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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9 13:55:34
Name ijett
Subject [일반] 광화문 다녀왔습니다.
세종로 네거리에서 동아일보 전광판으로 영결식 보고, 영정과 운구차량 배웅하고 들어왔습니다.

1.
시청광장과는 달리 노란 볕가리개나 풍선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드문드문 계셨습니다.
간간이 노란색 도화지를 나눠주면서 비행기를 접어 날려 주기를 부탁하시는 분들이 있었구요.
근조 리본, 어두운 색깔 옷 정도 갖추어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영결식 방송 내내 딱 한 장면 빼고는(어느 장면인지 다 아시죠) 조용히 가신 분 추모하는 분위기가 유지됐습니다.
(아, 큰 소리로 KBS 카메라 치우라고 하신 분이 건너편에 계셨습니다; 그분 딱 한분)

2.
한명숙 총리 조사 듣고 있으니 눈물이 나더군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이제 다음 세상에서는 바보 되지 마시라고- 이런 세상에서 대통령 같은 거 되지 마시고,
정치 같은 거 하지 마시고, 혼자서 그 무거운 짐 다 짊어지고 가지 마시라고.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바로 전 한승수총리의 다분히 의례적인 조사와는 대조적인,
한 사람의 절절한 마음을 그대로 담은 목소리여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3.
전경(? 이 명칭이 맞나요?) 이 처음에는 도로변에 한 네줄 정도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러다 운구차 지나갈 공간이 필요하니 시민들이 한 3m(!) 정도 물러나달라고 경찰쪽에서 부탁을 하셨는데,
물론 인도가 꽉 메워진 지 오래라 30cm 물러나기도 힘든 상황이었구요.
결국 시민들이 물러나는 대신 전경병력이 1-2줄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서 계셨는데 영결식 끝나고 운구차량 기다릴 때는 경찰도 시민도 모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뒷분들이 안보일 수 있으니까요.
영정과 운구차량 지나갈 때 제 주변 많은 분들이 정말 슬프게 우셨어요. 노란 종이 비행기도 많이 보였구요.
"사랑합니다" "잘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소리 높여서 작별인사를 외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4.
대통령 부처 헌화 때는 예상은 했지만 야유가 커서 새삼 놀랐습니다.
방송에서 보셨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잠깐 뒤돌아보면서 당황하는 모습이었구요.
제가 있던 곳은 한목소리로 야유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서 웅성거렸고 몇분이 소리를 크게 지르시기도 했습니다.
"얼굴 두껍다!" "xxx!" 등등. 그러고 보니 "꺼져!"도 저 있는 쪽에서 들은거 같네요. 방송음성이 크게 들린 것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 조용히 보내드렸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었습니다만, 그러시는 분들의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오늘 이 소리가 어떻게 나온 것이며, 어떻게 커진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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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미키
09/05/29 13:57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길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The xian
09/05/29 13:58
수정 아이콘
유감입니다만,

영결식 당일에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 강제철거하고 노란색 물건까지 지침 없이 걷어가는 자들에게
'진지한 생각 및 반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지옥에 떨어져봐야 후회할 자들인 듯 합니다.


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터에서 근조 리본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달덩이
09/05/29 13:58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점심 때 헌화해주는 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랬는데.. 저도 마음으로는 그분들 심정이 이해는 되네요.
당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런 말을 그 자리에서 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하길 바라는건 무리일까요?
GrayScavenger
09/05/29 13:58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길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2)
09/05/29 13:59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09/05/29 14:00
수정 아이콘
아마 '진지한 생각 및 반성'은 분명히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저런 소리가 아예
나오지 못하도록 어떻게 철저하게 짓누르고 잡아들이고 왜곡시킬까에 대한
매우 진지한 성찰을 시도하겠죠.
방랑자크로우
09/05/29 14:03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길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3)
TWINSEEDS
09/05/29 15:10
수정 아이콘
저도 다녀왔습니다.
그분이 즐겨부르셨다던 '상록수'를 함께 부르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09/05/29 15:30
수정 아이콘
아..라이브로 보여드린거 삭제했어요. 라이브가 종료되었더라구요..
ijett님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가고싶었는데..휴가를 내지못해 회사에서 함께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길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4)
Cazellnu
09/05/29 16:09
수정 아이콘
점박이멍멍이
09/05/29 16:17
수정 아이콘
시청광장에서 마지막 운구차 떠날때 다 같이 부르던 아침이슬....
가장 슬펐던 아침이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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