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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27 22:52:44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의지란 무엇인가

:: 의지란 무엇인가 ::

서론

의지가 무엇인지는 상당히 난해합니다. 쇼펜하우어는 표상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해놓고, 의지에 대해서는 신비주의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목적론적이고, 난해합니다. 우리는 복잡하거나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관점 중 단순한 하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P. 의지는 공리입니다.

본론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참이라 간주되는 걸 '공리'라 하죠. 공리는 증명된게 아닙니다. 간주된 것입니다. 논리를 이야기할 때, '전제'도 공리에 해당합니다. — Q. 의지란 무엇인가! — P. 의지는 공리입니다. 인간 정신에 있는 '공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리는 창조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공리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공리를 스스로 창조할 수 없다면, 인간이 기계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미 설정되어 있는 공리들로 그저 기계적인 프로세싱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혹은 그저 우연에 따라 변덕스럽게 돌아가는 무의미한 존재란 의미일 것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공리를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관우 : 배신은 없다.
루피 : 해적왕이 될거야.

그의 공리가, 그가 누구인지 설명합니다. 그가 갖고 있는 공리 중에서, 그가 스스로 창조한 공리가, 그의 본질입니다. DNA도 공리이긴 하죠. 그러나 이는 운에 의해 주어진 공리입니다. 스스로 생성한 공리와 동일한 자격이 있다고 보기 곤란합니다.

'인간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이런 말이 있죠.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의지를 생성하는 존재이다. 목적론적 발언을, 생성론으로 바꿔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니체입니다.

니체 초인사상에는 낙타, 사자, 아이가 나옵니다. 그중 사자가 바로 '의지'를 생성하는 존재입니다. 이 글의 관점으로 니체를 해석하자면, 사자는 용의 명령 즉 기존 공리를 부정하고, 새로운 공리를 설정하는 존재입니다. 공리axiom은 정리theorem을 생성하죠. 공리는 참이라 간주된 것이고, 정리는 공리에 의해 참이 된 것입니다. 공리에 의해 정리가 생성되는 과정은 아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리계 관점에서 본 니체의 초인사상입니다. 다시 결론을 적어놓겠습니다.

P. 의지는 공리입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하게 말한 것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봐야 진실에 더 가까운 말이 될 것입니다. 의지에는 근력과 체력이 있습니다. 의지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근력과 체력에 한계가 있고, 맥락에 따라 발현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무한한 근력과 무한한 체력을 갖고, 어떤 맥락과 조건에 관계없이 발현되는 의지 — 그런 건 아마도 신이 가질 수 있는 의지일 것입니다. 인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의지를 공리라 해석할 때, 그걸 완고한 의미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공리들끼리 충돌날 수도 있습니다. 수학이나 물리학의 공리계라면, 모순없이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이겠지만, 인간 정신에 있어 공리는 충돌이 나고, 힘싸움을 해야 합니다.

의지가 있는데, 두렵다면 어떨까요?
의지가 있는데, 수치스럽다면 어떨까요?
의지가 있지만, 자랑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의지가 있지만, 칭찬받고 싶다면 어떨까요?

의지에는 근력과 체력이 있고, 맥락이 있습니다. 삼국지의 관우는 '배신은 없다'라는 공리를 조조에게 테스트받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공리가 대체 얼마나 강한지를 시험받은 것입니다. 조조가 관우를 극진히 대하고, 적토마까지 선물해줬는데, 형님인 유비가 어디있는지 알게 되자, 유비의 가족들을 데리고 탈출합니다. 조조가 아무리 잘 대해줬어도, 관문들을 지키는 조조의 군대를 베어버리고 유비를 향합니다.

인간은 의지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지에 복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창조한 의지에, 자신이 복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명령자가 복종자를 착취해서는 안 됩니다. 명령자와 복종자가 함께 기뻐야 합니다. 니체는 그것에 '자유'라는 의미를 부여한 듯합니다. '의지의 자유'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지에 복종하는 훈련이 바로 '낙타'입니다. 초인사상의 낙타입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기뻐합니다. 고통과 기쁨이 함께 있습니다. 더욱 무거운 짐을 달라고 합니다. 가장 무거운 짐을 갈망합니다. 초인사상의 첫 단계가 바로 복종훈련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남의 명령에 복종했더라도, 그건 훈련과정일 뿐, 사자가 되어서 명령을 거부하고, 스스로 의지를 창조합니다.

