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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5/07 19:39:50
Name lovehis
Subject [일반] 어설픈 "공감각"적인 글(2)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바둑의 문외한
          들은 몇 년 전에 둔 바둑도 복기해 내는 기객의 재주에 감
          탄하곤 한다. 하지만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르는 사람이 흑
          돌과 백돌을 번갈아 바둑판 아무 곳에나 내려놓은 다음 돌
          을 놓은 순서를 재현할 것을 요청하면 국수급의 기사라 하
          더라도 재현하지 못한다. 기사는 돌이 놓인 반면의 좌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돌들의 관계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의 시각 전부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사
          람은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이나 열을 보는 것이 아니다. 사
          람은 자신이 해석한 세상을 본다. 같은 수준의 화가 두 명
          이 같은 풍경을 그려도 같은 풍경화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영도 - "피를 마시는 새" 17장 도입부 중 에서.
    
    
  국어책에 나온 말들 중에서 "공감각"적이라는 말처럼 웃긴 말도 찾기 힘들다. 사람은
언제나 무엇을 보거나 무엇을 먹거나, 무엇을 하거나... 항상 "공감각"적이다. 최소한
그 무엇을 인지 한다는 것 자체가 "공감각"적인 행위 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사고
자체가 공감각적인데 어떻게 공감각과 그렇지 않은 감각을 나눌 수 있다고 말을 하는 지
난 잘 이해 할 수 없다. 어쩌면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들 에게는 자신의 시각과
미각 혹은 촉각이 따로 놀아 합성이 안될 지도 모르겠지만, 난 아직 그렇게 까지 둔한
사람을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공감각 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획일적으로 길들
이고 싶어하는 누군가의 의지에서 파생된 단어 일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음모론이 떠
오르기도 한다.(*)

  사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그에 따른 감정이 분명 존재하는 한다. 가끔은 너무나
익숙해져 무감각 해진 어떤 행위를 할 때에도, 분명 그 당시 행자의 감정에 따라 그
감각이 무심결에 다른 이에게 전해져 다른 이의 감정에 영향을 줄 때도 있다. 이런 감정의
흐름은 단순한 것이겠지만, 그 단순함 뒤에 숨겨진 수많은 메카니즘에 결과는 나를 당황
하게 하곤 한다. 마치 옜 여친에게 해어짐을 강요당하는 마지막 전화를 하였을 때 그녀의
음성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쯤에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말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웃고 있는 그를 보았다. 사실 내가 본 것은 그의 웃음이라는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그의 지난 시간, 그의 지난 절망, 그의 지난 추락, 그리고 그의 다가올 그 무엇을 본 것
이다. 단지 시각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난 수많은 것들을 주마등처럼 보았고 -아...
본 것인지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보였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다른
감각을 선물 하였다. 그의 웃음으로 시작된 시각적 이미지는 곧 신경을 타고 정체 모를
감각으로 변환되어, 나의 피부를 짜릿한 전율로 관통하였고,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터 목을 통해 전해져 오는 단말의 탄성- 혹은 희열의 신음-이 되어 나의 귀를 자극하였고,
그 자극은 다시 혀로 이어져 비릿한 맛으로 느껴졌으며, 그 맛은 나의 뇌의 수없이 많은
신경 세포들을 휘감돌았고, 휘감은 충격은 다시 눈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타고 시각적
이미지로 변경되어 눈 앞에 보였으며, 다시 그 이미지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였고 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피부로 느낀 순간 난 감동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처럼 짧은 순간 난 나의 모든 감각에 대해 한바탕 휘몰아 치는 공감각적 테러를 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이였다. 그 순간의 그의 웃음을... 다른 남자의 웃음이 날 그렇게 만든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행할 수 있는 가장 무자비한 공감각적인 테러를 그는 그 순간
나에게 자행한 것이다.




잘왔다. chrh...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일전에 쓴 글을 차용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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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글을 쓰면 뭔가 달아난 것 처럼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있으신 분 있나요?
전 심지어... 업무 메일을 쓰곤 해도 그러곤 하는데... 고질병 인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일이
바쁜 지금은 글을 왠만하면 쓰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눈팅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철야를 하려 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군요. 아무튼...

전 잘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만 빼고는....(또 도망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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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bolic_Synthesis
07/05/07 19:51
수정 아이콘
lovehis님의 글을 이용하자면
잘왔다. lovehis...

오랜만에 뵈는 듯 한데.. 제가 못본건지, 눈팅만 하신건지-
올드 유저를 보니깐 반갑네요.
마술사
07/05/07 19:52
수정 아이콘
에게로!
Daydreamer
07/05/07 20:29
수정 아이콘
잘오셨습니다. lovehis님... (차마 반말할수가 없어서 ^^;;;)
어이야
07/05/07 20:58
수정 아이콘
이글도 역시 공감각적인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07/05/07 21:47
수정 아이콘
오랜만이어요, 럽히즈 님. 인규 선수 이긴 다음 날에 이런 글이라니... 제가 말 안 해도 아시죠?^^
히로군
07/05/07 21:49
수정 아이콘
아 본문과는 조금 상관 없지만.. 피를 마시는 새 정말 정말 대단한 명작 아닌가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여러번 읽을때마다 이 작가 천재라는 생각이..
세이시로
07/05/07 22:37
수정 아이콘
오, 이게 누구시랍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DayWalker
07/05/07 22:44
수정 아이콘
아. 반갑습니다. 잘 오셨어요. 고양이 미유?였던가요.. 잘 있나요? 하하하..
07/05/07 23:13
수정 아이콘
정말 너무나도 멋진 글입니다. 추게로~
잘 읽었습니다.
AstralPlace
07/05/08 00: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최인규 선수의 이 승리로 인해 살아나시는 분들이 많군요. :)

글이야 당연히 추게행...
LowTemplar
07/05/08 03:50
수정 아이콘
헉 고양이 없어지셨...?

암툰 오랜만입니다 ㅇ.ㅇ//
쪽빛하늘
07/05/08 13:21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그날 최인규 선수 정말 멋졌습니다~~~
07/05/08 15:35
수정 아이콘
모두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올드라면
07/05/08 16:40
수정 아이콘
"오랫만이예요" 혹은 "잘 지내셨어요" 따위의 인사말을 드리기에는 너무 반가운 이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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