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저는 나름 좋은놈 나쁜놈 이분법을 넘어 정의연 활동의 과거 명암을 돌아보고자 했는데, 그렇게 잘 읽어주신 분도 계시지만
댓글 보면 범죄자 사면 실드치냐가 거의 대부분이더라고요.

몇 분이 저한테 판결문 읽어보라고 비난 하시던데, 근데 저는 판결 당시에 이미 돈 내고 읽어봤거든요. 그러고보니 윤미향이 사기꾼이다 혹은 돈 벌려고 운동 팔아먹었다 그러시는 분들, 혹은 윤미향이 그럴 리 없다 하는 분들 모두 진짜 판결문은 안 읽어보셨겠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좀 써볼려고 하는데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윤미향 사면에 대해 제 입장은, 정치인 사면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주장은 찬성하는 편입니다. 좋습니다.
제가 이건 아니다 싶은 건, 윤미향 사면이 무슨 그동안의 사면 관행에 비춰서도 파격적인 불의인 것같은 반응이에요.

윤미향은 누가 고소한 것도 아니고 검찰 인지 수사로 시작해 별건 수사 마구 늘려 열 개 넘게 수사를 하고 그 중 기소를 십여개 해서, 다른 건 거의 무죄고 10년간 증빙 부족한 거 모아모아 횡령 8천만원 모은 게 메인이에요. 일단 저는 이게 표적수사가 아니라면 뭐가 표적수사일 수 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증빙 없는 조직비용 사용은 유죄라는 사법부 판단은 인정합니다. 제가 묻고싶은 건 그게 다른 사면 대상에 비해 그렇게 악질인 범죄인가요? 윤미향만 이렇게 타겟이 되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면 판사가 그나마 봐준거래요. 판결문에 그렇게 적혀있다네요. 정말 판사가 그나마 봐준건가 한 번 판결문을 봅시다.

윤미향이 무죄받은 항목들은 다 넘어가겠습니다.

1심에서 윤미향은 횡령 하나 유죄 나오고,
1700만원 정도의 금액이었습니다.
내용보면 윤미향도 2중으로 잘못 표기하는 등 고의는 아니지만 과실은 인정한다는 부분들이 많아요

양형은 벌금 1500만원이고, 윤미향이 그동안 공도 많고 횡령액 이상으로 기부를 한 점에 비춰봤을 때 유죄일지언정 죄가 크지는 않아 실형 안 내린다고 했어요. 저는 이 정도 판결 나올거다 싶었습니다. 보수 언론도 대부분 무죄 받라는데 무게를 싣는 결과였어요.

그런데 2심 판결에서 윤미향은 3건에 유죄가 나오면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옵니다.

1)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를 장례 목적 외로 후원금처럼 썼다
2) 인건비 비중을 과다 계산해서 정부 지원금을 더 받았다
3) 횡령액이 7958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1번은 저는 너무하다 싶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정의연의 가장 열정적인 활동가였고, 자녀도 없으셨어요. 남은 재산을 다 정의연 활동에 써달라는 말씀을 여러차례 하셨고요. 장례도 정의연 주도로 치렀습니다.
1심 재판부도 그걸 인정했는데 2심은 이걸 유죄로 봤습니다.

최종심이 유죄니 역시 유죄겠지만, 이건 윤미향 개인 착복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건 유죄도 너무하다 싶습니다. 장례비 낸 사람들이나 김복동 할머니나 정의연이 쓴 걸 문제라 생각했을리 없어요

2번 정부 보조금 부정 수급입니다.

정의연이 활동하면서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는데, 신청할 때 제출한 자금 사용 계획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들어갔다는 거에요. 즉, 새로 사람이 더 필요한 것처럼 신청해놓고 가존 직원이 그냥 그 일을 하고 받은 돈 일부는 다른 지원 내역으로 썼다는 겁니다.

정의연 주장은 그건 맞는데, 어차피 다 해당 사업에 썼고, 하다보니 내부 직원들이 해도 될 거 같아서 직원 시켰고, 그 직원들한테 그래서 추가 수당 줬는데 해당 직원들이 다같이 일하는데 우리만 돈을 더 받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기부 형식으로 반납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절차 문제 삼으면서도 대체로 어차피 큰 목적은 같았다고 넘어갔습니다.

2심 재판부는 만약 인건비 명목이 아니었으면 보조금이 안 나왔을 수도 있고, 만약 하다보니 남았다면 국고에 반납해야지 동일 사업이라 하더라도 신청서와 다르게 써서는 안된다고 해서 해당비용 6520만원을 유죄로 봤습니다.

