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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2 18:34:56
Name DE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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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음악] '브로콜리너마저' 보컬 계피양의 새 앨범 - <가을 방학> 을 소개해봅니다.


음악이라는 분야에는 문외한을 넘어서 거의 무뇌한에 가까운 저입니다;;
때문에 음악 관련하여 어떠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이나 꺼려지네요.

그런 제가 '브로콜리 너마저' 라는 인디 밴드를 알게 되고, 음악을 찾아서 듣게 된 것은
순전히 보컬 계피양과의 좋은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지요.

계피양이 새로운 사람과 만나, 새로운 노래를 가지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가을 방학> 과 <3월의 마른 모래> 라는 제목을 가진, 2곡의 디지털 싱글 앨범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바로 그 노래를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두 곡의 가사만 한번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


가을방학

넌 어렸을 때부터 가을이 좋았었다고 말했지
여름도 겨울도 넌 싫었고
봄날이란 녀석도 도무지 네 맘 같진 않았었다며
하지만 가을만 방학이 없어
그게 너무 이상했었다며
어린 맘에 분했었다며 웃었지

넌 어렸을 때부터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했다고 했지

넌 어렸을 때만큼 가을이 좋진 않다고 말했지
싫은 걸 참아내는 것만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맞바꾼 건 아닐까 싶다며
하지만 이맘때 하늘을 보면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왠지 좋은 날들이 올 것만 같아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마음은
절대 너를 버리는 일 따윈 없게 하고 싶었어
정말 좋아하게 되었기에
절대 너를 울리는 일 따윈 없게 하고 싶었어

너무나도 늦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늦어 모든 것들이

넌 익숙하다 했지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 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했다고 했지



3월의 마른 모래

너에게 덮을 코트를 빌려
집을 나섰지 주머니 속엔
마른 모래, 삼월의 기차표
거리는 이제 가을의 문턱
코트 차림은 나 밖에 없지
뭐 어때 난 추운게 싫은걸

도시는 온통 새옷을 권해
난 눈길도 주지 않지
방금전까지 안고 있었던 사람 꿈속의 이슬
봄의 바닷가 코트차림의
니가 떠올라 웃고 말았어
뭐어때 넌 추운게 싫은걸

그때 모래톱을 걷던 니 곁에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찬 바닷바람이 맘속 깊이 불어와
코트로 막지 못해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달란 눈빛으로
잠에서 깨는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
내년 삼월에 함께 있어줘
바다를 가서 주머니 속에 마른 모래 털고 싶어


/////////////////////////////////////////////


개인적으로는 <3월의 마른 모래> 가 마음에 와 닿았던 노래였습니다.
추억이라는 모래알이 여전히 주머니 속에서 까끌거리는데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쉽사리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떨어내야지 하면서도, 그것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네요.
오늘, 11월 2일은 예전 여자친구의 생일이었습니다.


...계피양의 목소리를 좋아하시던 분들께, 제가 소개한 이번 곡들이 잔잔한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hEnd.






p.s.1.  앨범 소개를 함부로 긁어왔습니다;

(가을방학은 정바비(produce)와 계피(vocal)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밴드다. 둘의 만남이 처음 이루어진 것은 2008년이었다. 1995년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로 시작한 이래 줄리아 하트(Julia Hart), 바비빌(Bobbyville) 등으로 꾸준히 활동해오던 정바비는 2008년을 맞아 안식년을 갖고 1년간 음악계를 떠나 있었다. 한편 계피에게 있어 2008년은 뮤지션으로서 매우 활동적인 한 해였으며 당시 소속해 있던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 및 정규 앨범 작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공연장 뒷켠에서 어색하게 만난 이들은 이내 두 사람 모두 줄리아 하트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을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혹시 나중에 백보컬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계피의 말에 정바비가 응한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09년 늦봄께였다. 이때 정바비는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하여 곡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고 계피는 파란만장한 밴드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평온한 자연인의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부담없이 가볍게 몇 곡 작업해 보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둘은 2009년 6월에서 7월 사이 총 12곡을 작업했고 차례차례로 작업한 내용물을 듣는 동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결합이 꽤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때쯤엔 함께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이 되어 있었다.

연말/연초 발매를 목표로 한 정규앨범의 예고편 격으로 발표되는 이번 디지털 싱글 2곡은 계피와 정바비가 여름 두 달간 작업한 곡들 중에서 자신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두 곡을 추린 것들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에세이 <소세키의 다양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 <가을방학>은 인간 욕망이 현실에서 주저 앉고 마는 과정을 쓰라린 센티멘털리즘의 필터를 통해 보여준다. <3월의 마른 모래>는 의미를 부여해 가까스로 밀어내자마자 다시금 거칠게 파도 쳐 오는 무의미의 망망대해 속에서 살아 숨쉬는 온기를 찾아 떠도는 모습을 담담히 묘사한 곡이다. 항상 꼭 필요한 음과 가사보다 20% 정도를 더 써넣는 정바비의 작법과 전형적인 '가수'들보다는 20% 정도 힘과 감정을 빼서 부르는 계피의 창법이 이루는 미묘한 조화에 귀 기울여 들으면 더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이다.

