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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21 19:57:08
Name 유유히
File #1 12529941725047044788.jpg (362.8 KB), Download : 69
Subject [일반] 이지투온 서비스 종료에 부쳐 - 멸망해가는 리듬게임


제가 즐겨하던 게임인 이지투온이 경영상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였습니다.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비단 이지투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리듬게임이 겪는 총체적 난국을 보는 듯하여 착잡함이 앞섰습니다.
앞서 사장된 여러 장르들 (퍼즐, 어드벤처...) 과 마찬가지로, 리듬게임이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리듬게임이란 여러분들이 아시는 대로 화면에서 떨어지거나 혹은 올라가거나, 나타나는 노트(건반 모양이며 각 게임에 따라 다양한 모양입니다. 옵션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를 누르거나, 밟거나, 치거나, 문지르거나 하는 게임입니다. 시초격인 코나미의 비트매니아나 댄스댄스레볼루션, 그에서 파생한 드럼매니아, EZ2DJ, 펌프, EZ2dancer, 디제이맥스 등 다양한 게임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멸망해가는 리듬게임을 보고 있노라니, 리듬게임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1. 유저들 간의 극명한 실력차

다른 게임에도 분명 괴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리듬게임만큼 극명하게 나뉘는 게임도 드물 것입니다. 제가 이지투온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이 그것이었습니다. 일반인(여자친구 등)에게 '저걸 다 어떻게 쳐? 저게 다 보여?' 소리를 듣는 저도 대부분의 방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천민 중에 천민일 정도입니다. 이지투온 기준 5키 난이도 16~17정도를 힘겹게 깨는 정도인데도, 유저들의 실력을 퍼센트로 평가한다면 저는 하위 80~90% 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디제이맥스가 지원하는 온라인 플레이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디제이맥스 트릴로지를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약 30판 플레이하는 동안 압도적인 차로 패하기만 했을 뿐, 하다못해 비슷비슷한 승부까지도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향유층이 적은데, 그 적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엄청난 '오타쿠'들이라는 뜻입니다. 아니면 그만한 애정이 있기에 멸망해가는 이 판(리듬게임)에 끝까지 남아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2. 높은 진입장벽

이러한 괴수들의 존재가, 바로 신규유저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이지투온의 경우 재미있는 노래나 인기곡들은 레벨을 높여 '해금'해야 하는데, 낮은 레벨의 유저들은 곡이 얼마 없으니 고레벨의 유저들이 만든 방에서 플레이해야 인기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거의 초보들이니, 그런 고레벨의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슈퍼하드 난이도의 곡을 못 깨고 초반에 죽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결국 흥미가 떨어져 게임을 접고 말죠. 아케이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인 이지투디제이나 펌프, 드럼매니아 등으로 설명하자면, 기기가 커다랗고 또 거기서 나오는 음악도 큽니다. 오락실을 한번에 휘어잡는 매력있는 기기입니다. 플레이어가 고수일 때는 그렇겠죠. 제가 이지투를 하고 있으면 누군가 돈을 올려놓습니다. 제가 토이워노멀 같은 쉬운 곡이나 하고 무난히 깨고 나면 다음 사람이 와서 단숨에 루시드 슈하를 쳐내며 오락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뭐라도 해볼까 싶어 기다리던 저나 나머지 초보들은 기가 죽어 동전 넣을 생각도 못하고 자리를 떠버립니다. 사실 이 게임을 처음 하려는 초보가 룩아웃 건반이나 두드리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펌프 같은 게임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저는 남부끄러워서 펌프를 시작 못했습니다. 어렵더군요. 거참....

우연히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을 정말 우연히 만나도, 이런 대화밖엔 안 되더군요.

유유히 : 와 이지투 하세요?
괴수 : 네 그래도 패닉 간신히 깨는 정도에요 ^^
유유히 : 와 고수시네요 쌍오토 걸어도 힘든데
괴수 : 에이 요즘 누가 쌍오토 걸어요 완전 생초보나 거는 거지
유유히 : ??????(나는 생초보였구나...)



