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한 명 있었다.
임동혁이라고 당시는 영재에 천재 피아니스트로 알려졌고,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버린 피아니스트이다.
이야기를 조금 전환해 동생과 그 피아니스트와의 인연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동생과 그 피아니스트와 인연이 닿은 건 아마 동생이 고1때쯤이었을 거다.
임동혁이란 피아니스트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부각을 받아 쥬니어 쇼팽 콩쿨에서 2위를 했었고,(당시 1위는 형이었던 임동민)
세계적인 거장 마르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그 때쯤 동생이 그 피아니스트의 카페 운영자를 하게 되면서 둘이 인연이 닿았다.
재미있는 일화로는 당시 임동혁과 동생을 포함한 카페 운영자들이
호프집에가서 술을 마셨는데, 주인이 민증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운이 좋게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동생이 화장실을 간 사이였었는데,
문제는 임동혁 본인이었다.
당시 임동혁은 성인이라 문제가 될 건 없었는데, 민증이 없는 것이다.
그러자 주인이 그럼 주민번호를 대면 자신이 조회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많이 생활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민증번호를 확실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래저래 성인임을 증명하지 못하자 임동혁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는지,
'여기 인터넷은 되죠?' 라고 물으며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가게 했다.
그리곤 '임동혁으로 검색을 해보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주인은 대체 이 청년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요구하는대로 검색을 했다.
그리곤 당연하게 임동혁의 사진과 프로필이 떴다.
당연히 프로필엔 그의 생년 월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게 저이거든요. 성인 맞죠?' 라고 하며 무사히 잘 넘어간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일화는 동생이 고2 쯤 되었을 때.
아직은 동생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일반 학원에서 학과 공부를 하던 동생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 했더니 그 피아니스트 임동혁이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지금 어디냐고 묻는 것이다.
당황한 동생은 지금 학원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지금 독일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임동혁은 다시 지금 있는 위치가 정확히 어디냐고 묻는 것이었다.
수업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동생은 빨리 전화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평촌 어디쯤의 학원가이다. 라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분명 독일에 있어야할 피아니스트가 자기가 어디있는지 왜 궁금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러려니하며 수업을 들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전화가 다시 왔다. 또 다시 임동혁이었다.
그리곤 하는 말이 학원에서 나오라는 거다.
동생은 그 때가지도 상황파악이 안 되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임동혁은 그냥 묻지 말고 나오기나 하라고 말했다.
동생은 미친척하며 수업 도중에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고 학원을 나오자
그 앞에서 임동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정을 알고보니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연주 때문에 한국에 들렸던 임동혁이
잠깐 놀 사람이 필요해 동생을 부른 것이었다.
그렇게 동생과 임동혁은 그 당시 임동혁이 할 연주회 프로그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진
다른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장을 갔다.
피아노계에선 스타인 임동혁을 사람들의 못알아볼리가 없었고
당연히 당시 연주를 하던 연주자도 난리가 난 것이다.
자신의 연주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보러 와주었으니, 그건 자신의 연주를 인정해준다는 말 아닌가.
물론, 동생과 임동혁은 그런 것 때문에 간 건 아니었다.
그냥 놀 건 필요했고 우연히 프로그램이 같은 연주회가 있었고, 오로지 그 이유때문에 간 것이었지만,
여하튼 둘은 재밌게 놀 수 있었고 당시 연주자에게 좋은 인상까지 주었으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그 뒤로 동생도 입시가 다가와 운영자를 그만둔데다
임동혁은 너무나도 큰 스타가 되어버려 더 이상 인연은 닫지 않지만,
임동혁의 연주는 동생에게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 뒤로 수년 뒤 임동혁의 연주회를 보고 온 동생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오랜만에 연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든 생각은 이런 연주자가 있는데, 내가 과연 연주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난 아무리 해도 이 만큼 치지 못할 게 분명한데...'
솔직히 상당히 무서운 말이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대학생활이 재미있는 만큼,
피아노에 대한 동생의 슬럼프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가 보였고,
가장 결정적으로 피아노를 쳐야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피아노에 대한 흥미도 현저히 떨어져가고 있었다.
그 때 쯤 호로비츠의 마지막 제자로 알려진
NYU의 할림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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