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7/08 21:45:58
Name 잿빛토끼
Subject [일반] 전교조의 제 2차 시국선언과 교사의 넋두리..
pgr의 write 버튼의 무거움을 극복하고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전..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이번에 전교조에서 시국선언을 한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듣고 싶어 이렇게 몇자 올려 봅니다.



물론 교사나 공무원은 국가에 소속된 공인입니다. 이들에겐 정치의 참여할 권리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 국가공무원법에 나온 정치참여를 허락하지 않는 조항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성립합니다.
정치적인 선택의 기로(예를 들어 선거의 경우)에서 어떤 한 세력에 동조 하거나 그 세력을 위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불허하는 것이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이것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직접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의 시국선언은 어떠한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 우리의 ...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한 방법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방향이 잘못되었고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또한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로써 자신이 정의라고 믿고 있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한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목소리를 낼 경우, 한명의 목소리보단 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전교조에서 의견을 수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오늘 저희 반에서 있어서는 안될 아주 나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학교 동학년에 일반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인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아이를 집단적으로 폭행하고, 인격을 모독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학생 어느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으며, 더더욱 큰 문제는 그것이 정말 잘못되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 저는 더욱 분노를 느낍니다.
타인의 권익이라던가 정의를 배운 녀석들이 이런 실생활에서는 전혀 배운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 전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다 문득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전 과연 정의를 말하고 있는가. 그분의 말처럼 정의를 말하면 병X소리를 들으며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사회라는 인식에서 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결국 저는 아이들과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를 생각해 봅니다.

이번 2차 시국선언... 아마도 제 이름이 명단에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을 주위에서 지켜보시곤 말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넌 승진하려면 그런 것에는 참여하면 안된다.
맞습니다. 어쩌면 전 이번 서명에 참여하게 되면, 교감, 교장으로 올라가야할 승진 길과는 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있는 정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져야할 행동을 저에게 다가올 불이익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우리 교육에 더욱 더 악영향을 미치리라 믿습니다.


제가 혹 잘못 생각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좀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s. Anscombe
09/07/08 21:50
수정 아이콘
흐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며 발언의 자유를 제약하네요.. 발언의 자유를 제약할 정도의 정치적 활동이란 매우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는 것인데 말이죠. 발언의 자유란 민주주의에서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 권리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권리의 제한은 매우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한도에서 적용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본질적인 수준까지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전 위원장의 말로 대신합니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09/07/08 21:51
수정 아이콘
선택하셨으면, 믿으세요!
09/07/08 21:53
수정 아이콘
분명 그릇되지 않은 행동이라 확신합니다. 모쪼록 아무 일 없이 무사하실 수 있기를.
ComeAgain
09/07/08 21:56
수정 아이콘
옳은 선택을 지지합니다. 휴.

전 참여할 형편도 안 되네요; 응원하겠습니다!
The Greatest Hits
09/07/08 21:57
수정 아이콘
유구무언............입니다.
솔직히 이번 시국선언.....두렵습니다.
이 직장이 아니면 전 살아남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미안하고 또 경의를 표합니다.
09/07/08 22:13
수정 아이콘
배우자가 없다면 자신의 길을 가시고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의 말을 들으시는게 좋을것같네요
불이익은 혼자 받는게 아니니까요
스타카토
09/07/08 22:16
수정 아이콘
반갑네요~~
저는 전교조도 소속되어있지 않지만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이 눈에 보이는 이상 행동하지 않을수가 없더군요.
사실 이번에 함께 참여하는 선생님은 무척이나 적습니다.
1차선언때도 우리학교에 4분의 선생님이 다였는데 2차는 더 적더군요..
전교조도 아니면서 왜 서명하냐는 질문을 하시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생각은 저랑 비슷한것에 굉장히 희망을 느낍니다.

같이 믿음으로 한번 지쳐보도록 합시다~~^^

아! 참고로 이번에 교감선생님께 평교사가 받는 주의라는 징계에 대해 여쭤보니..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1년만 있으면 자동으로 사라져...별로 영향주는것도 없어..."라고 말씀하시네요~~
그래서 더 용기를 내봅니다.
혹시나 경고나 주의가 내려오면...이런 혼란의 시대에 가슴에 단 영광의 별이라고 생각할랍니다..
그래봤자 1년후 자동으로 사라지는 시한부 영광이지만요....크크크
2월21일토요일
09/07/08 22:17
수정 아이콘
분명 잿빛토끼님의 외침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힘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외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히로하루
09/07/08 22:24
수정 아이콘
정의롭고 당당하게 사는 길을 가시는군요. 아름답습니다.
개개인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도 선택의 기로에 서면 망설이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렵니다.
다들 힘내자구요.
폭풍의언덕
09/07/08 22:59
수정 아이콘
용기 있는 행동을 하셨네요. 힘 내십시오. :)
닥터페퍼
09/07/09 00:02
수정 아이콘
학생들이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배우겠지요^^

