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제도에 대한 공상 ::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공상적인 얘기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0%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0%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영감을 주기도 하니까요.
가족은 본래 국가와는 무관한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은 부족 사회에서도 있던 것이고, 혈연으로 맺어져 함께 살면 가족인 것이지요. 혈연 또는 혼인입니다. 그러면 가족이 됩니다. 혼인도 국가가 필수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 모아놓고 혼례를 올리면, 문화적으로 혼인이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에서 가족은 법으로 관리되고 보호됩니다. 가족법이 있습니다. 혼인을 하고, 국가에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됩니다. 출생신고를 하고 부모자식간을 국가가 관리하고 보호합니다. 그리고 입양제도가 있습니다. 혈연은 아니지만, 부모자식간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신나간 소리라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격적이지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혈연도 혼인도 아닌데, 우리는 가족으로 하겠다고, 신고하고 국가가 법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부부나 부모자녀는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즉 친구끼리 가족을 하겠다고 신고하고 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저출산은 물론이고, 결혼도 안 하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결국 혼자가 될 것입니다. 혼자 사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주거비에 있어서는 불리합니다. 그리고 아플 때나 노인이 되었을 때, 서로 돌봐주는 걸 하지 못합니다. 보호자가 누구냐고 할 때, 아무도 없습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 4명이서, 가족을 이루고 한집에 사는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것입니다. 주거비가 절약될 테고, 대신에 생활비는 더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의료비를 더 마련해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냥 살면 되는 것이지, 그걸 국가에 신고할 필요가 무엇이며, 국가가 보호해줄 필요가 무엇인지 문제됩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부부나 부모자식만큼은 아니지만, 유사한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정도를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으로 해줄 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저출산 비혼이 많다는 건, 가족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따라서 가족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으며, 그게 꼭 혼인이나 혈연이 아니어도 될 것이다.' —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법으로 규정하거나 보호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보다 안정적인 가족관계 형성을 위해, 그리고 사회적 인정과 이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 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데, 왜 이런 것도 고려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파격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니, 파격적인 대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거죠. 노인이 되어서 우울증이 생기는데, 그것을 줄이는데도 노인들이 친구끼리 가족을 하고 있으면 더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재미나게 사는 수도 있고, 마치 의형제처럼 나이 차이가 나도 서로 마음에 맞으면 모여 사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족으로서 함께 살면 다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 평균적으로 우울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더이상 결혼도 안할 것이고, 출산은 자연법칙에 따라 못하게 된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구조상 혼자 살게 될 남성들은 더 많죠. 결국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경제적으로도 유리하게 해주면 좋은 일일 것입니다. 인간에게도 이롭고, 사회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독거노인 일일이 찾아가서 무슨 일 없나 돌보는 것은, 행정비용이 듭니다. 노인이 많아지면, 그 비용이 상당히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들이 마치 노인정에 모인 것처럼, 그렇게 함께 살고 있으면 좀 더 안심이 될 것입니다. 한 분이 쓰러져도, 다른 분이 이를 발견하고 구급차를 부를 수 있습니다. 한 분이 아파도, 다른 분이 챙겨줄 수 있습니다. 시골 마을은 사라져도, 아파트에 함께 살 수는 있습니다. 4인 가정을 포용할 크기의 집들이 많습니다.
이것의 부수적 효과로 이런게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반감을 가질 분들도 많으실 것 같지만, 제 생각에 이렇습니다. 만약 이런 제도가 있다면, 동성애 가족을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에서 부부로 인정해주는 건 아니어도, 아무튼 법으로 엮어서 약간의 안정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고 할 때에도, 가족으로 포함하면 됩니다. 법적으로 남남인 사람이 키우는 것보다, 약한 의미의 법적 가족으로서 두 사람이 키우는게 아이에게 더 좋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미부여하기에 따라서, 정신적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부수적 효과로 동거가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결혼은 안 하고, 동거를 하여 함께 사는 경우입니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재산 문제일 것입니다. 법적으로 남남인 동거와 법적으로 부담스런 결혼의 중간형태의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동거의 경우에도 어떤 법적 보호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걸 가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하에서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모여서 우리는 가족을 하겠다고 하니,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안정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제도적 지원을 최소한이라도 해주자.' — 뭐 이런 겁니다.
1. 꼭 혈연과 결혼으로만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규칙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제도적 지원을 최소한이라도 해준다면, 그런 가족 속에서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번은 전통적인 원리주의에 의심을 가한 것이며, 2번은 공리주의적 판단을 한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악용될 가능성, 그리고 부작용 가능성 이런 걸 검토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런 것도 검토해볼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가족이 꼭 생리(DNA와 성적결합)에만 뿌리를 둬야 할 건 아닌 것 같고, 가족을 이성적 판단에따라 결정할 수도 있는 일 같고, 개인에게 있어서나 사회에 있어서나 이로운 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을 정하면 될지는 까다로운 문제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