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19년 한일 무역 분쟁때 pgr에 들어가서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이 [한국 주제에 일본에 맞서려고 한다] 라는 류의 주장이었습니다. 닉네임은 기억하지만 말씀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분은 한일기본조약으로 일본이 배상을 하였다 따위의 주장을 매 댓글마다 반박하며 일본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이때 좀 실망을 해서 pgr을 잠시 그만 두었죠.

하지만 동시에 아이러니 함니다. 예전에 제가 올린 글, [일본의 가해행위는 과거 역사 속의 다른 나라들의 가해 중 하나이다]라는 제 견문이 오히려 신고 폭탄을 맞고, 잠시 정지당했었거든요.. 원래 그 글의 목적은 [한국이 반일행위로 일본에게 시비를 건다] 류의 주장을 하는 친일성향의 유저들에게 [한국의 반일감정과 같이 다른 나라를 원망하는 나라는 흔하다]라고 반론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강한 반일감정을 pgr에서 느끼고 조심해야 겠다라고 스스로 다짐을 했죠.


아무튼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일본 관련 글이 올라와있더군요. 내용과 댓글을 살펴봤는데, 허허... 2019년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주장하면 찍힐법한 의견과는 사뭇 다른 분들이 꽤 보이더군요. 자국민의 반일감정은 반일교육의 결과라나,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막상 일본의 가해행위(주기적인 야스쿠니 참배도 엄밀히 말해 가해행위입니다)에 대해서는 헤아려줘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보고, 좀 당황했습니다. 적어도 타국을 이해하기에 앞서 자국을 이해해야 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저도 pgr 연령 층에서 젊은 축에 속할 겁니다. 아마 여론조사 하면 연령이 맨 아래, 세부적으로 나눠도 거의 아래 칸에 속할 거에요.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반일 감정이 없다]라는 주장에는, 별로 동의 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도, 제 또래 주변도, 저도 일본을 좋아하냐 싫어하냐 같은 설문에 굳이 [비호감]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을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는 서구 국가나, 역사적으로 별로 얽힌 게 없어서 악감정 없는 제3국가(대만, 태국 등) 처럼 바라보지는 않거든요.

저 보다 한 살 많은 한 분도 일본을 좋아하는데, 주변에 일본이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 라는 말도 들었고, 반일감정이 옅어지더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머물고 있긴 할 겁니다. 실제 한국에서 생활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그렇게 체감한다고 하죠 마음 속 깊은 곳에서요.

젊은 세대들이 일본에 호감을 가지더라도, 역사에 관해서는 기성세대 이상으로 엄격하다는 조사가 많습니다.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한일합방이나 식민지 개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정부가 역사문제에 관해서는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나옵니다.


디시 혹은 디시 파생 이삼대남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친일 성향이 강하고 노재팬에 반감이 강하다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구한 날 자국 이성 혐오, 흑인/무슬림 혐오, 중국 혐오하면서, 노재팬에만 반감 가지는 것은 특정 집단의 여론일 지라도, 특정 세대의 여론이라고 하기에는.. 저희 세대가 그렇게 형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