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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1 18:48:27
Name swor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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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역사) 호레이쇼 넬슨 이야기


넬슨. 우리가 흔히 성웅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는 영국의 제독입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 붙이죠. 그래도 이순신 장군이 넬슨 보다 낫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비교는 그렇게 쉽게 내려질 수 없는 거죠. 단 이순신 장군이 처한 입장이 넬슨보다 더 나빴지만
상승장군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넬슨 제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도 사실 넬슨 제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굳이 평가를 내리자면, 이렇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으신 분은 쉽게 이해하실 지도 모르겠는데, 넬슨은 동맹의 명장
부르스 애슈비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화려하고 격렬한 걸 좋아하며, 약간의 자만심과
자신이 주목 받고 있다는 걸 즐기는 류의 장군이었습니다.

또한 애슈비와 같이 영국 해군성에서 작정하고 키운 장군이도 했습니다. 보통 영국
해군 장교의 경우 십대 후반에 위관, 운좋으면 30~40대에 영관급(함장), 그리고 운 좋고
재능 있으면 60대에 제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넬슨은 능력과 전폭적인 빽들의 도움으로 20대에 함장, 40대에 제독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또한 주요한 전장을 다 거칠 수 있는 배려 역시도 받았죠.(이게 왜 배려 냐면, 다수의
장교 특히 위관급 장교의 대부분은 보직 없는 반 백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진급 하고 싶어도 진급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넬슨은 이러한 배려에 뛰어난 전공으로
답합니다.

그럼 넬슨의 지휘 스타일은 어땠을까요? 넬슨은 용장에게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일단
수많은 부상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언제나 최전선에 두려움 없이 서는 걸 좋아했던
그의 스타일 때문에 한쪽 팔을 잃었으며, 머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으며, 종국에는 적의
저격수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장 스타일은 고도의 계산에서 이루진 것이었다는 게 컸습니다. 즉
우리가 이야기 하는 계산된 위험에 자신을 두고 결국 승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나일 해전에서 얕은 해변가에 정박해 영국 해군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던 프랑스 함대
를 이를 감수하면서 적 전열에 파고들어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트라팔가 해전 당시 무려
3시간 동안 자신의 기함을 적 포격에 노출시키는 무리를 하면서 까지 적을 분단시키려 한 것도
다 치밀한 계산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한편 이런 성공 하에  그가 강조한 건 바로 '커뮤니케이션' 이었습니다. 그는 부하들이 과감하게
행동하는 걸 좋아하고 이를 강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각 함선끼리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권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부하들은
서로 간을 믿고 과감하고도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일 해전에서 HMS 골리앗이라는 함이 프랑스 함과 해변 사이에 좁은
수로를 가장 먼저 돌파하여 적 전열 가로 지름으로써 프랑스 함대를 혼란에 빠뜨린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과감한 행동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 것이었죠.

또한 작전 전에 부하들에게 충분히 자신의 작전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전투 중 나올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했고, 원시적인 깃발 신호지만 군 통신체계를 합리화 시킨 것도 넬슨의
공로 였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엄격한 군기를 강조 했지만 부하들의 고충을 자주 들어 주고 편의를 들어주기도 함으로
써 부하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당시 그림에서는 넬슨이 일반 수병들과
같이 술이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합니다.(사실 실재 그럴 가능성은 낮았지만요.)

하지만 넬슨은 뛰어난 제독이긴 했지만 참 인간적인 사례를 많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중해에서 근무할 때 나폴리의 영국 대사관 부인과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지르고 서자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서자(딸)를 아버지로서 사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의 재산을 물려 받기 바란다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영국 법으로는 그 딸은 유산 상속권이 없었기 때문에 못받았습니다.)

지중해 사령관 때는 트라팔가 전투 직전에 잘난척 하다 헛다리 짚어서 프랑스 함대를 놓쳐 무려 대서양을 왕복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비난이 두려워서 한동안 풀 죽어 지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 어떤 장군을 만났을 때, 그냥 그가 드보잡인 줄 알고 자기 잘난 체와 허풍으로 채워진 말만 하다가, 그가
뜨는 장군 아서 웰즐리(웰링턴 공작)이라는 걸 알고 나자, 순간 우아하고 예의 있는 신사인 척 했다는 사실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귀엽죠.)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워진 일을 충실히 다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걸 알았는지 유언을 '나는 내 책무를 다했다.'
라고 이야기 했죠.

저는 넬슨은 최고의 제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비록 인간적인
흠결이 있엇지만 이를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않으면 아니 단점이라고 생각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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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숑
09/10/01 20:38
수정 아이콘
생긴 모습만 봐서 막연히 지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Astral_폭풍
09/10/01 21:26
수정 아이콘
이름만 들어봤지 잘 몰랐었는데 오늘 알게되었네요. 잘 봤습니다. ^^
내일은
09/10/01 21:41
수정 아이콘
나폴리 대사(당시 시칠리아 부르봉 왕조) 윌리엄해밀턴의 부인은 원래 고급 정부였습니다. 불륜이라고 보기에는 좀..
트라팔가 전투에서는 제 기억에 아마 발트해 방면 사령관이었을 겁니다. 지중해 방면 사령관으로 이집트에서 홀홀단신으로 도망간 나폴레옹을 놓치는 등 해밀턴 부인하고 여유있게 놀다가 -_-; 빡센 발트해로 발령받았습니다.
swordfish
09/10/02 12:20
수정 아이콘
내일은님// 불륜이죠. 왜냐 하면 넬슨은 유부남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인과는 엠마 해밀턴 때문에 헤어지죠.
그리고 발트해에 발령 받은 이유는 당시 덴마크 함대 처리 문제 때문입니다. 덴마크 해군에게 나폴레옹에게 이용당할 것 같으니까 영국 해군은 이를 막기 위해 파괴를 넬슨에게 명합니다. 그리고 이때문에 벌어진게 코펜하겐 해전입니다.
09/10/02 16:29
수정 아이콘
발트해 파견의 가장 큰 이유는 덴마크가 아닌 러시아에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돌+아이 짜르가 프랑스에 붙어서 발틱, 북해로 전투력을 투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그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습니다. 거기에 덴마크가 붙고, 무장중립인 스웨덴이 수상한 기미를 보였기 때문에 영국으로서는 그냥 좌시할 수 없었고, 정치적 판단과 전략적 식견, 전술 능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는 넬슨이라는 판단 하에 보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냐고 물으시면 갑자기 도망가는 수 밖에요(...) 대략 이렇다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프랑스에 협력하거나 무기를 공급하던) 덴마크 함대를 말 그대로 날려버린 넬슨을 보고 먼저 스웨덴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넬슨이 러시아 쪽으로 향하자 곧 러시아도 정신을 차렸죠. 아아 대영제국의 위엄 크고 아름다워...그리하야 대륙봉쇄를 가장한 일방적인 해상무역 봉쇄를 당하던 나폴레옹은 제정신을 잃고...순무에서 설탕을 만들어 보려는 온갖 삽질을 거듭하다 어느 날 그의 함대가 바다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문제는 그 이후로도 꽤 시간이 흐른 후에나 쓰러질만큼, 육지에서의 나폴레옹은 정말 대단했다는 것이겠죠. 제 생각에 나폴레옹은 군사적 패배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패배가 가장 큰 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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