이것 역시 최종심이 유죄인 건 맞고요. 윤미향 개인 착복은 아니고, 해당 비용은 사업에 다 쓴 거라 윤미향 개인의 도덕적으로 큰 잘못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 이 부분이 양형에 크게 영향을 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3번 가장 중요한 개인 횡령죄 부분입니다.

1심에서는 1750만원을 증빙 부족으로 횡령으로 봤고요, 내용보면 이건 관리 잘못했네 싶은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윤미향도 실수다 하면서 인정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에서 정황상 실제 업무 비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던 부분을 정식 결의서 없는 것들은 다 유죄로 봤습니다.

개인 횡령에서, 1심에서 무죄였다가 2심에서 유죄로 된 항목들을 다 읽으면서 제가 먼저 놀란 부분은 개별 항목들의 금액과 건수입니다. 500만원 짜리가 1건 있는게 유일하게 크고, 나머지는 1백만원 대가 세네 건 있고 나머지 95% 이상은 20만원대 이하이고, 몇천원짜리도 수두룩합니다. 그거 모아 7957만원이고, 징역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의연이 10년의 증빙을 다 모은건데요. 저런 규모로 보면 수 만 건은 가뿐이 넘을텐데, 이게 이렇게 하나하나 보면 안 거릴 수가 있는가 싶습니다. 그래서 무죄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피하기 쉽지 않겠다에요.

실제 2심 판결문에서 유죄로 변한 건들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적발된 건인 2만원 이하 소액 사례들입니다.

검찰 : 2015년5월 윤미향이 체크카드로 4,500원을 증빙 내역 없이 썼다
윤미향 : 언론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쓴 돈이다
1심 무죄 : 실제 해당 시간은 인터뷰 직전이고, 인터뷰 장소 옆 상점임. 업무상 쓴 돈으로 볼 수 있다
2심 유죄 : 지출결의서가 첨부되어 있지 않아 납득할 만한 설명과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 (이하 동일)

검찰 : 2015년 5월 윤미향이 체크카드로 16,000원을 증빙 내역 없이 썼다
윤미향 : 여가부 국장과 오찬 행사 전 카페에서 미팅을 했고 그 때 쓴 비용이다
1심 무죄 : 실제 그 시간 오찬 행사가 확인되며, 장소도 바로 옆 카페여서 업무 성격으로 보인다
2심 유죄 : 지출결의서가 없다

검찰 : 2015년 5월 윤미향이 9,000원 + 12,000원을 체크카드로 증빙없이 썼다
윤미향 : 익산의 평화 콘서트에 피해자 할머니 P와 함께 오가는 길에 쓴 경비다
1심 무죄 : 실제 행사 참석 확인되며, 익산 가는 길 휴게소에서 결제됐으므로 업무상 비용으로 보인다
2심 유죄 : 지출결의서가 없다

이런 소액에 정황상 업무 내역인 게 많습니다. 조금 더 큰 금액을 볼까요.

검찰 : 2014년 12월 윤미향이 체크카드로 236,000원+ 31,600원+ 72,000원+ 34,100원을 증빙없이 사용함
윤미향 : 종무식 날이었고, 용인 XX할머니와 수원 XX할머니를 위로 방문하면서 쓴 금액이다
1심 무죄 : 종무식 및 윤미향이 할머니들을 방문하여 오리백숙을 먹는 등이 확인된다. 다만 34100원은 윤미향 집 금처에서 결제된 건으로, 사적 사용이 의심이 드나 준비비요일 수도 있다
2심 : 지출결의서가 없다

검찰 : 2015년 10월 윤미향이 체크카드로 215,000원을 썼다
윤미향 : XX시위에 참석 후 함께한 XX대학교 학생들과 식사한 비용이다
1심 무죄 : 해당 시위에 XX대학교 학생들 참여가 확인되고, 장소와 시간대를 볼 때 함께 식사했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2심 유죄 : 지출결의사가 없다

이런 식이 90% 이상입니다. 소액이거나 즉흥적으로 하고 나중에 못 챙겨서 지출결의서를 따로 못 만들었다고 주장한 게 안 먹힌 건들입니다.

그럼 큰 금액은 뭐가있냐, 일단 무죄에서 유죄로 바뀐 것 중 백만원 단위 금액이 몇 건 없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금액인 두 건을 보겠습니다.

