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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24 20:33:29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L.O.T.의 쉬어가기] 어느 동생의 대화명을 보고...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많다. 정보를 얻고 소식을 접하기도 하며 누군가를 만나고 또 멀리 있는 사람과의 대화 내지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하는데 내 감정과 관계없이 어울리는 것이 좋다. 그게 삶이고 조화로움이니까. 메일은 시공을 초월하는 놀라움이 있고 메신저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니 자주 접속하곤 한다.


특히 메신저의 경우 텍스트로 한정되어있긴 하나 그나마 사람의 희로애락을 빠르게 캐치 할 수 있는 매개체라 본다. 특히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대화 명인데 그 대화 명으로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짐작 가능하다. 그 사람의 기분이나 고민거리 등을 알고 있다면 대화 명에서 나타나는 것이 사실인데 특히 내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냥 잠자코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좋은 일이면 나눠서 배로 만들어 축하해주고 안 좋은 일이면 나누어 반으로 만들어 함께 할 누군가를 그 사람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헌데 난 유달리도 오지랖이 넓은 걸까? 친근함이 깊고 얕음을 떠나 어떤 이가 힘겨워하거나 어려운 지경에 놓인 사람들의 대화 명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모른 채 하고 넘기기가 어렵다. 그 때문인지 지인의 자살충동을 말로 막아도 보았고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도 주었다. 물론 그 위로가 진정으로 그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박혔을지는 의문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처음 만났을 때 중학생이었던 동생의 대화 명을 보았다. 그 친구와 나는 8살 차이가 나더라. 그 친구의 대화 명은 욕이었다. 우리가 무심결에 쉽게 하는 욕이다. 나 역시 자주한다. 그 말을 영타로 적었더라.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 나는 말을 건넸다.  


A : "헤이, 무슨 일이야?"
B : "슬럼프에요"


A : "왜?"
B : "그냥 잘 안되네요. 다..."


A : "세상에 잘 나가는 사람도 인정 못하는 부분이야, 잘 안 되는 부분도 버무려가며 잘 가야지"


내 말이 딱딱했는지 그 친구는 그저 멋쩍은 듯 웃기만 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A :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보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야 해"
B : "그렇죠... 아무래도 형은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부럽네요. 어쩌면 흠..."


뜻밖의 대답이었고 의외였다. 난 그냥 ‘네’ 라고 말할 줄 알았다. 내가 의외였던 이유는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때문이다. 도대체 그의 눈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지 심히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A : "왜지...?"
B : "그냥요, 형은 뭔가 긍정적일 거 같고 감사해할 거 같고 그래요. 말씀하는 거에서 포스가... 그렇게 느껴져요 형이 말하는 거 보면 그래서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이유는 그저 그랬다. 이제부터 내 생각이 하나씩 적힌다.


A : "포스 그런 거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형도 다 느껴 세상이 잘 안되고 JR(죄송합니다) 같은 것도 알아. 그것 땜에 신경질 내기도 하고. 그래도 가만히 보면 세상만사가 다 그러니까. 신경질 내봐야 내 손해야. 너를 이해 못하지 않아. 다 똑같거든. 헌데,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겉으로 보면 네가 조건이 나아 뭔 말인지 알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말하는 포스는 어디서 왔을까? 그건 고생 때문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생은 하지만 특히 형은 그 십자가를 평생 안고 가야한다. 내 고생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너를 혼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 가운데 화나면 도리어 네가 낮은데 처하고 없는 것을 자랑해봐라. 맘이 편할 거야. 물론 그러기 어렵다. 하지만 해 보는 거야...!"


B : "네 잘 알았습니다... :)"


대화를 마치고 든 생각이 있다. 열아홉, 그 나이 때 생기는 고민은 엄청 많다. 입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앞을 가로막는 듯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때이다. 때때로 나조차도 망각하는 이것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내가 주제넘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 (자신) 위치에서의 행복' 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노력의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개는 불만족에 의한 상실 속에서 살고 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늘 행복하길 빈다. 그리고 혹 그들이 지칠 때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고 부족하지만 나로 인해 희망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건 없겠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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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9/01/24 22:55
수정 아이콘
같은 처지에 있더라도 어느 쪽을 향해 서있느냐가 정말 중요하지요

잘 읽고 갑니다^^
Game_mania
09/01/25 00:48
수정 아이콘
마치 지금의 저에게 하시는 일갈과도 같은.... 하핫-
Love.of.Tears님이 상대분에게 하시는 말씀이 제 가슴에 콕콕 박혀오는데요-
나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걸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볼수 있어서 좋을텐데.. 저란 사람은, 참 간사해서 그게 쉽지 않긴 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많은 생각 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ilovenalra
09/01/25 01:35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저 아는 분이 LOT님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저런식으로 매일 채찍질해주셨어요 ㅠㅠ
어느 순간 군대가고 나서부터 그분이 없으니까 휑~하네요
날 잡아 줄 사람이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자극받고, 다시 시작할 계기가 되고.. 하는 일이 전보다 많이 줄었군요.
저도 이제 20 힘내볼라구요!!!
09/01/25 05:49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혼자서 제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도 원망해보고 괜히 땅만 보며 걷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만나도 즐겁지가 않고, 혼자있기는 싫지만 괜히 혼자있고 싶을 때도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거 다 부질없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우리가 지나가는 말로 "좋게 좋게 삽시다" 라고 하는데 저 말이 맞습니다. 괜히 세상에 반항해보고 삐뚤어지면 뭐합니까. 슬럼프는 누구나 오는거라고 봅니다. 살다가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저도 한때 공부도 잘되고 여자친구도 있고 모든 것이 행복할 때 교통사고 났었습니다. 그 이후로 후유증 때문인지 공부도 잘 안되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졌구요.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피하는 것보다 극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업이나 직장 같은 경우에 피하려고 해봤자 피할 곳이 없어서 어차피 맞부딪혀야 하는데 그럴바엔 애초에 극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전념하는 것이 더 이롭습니다. 친구분께서 슬럼프를 잘 극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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