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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27 12:05:11
Name 간옹손건미축
Subject [일반] 요즘의 근황 (ft. 난 과연 동오의 제왕이 될 수 있을까?)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작년 11월에 사고를 당하고, 약 2개월간 병원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한 후,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오른손에 힘을 쥐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교통사고 이후의 삶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1. 정신과 치료
사고 이후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약을 먹지 않는 이상은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불면증을 겪고 있습니다.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고 당시의 순간이 떠오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땐 호흡도 가빠지고 불안해져서 하던 일을 멈춰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습니다. 운전을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기에 운전을 하지만 여전히 사고가 날까봐 항상 무섭습니다. 옆에 SUV, 대형 차량이 지나갈 때 마다 움칫하고 놀라고 특히 2차선 도로를 갈 때는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있지만) 상대방 차가 저에게 달려드는 오만가지 상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저야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사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말이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서 사고를 당해서인지 안성이라는 말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거나 "안성 나빠, 안성 무서워, 안성 가지마, 안성 안갈꺼야"라는 말을 빈번하게 꺼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 잠을 깊게 못자고 자다가 종종 깹니다. 게다가 아이 입에서 차가 부딪힌다 등 말을 하다보니 소아 정신과도 알아보고 있지만 1년 후까지 예약이 꽉차 있어서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2. 검사의 구약식 처분
지난 2월, 형사 조정 위원회에서 만난 가해자와 가해자 변호사는 자신들의 범위안에서 최대한 보상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정 위원회 이후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습니다. 가해자가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안하는 것은 넓게 봐서 이해한다 하더라도 가해자 변호사가 합의 시도를 하겠다는 연락 등은 단 한통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해자 변호사에게 연락해 당신네들이 제시한 합의금으로 합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더니, "검찰의 공소장이 나와야 합의금을 줄 수 있다"라는 말로 합의 시도를 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가해자와 가해자 변호사는 합의에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일으킨 역주행 사고가 재수 없이 발생하였다, 똥 밟은 거다, 난 돈도 없고 늙었으니 배째겠다라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이런 인간이 형사 조정 위원회에서 울고 불고 난리를 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죽이고 싶은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저의 간곡한 바램과는 반대로 검사는 사건 재기 이후 단 2일만에 구약식 처분을 내렸습니다. 말 그대로 재판도 가지 않고 벌금형을 내려버린 듯 싶습니다. 어린 아이 포함하여 3명의 가족이 뼈가 골절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데 벌금형으로 끝내버린 검사도 밉지만, 가해자는 더욱 밉습니다. 아니 똑같이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해자는 비싼 합의금을 내는 것보다 (그것도 보험사가 내주겠지만) 벌금형이 더 싸게 먹히니 분명 이득이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의도가 다분히 느껴집니다. 그러니 합의를 계속 미뤘던 것이죠.

이와중에 보험사는 민사 합의를 희망하는 것처럼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합의는 안해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저희 가족 모두 정상적이지 않고 힘들어하고 있고 어쩌면 평생 약으로 의존해야하고 아이는 앞으로 자라나면서 트라우마가 커질 수도 있어서 호락호락 합의는 안해줄 것입니다.

3. 나는야 거상이 될거야
조그마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명함에 '대표'라고 박혀있지만, 사실 그냥 혼자서 이것저것 다하고 있습니다. 그냥 대외용일뿐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조그마한 사업이 크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사고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서 힘을 내고, 저에게 큰 의지가 되는 와이프를 위해,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눈물 머금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보자라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좋은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야. 그래도 다음 문을 노크해보자. 
좀 더 훌륭해져 있을 자신을 찾아서. 가슴에 담고 있는 망설임이 플러스의 힘으로 바뀔수 있도록"

긴글, 중구 난방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항상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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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악몽
25/06/27 12:10
수정 아이콘
험한 일을 당하셨네요. (이제서야 1월 글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좋은 일, 행복한 일만 있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5/06/27 14:07
수정 아이콘
고소를 '하고' 나중에 법원에 갔더니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더군요.
나쁜 놈들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25/06/27 14:53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사업하지만 병이나 사고 때문에 일정기간 비우면
나가는 월세부터해서 각종 비용들이 그냥 공중으로 분해되는것때문에 매일매일이 살떨리는데
일단 정신적인 부분부터 빨리 쾌차하길 바랍니다
밥과글
25/06/27 15:59
수정 아이콘
가족 모두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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