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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7 00:07:3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739573644
Subject [일반] <왓치멘> 다시 읽기.
* 어찌되었건, Watch'men'이니까 왓치'멘'으로 씁니다.

여전히,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을만한 작품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튼 그때 <왓치멘>을 읽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브이 포 벤데타>도 있었구요. 지금은 절판되서 구하기가 힘든데, 어느날 갑자기 다시 <왓치멘>을 읽어보고 싶어서 알라딘 중고로 지르고, 한참 있다가 이제야 사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왓치멘>에서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는 로어셰크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타협하지 않는 하드보일드-느와르 타입의 캐릭터면서도 상당히 다층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금 멋지고 간지나긴 하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좀 너무하다는 느낌은 좀 많이 들긴 합니다. 좀 씻고, 정리도 좀 하고, 음?

다만 다른 캐릭터도 참 잘 만들었다 싶긴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오지만디아스가 극단적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두번째로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다가온 지점은 그 특유의 음울하고 종말론적인 세계관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2차 세계 대전이 끝났고,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베트남전도 이겼으며, 과학 기술은 발전하는 세계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으며, 어떤 의미로는 이제는 버튼 하나로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그 어둠의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골든 에이지'로 불리는 50-60년대 만화책 세대의 퇴장과 동시에, 이미 은퇴해버린 원조 미닛맨 멤버들의 이야기는 그 두 가지가 많이 겹쳐보이더라구요.

또, 갈등과 분노, 분열이라는 측면에서는 최근의 세계상도 크게 다르진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극단화, 폭력, 비난 등등. 우리는 어찌보면 과학과 기술의 측면에서는 발전했으나, 이 이야기가 여전히 읽히고 유효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사랑과 희망, 구원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기의 희망이라기보다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상처 뿐인 것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로 읽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지막 오지만디아스와 닥터 맨해튼의 대화도 그 쓸쓸함과 허무함을 더하기도 하구요.

유명하고 명작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작품이고, 그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것이 느껴지고 읽혀지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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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프로듀서
25/01/27 00:13
수정 아이콘
저는 짧고 굵게 지나갔지만, 코미디언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세상을 그저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로 바라보던 사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쳤을 때의 두려움을 아주 짧게 잘 그려내서 인상 깊었네요.
aDayInTheLife
25/01/27 08:03
수정 아이콘
그부분도 참 좋은데, 저는 코미디언하면 닥터 맨해튼의 무관심함을 지목하는 베트남전 에피소드가 제일 인상적이더라구요.
25/01/27 00:26
수정 아이콘
너무 난해했었어서 영화로... 로어셰크민 강렬히 남아있습니다..
롤격발매기원
25/01/27 00:31
수정 아이콘
작가는 로어셰크를 싫어하라고 만들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던..
aDayInTheLife
25/01/27 08:04
수정 아이콘
로어셰크는 간지는 터지죠.
집도 차도 뭣도 없지만 간지만 있음..
마스터충달
25/01/27 03:40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땐 오지만디아스로 살다가

사춘기 때 로어 셰크가 되고

시회에 나가 나이트 아울로 살다가

늙으면 코미디언이 되지
aDayInTheLife
25/01/27 08:05
수정 아이콘
저는 어디쯤에 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25/01/27 03:45
수정 아이콘
작품 속 작품인 '검은 수송선'도 꽤 무섭고 인상 깊었습니다.
aDayInTheLife
25/01/27 08:05
수정 아이콘
기괴하고 좋더라구요.
그런 류의 이야기를 좀 좋아하는 편이라..
헝그르르
25/01/27 15:57
수정 아이콘
영화로만 봤고 영화는 너무 좋았습니다.
소설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aDayInTheLife
25/01/27 16:06
수정 아이콘
원작은 만화입니다. 소위 말하는 그래픽 노블이긴 한데.
저는 영화는 안봤는데 주제의식과 그에 따른 변경점이 크게 호불호(라고 쓰고 원작팬들의 집중포화) 갈리는 지점이긴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큰 틀에서 주제가 안바뀌었는데 후반부 전개가 너무 바뀌었다는 평이 주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얘기만 들었을때 변경점이 응? 싶긴 했습니다.
Rorschach
25/01/27 20:13
수정 아이콘
캐릭터들이 참 매력적이죠 흐흐
저도 로어셰크를 좋아해서 넥네임도...

원작 참 좋은데 전 결말쪽은 영화 각색이 더 좋긴 했습니다.
aDayInTheLife
25/01/27 20:1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원작자 피셜 위험한 분…
라방백
25/01/27 22:44
수정 아이콘
로어셰크와 같은 절대 도덕주의는 매력적이지만 예수나 부처와 같은 극한의 선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대의를 위해 악을 저질러야 하고 상대의 대의가 더 선하거나 힘이 강하면 쓸모가 없죠....
aDayInTheLife
25/01/28 00:03
수정 아이콘
본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자처하진 않죠.
본인이 어둠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람이기도 하고, 그 결의를 끝까지 보존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 타협없음이 가장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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