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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10 19:53:34
Name Acher
File #1 Milkyway.jpg (66.8 KB), Download : 60
Subject [일반] 가끔,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긴 했지만, 어쨌든 그 삶 속에 각인된 잊지 못할 장면을 꼽아 보라 한다면 기억나는 것들이 몇가지쯤은 있습니다.

군입대 당시 입소대대의 잿빛 풍경. 대학 재학중 교내 퀴즈 대회에서 우승할 적의 긴장된 순간.

수술을 위해 마취되기 직전의 어수선한 수술실 소음.. .등등

그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첫번째로 내놓을 장면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몇학년이던가의 여름방학. 충남에 계신 고모댁에 놀라갔을 때였습니다.

한밤중. 볼일을 보기 위해 바깥으로 나와서 본 것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엄청난 수의 빛조각들이었습니다.

그 땐 '정말 별이 쏟아질 수도 있겠구나' 하며 교과서 어딘가에서 본 문구를 떠올렸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런 광경은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 그것을 봤던 고모댁도 지금은 광공해가 많이 심해졌지요.
(은하수 사진은 제가 봤던 광경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시라고 올렸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우주를 친숙하게 대하려면 나로호를 열번 쏘는 것보다 그런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교과서 속에서 보는 우주는 '여름엔 백조자리, 겨울엔 황소자리 외우기', '북극성의 고도로 위도 구하기' 등등 오히려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요.

옛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만들고 익혔는데, 지금 우리 학생들은 하늘의 별자리를 교과서 속에서만 보고, 외우느라 고생하는 겁니다.  

대학교 천문동아리에 있을 적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새내기들과 처음 관측을 나갔는데, 한 명이 그러더군요.

'왜 별자리에 (책에서 본대로) 선이 안 그어져 있지?....  '

교과서 위주의 학습이 낳은 폐단이겠죠. 아마 피지알 유저분들 중에도 실제로 은하수 한 번 못 본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을 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사실 봐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인류가 처음으로 두발로 땅을 딛고 섰을 때부터 보아왔던 하늘입니다.

그 하늘에는 과학뿐 아니라 신화, 역사, 종교 등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늘을 종이삼아 씌여진 이런 많은 것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요?

실제적 필요성이라면 '우주개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쯤 되겠지만 말입니다.

오랜만에 끄적거리려니 글을 어떻게 맺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어디엔가 썼던 글타래로 마무리 하렵니다.

'아주 먼 옛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 탄소, 산소, 질소 등은 별의 중심부에서 태어났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대로 지금 우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원소는 한 때 별이었습니다. 별의 중심부에서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나도, 우리도, 우리 주위의 물건들도.. 이 지구도 없었습니다. 별은 우리가 여기 존재할 수 있도록 했지요.
우리가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도 막연히 밤하늘의 별들을 동경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근원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별의 자식인 우리가 그것을 탐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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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히어로
09/09/10 20:04
수정 아이콘
하늘은 머니 머니 해도 군에서 보는 하늘이 제 맛이죠.

저도 지방에서 살아서 나름 별을 많이 보고 자랐다고 느꼈었는데, 강원도 철원에서 야간근무중 무심코 쳐다본 하늘에서
정말 별이 쏟아지는 줄 알았습니다.

군대는 기억하기 싫은데 그 하늘만큼은 다시 보고 싶군요.
스타바보
09/09/10 20:12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는 기억하기 싫은데 그 하늘만큼은 다시 보고 싶군요. (2)
09/09/10 20:19
수정 아이콘
저도 전방근무때 몇시간동안 하늘만 쳐다 본 기억이 나네요.

밤하늘이 아름답다는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내일은
09/09/10 20:21
수정 아이콘
은하수가 왜 미리내이고 밀키웨이인지 이해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어렸을 적 동네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돌아오는 길을 비추던 별들은 이제 어디 있는것일까요.
09/09/10 20:30
수정 아이콘
저는 해군이여서 바다에서 보는 하늘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엔뚜루
09/09/10 20:31
수정 아이콘
진짜 어렸을때 은하수를 봤다는건 제 인생에서 크나큰 선물일것 같습니다.

지금은 찾아서 보려고 해도 보기가 힘드네요.

어렸을땐 제 기억으로 8월24일인가로 기억되는데, 어머니랑 별자리 보러 밖에 나왔다가 은하수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어린 나이에 그 장면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09/09/10 20:34
수정 아이콘
요즘 새벽에 보는 오리온자리, 해뜨는 방향의 밝게 빛나는 별, 그리고 달이 참 좋습니다.
09/09/10 20:54
수정 아이콘
저도 은하수 한번밖에 못 봤네요.
92년 8월쯤..이었던것 같은데요.
그때 우연히 밖에 나와서 봤던 그 은하수에 정말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이제는 도무지 볼수가 없군요.
그래도 요즘 해 지고 나서 잠깐..
대충 7시 반이 좀 되기 전인것 같은데..
막 캄캄해지기 시작하는 밤하늘도 참 이쁜거 같아요.
서쪽에는 아직 노을 기운이 남아 있어서 붉은-주황-남색의 그라데이션을 보는것 같다고나 할까..^^
survivor
09/09/10 20:55
수정 아이콘
일전에 일식이 있었을때 제 주위 사람들이
" 왜 일식인데 안 깜깜해지지? 태양이 검게 되는거 아냐? "
.......흑흑..
lotte_giants
09/09/10 21:03
수정 아이콘
기억나는 밤하늘이라면 어렸을적 경북 청송의 외가집에서 봤던 밤하늘이 기억나네요. 별자리 하나 구분 못하고, 은하수가 뭔지도 모르고 봤던 밤하늘임에도 그렇게 좋을수 없었는데 말이죠.
아, 하나 더 기억이 나는군요. 2001년인가 2002년인가 고교시절 봤던 사자자리 유성우. 밤하늘을 보고 그렇게 흥분했던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이재인
09/09/10 21:13
수정 아이콘
군생활힘들쩍 구름없는 하늘을 보며 마음을 추스렸는데 밤하늘도 참멋지네요
09/09/10 21:34
수정 아이콘
그렇죠... 별은 군대에서 봐야죠..GOP근무도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억개의별!?
윤하피아
09/09/10 21:35
수정 아이콘
노.안님// 저도 해군 나왔는데 한겨울 갑판에서 올려다 보던 그 하늘.. 정말 아름다웠는데 말이죠
Budweiser
09/09/10 23:07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있을때 ..새벽에 일땜에 나가면 한동안 하늘보고 있곤 했네요
마찬가지로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없어 그저 아는건 카시오페아, 북두칭성, 오리온자리..
그!! 별만 다시 보고 싶네요;;;
그레이브
09/09/11 00:00
수정 아이콘
작살님// 그렇지만 별이 아닌 하이얀 악마의 가루가 떨어지는데.....
몽키.D.루피
09/09/11 08:39
수정 아이콘
호주에 갔을 때 뒤집혀 있던 오리온 자리는 정말 신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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