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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1 11:01:15
Name 나무야나무야
Subject [일반] 노무현, 박근혜, 이건희
예전....시험 준비하던 때에 작문연습삼아 써둔 글을 찾았다.

CJD일보 중 한 곳의 기출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차기로 유력한 그네히메, 최근 무죄판결로 홀가분해 진 이건희, 그리고 노무현.

이 글 쓸때는 참 별 걸 다 해야 한다 싶었다. 안 엮일 것 같은 세 사람. 사실 잘 안엮이는 세사람이다.

내일부터는 공허한 마음 달래고, '포괄적 살인'의 죄책감을 털고 다시 일해야 하기에...그에 대한 내 나름의 추억의 글을 올려본다.

작성시점: 2008년 5월
작성시간: 1시간
수정횟수: 2회
(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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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은 누가 뭐래도 '말'이다. 달변가이자 대단한 토론가였던 그는 자신의 '말'을 무기라 믿는 듯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가진 무기가 '말'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권위를 버리겠다고 했다. '권위주의'와 '권위'를 착각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사정기관'을 수족처럼 부리면서 입을 무겁게 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 권위를 얻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침묵을 통해 얻는 권력'을 스스로 버렸다는 점에서 그는 일정부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많은 언론들은 이에 발끈했다. '말을 하는 권력을 가진 이들' 입장에서 자기들 역할이 뺏길까 걱정스럽지 않았을까 이해도 된다. 대통령이 원래대로 권력과 권위를 유지해주면 자신들은 그 심중을 분석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써야하는데 이건 뭐 솔직하게 다 내뱉고 있으니….

반면, 박근혜는 '침묵'이 주는 효과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침묵'에 더해서 박근혜는 '칩거'라는 무기도 쓸 줄 안다. 궁정동 안가에서 사정기관의 '임자'들과 은밀히 대화하면서 그들을 수족처럼 부리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제대로' 배웠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권위의 획득방법과 권력의 행사방법을 정확하게 배운 것이다. 특히 이 나라의 수장은 아닌 만큼 적절한 '칩거'까지 곁들여 기자들과 국민들을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한 뒤 떨리는 음성으로 '신뢰가 중요하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을 연출해도 좋다. 이렇듯 별 것 아닌 300단어 이하로 적절한 타이밍에 같은 말을 반복해주면 기자들도 신이난다. 이 얼마나 심층분석하기 좋은가. 물론 그녀는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친위대가 있다. 그 친위대가 '살아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던 그녀에게 현재 위기가 닥치고 있다.

이건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말을 듣기는커녕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목마르게 그의 한 마디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가끔 '샌드위치론' 정도를 슬쩍 던져주면 경제전문가들까지 동원되어 그 의미를 해석한다. 그도 역시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가끔씩 회장실에 나타나 '전략기획실'에서 일하는 자신의 수족들과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익혔으리라. '조용조용한 일처리 방식'은 다른 대척점에 서있던 '정주영'회장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경영술'이었음에 틀림없다. 삼남임에도 '세자책봉'이 된 이건희는 이런 전략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을 거다. "삼성공화국은 없다"라는 책을 보면, 이건희가 '승지원'에서 새벽 세 시든 오후 세 시든 그의 측근을 불러 모아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 자주 묘사된다. 궁정동 안가의 밀실정치와 겹쳐 보이는 승지원의 밀실경영이다. 어쨌든 이건희는 요새 주로 타의에 의해서였지만 얼굴을 보여줬고 얼마 전에는 이건희 치고는 제법 긴 '말'도 했다. 오래된 습관은 있는지라 결국 그의 측근 이학수가 뒤에 '회장님의 방침'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방식이었지만….

'이건희의 침묵과 은둔'은 '박근혜의 침묵과 칩거'와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건희는 기본적으로 영향력문제를 떠나서 '사기업'의 총수다. 그는 불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침묵과 은둔의 경영을 할 수도 있고 그것으로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바라보고 있는 정치인이다. 더 이상 친위대를 수족처럼 부리면서 침묵을 활용하면서 정치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살았는데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친위대의 위기 앞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치'는 정치라기보다는 권위획득과 권력행사의 기술이었을 뿐, 국민과 소통하면서 이끌어가는 민주정치의 그것은 아니었다. '수족이 잘릴 위기'에 처한 그녀에게 변화를 주문하고 싶다. 입을 열고 광장으로 나와서 진짜 정치를 해주길…. 진짜 정치는 말을 하는 거다. 아직 우리 국민들과 언론이 익숙한 방식이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제안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철학과 견해를 밝히고 검증받는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유의 투박한 스타일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그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배를 누르면 늘 '아이러브 유'를 반복하는 인형처럼 '신뢰와 원칙'이야기를 반복하던 그녀에게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어머니 헤어스타일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대구에서 악수만 하지 말고, 친위대를 보호하는 따뜻한 리더의 이미지만 고수하지 말고 민주정치의 광장에서 '말'을 하라. 그때 나는 '정치인 박근혜'를 다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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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m Chomsky
09/05/31 14:31
수정 아이콘
제가 박근혜라는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그녀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이미지 정치는 그만하고 능력 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가며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차기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박근혜씨가 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총리든, 아니면 장관이라도 맡아서 제발 능력 좀 보여주세요. 물론 이미 레임덕 비슷하게 겪을 이명박 정부에 그녀가 몸담을 일은 희박해 보입니다만.
적어도 현실정치로 나온다면 그녀의 능력 가지고는 더 이상 말 못할 겁니다. 자신이 없는 겁니까?
언제까지 미소만 짓고 슬픈 눈으로 악수만 하시렵니까? 무리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쉬운 길로만 가려 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될지 몰라도 제 한 표는 절대 가져가지 못할 겁니다.
박강조
09/05/31 16:33
수정 아이콘
쉬운 길로만 가려 한다면 차기 대통령은 커녕 대권주자도 못 될 겁니다. 박공주는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수첩은 괜히 들고 다니겠습니까? 말을 못한다는 걸 의심 받기 두려워 잘 듣고 말을 아낀다는 걸 강조하려는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박정희라는 괴물의 씨앗이 어딜 가겠습니까
09/05/31 18:35
수정 아이콘
박근혜는 훈수정치인의 그릇을 못넘죠,.,옆에서 훈수 두다가 정작 장기판을 내주면 어찌될까요..
서정호
09/05/31 21:05
수정 아이콘
아무말도 안해도 대통령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박근혜씨를 보면 머리 위에 투명 현수막이 항상 붙어있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쓰여져 있죠. '전 불행하게 돌아가신 박정희 전 대통령 각하의 딸입니다.' 라구요. 박근혜씨는 이거 빼면 완전 시체라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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