검찰 : 2015년 6월 윤미향이 ATM으로 560만원을 출금하여 임의 소비하였다
윤미향 : XX할머니와 해외 캠페인을 가기 위해 출금 및 환전 하였다
1심 무죄 : 출금 다음 날부터 XX할머니 및 직원과 미국 캠페인 확인된다. 출금 후 바로 환전된 점을 보아 미국 경비로 추정한다
2심 유죄 : 미국 캠페인은 확인되나 언제 어떤 명목으로 사용해는지 지출결의서에 준하는 상세 증빙이 없다

검찰 : 2014년 2월 3백만원을 '할머니 선물비 이체' 적요로 윤미향 계좌로 이체후 임의 사용하였다
윤미향 : 할머니들 방문 행사 선물로 홍삼세트를 구매하였는데, XX 노동조합이 도와줘 현찰 구매 특가로 선지급한 것을 결제 후 보전받은 것임
1심 무죄 : (별첨 증거자료가 있다는데 못 찾겠습니다. 아마 실제 선물이 지급된 내역인듯)
2심 유죄 : 개인 계좌로 송금했고, 상대가 현금을 요구했다는 것도 납득이 어렵다. 회의록에도 해당 내용 설명이 없다

이런 내용입니나

1심은 무조건 다 무죄 인정해준거냐 할 수 있는데, 판경문 보면 1심도 업무 관련 내역이랑 안 맞는 정황이면 유죄 줬습니다. 예를 들어

검찰 : 윤미향이 체크카드로 46,500원을 증빙없이 썼다
윤미향 : 사무실 이사 준비 후 사무처 직원 간식을 사줬다
1심 유죄 : 이사를 한 것 자체는 확인되나, 결제내역이 사적인 것으로 보이고, 이사와 직접 관련성이 증빙 안된다

이런 식입니다.

전반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게 된 점이 다수 있는데 윤미향의 말은 이렇습니다. 관리가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착복 의도는 없었다. 본인이 개인적으로 쓴 책 인세/상금 등을 기부한 것만 1억원이 넘는다. 근데 다 합쳐봐야 그거보다 작은 저런 업무 상 증빙 누락분 다 합쳐서 횡령죄로 실형이라니 말도 안된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렇습니다. 기부는 기부고 횡령은 횡령이다. 시민단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엄격하게 회계관리 해야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유무죄를 다툴 권위나 법적 지식은 없습니다. 최종심이 유죄라면 유죄 맞죠.
그리고 설령 윤미향 주장처럼 고의 착복은 없고 오히려 본인 개인 돈을 기부한 게 더 크더라도, 관리를 기준에 맞게 제대로 못 한 것도 유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내역을, 윤미향이 운동을 팔어먹었다, 횡령한 이상 정의연의 정당성이 다 없어졌다, 일본이 '응 윤미향', 하면 이제 우리가 할 말 없디, 이런 수준의 쓰래기로 볼 수 있나요?

혹시 어떤 분중에, 어? 정말 저 정도야? 나 왜 이렇게 윤미향을 쓰래기로 기억하고 있지? 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그건 두 가지 일 겁니다.

하나는 검찰과 언론의 공격입니다. 윤미향이 나눔의 집 땅을 일부러 비싸게 사면서 커미션을 착복했네, 배상금을 중간에서 먹었네, 치매 할머니한테 사기로 재산 뺏어서 착복했네, 할머니들은 굶기고 조개구이 파티를 했네, 딸 유학비가 배상금에서 나왔네, 남편 언론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네, 아파트를 할머니들 이름으로 불법 구매했네..  이런 거 한 때는 언론을 뜨겁게 장식했고 윤석열 검찰이 다 수사했지만 근거 없는 걸로 끝났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용수 할머니의 비난입니다. 위안부 대책 활동 30년에 걸쳐 윤미향도 이용수 할머니도, 정의연도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30년간 성실함과 불굴의 투지로 거둔 성과도 있고 유치하고 잘못된 대응도 있었어요. 근데 다 그러지 않나요? 이건 활동 전체에 대힌 평가로 봐야하고 제 이전 글은 그걸 다루고자 했습니다.
참고로 이용수 할머니는 그후 다시 정제된 입장 내놓으시고 수요집회 여전히 나오고 계세요.

어떤 분은 일부러 제가 복잡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게 실제 복잡한 문제에요. 복합적인 인물은 복합적으로 평가를 했으면 합니다. 실드냐 까냐 골라라 이러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