용기있는 행동에 감사드립니다-
힘내십시오.
09/07/09 01:13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로 번잡한 마음이시겠습니다.
전교조도 그렇지만 진보쪽은 낮은 자세로 좀더 힘을 키웠으면 합니다.
더 큰 승리를 위해 작은 몇개 승리는 내주라는거죠. 저는 이게 비겁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원단체 쪽에 몸담고 있는데요, 여기는 워낙 보수꼴통쪽입니다.(본인은 그들 말로 빨갱인데 아이러니하죠)
시국선언한 전교조 선생님들 막 욕하는 곳이에요. ㅡㅡ;
이곳에서 제가 보고 느낀점은 그들이 쌓아올린 벽은 참 크고 두껍다는 겁니다. 막막한 생각이 많이들어요.
잔뜩 웅크리고 있다 그 모아진 힘으로 한번에 빵 터뜨리는 방법밖에 없단 생각도 들고...
진보쪽 사람들은 '정치'라는 걸 속물들만 하는 거라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쨌든 그넘의 정치를 해야 힘이 키워지는 거니까
적당히 타협할줄도 알고 그래야 뭔가 개혁이 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 변절자라고 하겠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줄도 알아야한다 싶기에... 답답해서 횡설수설합니다 그려
서지훈'카리스
09/07/09 02:46
수정 아이콘
당연히 지켜져야할 가치를 지키는 것이 힘든 나라..

용기있고 멋있는 일 입니다.
나중에 지금의 선택이 꼭 후회하지 않는 선택일 것 입니다
09/07/09 03:21
수정 아이콘
대단한 용기입니다. 같은 입장일 때 저는 같은 선택을 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가 없군요. 존경스럽습니다.
09/07/09 13:23
수정 아이콘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힘 내시기 바랍니다. 얼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다시 되었으면 합니다..
09/07/09 18:11
수정 아이콘
바른 법테두리안에서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시국선언에 서명하셨다는거군요. 굉장히 용기있으신 선택이시네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고, 가치가 다르기때문에 무엇이 진짜 정의냐라고 제가 감히 말씀드릴순 없겠지요.. 하지만 글쓴이께서는 비겁하지않고 자신에게 정정당당하셨다고 말씀드리고싶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749 [일반] WoW가 재미없는 그대를 위한 퀘스트게임, 폴아웃2 [9] 헥스밤7720 09/11/23 7720 0
16826 [일반] [영화] 인류는 그 탐욕으로 멸망하리라 -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48] DEICIDE7023 09/10/20 7023 3
16570 [일반] 초난강이 아닌 쿠사나기 츠요시의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9] Alan_Baxter7059 09/10/10 7059 0
16411 [일반]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5)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1 [5] 휘리노이에스5737 09/10/03 5737 0
16196 [일반] V3 ZIP이 나왔습니다. [44] azurespace5523 09/09/24 5523 0
15663 [일반] ‘스타무한도전’을 아시나요? - 5명 대원들의 입담으로 유즈맵 정복하기 [26] 오만과나태9721 09/09/02 9721 13
14688 [일반] 인생과 게임.. 혹은 게임과 인생 [9] Lupin3895 09/07/24 3895 0
14384 [일반] 아시아 웃대채널 휴모르를 아십니까? [15] 이슬먹고살죠10455 09/07/12 10455 1
14313 [일반] 전교조의 제 2차 시국선언과 교사의 넋두리.. [16] 잿빛토끼4092 09/07/08 4092 1
14117 [일반] 도타이야기 - 내 마음 속 캐릭터 Best 3 ?! [14] Joker_6200 09/06/30 6200 0
13401 [일반] 청담동 클럽 사진 기사와 '착각' [24] swflying7121 09/06/04 7121 5
13294 [일반] 영화 [마더]에 대한 의문점.. 함께 얘기 나눠봐요 (스포 있음) [18] youngwon5540 09/06/01 5540 0
13049 [일반] 자살설과 타살설, 밸런스는 5대 5라고 봅니다. [74] 히로하루7549 09/05/27 7549 0
12286 [일반] [세상읽기]2009_0429 [19] [NC]...TesTER5169 09/04/29 5169 0
11190 [일반] 존댓말의 이유. [37] 초록추억5707 09/02/28 5707 0
11049 [일반] [세상읽기]2009_0220 [21] [NC]...TesTER5039 09/02/20 5039 0
10724 [일반] 죽어서도 살아있는 한국호랑이의 위용 - 2 [23] asuka6810 09/02/04 6810 3
10543 [일반] '판'님 스페셜 #1 - 동물의 왕국- [95] Timeless14391 09/01/23 14391 75
9063 [일반] El pipita, 과연 엘 니뇨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21] 라울리스타5536 08/10/30 5536 0
8812 [일반] 아인슈타인은 왜 반대했을까?(2) [30] 반대칭어장관7273 08/10/15 7273 5
8281 [일반] 제 비뚤어진 사회론+선악론. [13] TeO3730 08/09/09 3730 0
7734 [일반]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은 흑인종? [52] 戰國時代8165 08/08/05 8165 0
6543 [일반] 뉴라이트 큰일났네요. 맥도널드를 상대로-_- [50] [LAL]Kaidou14127996 08/06/06 79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