스스로 창조한 의지가 있고,
의지에 복종하는 훈련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 단계가 진행됩니다. 아이는 순수한 존재이고, 놀이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나머지 정신이 조직됩니다. 마치 수정란이 DNA에 따라 몸을 조직하듯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신이 조직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쁨이 있습니다. 공리에 따라 정리들이 생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쁨이 있습니다. 습관은 정리의 일종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의지에 따라 습관들이 생겨납니다. 의지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도 달라집니다. 관찰에 공리가 적재되어 있습니다. 의지에 따라 인식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물론 의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집니다.

P. 의지는 공리입니다.

다만 이는 의지를 보는 다양한 관점 중 하나입니다. 의지를 수학에서 공리에 해당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리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두고 어떤 관점에서는 자유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의지를 창조할 수 있고, 그 의지에 복종할 수 있고, 이로써 기쁨을 느끼면, 자유라 할 수 있습니다.

보론 1 : 시적 공리

의지는 명시적으로만 작용하는게 아니라, 마치 시처럼 무의식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의지의 명령이 활동하고, 이에 대한 복종이 활동합니다. 그걸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일일이 감시할 수 없으며, 의식적인 선택으로 일일이 다룰 수 없습니다.

보론 2 : 칸트와 니체

칸트는 <판단력비판>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첫째는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에 대한 메타적인 설명입니다. 그것의 핵심 키워드는 목적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미적 현상과 천재에 대한 설명입니다. 바로 이 둘째가 니체의 초인사상과 연결되는 거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즉 초인사상은 미적인 것이며, 또한 인간의 천재성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천재가 명시적으로만 자신의 정신을 지휘할 수 없습니다. 무의식의 창조적 힘이 필요합니다. 예술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에 빠져있던 사람이었고, 고대 그리스는 탁월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적 문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니체는 소크라테스가 그걸 훼손했다고 생각하고, 소크라테스를 맹비난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인간정신은 지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도 무의식에 상당히 의존합니다. 욕구가 일어난 다음에 그 욕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인격이라 생각하지만, 애초에 어떤 욕구가 일어나며, 어떤 타이밍에 일어나는지, 그 욕구와 함께 다른 어떤 욕구가 함께 일어나는지, 이런 것들도 인격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인과관계에 신경회로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불안에 시달리고, 그 불안을 잠재우려고 생각을 길게 일어나갑니다. 그러나 불안은 해소되지 않으니, 생각을 지나치게 하게 되고 그 결과 점점 정신이 쇠퇴해갑니다. 그런데 초인사상은 이러한 인격적인 것을 미적 현상을 통해 조화시키고 조직하려는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니체가 이런데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불건강 → 건강 → 고귀 → 신 ::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불건강에서 건강으로 가는 방법을 찾았고,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고귀해지는 낭만을 가졌던 것입니다. 고귀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에 해당합니다. 인간과 신의 중간항이죠. 니체 철학은 건강철학이고, 생성철학이고, 미적철학입니다. 제가 볼 때 그렇습니다. 그리고 영웅주의적 성격이 있습니다. 헤겔의 전체주의와 대조적으로, 니체는 개인주의적입니다. 그를 선해하자면 — 영웅같은 개인들이 세상에 출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니, 나는 초인들을 탄생시키는데 공헌을 해야겠다. —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론 3 : 데이비드 흄

참고로 저는 제 스승이 흄이라 생각합니다. 개연적 사고를 하고, 생동성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주의자이고, 단순성을 추구합니다. 이 글의 맥락입니다. 의지라는 매우 난해한 것을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설명했습니다.

