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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02 17:13:04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내 인생의 8할은...

내 인생의 8할은 바람이었다.. 였나?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쓸 수 있는 문장들 중에
저만큼 간략하면서도 멋드러진 문장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돌아와서 "내 인생의 8할은 모다?" 라고 자문한다면,

미소천사.....☜(^0^)☞    죄송합니다 -_-;;


저는 [ 실수 ] 인 것 같습니다.
헤아릴 수도 없는.. 너무나도 다양한 실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그 중에는 대수롭지 않은 실수도 많고, 실패한건데 은근슬쩍 실수에 끼워넣은 것도 많습니다만,

특별히 기억나는.. 잊혀지지 않아서 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실수는
열이면 열 모두 [ 욕구를 이기지 못하여 저지른 ] 실수입니다.


어릴적엔 놀고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했고,
20대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는 자기과시욕구,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픈 욕구에 무너지고 있지요.

그래도.. 아직 어리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책임이 하나씩 늘어가다보니
뭐랄까.. 익숙한 욕구에는 초연해지는 자신을 서서히 발견하게 됩니다.


...어제 발견했습니다.


어제 저는 저의 고용주와, 제가 나가고 나서 일을 이어서 할 후임자와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신 장소는 노래방. 도우미 아가씨를 부르는 자리였지요.
머리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답니다..

'내가 여기서 부르는걸 거절하면, 껄끄러워지는건 아니겠지?'
'괜히 이런 자리에 맞추려고 나중에 화근으로 남을 행동은 안하는게 낫지 않을까?'


결과적으로는, 불렀습니다. 놀았지요.
손도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술만 줄창 마셨습니다.
참 잘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가상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도우미 아가씨 입장에서는 '뭐 이런 진상' 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쪽 사정이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옳고 그름이야 어쨌든, 이런 모습에도 익숙해져야 하는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하는게 어떤 [ 남자다움 ] 의 행동으로 통용되는건 아닐까?'

하지만, 눈 앞의 유혹을 뿌리치고나니 무척이나 당당하군요.
마음이 편합니다.
이미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 불이익, 후회, 마음고생에 의한 학습효과가 이제 서서히 발휘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다고요.


쓰다 보니 어느 새 글 제목과는 전혀 상관 없는 안드로메다로 왔네요...;

그냥..
[ 내 인생의 8할은 실수고, 나머지 2할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의지다 ]
정도로 급 마무리 하겠습니다.


아... 술을 너무 먹었더니 속이 쓰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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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워다크
09/08/02 17:19
수정 아이콘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다
드론찌개
09/08/02 17:23
수정 아이콘
서정주의 자화상.
한국어를 부리는 천재적인 감각으로 아웃사이더의 감수성을 노래했지만...
현실은 친일파였죠.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찬란히 틔어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켈로그김
09/08/02 17:23
수정 아이콘
코세워다크님//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와서 고치려니 좀 뻘쭘하기도 하고.. 그냥 둘께요. 감사합니다;

드론찌개님// ...뭐랄까, 애초에 제가 이 문장을 갖고 글을 쓰는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씁쓸~하네요;
09/08/02 17:34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저는 근데 실수를 해도 그 실수가 가져온 손해만큼만 배우는것 같습니다;
정말로 엄청난 실수를 해서 나에게 크나큰 손해로 다가온것은 바로고치는 반면
짜잘한 실수는 계속 까먹고 계속저지르네요;;
켈로그김
09/08/02 17:38
수정 아이콘
L.H.k님// 그러게요;; 하지 마라는건 안 해야 하는데;; 저도 정신차리고 살고 싶습니다;
09/08/02 17:55
수정 아이콘
부끄럽지만 생각해보니 짧은 제인생중 팔할은 열등감인것 같습니다.
마음씀씀이 곱게 생각하며 살아가야할텐데.. 열등감이라는거 참 버리기 힘든것 같습니다.
랄프위검
09/08/02 17:56
수정 아이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후회이다.
별헤는밤
09/08/02 17:57
수정 아이콘
오오, 왠지 댓글 릴레이 분위기네요.
제 인생의 팔할은 귀차니즘이 아닐까...
The Drizzle
09/08/02 18:04
수정 아이콘
제 인생의 팔할은 거짓말이다.
09/08/02 18:08
수정 아이콘
제 인생의 팔할은 고독이다.
The HUSE
09/08/02 19:20
수정 아이콘
내 인생의 9할은 그녀? ㅠㅠ
09/08/02 19:46
수정 아이콘
제인생의 팔할은 어....게으름?안일함?이게으름은 떨쳐버리기 힘들군요.해야할일이 있는데 지금도 인터넷서핑중이니..흑
논트루마
09/08/02 19:49
수정 아이콘
내 인생의 8할은 행운이다.
축구사랑
09/08/02 20:04
수정 아이콘
제 인생의 팔할은 고독이다. (2)
Cedric Bixler-Zabala
09/08/02 20:06
수정 아이콘
내 인생의 8할은 음악이다.
The Greatest Hits
09/08/02 20:15
수정 아이콘
내인생의 8할이라...............
게으름...이군요..그렇군요..ㅠㅠ
임자있슈
09/08/02 20:50
수정 아이콘
PGR의 8할은 솔로다. 흐익
waterword
09/08/02 22:08
수정 아이콘
내 인생의 8할은 눈보라다.

스타 디아2 워3 와우로 이어지는 그 4단콤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했을까요...
09/08/02 22:21
수정 아이콘
내 인생의 8할은 신발이다. 10할인가...
09/08/02 22:58
수정 아이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삽질이다.

....ㅠㅠ
09/08/02 23:13
수정 아이콘
제 인생의 팔할은 고독이다. (3)
09/08/03 07:08
수정 아이콘
한국의 저런 준매춘 음주문화는 꼭 사라졌으면 싶습니다. 켈로그님께서 쉽지 않은 일을 하셨네요.
09/08/03 10:45
수정 아이콘
노래방 아가씨들은 캘로그김님처럼 "귀찮게 안 구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고들 합니다. 나름 고충이 있겠죠.
진짜 진상손님은, 온갖 추태를 다 부리는 손님이 되겠죠.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그대신 팁은 좀 쥐어주세요. 만원 정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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