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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6 00:41:59
Name 로즈마리
Subject [일반] 이틀간 목격한 놀라운 변화.
저에게는 7샬차이나는 언니가 있습니다.
나이차이가 좀 나다보니
다른자매들처럼 언니 옷을 빌려 입는다던지, 언니와 싸우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죠.
언니에게 존댓말을 쓸 정도니까요.



어린시절부터, 제가알고있는 언니의 모습은
조금의 지저분함과 흐트러짐 조차 용납못하는 결벽증환자에,
철저한 개인주의자였어요.
그리고 제가 어릴때 늘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언니가 초등학교 4,5학년때 찍은 소풍,운동회 사진을 보면 제가 없는 사진이 없을정도지요+_+;; 전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크크)
언니물건 망가뜨리는것을 소일삼아 살았던 탓에
아이라면 아주 진저리 쳤었어요.
결혼후에도 아이키우는게 싫어서 결혼 6년만에 시부모님가 형부의 등쌀에 못이겨 아이를 가질 정도였으니까요.



제작년에 언니는 지독한 난산끝에 본인과 똑닮은 딸을 낳았었지요.
사실 그 시기엔 제가 대학원진학준비로 워낙 바쁜 시기였기에
언니출산직후, 백일, 첫돌, 이렇게 세번정도만 언니와 조카를 봤었고,
명절에도 집에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언니의 육아를 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 머릿속 언니의 이미지는 여전히 칼같이 깔끔하고 개인적인 모습이었지요.



그리고 그저께부터 휴가를 지내러 온 언니네 가족과의 동거가 시작되었어요.


우선 식사시간,
한창 식사중에 조카의 알아들을수 없는 웅얼거림을 듣고서, 조카를 안고 황급히 화장실로 향하는 언니..
전 무슨일이 났나 싶어 뒷따라 갔더니 다름아니라 조카의 생리현상..해결을 위해 입안에 음식물을
문 채로 황급히 뛰어갔던거였더라구요.
음식을 씹으면서 변기에 앉아있는 조카에게
"다눴어? 더눠~ 너 오늘 많이먹어서 더눠야돼!"라고 외치는 언니를 보며
1차로 경악했었더랬죠..;;


그리고 조카에게 밥을 다 먹인 후,
조카가 남긴 밥을 모조리 다 먹어버리더군요;;;
과거에 언니는 먹다 남은 음식물은 버렸었거든요.
반찬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밥과 국은 그랬었는데
조카가 남긴 밥,국까지 싹 먹어버리더라구요.
예전엔 체중조절을 위해 본인이 정한 분량 이외는 절때 손대지 않았는데,
게다가 누군가 먹다 남긴 밥을 먹는 언니는 절때 상상할수가 없었는데 말이죠...
"아깝잖아~" 하면서 깨끗하게 비우는 언니를 보고 2차로 경악했죠....


예전엔 어질러져있는것은 직성이 풀릴때까지 정리하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는 정서불안증상까지 보였던 언니가,
조카가 여기저기 물건을 꺼내고, 장난감을 바닥에 늘어놓는것을 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네요.
"언니, 이젠 저렇게 어지럽혀놔도 신경쓰이지 않아?" 라고 묻자
치워도 5분만에 원상복귀 시켜놓기때문에 이젠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며
태평스러운 언니를 보고 3차로 경악했지요...


아직 같이 있었던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이정도뿐이지만
아마 살면서 언니를 보며 놀랄 일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지겠지요?
엄마가 되는게 이런건가 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아, 그리고 언니의 놀라운 능력!!
조카가 아직 두돌이  안된 상태예요. 22개월째인...
22개월정도면 말을 유창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잘 할줄 알았는데
이모,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맘마, 싫어, 내꺼야, 주세요,나도! 이런 몇몇 말 외엔
못알아듣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는 조카가 하는 외계어 비슷한 그 말들을 100퍼센트 다 알아듣고
통역(?)을 해주더라구요.
어떻게 저 말을 알아들을수 있는지 매우 신기해하고 있네요~크크



아침부터
2천5백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를 반복하고 있는 한 이모의 뻘글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애기들은 왜 지겨워하질 않는걸까요 ㅠ_ㅜ



그래도 조카는 참 예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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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ipipi
09/08/16 00:46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댓글이긴 하지만 22개월에만 계속 눈이 가는 이유는...;;
09/08/16 00:51
수정 아이콘
sisipipi님// 22개월이면, 2개월 후엔, 2살이 되는 거군요... 이건 뭐, 유상무상무도 아니고.<-

결혼을 하면 한 번 변하고, 아기를 낳으면 한 번 더 변한답니다.
그렇게 변하기까지에는 꽤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기라는 존재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니까요.
아아, 조카님이 보고 싶네요. 그 조카님은 저만 보면, 제 무릎에 엎어져서 논답니다. 으하하-
09/08/16 00:52
수정 아이콘
조카가 곧 악마가 될날이 멀지 않았네요 크크..
혹시 귀여운 조카의 부탁이나 칭얼거림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이모라면
함부로 업어주지마세요.
큰일납니다! 쿨럭

말로는 '삼촌 힘드니까 내려와~'
하면서도 제가 목마태우고 있을때 제일 편해하더라구요.
덕분에 온갖 명절때 목마신세가 된 한 삼촌의 뻘글이었습니다;
09/08/16 01:33
수정 아이콘
SkPJi//저랑 스무살 차이나는 동생은 말도 못해요~ 한쪽 팔에 계속 매달리길래 그대로 번쩍 한번 들어줬더니, 올 때마다 바베큐가 되고 싶어 하더라구요;; 인간 바베큐 또 해줘~ 하면서 칭얼칭얼....팔 빠집니다
샨티엔아메이
09/08/16 01:47
수정 아이콘
잘못 안면트면 그대로 전담마크맨 되야하는게 2~5살 조카들이죠.

그또래 아이들 키우는 분들은 딱 두번 청소 합니다. 아이가 어디 외출했을때랑 집안어른오셨을때
최종병기캐리
09/08/16 01:54
수정 아이콘
샨티엔아메이님//

38개월짜리 조카녀석...... 저만보면 삼춘!!!하면서 뛰어오는 통에 주말 반납입니다. ㅠ.ㅠ

그녀석이 갓난애기때 백수생활을 한터라 같이 있던 시간이 많아 제대로 안면 터버렸죠....
지니-_-V
09/08/16 03:33
수정 아이콘
아 갑자기 24살차이나는 사촌 동생이 보고싶네요 ^^; 안본지 8개월째가 넘어가는데 꽤 많이 컸을건데 ^^;
루크레티아
09/08/16 10:37
수정 아이콘
귀찮다 하시지만 다들 그래도 좋아하시죠?
놀아줄 때야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에 애들이 부모보다 제 편으로 더 기울때의 그 뿌듯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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