공연장을 싸하게 만드는 노래는 더 이상 발표하고 싶지 않았던 정바비, 그리고 음악생활 자체를 다시 할 생각이 없었던 계피가 만나 생명을 얻은 이 노래들에, 팍팍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힘은 없을지도 모른다. 가슴 따뜻한 추억에 젖을 공간도,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의 예감 또한 찾기 힘들 것이다. 다만 마취, 환상, 각성 그 어떤 것도 일으키지 않을 이 두 곡의 조그만 화학 작용 속에서, 어쩌면 듣는 이는 자기도 모르게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p.s.2. 음악관련 글인데 음악이 한 곡도 없는 것 같아서...
'브로콜리 너마저' 의 <앵콜요청금지> 동영상을 함께 링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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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m Benzema
09/11/02 18:54
수정 아이콘
아.. 브로콜리너마저의 보컬분이군요. ^^ 정말 반갑습니다.
Meditation
09/11/02 18:56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아하는 밴드이고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고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처음에 계피씨가 브로콜리를 떠났을 때 충격이란 흑흑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있으시겠죠
계속 음악계에서 좋은 활동 보이시길 기대합니다
언젠가 다시 앵콜요청금지를 라이브로 듣길 기대하면서..
가짜힙합
09/11/02 19:00
수정 아이콘
앨범 '보편적인 노래' 들으면서.. 계피양 보컬로 통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었는데..
탈퇴했다고 해서.. 엄청 큰 충격을 받았었죠..
그런 계피양이 앨범을 냈다니.. 너무 기대되는군요..

아.. 그리고 오늘은 브로콜리 너마저 서드 데모 발매날입니다..
계피양이 빠지면서 브로콜리 너마저가 예전만큼의 음악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걱정까지 했었는데..
브로콜리 너마저 세컨드 데모 '잔인한 4월'도 너무 좋고.. 오늘 발매되는 서드 데모도 한 곡밖에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좋아서..
나름 다행인거 같기도 하구요..^^;
붉은미래
09/11/02 19:28
수정 아이콘
저도 계피양 탈퇴하고 나서도
잔인한 4월 데모와 이번 서드 데모 예판으로 질러서
만족하고 있지만

계피양의 목소리가 많이 듣고싶었던 찰나에
정 바 비 와의 결합이라니... 정말 설레입니다
언니네이발관도 2집을 최고로 치는 저에게 있어서

저 조합은 두근두근
09/11/02 20:06
수정 아이콘
음악 활동 안한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금방 돌아오네요
계피양 목소리는 매력적이지만 활용폭이 좁아서 어떻게 해나갈지 흥미롭군요
귀여운마제곰
09/11/02 20:14
수정 아이콘
기타치면서 노래부르는 여자 보컬을 완전 사랑하는 저로서

계피양의 탈퇴는 정말 안타까웠어요~

계속 그런 모습 보여주길 기대해요
도시의미학
09/11/02 20:44
수정 아이콘
잘은 모르지만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들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여자 보컬분이 그만두셨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좋은 소식이네요.
바로 찾아서 들어봐야 겠습니다. 감사해요!
lost myself
09/11/02 22:12
수정 아이콘
붉은미래님// 저도 계피씨는 둘째 치고 정바비 때문에 너무 신이 납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우후훗~
이번 GMF때도 정말 오래간 만에 줄리아하트 공연을 봤더니 행복하더군요.

정바비
음악 때려친다고 접었다가 다시 돌아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언니네 이발관, 줄리아하트, 바비빌 모두 항상 최고였기에 이번 프로젝트 역시 기대 만빵입니다.
나해피
09/11/02 23:11
수정 아이콘
나름 브로콜리너마저와 계피 팬이었는데 싱글이 나온줄도 몰랐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 멜론에서 받았어요!!
수요일
09/11/02 23:48
수정 아이콘
그럼 브로콜리너마저 정규1집은 누가 부른건가요?
저번 라라라에서는 향기씨가 부르고 이번 라라라에서는 류지씨가 노래 부르시던데..
WanaBeTheMarine
09/11/03 00:43
수정 아이콘
전 라라라만보고 향기씨가 보컬인줄 알았더니 제가 앨범으로 들었던 목소리는 그럼 계피씨란거군요;;;

그럼 젤 좋아하는 노래인 유자차도 계피씨 목소리라는...댓글을 보니 잔인한 4월부터 탈퇴하셨나보군요..

여튼 머 두분다 참 목소리 좋으시고 브로콜리 노래 참 좋습니다..따뜻해서요
09/11/03 17:56
수정 아이콘
가을방학.... youtube에 벌써 올라왔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5t_a_if5unY

좋네요.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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