P. 의지란 공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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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구름
25/08/28 00:02
수정 아이콘
제가 찾던 의지가 여기 있었네요
수금지화목토천해
25/08/28 00:06
수정 아이콘
소설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서 통하는 자신만의 정의와 설정, 공식을 지루하고 와닿지 않는 비유로 최대한 길게 쓰려는 목적으로 쓴 글같다는 인상입니다
25/08/28 06:37
수정 아이콘
꾸준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번개맞은씨앗
25/08/28 12:5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부대찌개
25/08/28 09:42
수정 아이콘
의자란 무엇인가라고 보고 들어왔는데..
25/08/28 09:51
수정 아이콘
사내게시판 이용하는 사장님
25/08/28 11:27
수정 아이콘
자유게시판 일기장은 아니긴한데 음 뭐랄까 일기같은 느낌도 들고. 뭐랄까 약간 기괴한 느낌이 듭니다.
이글만 봐도 의지를 분석하기 전에 공리가 뭔지 분석해야할 것 같은데. 남의 일기장에 딴지놓는것도 이상하고 하여간 기괴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5/08/28 12:41
수정 아이콘
의지가 공리라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네요. 공리와 의지가 무언가 공통점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셨을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공통점을 중점으로 논리를 펼쳐나가야 될것 같거든요. 그런데 마치 의지와 공리가 비유가 아닌 동일한 개념인 것처럼, 공리에 적용되는 논리를 아무런 의심 없이 의지에도 적용시키는 지점이 의아합니다.
번개맞은씨앗
25/08/28 12:52
수정 아이콘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참이라 간주되는 걸 '공리'라 하죠. 공리는 증명된게 아닙니다. 간주된 것입니다. ... 의지는 공리입니다. 인간 정신에 있는 '공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리는 창조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공리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입니다.’

→ 의지는 참이라 간주된 것. 스스로 참이라 간주할 수 있음. 

이런 의미는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요. 명시적으로 쓰고 보충설명을 더 할 걸 그랬네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3: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리에 따라 결과가 나오고 이에 모순이 없다. 의지에 따라 결과가 나오고 이에 모순이 없다.’ — 이것이 의지를 공리라 볼 수 있는 이유이고요. 다만 위에서 공리들끼리 충돌하는 경우를 이야기했죠. 그걸 근력, 체력, 맥락으로 다룰 수 있다고 했고요. 수학이나 물리학에서는 공리들끼리 충돌하면 안 되겠죠. 충돌하지 않게끔 공리 세트가 만들어져 있죠. 그러나 정신에 있어서 그리고 현실에 있어서 그렇지는 않은 거죠.

그리고 흔히 의지라 하면, 그 의지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대개 그건 의지가 없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하죠. 즉 지속성이 필요해요. 길게 이어질수록 의지라 불릴 가능성이 큰 거죠. 장애물을 만나도 꺾이지 않고, 마모되지 않을 때 역시 의지라 불릴 가능성이 크겠고요.

매우 굶었을 때 먹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거예요. 그건 아마도 유전자로부터 비롯된 의지겠지요. 마찬가지로 집단적인 프로파간다로 세뇌되었을 때 그 의지는 외향적인 집단압력에 의한 거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이렇게 보거든요. 인간은 스스로 의지를 창조할 능력이 있고, 그건 유전자나 환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요. 유전자와 환경만으로 의지가 만들어지고 우연과 함께 굴러가는 인생이라면, 그건 기계라 할 수 있겠죠. 인간이 기계가 아님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보라 할 때, 의지는 곧 공리이고, 그 공리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으니,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 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빠는외계인
25/08/28 13: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의지가 참이라고 간주된 것이고 스스로 참이라 간주할수 있다는게 항상 맞는말인가요? 내 의지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알고보니 타인과 세상의 영향으로 인해 왜곡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 의지를 변경하거나 파기하는 경우가 당장 떠오릅니다. 만약에 그런 것들을 진정한 의지로 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스스로 창조한것만 의지라고 부르신다면, 그건 이미 사람들과 다른 제한적이고 개인적인 의미로써 "의지"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거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과연 언제까지나 지속될수 있고 온전히 나로 인해서 창조된 의지라는게 존재하긴 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또한 공리라는건 수학적인 명제를 다루는 논리 시스템의 일환으로써 쓰이는것인데, 사람의 의지 및 그로부터 파생되는 생각과 행동의 관계들은 그런 시스템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나요?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그게 의미있는 관점의 틀로써 작용할수가 있는건가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4:20
수정 아이콘
첫째로 의지는 유전자에 의한 의지도 의지죠. 이를테면 쇼펜하우어는 '아기에의 의지'를 이야기한 걸로 알아요. 어떤 비판의식도 없이, 문화에 의해 심어진 것도 의지죠. 의지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하나는 스스로 창조한 의지다. —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둘째로 스스로 창조한 의지는 절대 불변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봐요. 바꿀 수 있죠. 그러나 자주 바꾸면, 그건 의지라 불리기 보다는, 의지가 약하다거나 의지가 없다거나, 혹은 변덕스럽다고 이야기되겠죠. 타인들도 그렇게 볼 것이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 쉽겠죠. 

