪어야 하기에 이 사회에 불편한 점이 너무 많은데, 동정하고 도와드려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런 힘든 시련을 견뎌내고 이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시니 존경해야 하는건지...

제 경험이 생각나서 또 실수할까봐 무섭지만, 횡설수설 늘어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저 역시 바라는 건 정말 장애인의 이동권과 기본적인 부분들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런 좋은 곳이어서 제가 길가다가 휠체어 타고 오시는 분들을 봐도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좀괜찮은
09/12/01 00:13
수정 아이콘
아니 왜... 99마리 양 가지고 있는 집에는 손도 안 대면서 1마리 양 가지고 있는 집에서 털어가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걸 보면서도 자나깨나 정부 믿어주자고 하시는 분들 보면 화가 치밉니다.

Snoopy님// 짧은 생각으로 주절거려보자면... 도와드리되, 동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나이 많으신 어르신 짐 들어드리는 게 동정에서 나온 거라기보다는, 사람끼리 다 같이 어울려서 사는 세상인데 서로 불편한 것들을 도와주면서 살자는 생각에서 나온 거잖아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동정이라기보다는 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부엉이
09/12/01 00:41
수정 아이콘
사회가 장애를 만든다....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완전히 옳은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날아가고 싶어.
09/12/01 08:59
수정 아이콘
전 가족중에 청각장애(오빠가 태어나면서부터 전혀 듣지 못합니다 90-100db 수준이라 더군요) 가족이 있는데 참 제가 부끄러울때가 많습니다.
공부한답시고 아직까지 제대로된 독립을 못한 저에 비해, 일주일에 7일 근무하는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더군요.
벌써 집도 사고, 여러가지 "사회적 독립"을 이룬 오빠를 볼때, 장애인 에게도 그에 준하는 직업교육이나, 사회적 편의를 제공해 주면 그 사람은 어떤 비장애인 보다 나은 삶을 살수도 있다는걸 느겼답니다.

사회 복지라는건 저런 소외받은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겠죠.

뭉탱이로 돈을 안겨준다고 사회복지가 아닙니다. 이동권 교육권... 장애인이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는 힘은 주어야죠.
09/12/01 14:38
수정 아이콘
장애인목욕봉사활동을 다니는 사람입니다.
겨울이 되면 목욕하는 날 오시는 장애인분들 숫자가 줄어듭니다.
아무래도 많이 아프게 되고 도와주시는 분이 없는 경우 셔틀버스(?)를 타고
복지관까지 오시기 힘드니까요. 그러나 복지관 형편도 좋지가 않아
그분들 댁을 일일이 방문하고 살펴드리기가 힘들죠.

이번 정부성향상 상향조정은 고사하고 유지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어렵나보군요.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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