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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19 23:06:46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자유게시판의 아Q

중국이 자랑하는 문호 노신의 소설 중에 '아Q정전' 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을 많이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셨을 법한 소설이지요.
혹시 안 읽어보신 분들이나... 자세한 해설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user.chol.com/~moon2923/AQ.htm


링크가 내용이 방대하므로...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만 살짝 발췌하자면...

*   *   *   *   *

여기에서 아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의식 밑바닥에 인간을 멸시하는 무기력하고 비겁한 노예 근성과, 이른바 ‘정신 승리법’이라고 하는 묘한 심리 때문이 아닐까? 정신 승리법은 자신이 위험에 처하거나 피해를 보게 되면, 머릿속에서 그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합리화하여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위기와 불안, 실패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과 부딪쳐 이겨 나가려 하지 않고, 정신 속으로 달아나 그 속에서 위안과 만족을 얻은 다음 현실을 외면해 버리려는 심리를 가리킨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마음속에 영웅주의와 패배 의식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약한 사람에게는 잔인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아첨하는 경향을 띤다.  

*   *   *   *   *


한 동안 뜸하다가.. 다시 요즘 PGR을 들락거립니다만...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PGR 자유게시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 변함없는 것처럼,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PGR 자유게시판에서 아Q들도 참 변함없다.. 라는 것을 종종 느끼고는 합니다.


누군가가 어떤 일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PGR자게에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옥신각신 해 가며 나누기도 하고,
조용히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기도 하지요.


그런데 가끔... 아Q들이 등장을 하지요.
다른 사람이 정성들여 쓴 글에 소설 운운하며 읽는 사람까지 기분나쁘게 만들기도 하고,
논쟁이 조금 될 것 같으면 '당신과는 이야기 못하겠다' 라고 툭 던지고 도망가버립니다.



제가 사람이 되지를 못해서 그러한지.. 저는 그런 이를 볼 때마다 아Q를 떠올립니다.
이러한 아Q들은 절대로 글쓴이가 하고자 했던 논쟁의 알맹이를 파고들지 않습니다.
단지 글의 분위기, 소재, 행간의 어투 등을 문제삼아 물고 늘어지지요.
그렇게 한바탕 진흙탕을 만들고 나면, 온데간데 없이 어느새 사라지고 안 계시죠.


물론 그 분들도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경험이 있고, 지식이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이런 분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떠한 경험을 하였고, 어떠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지를 알 수 없는 평범한 저로서는,
근 100여년 전 중국에 있던 어떤 '아Q'가 21세기 대한민국에 환생하여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PGR자게의 '쓰기' 버튼의 무게는... 가입한지 7년이 되어가는 제게 여전히 참 무겁습니다.
아마 다른 수많은 분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하네요.

그 무게를 딛고.. 성의를 다한 글이 있다면 최소한 그에 대한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단순한 퍼온 글, 동영상에 덜렁 대여섯 줄 달린 글이라거나,
읽는 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알아듣기 힘든 글에 대하여까지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려는 글이 있다면,
글의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보기 싫다' 라는 한 마디 보다는,
원래 글을 쓴 이가 이러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핑계로 삼아 도매금 취급을 하는 것 보다는,
정성을 들여서 반론을 던지고.. 다시 재반론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와중에 쓸데없는 감정싸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오해가 쌓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한 두어마디 툭 던져놓고 도망가버리는 아Q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합니다.