그리고 위에 언급한 니체 초인사상이 바로, 공리를 바꾸는 것에 대한 것이거든요. 용 내지 마스터의 명령이 있죠. 그것이 기존 공리이죠. '너는 ~해야 한다.' '너는 이걸 ~이라 봐야 한다.' — 이를 거부하는게 사자 정신이고요. '나는 ~하겠다.' '나는 이걸 ~라 보겠다.' 사자를 그저 비판하는 정신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사자는 창조자이죠. 사자는 의지를 창조하는 정신이죠. 

낙타 → 사자 → 아이

기본 단계로 이렇게 설정되어 있지만, 아이는 그 의지를 마치 놀이규칙처럼 사용하여, 놀이하는 정신이라 할 수 있겠고요. 그러나 놀다가 다시 의지를 바꿀 수도 있겠죠. 

낙타 → 사자 → 아이 → 사자

의지를 추가하거나, 스스로 만든 의지를 파기하고, 새로운 의지를 만들 수 있겠죠. 꼭 스스로 창조한 의지만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고, 타인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놀이규칙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겠고요. 

니체는 흔히 파괴자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고 그는 창조를 설명한 거라 봐요. 뿐만 아니라, 상당히 보수적인 면도 있어요. 그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걸 엿볼 수 있고요. 그는 먼저 천재들로부터 배워야 하다고 이야기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떠들어대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걸로 기억해요. 천재들로부터 배운다는 건 낙타에 해당하겠죠. 천재들이 만들어놓은 공리에 일단 복종하는 거죠. 그 천재들이 사자 단계에서는, '마스터'라 불리면서 그 명령을 거부하고 스스로 공리를 세울 수 있는 것이겠고요.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뉴턴역학의 공리를 배우고 받아들였겠죠.
아빠는외계인
25/08/28 14:40
수정 아이콘
첫 질문에 대해 동의하신다면 공리와 정리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할 당위나 이유가 있나요?
글의 주된 내용을 "사람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질 수 있어서 무기물과 구분되고, 그 의지는 체력의 한계나 주변 맥락에 따라서 발현이 안될수 있는데 따라서 의지 자체를 목적으로 따르는 힘이 중요할 수 있다" 로 정리해본다면 이건 어떤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굳이 공리라는 개념이 끼어들 필요가 없죠. 이 글이 고유의 색채와 의미를 갖는건 의지를 "공리"와 같다고 말한 것일 텐데, 왜 그 표현이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의지가 공리라는 관점을 적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번개맞은씨앗
25/08/28 14:47
수정 아이콘
맞아요. '의지는 공리다' — 라는 건 다양한 관점 중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고, 그것이 과연 유용한지는 각자 경험과 시간이 증명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4:44
수정 아이콘
나는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라고 보겠다. — 의지죠. 광속불변은 확실히 증명된 적이 없어요. 참이라 간주된 거죠. 그걸 참이라 간주할 때, 이론적으로 모순이 없고, 관측과 잘 맞으니, 과학자들이 널리 사용하고 널리 인정하게 된 거라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참이라 확실히 증명된 건 아니죠. 공리와 전제는 참이라 간주된 거죠. 경험적으로 그 유용성이 증명된 거라 할 수는 있겠고요.

새로운 공리가 들어오면, 기존에 참이라 믿고 있던 것들과 충돌이 날 수 있고, 그렇다면 기존의 것이 거짓이라 인정하거나, 혹은 그 둘을 모두 참이게 하는 다른 조건들을 찾아야겠죠. 그 과정에서 의미를 바꿔야 할 수도 있겠고요. 인간 세상에서, 개인의 의지를 품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세상과 충돌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 충돌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이미 성인인 사람이 '나는 키가 20센티 더 크겠어!' — 라고 의지를 품는다면, 그 의지가 실현될지는 매우 의문스러운 것이겠죠. 생물학의 경험법칙과 싸우든, 물리학의 중력법칙과 싸우든, 혹은 그 국가의 법과 제도와 싸우든, 그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와 관습과 싸우든, 혹은 함께 지내는 타인의 의지와 싸우든, 혹은 자기 내면에 있는 욕구들과 싸우든, 혹은 단단히 자리잡힌 자신의 습관들과 싸우든, 그렇게 의지는 충돌나는 가운데, 삶이 진행되는 거라 할 수 있겠지요. 실현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의지가 있는가 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의지도 있을 것이고,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의지도 있겠고요. 
아빠는외계인
25/08/28 15:03
수정 아이콘
방금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공리가 새로운 공리로 인해서 거짓이라고 인정되는 현상 자체가 "수학적인 의미로써의 공리"와 불일치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내용에는 대체적으로 공감이 되는데.. 여튼 저도 좀 날카롭게 반응해서 죄송스럽습니다
번개맞은씨앗
25/08/28 15:21
수정 아이콘
맞아요. 불일치하죠.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공리는 신이 만든게 아니겠죠. 인간이 만들었겠죠. 이를테면 유클리드가 만들었죠. 그런데 유클리드가 기하학 공리를 완성하기 이전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이런저런 공리 세트를 궁리해봤을 거라 생각해요. 어떤 공리를 추가했더니, 기존 공리를 어긴다는 걸 알게 되었겠죠. 그러면 그 두 공리 중 택하는 과정이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부족한 공리가 무엇이 있을지를 떠올리는 과정이 있었겠죠. 

