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일본 아사히 테레비에서 방영한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끝난 후에 보니 실화였군요.

결말이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고,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도 많은 것 같아서 소개드리고자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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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신경도 안쓰고 일에만 빠져살던 워커홀릭 가장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여느때와 같이 만원전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에 어느 여고생에게 치한으로 몰려서 현행범으로 체포됩니다.

여고생은 확신을 가지고 치한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합니다.

그리고 8개월 간의 재판 끝에 1년 3개월형을 받게 됩니다. (집행유예 3년)

일본은 치한 및 성추행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확신을 갖고 주장하면 거의 유죄판결이 난다고 하네요.
(좀 어이가 없기는 한데, 성추행의 경우 증거나 목격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가진 나라가 좀 있나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성범죄자로 유죄판결을 받자 당연히 회사에서도 해고 당하고 다른 직업은 구할 수조차 없습니다.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고, 생계를 위해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대학 다니던 아들은 휴교하고 호스트로 일하기까지 하는데요.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만해도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남편이 부끄러워 피해 다니는 등 갖은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는 결국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무죄였지만 가족들의 고통과 막대한 변호사 비용 등을 고려해서 항소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그는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결국 항소를 결심합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인생을 그런 오명을 뒤집어 쓰고 살고 싶느냐.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항소하고 다시 지리한 재판을 계속하는데, 여기서 기가 막힌 반전이 벌어집니다.

지하철 캠코더 도촬범이 체포되었는데, 치한사건이 일어난 그날 그시간 피해자 여고생이 당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던 것입니다.
(치한의 팔 부분만 찍혀 있었습니다.)

당일 피고인이 입은 옷과 치한이 입은 옷이 달랐고 결국 피해자 여고생도 이를 인정해 무려 1년 6개월만에 걸친 재판 끝에 피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납니다.
(놀랍게도 일본 역사상 치한 현행범이 항소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게 이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바로 작년인 2008년의 사건)

아무 죄도 없었던 한 평범한 아버지이자 샐러리맨이 피해자의 오판 하나로 인생이 완전히 꼬여 버린 사건인데요.

솔직히 정말 이 분의 경우 터무니없이 운이 좋아서(?) 증거를 확보해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지만, 그동안 얼마나 억울한 사람들이 치한으로 몰려서 인생을 조졌을까라고 생각하니 섬뜩하기까지 하네요.

인간이라는게 불완전하다보니 언제나 오판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누군가는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 억울한 사람의 한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무섭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과거 수십년간 사형당한 사람들 중 7명이 사형 집행 후 진범이 잡혔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