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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31 17:40:07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L.O.T.의 쉬어가기] Paradoxxx -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 3면이 바다로 쌓인 아름다운 나라이며 동시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설 만큼의 자본과 능력을 가진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말은 누가 이야기 한 것을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동의할 내용일 것입니다. 지난날에 비교하면 급격히 좋아진 면이 많아진 이 나라지만 살펴보면 여전히 안쓰럽고 신음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들, 그것들을 늦은 시각까지 비추는 네온 싸인 불빛은 사람들로 하여금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불빛과는 달리 안은 상당히 비좁아 몸을 편안히 쉬게 할 수 없으며 또한 마음 맞는 이들과  대화를 할 수도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 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는 시멘트 벽돌과 갈라진 아스팔트 자국들이 선명합니다. 아마 생명 없는 그들도 말할 수 없는 나름의 고통이 있나봅니다. 그 광경을 예의주시하며 누군가는 재빠르게 지나쳐야 합니다. 그 상처를 무시한 채 그대로 달려 나갔다가 누군가는 그 흠집에 걸려 넘어지는 신세가 될 것이며 그 역시 상처를 얻어 길가에 모든 상처 있는 것들이 친구하자며 달려들 것입니다.


가끔은 세상이 비뚤어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니면 이 나라의 공사인부들은 모두 ‘철학적 예술가’ 인지도 모르죠. 여기저기 비스듬히 기울어진 길과 조우할 땐 무척이나마 신경이 날카로워져야 합니다. 자칫 자신이 잘못하면 마치 당신께서 잘못한 것처럼 여기는 부모님이 계시니까요 그 분들께 죄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조심해야 합니다.
  

어김없이 용변을 보러 화장실에 들릅니다. 어떤 이는 갈팡질팡하며 두려움 섞인 낯빛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운 좋게도 용변을 시원하게 보고나서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향합니다. 상당히 만족스런 얼굴로 말입니다. 오-- 그리고 저기 친절하게도 푸시용 비누가 설치 되어있네요. 이런 횡재가 있나 싶어 손을 뻗어 보길 5분, 그는 손 씻기를 포기합니다.
  

햇빛이 쨍쨍 내리 쬐는 여름이라 하기엔 멀고 가을이라 하기엔 이른 9월에 날씨를 사랑하는 한 청년은 햇빛과 바람의 적절한 조화를 선물한 조물주의 솜씨에 감탄하며 미칠 듯한 환희를 느낍니다. 그런 어느 날 거리에 놓인 사람들을 뚫고 냅다 달립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로를 소중히 간직하며 만끽하기 위해----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렸더니 어느새 지하철역에 당도--- 마치 일개미 떼가 여왕개미에게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쟁심이 붙은 듯이 쉴 틈 없는 개찰구를 지났지만 또 한 번의 고비가 남았으니, 그 이름은 들어봤나 리. 프. 트. 그는 다시 한 번 상기합니다. 큰 산을 넘기 위해선 반드시 큰 고빌 넘겨야 함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일이기에 당당히 맞서려 합니다. 그러나 그 결심도 잠시, 리프트의 상태를 보니 거의 사망 직전에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닙니다. 이 녀석의 용도와 수명을 믿고 몸을 맡겨야 합니다. (쓸데없는 잡생각이나 부정적인 마음은 구겨둔 채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는 초인적 신뢰를 가지고 리프트에 올랐고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와 리프트에서 내렸습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바뀐 혈색. 그러나 그것을 싫어하기라도 하는 듯 내뱉는 역장의 한마디 “저기 한 번 더 타셔야 합니다.”


무섭고 두려운 맘 때문이 아닌 집으로 올 때는 다시 2번을 타야 한다는 그 안타까운 맘, 그리고 찢어질 듯한 톤으로 포효하는 ‘엘리제를 위하여’ 음악이 싫어서였습니다.


이 모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일상에서 겪는 ‘장애인들의 삶’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똑같이 살기를 거부한 아니 포기한 이들이라 이런 삶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감히 ‘평등’ 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살고 싶습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


정말 좋은 보조인이 와서 고맙게 즐겁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보조인 눈치를 보는 그것조차 안하면 좋겠습니다. 신세한탄이나 푸념 혹은 탄식으로 보이십니까? 대답은 절대 아닙니다입니다. 단지 Case by Case인 여러 삶들 가운데 하나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지금도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부디 ‘네’ 라고 답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을 굳게 믿으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늘 싸울 것입니다. 무분별한 투쟁, 감정적인 데모가 아니라 열악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회피치 않고 도리어 더 세상 곁으로 나가 아름다운 이 나라, 점점 발전하는 대한민국, 장애인(長愛人)들이 살기 좋은 세계가 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끝까지 바라 볼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의 희망은 99%의 절망을 부순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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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31 17:54
수정 아이콘
제 주관으로는 '평균', '일반',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답해도 할말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근시간 내에는 바뀌지 않을것이라 장담합니다만 언젠가는 바뀔거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지금도 느리지만 천천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나저나 매번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_ _)
Ms. Anscombe
09/08/31 17:55
수정 아이콘
99%의 절망이 1%의 희망마저도 부숴버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뿐이려나요..
푸파이터
09/08/31 18:51
수정 아이콘
일단 장애인들에게 관심은 안줄망정 동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게 먼저겠지요.
09/08/31 19:51
수정 아이콘
자기 자신으로 있기는 매우 힘든곳이고 어떤 틀로 자신을 바꿀 수 있을경우 매우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탈퇴한 회원
09/09/01 00:10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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