3. 유저 이탈, 신규유입 없음 -> 회사 경영난, 일부게임 서비스 종료 -> 할 게임이 없다 -> 유저 이탈, 신규유입 없음

이런 식으로 유저는 이탈하고 신규유저 영입은 없으니 판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펜타비젼의 디제이맥스는 트릴로지를 내놓은 이후로 개발소식도 없고 잠잠합니다. 코나미 직격탄을 맞은 후의 어뮤즈월드는 그래도 간간이 힘을 내어 7th trax의 어레인지 버전들을 내놓고 있지만 힘에 부칩니다. 성인게임(룰렛, 슬롯머신 등)에 손댄 것의 실패를 극복하기가 힘이 드나 봅니다. 이지투온을 서비스하던 레트로게임즈도 서비스를 종료하였고, 기타 오투젬 등 중소리듬게임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 게임성이 떨어지고 유저층 역시 좁아 버티기 어려울 듯 합니다. 할 게임이 없어지니 사람들이 떠납니다. 악순환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이들이 코나미의 어뮤즈월드 고소사건을 말하지만, 그것도 부분적인 원인일지언정 근본적인 원인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펜타비전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아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발전한 격투게임의 예를 들어, '코나미가 독점적인 저작권을 주장함으로서 리듬게임의 발전 자체를 막고 있다'고 보고 코나미와 법정싸움을 시작했는데, 결과는 몇 년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좌우간 이렇게 멸망해가는 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니, 리덕(?)으로서 참 착잡함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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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09/09/21 20:02
수정 아이콘
알투비트도 이런 게임의 일종인가요?
09/09/21 20:03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고등학교 때인가 오투잼을 한참 했었는데, 반에서는 최고의 실력이었지만 방 잡고 들어가보면... 이건 뭐.. 밑힌 괴수들...
게다가 엄청나게 비싼 유료결제 크리에 (세상에 1~2분짜리 한 곡에 천원~이천원이 말이나 됩니까?), 예전에 결제했던 음악들도 갑자기 초기화되는 개X같은 운영때문에 그만 뒀습니다.
위원장
09/09/21 20:04
수정 아이콘
오투잼... 정말 초창기 나왔을 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있나 모르겠군요
루크레티아
09/09/21 20:07
수정 아이콘
리듬액션 게임이 지금의 상황에 다다른 것은 게임 장르의 태생 자체가 매니아들에게 기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유유히
09/09/21 20:10
수정 아이콘
서재영님// 굳이 말하자면 그렇겠지만, 오디션이나 알투비트는 왠지 캐주얼한 느낌이 '너무'강해서, 던전앤파이터를 RPG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소인배
09/09/21 20:19
수정 아이콘
흠, 그런 것보다, 온라인 리듬게임은 태생적으로 수익 모델 자체가 전무합니다. 반면 곡 하나를 만들려면 1000만원 정도는 깨지는데 유저들은 신곡 업데이트 안 한다고 불평하지요.
Alan_Baxter
09/09/21 20:50
수정 아이콘
서재영님// 알투비트도 리듬게임이죠. 박자에 맞춰서 달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런데 오디션의 어린이/청소년 버전이라고 일컬어 질정도로 저질스러운 애정 행각과 비매너가 난무해서 잘 안하게 되네요.

요즘, 밴드 마스터라는 게임이 OBT가 시작되어 저도 하는데 재밌는 것 같네요. 쉽고, 마치 악기연주하는 것 같고, 경쟁할 필요 없이 합주 모드를 통해 함께 협력할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문제는 '미디'...
설탕가루인형
09/09/21 21:04
수정 아이콘
최근 리듬게임중에는 러브비트가 정말 재미있더군요. 오디션은 재미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들었었는데, 러브비트는 최신 노래 듣는 재미나 게임 하는 재미 모두 좋습니다. 데뷰 온라인도 나름 괜찮구요..
jagddoga
09/09/21 21:21
수정 아이콘
이게다 코나미 때문이다...는 농담이지만 어느정도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매니아 지향으로 남아서 결국 일본의 영향을 받는 한국 마찬가지로 매니아만 남게 되었으니깐요.

뭐 국내는 안습하지만 리듬게임은 세계적으로 보자면 잘나가고 있죠
기타히어로같은건 몇백만장씩 팔리니깐요.
어진나라
09/09/21 23:45
수정 아이콘
리듬 게임중 관련 기사를 하나 링크해보겠습니다.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202370&category=102
국내에서도 이런 기술을 사용한 게임이 나온다면, 제작사는 곡 만들 필요도 없고, 노트를 일일이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죠.

유유히님// 양민학살(줄여서 양학)을 많이 당하셨군요. -_-;;
그래서 안다미로(펌프 만든 회사입니다) 직영 오락실인 신촌 엔터는 일반인용 펌프 1대가 1층에 있고, 괴수용 펌프 2대가 지하에 있다죠.
이렇게 한다면야 일반인들도 깔짝거려보겠지만, 오락실이 어지간히 크지 않은 이상 여러 대 사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되죠.
화잇밀크러버
09/09/22 00:29
수정 아이콘
온라인으로는 잘안하지만 psp용 디맥은 즐겨하는 편입니다.
4버튼으로 6개짜리도 놓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6키로도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되었죠.
고수들에 비하면 정말 못하는 편이지만 스스로의 발전이 대견해지더군요.

음... 그리고 던파는 현재 충분히 뛰어난 액션 RPG라고 생각합니다.
겉모습이야 캐주얼 게임이지만 스토리(비록 중간에 한번 모순으로 수정이 가해졌지만)나 게임의 완성도는 정말 뛰어나죠.
깊이 보면 게임 시스템에 신경쓴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2D 그리고 횡스크롤식 진행만으로 그저 캐주얼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어요.
비록 밸런스나 캐쉬 유도 등의 운영상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rpg의 요소에 입각해서는 잘만든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Summerlight
09/09/22 11:44
수정 아이콘
애초에 리듬 게임은 수익이건 게임 플레이건 간에 다인 플레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된 게임이라 그렇습니다. 그나마 먹힐만한 부분이라면 합주 정도인데, 온라인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한 게임은 아직까지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이런 게임들을 억지로 온라인에 갖다 붙이니 망한거지, 리듬 게임 자체가 망하고 있는게 아니죠. 기타 히어로 같은 게임은 지금도 DLC를 통해 액티비젼 블리자드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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