기본적으로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고 봐요. 수재는 프로게이머이고, 천재는 프로그래머다. — 프로그래머는 게임의 규칙을 바꿔놓는 사람이죠. 수학도 마찬가지로, 기존 공리들하에서 문제를 푸는 사람이 있고, 공리들을 새롭게 설정해보는 사람이 있겠죠. 아마도 옥스포드 수학과 학생들은, 프로그래머로서 많은 생각과 토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고요. 그와 달리, IMO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는, 프로게이머들의 대회라 할 수 있겠죠.

'기존의 공리가 새로운 공리로 인해서 거짓이라고 인정되는 현상' — 이것은 프로그래머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거짓이 되어서 바꿔야 할 수도 있겠고, 거짓은 아니지만 효과상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겠죠. 이를테면 게임 밸런스가 안 맞는 거죠. 다른 쪽에서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겠고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5:25
수정 아이콘
그리고 말씀주신 의문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무언가 관심이 있으시니, 이렇게 시간 내셔서 질문도 해주신 거라 생각하고요. 그점 고맙게 생각해요. 축구장에서 어깨싸움은 자연스러운 거죠. 어깨 조금 부딪힌 것에 불과한 것이니, 마음 쓰지 마시고 다음에도 질문주세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4:27
수정 아이콘
근대유럽의 뉴턴 이후, 혹은 빠르면 데카르트 이후, 철학자들은 공리계에 의한 기계론적 사고를 염두에 두면서 생각해왔을 거라 추측해요. 그걸로 설명되지 않는게 있다고 주장하려면, 3가지가 들어와야 하는 것이겠죠. 목적론적 사고가 들어오거나, 인간은 공리를 수정할 능력이 있다고 보거나, 혹은 미적 현상으로 인간을 보호해야하는 것이겠죠. 기계론적 사고로부터요. 
안군시대
25/08/28 15:11
수정 아이콘
이쯤돼면 뭔가 그동안에 써왔던 내용들을 기초부터 쌓아올려서 하나의 저서를 써야 할 상황까지 온 것 같습니다.
개별적이면서도 복잡한 담론들을 자신만의 용어로 글을 쓰고 계시는데, 그동안 쓰신 글들만 모아도 하나의 책이 될 분량에 가깝거든요.
니체가 그랬던 것 처럼 "존재"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하고, 그 위로 하나하나 쌓아올려야 할 듯한 느낌이네요.
번개맞은씨앗
25/08/28 15:29
수정 아이콘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주로 기초적인 것들을 이야기한 것이고, 핵심적인 것은 말하지 않았어요. 경쟁자가 알아서는 안 되거든요. 그 핵심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또는 그 핵심을 보조해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한 거죠. 농담섞어 말씀드리자면, 경쟁자는 외국 사람이지만, PGR에 적는 순간, 미국 사람도 ・ 영국 사람도 ・ 중국 사람도 다 알게 될 거 아니겠어요.
내일은주식왕
+ 25/08/28 21:41
수정 아이콘
음 어쩐지 글을 해독(?)한 후 so what?이 남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싶네요.
글 안에서의 모호함은 표현 뿐만 아니라 의도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씨앗님의 글쓰기는 정보전달의 의미는 약할것이고 탁월함 훈련의 의미는 있을것이고 그 다음은... 뭘까요
조로의 스승으로서 미호크가 되고 싶으셨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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