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도 마더에 대한 궁금한 의문점을 제시한 글이 올라 왔는데요.

인터넷 상에서 마더를 본 관객들이 의문시 여기는 핵심적인 쟁점들을
좀 정리를 하자면,

1. 도준은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고 있는가, 못 하고 있는가?

2. 도준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침통을 주었는가?

3. 도준이 저능아가 된 것은 선천적인가, 아니면 박카스를 마셔서 인가?

이 세가지 의문점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과 더불어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살짝 버무려 적어볼까 합니다.

1. 도준은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고 있는가, 못 하고 있는가?

- 이 부분은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봉감독님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지 않았구요.
다만 저는 도준이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준이 밥 먹다 말고 '살해범이 여고생을 옥상 위에 올린 이유'를 엄마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저는 도준이 자신의 범행 사실을 기억을 못 하고 있다고 확신했는데요.
자기가 죽여놓고 그 사실을 어머니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남 얘기처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은,
뛰어난 지능범이나 간이 큰 살인마들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이죠.
하지만 도준은 정말로 기억을 못 하기에 그렇게 순수하게 범행 동기를 추측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그 장면에서 도준의 모습은 '순진하거나 혹은 잔인하거나' 이 둘 중하나인데..
저는 '순진하거나' 쪽으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아닐 수도 있죠.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도 공감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이니까요.


2. 도준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침통을 주었는가?

사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면 영화 엔딩에 대한 해석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단지, '침을 놓는 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도준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라고 하십니다.
이 부분도 정답은 없지만 저는 도준이 엄마의 살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단지 도준이 그냥 줘도 될 물건을 몰래 주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느꼈는데,
봉감독의 코멘트를 보고 더 확신했습니다.
그 장면의 원래 대사는, '아무데나 떨어뜨리고 다니지마.'가 아니라
"이거 멀리가서 버리고 와." 였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섬뜩하죠;
그런데 관객들이 생각할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 후시 녹음에서 대사를 바꾸어 덧입혔다고 합니다.

결국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관객 마음이지만 적어도
감독의 애초 의도는 '도준이 엄마의 살해 사실을 인지했다' 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3. 도준이 저능아가 된 것은 선천적인가, 아니면 박카스를 마셔서 인가?

봉감독은 이 부분은 스텝들사이에서까지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부분에서 대해서도 봉감독은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도준의 이런 모습이 선천적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물론 도준이 박카스로 인해 저능아가 됐고 그 때부터 김혜자가 더욱 잘해줬다.. 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지만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즉 김혜자가 도준과 함께 죽으려고 한 이유가,
'가난 + 저능아인 도준'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집도 가난에 찌든 데다가, 자신의 아들까지 저능아라서, 이 아들이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막막해서 함께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결론적으로 생겨나는 딜레마-

하지만 위의 1,2번 지점에서 이 글을 올린 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대강 인터넷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의견들이 두 갈래로 확연하게 나뉘어지더군요.
[도준이 자신의 범행을 기억함] -> [침통을 보고 역시 엄마의 살해 사실을 인지함] ->[증거 인멸 위해 침통을 건네 줌]
[도준이 자신의 범행을 기억 못 함] -> [침통을 보고도 엄마의 살해 사실을 인지 못 함] -> [불법 시술하다 걸리지 말라는 의미로 건네줌]
이렇게 두 갈래로만 해석하시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지 의문입니다.

저의 생각은,
[도준이 자신의 범행을 기억 못 함] -> [그러나 엄마의 살해 사실은 인지함]
즉,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지만 엄마는 살인자라고 인식하게 됨] 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위의 1번에서 말씀드린 대로 '도준은 자신의 범행을 기억은 못 하지만'
살해와 관련해서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른 인물인(도준 입장에서 보면 '살인자'일 수도 있고 '목격자'일 수도 있는)
고물상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사실을 유일하게 엄마에게 알렸습니다.
(즉, 저는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도준이 고물상 할아버지의 얼굴을 알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결국 영문도 모르게 석방을 당하게 됐지만
살해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고물상 할아버지가 불에 타 죽었고 그 화재 현장에서 피 묻은 엄마의 침통을 발견했습니다.
더군다나 도준은 이미 마음 속에,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잠정적 살인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여고생을 죽인 건 아니지만, 나를 석방시켜주기 위해 내 어머니가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였다] 라고 도준이 인지한 것.
(우리 엄마는 나도 죽이려 했으니 충분히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음)
라고 결론내렸지만, 저 또한 제 생각이 완벽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생각할 수록 의문점만 더해갈 뿐입니다.


어쨌든, 저는 개인적으로 [마더]의 의문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피지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세가지 쟁점에 관해, 영화를 보신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자유롭게 토론해 보아요~


p.s 덧붙여,
김혜자가 도준의 사진을 찢어서 사진관에서 확대 인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찢겨진 사진의 나머지 반 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김혜자와 진구는 어떤 사이일까요? 관객들이 모르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