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6/03 01:22:4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886736045
Subject [일반] <계산할 수 없는> 책 후기 - 계산기의 계산할 수 없는 지평 너머.
가끔씩 저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곤 합니다. 더 가끔은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하구요. 이 책, <계산할 수 없는>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구매한 책입니다. 책이 정식 출판되긴 한 거 같던데, 소량만 출판하고 품절인지 절판인지 된 모양이더라구요. 여튼 근 2년의 시간 동안 책장에 있다가 드디어 읽어봤습니다.

<계산할 수 없는>는 처음 생각했을 때는 기술사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더 정확하게는 기술+미디어+철학이 종합된 형태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짧은 각각의 챕터들을 따라 기술의 역사를 다루기도 하고, 기술을 정의하기도 하며, 기술이 이뤄낸 것들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애초에 저자 알렉산더 R. 갤러웨이가 문화 커뮤니케이션 쪽 학과 교수구요)

1장 '사진'이 분절과 병렬 처리에 대한 사진 초창기의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라면, 2장 '직조'는 직조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디지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약간은 관계가 있으면서도 좀 멀어보이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이어서 규칙과 방식(4장 계산할 수 있는 창조물들), 연결과 소통(3장 디지털), 일종의 알고리즘(5장 결정화된 전쟁)을 거쳐 블랙박스(6장 블랙박스)로 이어지게 되는데, 본인의 생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와 서사과 뒤엉킨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역사로 접근하기도, 철학서로 접근하기도 좀 애매한 지점이긴 합니다만, 동시에, 두 가지를 동시에 엮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미디어'와 '네트워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 들이는, 혹은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들여왔던 방식의 세상은 시계열과 단일 방향이라는 방향성이 뚜렷한 방식이었다면, 컴퓨터가 제시하는 방식의 인지는 병렬, 동시 처리와 양방향(을 빙자한 단일 방향)이기도 하거든요.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제어와 통제에 기반한 일종의 중앙-주변의 처리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는 뻗어나간 네트워크는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가 굉장히 모호한 방식으로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다만, 이 책이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든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저 그런 상황임을 에피소드와 생각을 엮어 언급하고 제시할 뿐 책 자체는 굉장히 가치중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미 변화는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이미 우리는 그 흐름을 타고 있기에 그저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계산기가 불러온 '계산할 수 없는' 미래와 새로운 지평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라고 여기게 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oão de Deus
25/06/03 09:40
수정 아이콘
역사적인 사례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한 모음집이다 보니 저자 개인의 철학적 지평을 가볍게 소개한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좋게 보면 사변적 논의에서 머물지 않고 구체적 예시들에서 출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데 탁월하지만, 나쁘게 보면 인문학 전공자의 블로그스팟 글들을 모아둔 느낌의 이도저도 아닌...

개인적으로는 동저자가 저술한 본격적인 연구서들(라뤼엘, 들뢰즈, 사이버네틱스 등등)이 소개되길 바랍니다. 사변적실재론/신유물론 담론이 여전히 국내 인문학계에서 관심 받는 상황이다보니 갤러웨이의 이 야심찬 시도, 사변적 실재론의 선배격인 라뤼엘과 신유물론의 사상적 원천인 들뢰즈를 연결하는 기획이 소개되기 가장 좋은 시점 아닐지 싶습니다.
aDayInTheLife
25/06/03 09:43
수정 아이콘
확실히 말씀하신대로 에피소드의 나열에 가까운 글이긴 합니다. 괜찮은 책이지만 굳이 봐야하나 싶은 생각도 막상 자고 일어나니 들기도 해요. 크크
본격적 연구론은 기대도 되고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빡셀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507 [일반] [서평]그들의 감정은 왜 다가오지 않는가: 《도둑맞은 교회》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계층방정2835 25/07/11 2835 4
104506 [일반] AI 보이스챗 난민의 Character.AI 정착기 [14] 깃털달린뱀3681 25/07/11 3681 3
104505 [정치] 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17년만 합의로 결정 [38] 철판닭갈비7711 25/07/11 7711 0
104504 [정치] 민주노총 용공 논란은 민주노총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34] petrus8084 25/07/11 8084 0
104503 [정치] 내란옹호 세력을 싹쓸이하려면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88] 코로나시즌8557 25/07/10 8557 0
104502 [정치] 국힘, 尹 재구속 날 ‘계엄·탄핵’ 사죄문 발표…사실상 ‘완전결별’ 선언 [108] 카린12063 25/07/10 12063 0
104501 [정치] 대선 이후 이대남 관련 글 중에서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페북 글. [305] petrus14238 25/07/10 14238 0
104500 [정치] 정치적 소신과 의견의 교환 [261] 烏鳳12354 25/07/10 12354 0
104499 [일반] 일본방송의 아날로그 사랑 [22] 無欲則剛6267 25/07/10 6267 5
104498 [정치] 조은희 "내란특별법은 정치 보복…국힘도 계엄 피해자" [116] 전기쥐11545 25/07/10 11545 0
104497 [일반] 아무래도 x됐다. 번뜩 든 생각이었다. [21] 아기돼지6360 25/07/10 6360 2
104496 [정치]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협상 카드로 검토 [137] 시린비9452 25/07/10 9452 0
104495 [일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이제 시작해야 할 때 [72] 굄성6046 25/07/10 6046 23
104494 [일반] 『경험의 멸종』 - 실패, 기다림, 관용에 대한 단상 [6] Kaestro2777 25/07/10 2777 12
104493 [정치] 윤 어게인 [20] 백면서생7841 25/07/10 7841 0
104492 [정치] 윤석열 재구속 [66] 만우10459 25/07/10 10459 0
104491 [일반] 이거 왜 재밌음?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간단 감상문 [22] 원장4451 25/07/10 4451 1
104490 [정치] 2030 남성 유권자 지형과 세대 방패 [258] 딕시12945 25/07/09 12945 0
104489 [일반] 40대에 접어든 아저씨의 일상 [24] ItTakesTwo5503 25/07/09 5503 8
104488 [정치] 주 4.5일 (혹은 4일) 근무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69] 정대만5149 25/07/09 5149 0
104487 [정치] 시사IN 대선 후 여론조사 (20대 남성 절반 가까이 이재명에 대해 부정적) [498] 빼사스16001 25/07/09 16001 0
104486 [일반] 요즘 뛰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러닝이요 [21] 1등급 저지방 우유3445 25/07/09 3445 1
104484 [일반] 스포일러 없는 영화글. "슈퍼맨[2025] 이민자를 죽여라" [6] 코로나시즌4072 25/07/09 407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