추신. 혹시 어떤 분이 머리에 스치시는지요? 오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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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엔프로
09/01/19 23:10
수정 아이콘
오... 오해입니다... (멋져용)
동네노는아이
09/01/19 23:40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문학 교과서에 서문 부분만 약간나와서 본 기억이 나네요
아Q정전...
처음엔..-_ -불이 나간건지 알았는데 전쟁이 끝나서 정전이더군요..
서늘한바다
09/01/19 23:47
수정 아이콘
동네노는아이님// 정전은 正傳인데요...
Alan_Baxter
09/01/19 23:52
수정 아이콘
동네노는아이님// 당시 인정받지도 못하던 일반 소설가들은 소설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부가적인 이야기가 나오면'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말하다'라는 말을 사용하여 다시 주 내용으로 돌아갔는데요, 이때 正傳이 바로 본론이란 뜻으로 쓰였습니다. 즉 제목상으로는 위대한 위인의 정전이라는 문언처럼 보이나 사실은 아큐라는 무지몽매한 백성의 글이라는 순수 구어체인 유희적 표현이죠. 구어체라는 것은 당시 백화운동과도 연결되구요.
09/01/19 23:58
수정 아이콘
전 PGR게시판의 진짜 문제는 아Q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대편의 아Q를 통해 상대편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아Q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
그사람들이 수백개의 댓글을 만드는 장본인입니다
아Q들은 애초에 길게 말할 의지도 재주도 없기 때문에 몇번 대응해주다보면 본색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돌려 말하는 척 하지만 결국 수식어가 바닥나면 거친 속내를 드러내죠 그리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은 의지 재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아Q가 등장하지 않은 글에서는 좋은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그러나 아Q가 등장하고 빠진 전장에서 상대방의 아Q를 공격하고 자신의 아Q를 방어하면서 진흙탕을 뒤집어씁니다

아Q를 아예 논쟁에서 배제한다면 100플이 넘어갈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Q를 끼고 싸우는 그들은 3단변신이라도 한듯, 머리가 곤두서고 번개라도 치는듯한 전투력으로 수백플을 쏟아냅니다

저도 그들이었던 과거가 있고 현재도 끓어오르는 전투욕망을 잠재우느라 힘겹네요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데 참 어렵습니다
09/01/20 00:12
수정 아이콘
어차피 신나게 100플 200플 싸우다보면 최소한 '자기위안'이라도 얻을터이니 뭐 나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요즘 세상은 싸우지않으면 먹혀버리고 또 의견에 통일보다는 분열이 더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일이 일어나는게 잘못된것만은 아닌거겠죠....다만 룰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에 예의만 지켜진다면 불만없습니다.
동네노는아이
09/01/20 00:30
수정 아이콘
우왕 역시 틀렸군요.크크 쓰면서 이 정전이 맞었나라 햇갈리긴 했는데 고등학교 졸업한지가 오래되서리.ㅠㅠ
서늘한바다님// Alan_Baxter님// 감사 합니다.
목동저그
09/01/20 00:31
수정 아이콘
lubmai님// 동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에서 논쟁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상호 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의 논쟁 글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글 내용과 관계없이 무례하고 건방진 태도만으로도 타인을 화나게 하는 사람이 꼭 있죠.
09/01/20 00:34
수정 아이콘
아큐정전 진짜 오랜만이네요. 어렸을때 보면서 이게 뭥미 하면서 봤는데. 생각난 김에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
ZZick님// 상대편의 아큐 자신편의 아큐. 재밌는 표현이네요. 개인적으로 수백개의 댓글이 넘어가는게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배우고 갑니다.
09/01/20 00:51
수정 아이콘
아큐에 대한 정의가 잘못되어 있네요.
대학교 교양수업 기말토론으로 아큐정전에 주제에 대해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글의 주제 자체를 잘못 짚어서 C를 받고
교수님을 여러번 끈질기게 찾아가서 결국 A를 받아낸 동기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 특징중 하나가 길가는 멀쩡한 사람 시비걸고 싸우는 것이었죠.
교수님도 그걸 알고 결국 포기한 듯 A를 준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모습으로 비춰보아
이제는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지나가는 시민들 잡고 시비를 걸고 있을지도... .

아큐정전 얘기가 나온김에 추억 얘기 넌지시 던지고 갑니다.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09/01/20 01:09
수정 아이콘
XY맨님// 아큐의대한 정의는 무엇인가요. 그런 수업이 있다면 좀 듣고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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